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믐클래식 2025] 1월, 일리아스

D-29
페미니즘 관점에서 이 작품을 어떻게 읽어야 하나 하는 고민이 있습니다. 전쟁의 전리품이자 남성의 보호와 사랑을 받는 대상으로서만 묘사되고 있는 여성들의 모습을 계속 읽고 있자니 좀 고통스럽네요.
하나 인간으로서는 면할 수도 피할 수도 없는 숱한 죽음의 운명이 여전히 우리를 위협하고 있으니 자, 나갑시다! 우리가 적에게 명성을 주든 아니면 적이 우리에게 명성을 주든.
일리아스 P.362 (12장 325), 호메로스 지음, 천병희 옮김
B-2. 사르페돈이 자신이 가진 부와 권세에만 안주하지 않고, 진정한 영광과 명예를 전장에서 몸소 입증하고자 하는 태도를 잘 보여주는 인상적인 문장이네요.
B-1. '사르페돈'이 가장 인상 깊었습니다. 그는 제우스의 아들답게 뛰어난 용맹을 보여주며 특히 12권에서 그리스 진영의 방벽을 공격할 때, 자신의 동료 글라우코스에게 ‘죽음을 피할 수 없다면, 죽음 앞에서도 영광을 추구하자’라는 취지의 말을 건네는 장면이 인상적입니다. 이 대목은 호메로스가 그리고 있는 영웅상이 무엇인지 단적으로 보여주면서, 삶의 덧없음 앞에서 어떠한 태도를 취할 것인가를 생각하게 만듭니다.
진정한 용기!!
B-1. (출연 비중은 적지만)아킬레우스의 존재감과 9권에서 드러나는 복잡한 심경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어머니 테티스가 트로이전에 참전하면 ‘명예를 얻는 대신 죽게 될 것‘이라고 예언했음에도 그는 참전했던 것인데, 어쩌면 아가멤논과의 갈등을 핑계로 자신의 비극적인 운명 앞에서 망설이고 있는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람의 목숨은 한번 이빨의 울타리 밖으로 나가면 약탈할 수도 구할 수도 없어서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 법이오. 나의 어머니 은족의 여신 테티스께서 늘 말씀하시기를, 두 가지 상반된 죽음의 운명이 나를 죽음의 종말로 인도할 것이라고 하셨소. 내가 이곳에 머물러 트로이아인들의 도시를 포위한다면 고향으로 돌아가는 길은 막힐 것이나 내 명성은 불멸할 것이오. 하나 내가 사랑하는 고향땅으로 돌아간다면 나의 높은 명성은 사라질 것이나 내 수명은 길어지고 내게 죽음의 종말이 서둘러 찾아오지는 않을 것이오.
일리아스 9:408, 호메로스 지음, 천병희 옮김
9권에서 아킬레우스에게 사절단을 보내 설득하기 위한 선물로 브리세이스도 같이 돌려보내겠다고 했는데 포이닉스, 아이아스, 오뒷세우스 이 세사람 아무도 그 언급은 하지 않는데요? 그냥 빠진걸까요? 아니면 일부러 그런걸까요? 일부러 그런거면 아가멤논을 좀 더 압박?하는 용도 일까요? 더 겸손해지라고??
잘 보면 274절에 브리세이스도 언급되었네요. 선물 목록이 너무 길고 지나가듯이 언급되서^^;
아... 제가 놓쳤군요.. 포이닉스가 기억력이 좋은건지 전부 다 읊어주었네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 C.13~18권 ■■■■ ● 함께 읽기 기간 : 1월 15일(수) ~ 21일(화) 안녕하세요, 그믐클럽지기입니다. 세 번째 주차에는 작품 속에 등장하는 전쟁의 면모에 집중하며 읽어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저는 <일리아스>를 트로이 목마와 관련된 이야기로 알고 있어 목마는 언제 나오나 계속 기다렸는데요, 이미 알고 계신 분도 있으시겠지만 <일리아스>에는 트로이 목마 이야기가 나오지 않습니다. <일리아스>는 서양 문학의 가장 기본적인 작품 중 하나로, 후대의 많은 작가들에게 영감을 주었어요. 셰익스피어, 괴테 등 유명 작가들의 작품에서도 <일리아스>의 영향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처럼 많은 작품의 영감이 된 <일리아스>의 매력은 무엇일까요? 곰곰히 같이 생각해 봅시다. 영화 <트로이>를 보신 분들은 지금 우리가 읽는 서사시 <일리아스>와 영상물을 비교해 보셔도 좋겠습니다.
