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18. <행동>

D-29
출처는 기억이 안 나지만 그렇게 유전자에 프로그래밍된 것처럼 보이는 본능적인 두려움이나 기피가 몇 가지 있다고 하더라고요. 뱀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인간 아이들도 뱀을 두려워한다고 하네요.
그렇긴한데, 살짝 안심이 되면서도 여전히 찜찜하더라구요. 흑인의 사진을 보여주며 확인되는 반응도 그렇고… 뇌에서 그리 작동한다면 할 말은 없지만, 이걸 바꿀 방법이 없나 싶기도 했구요.
저는 이 책에서 계속 맥락이라는 것을 중요시하는 이유를 생각해 봤습니다. 읽어나가면서 더 봐야겠지만, 인간의 뇌에는 선천적으로 프로그래밍된 작동 방식이 있다, 하지만 그 요소들이 어떻게 발현되는지는 맥락에 따라 무척 다양한 방식을 따른다, 하는 의미로 일단 보고 있습니다. 우리가 의지대로 할 수 없는, 보통 본성이라고 하는 요소와 우리가 경험으로 학습하는 것들, 복잡한 상황과 우연의 개입, 그 와중에 우리가 하게 되는 생각 한 조각, 결심 하나가 어우러져 끊임없이 우리의 뇌를 변화시키고, 그 뇌가 우리 존재이자 운명이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저도 맥락의 중요성을 생각해보게 되는 게 매번 새로운 과학 연구가 기사에 오를 때마다 그것에 솔깃하고 웅성대고 본인의 이데올로기에 걸맞는 결론을 거기서 도출해내는 사람들을 보고 '맥락'의 중요성을 생각하게 되는데요. 이번 챕터에서 나온 성적 차이에 대한 연구도 그렇습니다. 남편은 매우 보수적인 집안에서 자랐고 카톨릭 신자여서 그런지 오랜 생활 외국에서 자랐고 성적인 기준에 대해 좀 자유로운 집안에서 큰 저와 관점이 다를 때가 많은데요. 저는 학교 다닐 때부터 LGBTQ 문화에 익숙했고 제 자신도 예전에 말했듯이 성적 기호보다는 성적 정체성이 middlesex같은 게 아닐까 고민을 했으며 지금도 일이 그쪽 관련 일이어서 이런 '고정된 범주(작가는 bucket라고 표현한)'에 속하지 않고 '맥락'으로 파악해야하는 사람들을 자주 접하는데 남편은 절대 그런 걸 상상도 해본 적 없었다면서 약간 그런 '정상 범주'에서 벗어난 사람에 대한 거부반응이 있었어요. 그래서 여기서 나온 transgender의 prenatal hormone , sexual dimorphism development, genetic과 epigenetic 등 최신 연구들에 대해 이야기해줬지만 남편은 그런 연구가 생소하기도 했고 그런 연구가 있으면 그런 연구로 그걸 '고치는' 데 기여해야 하지 않냐는 입장이었죠. 하지만 실제로 최근 주민등록번호와 성적 정체성이 다른 분을 접하면서 자기는 그런 사람에 대해 편견이 심했는데 실제로 알게 되고 보니 별로 거부감이 없고 오히려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고 하더라구요. 그걸 보고 우리는 어떤 이데올로기의 틀에 박혀 있거나 추상적이고 환원주의적 관점에서만 세상을 바라보려고 하는데 실제로 그 사람들을 접하고 함께 살아가면 그런 이론적 근거 없이도, 아니 그런 단편적 이론으로 충분히 전체를 포괄할 수 없는 진실과 마주하게 되지 않을까 합니다. 뉴런과 호르몬에 대해 몰라도 PTSD 피해자들이나 학대받은 아이들에 대한 태도가 달라질 게 없는 것처럼.. 이런 '맥락'은 결국 삶 속에서 얻어가는 건데.. 그래서 자꾸 작가가 '이런 연구'에 대해 과대포장이나 과대해석하지 말고 이것의 한계에 대해 경고하고 고립된 'bucket'에서 벗어나 전체적 맥락에서 생각하라고 하는 것 같아요.
전 새폴스키 이 분이 정말 마음에 드는데, 유머가 재미있기도 하지만 유머라는 것이 거리두기 효과가 있잖아요. 어떤 법칙을 제시하면서 이걸 따라야 해 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은 이해해보려고 노력할 순 있어도 깔끔하게 몇 가지 명제들로 정리되는 건 아냐, 그러니까 재밌지 않아 하고 얘기하는 느낌이 듭니다.
동감이요! 근거 없는 도그마도 단편적으로 분리된 근거만 맹신하는 것도 어느 정도 거리두기를 해야하는 것 같아요. 이론이나 원칙으로 다 설명하기엔 너무 복잡하니 그만큼 더 직접 살아가는 경험이 중요하고 더 재미있는 세상이라고 말해주는 것 같아요.
발달하는 뇌는 신경가소성의 완벽한 사례다. 뇌가 접하는 모든 경험은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뇌에 영향을 남긴다.
