[이 계절의 소설_겨울] 『해가 죽던 날』 함께 읽기

D-29
몽유 상태에서 본인이 겉으로 내 뱉지 못한 일종의 욕구나 욕망, 내지는 숨기고 있던 비밀을 드러내는 행위(몽유이기 때문에 괜찮을거란 생각이 깔려있겠죠?)를 비추어 볼 때 말씀하신 봉기는 사람들의 내면에 그 행동의 동기가 깔려 있다고 생각됩니다. 여기까지는 어느정도 이해가 되었습니다만 .... 아 그럼 과연 '해'는 또 무엇일까?하는 생각이 드네요. 해가 죽으면 끝이난다는 아버지의 말은 무엇을 뜻하는 건지 저는 또다시 미궁에 빠집니다.
몽유이기 때문에 괜찮다고 생각한다기보다는 그런 욕망을 억제할 수 있는 능력이 아예 사라지는 것 같아요. 자신이 하는 행위의 의미를 의식조차 하지 못하는 거죠. 물론 완전 무의식적인 상태라기보다는 평소의 의식과는 분리된 철저히 다른 의식 상태라고 보는 게 맞겠네요. 꿈 속에서 우리가 그러는 것처럼요. 반먼 몽유에 빠지지 않은 사람들은 말씀하신 것처럼 ‘몽유이기 때문에 괜찮겠지’ 하는 의식 속에서 한다고 봐야 할 것 같아요. 이게 나쁜 일이고 하면 안 되는 일인 걸 알면서도 몽유하는 사람들 틈에 묻혀 은근슬쩍 하는 것이지요. 몽유가 몽유하는 사람들 마음 속의 욕망을 가감 없이 드러내게 만들고 또한 몽유하지 않는 사람들조차 거기에 묻어가며 자신들의 욕망을 막무가내로 행하려고 들면서 혼란이 점점 더 커지고 있는데요. 이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해가 떠야 합니다. 날이 밝으면 잠에서 깨듯 몽유에서도 깰 테니까요. 하지만 만약 해가 죽는다면, 해가 뜨지 않는다면 영원히 깨지 않는 악몽처럼 이 혼란한 상황을 벗어날 방법이 없으니 모든 게 끝장난다는 뜻이 아닐까요?
아 정확한 분석이십니다. 몽유상태와 아닌 상태의 차이를 아주 명확하게 정의해주셨습니다. 마지막 장이 흥미진진합니다. 대충 해?를 어떻게 만들어낼 지는 이미 감이 와 있긴합니다만.. 아껴 아껴 읽어야겠습니다.
해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 벌써 예상하고 계시군요! 저도 그렇긴 했는데 막상 소설에서 서술되는 것을 보니 예상보다 큰 충격이 있더라고요.
문득 집단 몽유가 울나라의 현 시국과도 비슷하지 않나 그런 생각도 드네요. 뭐 재물을 약탈하는 건 아니지만 지금 한남동 일대는 온갖 쓰레기와 소음으로 아수라장이라잖아요. 그래도 작품은 해가 떠오르기를 바라고, 해가 안 떠오르면 어쩌나 걱정을 하지 도무지 이 시국이 어떻게 끝날 건지 짐작조차 못하겠더군요. 누구 하나 책임지겠다는 사람은 없고. 이 소설을 다 읽으면 한 조각의 해답이라도 얻을 수 있을까요?
말씀하신 것처럼 생각만 해도 속이 답답해지는 요즘인데요. 끝까지 소설을 읽은 제 감상은 ‘어쩌면 오히려 소설이 현실보다 나을 수 있겠다’였어요. 최소한 여기에는 사태를 해결하려고 목숨을 거는 사람이 있으니까요... 현실에서도 하루 빨리 많은 것들이 해결되기를 바라봅니다.
@엘데의짐승 님, 그리고 금정연 선생님 또 이어서 다른 분들이 덧붙여 나눠주신 대화 매우 흥미롭게 읽었어요. "자신이 하는 행위의 의미를 의식조차 하지 못하는 거"다, 라는 말이 특히나 와닿는 요즘이네요. 알고도 행한다, 라는 냉소적 주체에 대한 진단이 지배적이었던 때를 기억하는데 어느샌가부터 의식조차 하지 못하면서 이루어지는 말과 행위가 너무나 많다는 생각도 들고요... 여러모로 이런저런 답답한 마음도 듭니다. 그리고 '해'의 기능과 역할에 대해 말씀해주셨는데, 물론 저도 끝까지 다 읽은 입장에서 마지막 장면을 위해 '해'가 죽었어야 했고 그렇게 드러나야했다는 생각을 하고 있지만 뭐랄까 의식의 문제, 그리고 현 시국의 문제에 빗대어 생각해보니 '해'는 어떤 모두를 깨운다는 고전적 의미에서의 계몽과 같은 걸까 하는 생각도 드네요. 그렇게 생각해보면 마지막 장면, 그러니까 아버지-해의 출현 이후 크게 변화 없는 ("세상이 다 조용했습니다. 505쪽) 마을의 모습이 더 의미심장하게 다가오기도 하네요. 고전적 의미의 해가 더 이상 해로 기능하지 않는...
