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송세월』 함께 읽기

D-29
김훈 작가의 『허송세월』 읽으며 마음에 남는 부분 공유하고 함께 이야기 해보고 싶은 주제에 대해 대화 나눠요.
소주. 아아! 소주. 한국의 근대사에서 소주가 정신의 역사와 대중 정서에 미친 영향을 사회과학적으로 설명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 가공할 소비량에도 불구하고 소주는 아무런 아우라를 갖지 않는다. 소주는 대중의 술이며 현실의 술로서 한 시대의 정서를 감당해 왔지만, 풍미가 없고 색감이 없으며 오직 찌르는 취기만 있다. 소주는 아귀다툼하고 희로애락하고 생로병사하는 이 아수라의 술이다. 소주는 인간의 기쁨과 슬픔, 소망과 좌절을 멀리 밀쳐 내고 또 가까이 끌어당겨서 해소하고 증폭시키면서 모두 두통으로 바꾸어 놓는다. 소주는 생활의 배설구였고 종말처리장이었는데, 나 역시 거기에 정서를 의탁해서 힘든 날들을 견디어 왔다. 회사 동료들과 다투고 나서 화해하자고 마시는 술은 대개 소주였는데, 화해의 술자리에서 또 싸웠고, 헤어져서 각자 마셨다. 퇴근 후에 동료들이 모여서 회사 사장, 국장, 부장을 욕하고, 야당을 욕하고 여당을 욕하고 정부를 욕하면서 소주를 마셨는데, 이런 날은 아무 득이 될 것도 없이 헛되이 폭음했고, 그다음 날 아침에 오장이 녹아내리도록 뉘우쳤다. 이런 아침에 머리는 쪼개지고 창자는 뒤틀리고 마음은 자기혐오로 무너졌다. 소주는 삶을 기어서 통과하는 중생의 술이다. 나는 소주를 많이 마시기는 했지만, 소주의 쓰라린 세속성을 소화해 내기는 어려웠다.
허송세월 - 초판한정 김훈 문장 엽서 김훈 지음
『허송세월』 감상 김훈은 책이 나온 시점 기준 75세다. 서문 제목은 『늙기의 즐거움』이고, 책 전반에 노년의 리듬과 곧 다가올 죽음이 깔려 있다. 그에게 삶은 무거운 짐처럼 보이기에 길게 남지 않은 삶에 집착은 보이지 않지만, 유년과 청년 시절에 대한 그리움이 느껴진다. 특히 청춘을 예찬하는 글들 속에서 본인의 젊은 시절에 대한 아쉬움이 읽혔다. 김훈은 군 복무 후 집안의 경제 상황이 어려워져 대학을 중퇴한 뒤 20년간 신문 기자 생활을 했다. 《한국일보》 재직 당시 전두환을 미화·찬양하는 기사를 쓴 것에 대해 "아무도 하고 싶어하지 않는 더러운 일인데, 강요되어서 어쩔 수 없이 내가 했다"고 말했다. 그의 젊은 시절의 무게가 어떠했을지 짐작된다. 김훈의 산문엔 '글로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한 좌절이 많다. 해당 주제를 글로 쓰기 위해 끝까지 밀어붙여 보아야만 그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알게 된다. 글의 한계를 인정하고 수용하는 그의 진솔한 태도는 '글로 말할 수 있는 것'에 대해 쓴 군더더기 없는 그의 문장을 더욱 값지고 빛나게 한다. 한계를 인정하는 단념은 포기가 아니라 용기다. 김훈은 나의 아버지보다도 나이가 많다. 그러나 세상을 바라보고 자신의 삶을 사는 태도는 나보다 젊다. 그러한 순수함을 청년 시절부터 지켜 온 것인지, 아니면 마흔 중반에 작가 생활을 시작한 후 되찾은 것인지는 알 수 없다. 노인이 되어도 그처럼 마냥 청년이고 싶은 바람이 드는 걸 보며 내가 아직 어리다는 것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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