행동 - 인간의 최선의 행동과 최악의 행동에 관한 모든 것 7장, 로버트 M. 새폴스키 지음, 김명남 옮김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도시 전설. 스키너는 자기 딸을 거대한 스키너 상자에 넣어서 키웠다고 한다. 아기는 무엇이 되었든 욕구를 느끼면 레버를 누르는 법을 학습했다. 자연히 아이는 커서 정신이 나갔고, 자살을 시도했고, 아빠를 고소했고, 아빠를 살해하려고 했다는 것이다. 전부 다 사실이 아니다.
행동 - 인간의 최선의 행동과 최악의 행동에 관한 모든 것 3장, 로버트 M. 새폴스키 지음, 김명남 옮김
ㅎㅎㅎ 저도 이 소문 들었습니다. 이걸 도시전설이라고 표현한 게 재미있네요
이 인용문을 보니 조금 다르지만, 테드 창의 ‘데이시의 기계식 자동 보모‘라는 단편이 떠오르네요.
1973년에 노벨상 위원회는 동물행동학의 세 창시자인 로렌츠, 니코 틴베르헌, 카를 폰 프리슈에게 생리의학상을 수여하는 신선한 선택을 했다. 생의학계는 경악했다. 주된 연구 기법이 쌍안경 들여다보기인 무좀 걸린 놈들에게 상을 줘?
행동 - 인간의 최선의 행동과 최악의 행동에 관한 모든 것 3장, 로버트 M. 새폴스키 지음, 김명남 옮김
2장과 3장에서 콘라트 로렌츠가 나치 부역 전과와 함께 언급되는데 참 기분이 묘합니다. 혹시 로렌츠의 <인간, 개를 만나다>와 <솔로몬의 반지> 읽어보신 분 계신가요? 두 책 모두 너무 마음 따뜻해지는 훌륭한 동물 에세이인데. <솔로몬의 반지>를 더 높게 평가하는 분들이 많은데 저는 <인간, 개를 만나다>가 더 좋더라고요. 그 안의 가설들은 틀린 게 많지만요. 동물 좋아하시는 분들께 두 책 다 추천하고, 개 좋아하시는 분께는 <인간, 개를 만나다>를 아주 강력하게 권합니다. 다만 이제는 학문적 시효는 다한 책이라 그냥 동물 연구하는 직업인의 에세이로 읽으셔야 합니다. 로렌츠의 나치 부역이 어느 정도였는지 모르겠습니다. 전쟁 때 군의관으로 일하다가 소련군 포로가 된 정도로 알고 있었는데 그 이상이었는지.
인간, 개를 만나다 - 인간의 영원한 동반자 개에 관한 비밀과 진실
솔로몬의 반지 - 그는 짐승, 새, 물고기와 이야기했다수십년의 연구와 노력끝에 얻어낸 동물의 생태상을 일반인들도 이해하기 쉽도록 평이한 문체로 재미있게 서술하였다.
실은 저도 이걸 찾아보다 발견한 논문이 있는데요. 저자는 실제로 로렌츠와 서로 집에 방문할 정도로 친했고 당시 그런 반유대인 태도를 찾아보지 못했는데 나중에 그의 서신과 문서들을 통해 인종차별적인 발언과 동물 뿐만 아니라 아리안 혈통의 순종의 추구, 그리고 이후 다른 증언들을 통해 그가 바로 소련군 포로로 가지 않고 SS에서 심리학자로 폴란드인과 폴란드-독일 혼혈을 구별할 수 있는 검사를 개발하는 등 Nazi Party Officer of Racial Policy 소속이었고 이로 인해 특수 혜택도 받은 걸 알게 되었다고 합니다. 혼종과 순종에 대한 그의 실험 연구가 나치당의 인종학살의 과학적(?) 근거가 되어 준 거겠죠;; https://escholarship.org/content/qt50b5r4d6/qt50b5r4d6.pdf?t=n0b8t6 https://escholarship.org/uc/item/50b5r4d6
아이고... 도저히 봐줄 수 없는 심각한 나치였군요...
덕분에 재밌게(?) 읽었어요~
<<솔로몬의 반지>> 1992년 초판을 아직도 갖고 있는데 깜짝 놀랐습니다. ㅠ
아! 이게 초판이었군요? 친정어머니 서재에 꽂혀있는 걸 본 기억이 납니다. 아무래도 다음 친정나들이때 몰래 가지고 와야겠어요! ^^;
종간 귀여움 반응의 좋은 예. 사람들이 특정 멸종위기 종을 돕는데 기부하겠다고 약속하는 금액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는 한 요인은 그 동물의 눈의 상대 크기다. 왕방울만한 눈을 보면 사람들은 지갑을 연다.
행동 - 인간의 최선의 행동과 최악의 행동에 관한 모든 것 3장, 로버트 M. 새폴스키 지음, 김명남 옮김
@장맥주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들끼리 종종 하는 말이 생각나네요. "가슴으로 낳아 지갑으로 키웠다."
어제도 부모님 댁 개랑 놀다 왔는데 이 개도 이제 슬슬 장년기에 접어들고 있어요. 지갑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면 다 해결해주고 싶은 심정입니다. ㅎㅎㅎ 그런데 개는 저의 지갑보다 시간을 원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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