남녀노소나 고위관리나 아니나 누구든 몽유에 빠지면 내면에있던 욕망이 나오는 구나 싶었어요. 지금은 실제로 꿈속에서 헤매는 게 아니라 현실에 살면서 몽유하는 구나 싶더라고요. 정보화 사회라는 속에 살면서 오히려 보고싶고 듣고싶은 것만 계속 취하다 보니 점점 눈과 귀가 멀고 몽유처럼 듣고싶은데로 보고싶은데로 소리치는 사회가 된 건 아닌가 싶어요.
정말 그렇네요. 필터 버블이라고도 하던데, 개인화된 필터링 서비스로 모두가 듣고 싶은 것만 듣고 보고 싶은 것만 듣는 현시대의 사람들이 과연 몽유와 얼마나 다른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그래서 극단적인 사건들이 많이 일어나는 것 같기도 하고요.
네.. 정보화 사회라고 하는데, 점점더 극단적인 사고방식으로 가는 거 같아서 아이러니 하네요. 정치이야기를 하는게 점점 더 어려워 지는 거 같아요. 예전에는 아.. 너는 그렇구나.. 이랬던게.. 아 넌 이제 내 편이 아니구나..이런식으로 점점 더 모든 것에서 내편과 니편으로 갈리는 거 같더라고요.. 이게 말씀하신 필터 버블처럼 알고리즘에 벗어나지 못해서 점점 더 사고방식이 좁아지는 거 같습니다.
조금 다른 얘기지만 저도 읽으면서 그런 비슷한 생각이 들었어요. 어쩌면 우리는 이상(몽유)속에 살고 있는 것이 아닐까. 몽유 속에서는 자신이 몽유하는지도 자각하지 못한 채 무의식에 감춰져 있던 자신의 욕망(혹은 자아)을 실현하게 돼요. 우리는 "현실과 현재에 존재"하고 있지만, 동시에 "우리 마음 속의 관점이나 가치관으로 세상을 해석하고 그것에 의해 행동을 결정"하니까요. 그래서 책 속에서의 꿈과 현실의 경계가 모호하게 느껴졌던 것 같아요. 종종 책 속 주인공이 오히려 몽유를 원하거나, 몽유 상태의 사람을 깨우지 말라고 하는 행동이 보이곤 하는데요. 그것은 어쩌면 자신의 자아 실현이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서 장애물(현실)을 제거하고자 하는 게 아닐까 싶어요. 옌롄커가 몽유 상태에서는 새로운 이야기가 떠오르는 반면, 몽유에서 깨면 이야기를 못 쓸 것이라고 좌절하는 것처럼요. "몽유에서 깬 상태"와 "몽유 상태"와의 차이는 영화 매트릭스의 "빨간약"과 "파란약"에 빗대어서 설명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몽유에서 깬 상태"든 "몽유 상태"이든 둘 다 인간의 본성(선과 악)이 드러나죠. 다른 점은 몽유 상태에서는 자신이 몽유 상태인 것과 다른 사람들을 인지하지 못한 채, 자신의 이상이나 욕망을 실현하는 것이고, 몽유에서 깬 상태에서는 다른 사람들과 현실을 인지한 채로 자신의 이상과 욕망을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여러분들은 몽유에서 깬 상태와 몽유상태 중 어떤 상태로 살아가고 싶으신가요? 저는 고른다면 몽유상태를 선택하지 않을까 싶어요. 어차피 몽유상태이든 아니든 모두가 "자신이 생각하는 세계(허상)"에서 살고 있는 건 마찬가지잖아요. 몽유상태에서는 다른 것을 생각하지 않고 자신의 이상이나 가치를 실현할 수 있으니까요. 반면 깬 상태는 다른 사람의 시선 등이 장애로 작용해 이도 저도 아니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하든 의식하지 않든 인간의 본성(선과 악)은 공존하니 이왕이면 좀 더 단순하고 이상적인 세상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역시 "깨어 있는 사람"들이 있어 이 세상의 질서가 유지되고 있는 것일지도 몰라요. 모두가 다른 이들을 고려하지 않고 자신의 욕망만을 추구하게 되는 세상은 어떤 세상일까요? 일단 "몽유 상태"와 "깬 상태"에 있는 사람들이 공존하는 세상은 아시다시피.. 이 모양인 건 확실한데 말이죠. 인간의 본성이 변하지 않는 한 둘다 도긴개긴일 것 같긴해요.
