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좋은 사회란, 신뢰가 구축되어 서로가 손해를 볼 가능성을 감수하고 협력적인 태도를 취할 때 자기 자신에게나 사회 전체적으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는 사회겠죠.
하지만 요즘 우리 사회는 어떻죠? 신뢰는 무너지고 법을 무기삼아 서로 싸우는 사회입니다. 배신을 일삼는 전략들이 판을 치는 사회에서 관대한 전략은 쓰기 어렵죠. 협력적 태도를 보이되 상대를 의심의 눈으로 바라보면서 배신의 조짐이 보일 때 응징하는 것이 그나마 최선이지만, 불신과 법 해석의 차이 등으로 신호오류가 만연하여 협력의 사례는 드물어지고 상호 보복이 주를 이루는 사회가 되어 가는 것 같습니다.
[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18. <행동>
D-29

오도니안

오도니안
“ ‘늘 배반한다’들이 가득한 세상에서 웬 블랙햄릿, 벌거숭이두더지쥐, 아메바가 간디, 만델라, 액슬로드와 해밀턴을 읽은 뒤 최초로 이타적 행동을 취했다고 하자. 그는 대번 망해서, 남들보다 영원히 뒤지고 말 것이다. ‘늘 배반한다’ 아메바들이 깔깔거리며 조롱하는 소리가 귀에 들리는 것만 같다. ”
『행동 - 인간의 최선의 행동과 최악의 행동에 관한 모든 것』 10장, 로버트 M. 새폴스키 지음, 김명남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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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솔
“ (정서적) 배쪽안쪽이마앞엽 겉질이 손상된 사람은 감정에 좌우되지 않는 철저한 공리주의자가 되기 때문에, 낯선 사람을 구하기 위해서 가족에게 해를 입히는 상황도 기꺼이 선택한다.56
인간이 친족보다 낯선 사람을 선택하는 건 몹시 이상하게 느껴진다는 걸 제대로 보여주는 역사적 사례가 있다. 스탈린 시절 소련의 소년 파블리크 모로조프의 이야기다.57 공식적 시나리오에 따르면, 어린 파블리크는 모범적 시민이자 열렬한 애국자였다. 1932년에 소년은 친족보다 국가를 선택하여, 제 아버지를 (암시장 거래 의혹으로) 고발했다. 아버지는 당장 체포되어 처형되었다. 소년도 직후에 살해당했다. 소년에 비해 친족선택을 더 무겁게 느낀 친척들이 저지른 일이라고 한다.
정권의 선전자들은 이 이야기를 반겼다. 혁명에 목숨을 바친 어린 순교자의 동상이 여기저기 세워졌다. 그를 기리는 시와 노래가 쓰였다. 그의 이름을 딴 학교가 생겼다. 오페라가 작곡되었고, 찬양 일색인 전기 영화가 만들어졌다.
이야기가 퍼지자, 스탈린도 소년을 알게 되었다. 국가에 대한 소년의 충성 행위로 가장 큰 이득을 보는 사람인 그는 어떻게 반응했을까? “모든 국민이 이처럼 정의롭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이 소년은 미래에의 희망을 안긴다”고 말했을까? 아니다. 테네시대학교 역사학자 베자스 룰레비셔스에 따르면, 스탈린은 파블리크의 이야기를 듣고는 코웃음치며 말했다. “그런 돼지새끼 같은 놈이 다 있나. 가족에게 그런 짓을 하다니.” 그러고는 선전자들을 물리쳤다.
-알라딘 eBook <행동> (로버트 M. 새폴스키 지음, 김명남 옮김) 중에서 ”
『행동 - 인간의 최선의 행동과 최악의 행동에 관한 모든 것』 로버트 M. 새폴스키 지음, 김명남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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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솔
요즘 예루살렘의 아이히만도 읽고 있는데 아이히만도 자신의 이상을 추구하기 위해 필요하다면 아버지도 죽음으로 보냈을것이라고 재판에서 진술했는데요 , 사형 후에 부검을 해봤다면 아마 저 배쪽안쪽이마앞엽 겉질이 손상되어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주말동안 긴 휴식을 했더니 덧글이 엄청 쌓여있어서 진도보다 요거 다 소화하는게 더 오래 걸릴것 같아요.
즐겁 게 타임머신 타고 오겠습니다:

오도니안
독재자들은 흔히 사람들이 비열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 체제를 만들어놓고는 그 안에서 관대한 인간성을 보여주는 자유를 혼자 누리는 듯 합니다. 이 이야기를 보고 첫인상은 스탈린이 저런 면모도 있었네 하는 거였는데, 사실 가족을 고발하는 소년을 찬양하는 체제를 만든 건 스탈린 자신이었죠.