트로이고대 그리스 시대, 가장 잔인하고 불운한 사랑에 빠지고 만 비련의 두 주인공 트로이의 왕자 파리스와 스파르타의 왕비 헬레네. 사랑에 눈 먼 두 남녀는 트로이로 도주하고, 파리스에게 아내를 빼앗긴 스파르타의 왕 메넬라오스는 미케네의 왕이자 자신의 형인 아가멤논에게 복수를 부탁한다. 아가멤논은 그리스 도시 국가들을 규합해 트로이로부터 헬레네를 되찾기 위한 전쟁을 일으킨다. 그러나 전쟁의 명분은 동생의 복수였지만, 진짜 이유는 모든 도시 국가들을 통합하여 거대한 그리스 제국을 건설하려는 야심이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C-1. 인상 깊었던 사건이나 인물은 누구인가요? 18권까지 읽으며 떠오른 여러분의 생각을 자유롭게 들려 주세요. 책 내용과 상관은 없지만 연관되어 떠오른 다른 생각들도 좋습니다.
C-1. 14권에서 그리스군에 승기를 가져오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헤라의 활약이 재미있었습니다. 잠시나마 애틋하게 묘사되는 헥토르의 아내를 제외하고 여기 등장하는 인간 여성들은 그저 일종의 전리품으로 다뤄진다고해도 무방해보였는데… 그에 반해 전쟁의 원인이자 주체인 여신들은 훨씬 현대적으로 느껴진다는 점이 흥미로웠습니다. 특히 14권의 헤라는 감정적으로나 물리적으로나 다른 누구보다 역동적이네요. 인간 세상에선 피 튀기는 잔인한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데, 신들끼리는 회유하고 유혹하며 가정극 차원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점이 한편으론 섬뜩하게 느껴지기도 했구요.. 여기서 신들의 감정 묘사를 제거하고 철저히 인간 중심의 서술을 한다면 그것이 코스믹 호러가 아닐까? 하는 엉뚱한 생각도 들었습니다.
C-1.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18권에서 그려진 아킬레우스의 깊은 슬픔과 분노입니다. 특히 친구 파트로클로스의 죽음을 알게 된 순간의 묘사가 가슴 아프게 다가왔어요. 재를 뿌리며 슬퍼하는 모습은 영웅의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주죠. 여기서 떠오른 생각은 '복수'라는 감정의 양면성입니다. 아킬레우스의 복수심은 정당해 보이면서도, 동시에 파괴적입니다. 마치 현대 사회에서도 볼 수 있는 '정의'와 '보복'의 미묘한 경계를 보는 것 같았어요. 또한 테티스가 아들을 위해 헤파이스토스를 찾아가는 장면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신적인 존재들도 인간처럼 고뇌하고 슬퍼하며 사랑하는 모습이 흥미로웠습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C-2.마음에 남은 문장을 적어주세요.(댓글창 아래 있는 문장수집 기능을 이용해 주시면 더욱 좋습니다.)
마치 어떤 사람이 기름에 푹 담가둔 큰 황소의 가죽을 품팔이꾼들에게 주어 잡아당기게 할 때와 같이 -그러면 그들은 이것을 받아 빙 둘러서서 잡아당긴다. 여럿이서 잡아당기니 물기는 바로 빠지고 기름이 스며들어 소가죽이 완전히 펴진다-꼭 그처럼 양군은 좁은 지면 위에서 시신을 이리저리 잡아당겼다.
일리아스 17권 389절, 호메로스 지음, 천병희 옮김
파트로클로스 시체 쟁탈을 묘사한 부분인데…이것말고도 참혹한 전쟁 상황을 목축, 농경, 사냥의 상황과 빗대는 표현들이 많았으나 특히 이 부분은 갑자기 소가죽 펴지는 원리까지 설명하는 부분이 더 참혹하게 느껴졌네요. 아마 의도는 생활 상식을 전달하는거 겠지만;
그러면 아킬레우스가 그의 전우 파트로클로스를 일으켜 세울 것이고 파트로클로스는 내 아들인 고귀한 사르페돈을 포함하여 많은 젊은이들을 죽인 뒤 일리오스 앞에서 영광스런 헥토르의 창에 죽게 될 것이오. 그러면 또 고귀한 아킬레우스가 그 때문에 화가나서 헥토르를 죽일 것이오.
일리아스 제 16권 60~65, 호메로스 지음, 천병희 옮김
아킬레우스가 결국 전투에 참여하게 만드는 것은 제우스였군요. 심지어 그의 아들중 하나인 사르페돈까지 희생시켜가면서 이렇게 전쟁을 이어가려 하는 이유를 모르겠어요.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크게 드는 생각은 '왜 신은 인간사에 개입을 하려 하는가?' 거기에 왜 인간은 신에게 그들의 운명을 의지하는가?(운명이라는 것을 그냥 받아들이는가?) 내지는 라는 질문이 계속 들었습니다. 그것을 이해하는 것이 이 책을 이해하는 것이겠죠?
결국 이 책을 관통하는 주제가 말씀하신 바로 그것이겠지요. 끊임없이 인간사에 개입하는 신, 마치 그들의 꼭두각시마냥 행동하는 인간들. <일리아스>를 통해 당시 어째서 이러한 사상이 만연했는지 생각해 볼만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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