저도 소설을 읽으며, 그리고 말씀해주신 내용을 읽으며 여러 생각이 들었는데요. 한 가지는 확실한 것 같아요. 몽유 상태에 있는 사람은 행복하다. 마치 영화 매트릭스에서 반란군을 배신하고 매트릭스로 들어가 스테이크를 먹으며 이게 가짜인 건 아는데 그래서 뭐 어쩌라고? 했던 인물처럼요. 물론 그 행복 혹은 행복감을 어떻게 바라보고 받아들여야 할지는 또 다른 문제겠지만요.
저도 아마 몽유상태를 선택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보다 본능에 충실하고 욕망을 추구할 수 있는 어쩌면 억누르고 있는 사회 질서와 관념, 도덕의 굴레에서 벗어나는 일종의 자유, 해방감을 느끼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하지만 모두 이런 몽유상태를 추구한다고 가정한다면 이곳은 또다른 형태의 현실이자 지옥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현실도 지옥이라면 말입니다.
사실 요즘은 제 생각이 과연 옳은 것인가??의심하고 있어요. 일반적이라는 것. 다들 그렇다는 것. 늘 그래왔다는 것. 원래 그랬다는 것.. 그런 것들이 정말 그래도 되는 것인가..? 지금 내 생각들이 몽유 상태인가 아닌가는 누가 판단 할 수 있는 가? 라는 생각이 들고.. 어떤 집단에서는 어떤 생각들이 너무 당연하고 의심할 여지가 없는 것들이 또 다른 집단에서는 너무나 이상하고 무지성이라는 생각을 하니.. 꿈에서 깨어난 상태는 과연 진짜 있는 것인지..요즘 판단하기가 힘드네요..
오늘 아침에 읽은 이성복 시인의 무한화서 116에 이런 내용이 나옵니다. "자기 꿈속에서 헤매는 사람은 누구나 중생이라 하지요. 꿈은 현실보다 더 현실적이고, 현실은 꿈보다 더 지독한 꿈이에요. 시는 꿈이라는 현실과 현실이라는 꿈 사이에서 꾸는 더 짧은 꿈이에요." 요즘 현실보다 더 꿈 같은 일이 많이 일어나니 저도 몽유 상태와 깨어 있는 상태를 구분하기 어렵네요. 그래도 아버지가 끝까지 상황을 개선할 방책을 고민했던 것처럼 깨어 있으려고 노력하는 태도가 이 시점에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말씀해주신 내용이 깊이 공감하면서, 일개 중생인 저로서는 내가 헤매는 곳이 꿈 속인지 현실인지 알 수 없다는 게 정말 어렵게 느껴집니다...
결국 몽유는 집단 무의식이었네요. 저도 얼마나 전 이 부분 읽었는데. 그러고보니 오래 전, 박범신 작가께서 하셨던 말씀도 어렴풋이 생각나기도 하네요. 소설은 가감없이 나를 풀어놓는 거라고 했던가? 윤리나 도덕의 잣대로 쓰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원초적 욕망을 가차없이 드러내는 거라고 했던. 그렇다면 이 작품은 그에 충실한 작품이란 생각이 들어요. 더구나 개인에서 집단으로 확장시키잖아요. 그러기 쉽지 않죠. 요즘 소설이 개인에 집중해있는 것을 보면. 암튼 탁월한 작가란 생각은 드네요.
말씀하신 것처럼 개인에서 집단으로 사태를 확장시키면서도 능수능란하게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솜씨가 과연 거장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소설은 윤리나 도덕의 잣대로 쓰는 게 아니라는 말씀에도 공감합니다.
세상이 사라지고 그저 허상의 기운이 허상의 어둠 속을 흐르고 있는 것처럼 이 밤에 이 세상이 죽은 것처럼 변해 있었습니다. 세상이 사라지고 그저 죽은 묘지와 황야만 남아 있는 것 같았습니다. 너무나 고요한 탓에 세상이 원래 있지 않았던 온갖 소리와 움직임만 있게 되었습니다. 그 소리와 움직임이 하나하나 쌓여 죽은 듯한 밤의 고요와 적막을 더하고 있었습니다.월도月刀와 성도星刀가 야밤의 허공을 빙글빙글 도는 것처럼 이 밤에 공포와 두려움이 만연해 있었습니다.
해가 죽던 날 p289, 옌롄커 지음, 김태성 옮김
해가 죽으면 진은 끝나는 거야. 해가 죽으면 진은 그걸로 끝이라고, 진이 정말로 끝난단 말이야
해가 죽던 날 p393, 옌롄커 지음, 김태성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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