구름마음
우리는 각자 다른 개인들이지만 그들에게는 어떤 획일적리고 불변하고 불쾌한 본질이 있다고 보는 것, 이것이 본질주의다
『행동 - 인간의 최선의 행동과 최악의 행동에 관한 모든 것』 p.486, 로버트 M. 새폴스키 지음, 김명남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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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rumis
칼 포퍼가 플라톤을 맹렬히 공격한 이유 중 하나도 이 본질주의였죠.

오도니안
“ 98개의 ‘늘 배반한다’ 속에 2개의 팃포탯이 있다고 하자. 둘 다 좌충우돌 고난을 겪겠지만…… 그러다 서로를 만난다면 안정된 협력관계의 싹을 키울 수 있다. 그렇다면 나머지 ‘늘 배반한다’들은 팃포탯으로 바뀌든지 멸종하든지 해야 할 것이다. 협력의 씨앗이 구체화하여 집단 전체로 퍼져나가는 것이다. ”
『행동 - 인간의 최선의 행동과 최악의 행동에 관한 모든 것』 10장, 로버트 M. 새폴스키 지음, 김명남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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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도니안
@장맥주 어떻게 이렇게 되는지 금방 잘 이해되진 않지만, 암튼 무척 감동적인 영화 시나라오의 테마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오구오구
@장맥주 그믐 대표님과 특수관계인이라 하시니 ㅋㅋ 건의사항이요.ㅎㅎ 화제누르면 제일 오래된 화제부터보여주어서 최신을 보려면 커서를 아래로 계속 내려야 하더라구요.... 제일 마지막(최신)으로 나올수 있게 가능한가요? 저만 불편한 걸까요 ㅎㅎㅎㅎ

장맥주
네, 건의하겠습니다. 의견 감사합니다. ^^

장맥주
“ 내 경험상, 오리 사냥과 컨트리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보통 침팬지를 선호하는 데 비해 유기농 음식을 먹고 옥시토신이 뭔지 아는 사람들은 보통 보노보를 선호한다. 사실 인간은 두 종과 똑같은 정도로 연관되어 있다. 양쪽 모두와 대략 98~99%의 DNA를 공유한다. ”
『행동 - 인간의 최선의 행동과 최악의 행동에 관한 모든 것』 10장, 로버트 M. 새폴스키 지음, 김명남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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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구오구
아, 이 문장 정말 인상적이었어요. 뒤에 인간과 보노보와의 차이보다 인간내 개체차이가 더 크다고... ㅎ

구름마음
개체화하고, 개체화하고, 개체화하자
『행동 - 인간의 최선의 행동과 최악의 행동에 관한 모든 것』 P.515, 로버트 M. 새폴스키 지음, 김명남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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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맥주
“ 어떤 잣대로 살펴보더라도 계속 마찬가지다. 우리는 전형적인 일부일처 종도, 일부다처 종도 아니다. 시인들과 이혼 변호사들을 비롯하여 모든 이들이 인정하는 바, 우리는 타고나기를 대단히 혼란스러운 종이다. 두 극단의 중간쯤에서, 약간 일부다처에 기우는 종이다. ”
『행동 - 인간의 최선의 행동과 최악의 행동에 관한 모든 것』 10장, 로버트 M. 새폴스키 지음, 김명남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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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도니안
방금 읽은 대목인데, 인상적인 결론입니다.

장맥주
아, 그렇구나, 싶더라고요. ^^ 그나저나 저희 지금 진도가 비슷한가 봅니다.

꽃의요정
일처다부제는 역시 힘든 걸까요? 다부다처도?...흠
전 유교걸이고, 체력적인 한계로 일부일처가 저한테는 맞는 거 같습니다. ^^;;; 에구 허리야..

장맥주
저도 허리가... 일부다처제 무 리데쓰요... ^^;;,

장맥주
“ 파라오 람세스 2세는, 오늘날 황당하게도 콘돔 브랜드가 되었지만, 자식을 160명 두었다고 한다. 그는 아마 누가 제 자식이고 누가 모세인지 알아보지도 못했을 것이다. 사우디아라비아 초대 국왕 이븐 사우드가 1953년 사망한 후 50년도 채 지나지 않아 그의 후손은 3000명을 넘어섰다. ”
『행동 - 인간의 최선의 행동과 최악의 행동에 관한 모든 것』 10장, 로버트 M. 새폴스키 지음, 김명남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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