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18. <행동>

D-29
원인이 무엇이든, 중요한 점은 이런 암묵적 힘들이 강력하다는 것이다. 다섯 살 아이들이 71%의 정확도로 당선자를 맞힐 수 있다는 것은 이런 편향이 우리에게 아주 일반적이고 깊게 아로새겨진 속성이라는 증거다. 그런 편향으로 결정하고 나서야, 우리는 의식적 인지를 발휘하여 그 결정이 신중하고 현명한 것인 양 보이게 만들려고 애쓴다.
행동 - 인간의 최선의 행동과 최악의 행동에 관한 모든 것 <12장. 위계, 복종, 저항>, 로버트 M. 새폴스키 지음, 김명남 옮김
인간의 동조와 복종이 뿌리깊은 성향이라는 것은 그 속도에서도 알 수 있다. 우리 뇌는 집단이 자신과는 다른 대답을 골랐다는 사실을 200밀리초도 안 되어 접수하고, 그에 따라 제 의견을 바꾸는 것에 해당하는 활성화 패턴을 380밀리초도 안 되어 드러낸다. 우리 뇌는 1초도 안 되는 시간 만에 남들에게 동의해야겠다고 판단하는 편향을 갖고 있는 것이다.
행동 - 인간의 최선의 행동과 최악의 행동에 관한 모든 것 <12장. 위계, 복종, 저항>, 로버트 M. 새폴스키 지음, 김명남 옮김
두번째 발견은 전혀 놀랄 일이 아니다. 투치족 이웃이 후투족 암살대에게 살해되지 않도록 막아준 후투인들이 있었고, 눈감고 넘어갈 기회가 있었음에도 이웃을 나치로부터 구하기 위해서 온갖 위험을 감수한 독일인들이 있었고, 아부그라이브의 가혹 행위를 폭로한 내부 고발자들이 있었으니까. 어떤 사과는 상태가 최악인 상자에서도 썩지 않는다.
행동 - 인간의 최선의 행동과 최악의 행동에 관한 모든 것 <12장. 위계, 복종, 저항>, 로버트 M. 새폴스키 지음, 김명남 옮김
본질주의를 의심하자. 합리적인 듯 보이는 것이 합리화에 불과할 때가 많다는 것, 우리가 짐작도 못하는 은밀한 힘들의 선택을 인지가 따라잡는 데 불과할 수 있다는 것을 유념하자. 더 큰 공통의 목표에 집중하자. 관점 취하기를 연습하자. 개체화하고, 개체화하고, 개체화하자. 진짜 악독한 그들은 제 모습을 숨긴 채 제삼자에게 죄를 뒤집어씌우곤 한다는 역사의 교훈을 되새기자.
행동 - 인간의 최선의 행동과 최악의 행동에 관한 모든 것 로버트 M. 새폴스키 지음, 김명남 옮김
나와 다르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개체화하는 것은 편견을 줄여줄 거 같은데, 악하다고 사람들을 개체화하면 결국 그들도 다 나와 같은 사람이라는 걸 발견하겠지요. 진짜 악독은 제 삼자에게 죄를 뒤집어 씌운다는데.. 제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자들을 어떻게 인지할 수 있을지 궁금해요. 봄솔님이 수집하신 문장을 저도 간직해야지 생각했어요. 제가 할 수 있는 만큼 할 수 밖에는 없는 거겠죠.^^
아이히만을 읽고있는데 악의 평범성이라는 말 자체가 참 말장난 같아요. 언어를 유하게 변화시킴으로서 본질을 훼손하는 단어들이 있잖아요 구조조정이라던지 물가 안정화라던지 유태인 파이널 솔루션이라던지.. 세상은 모순 천지인거 같아요. 몇일 책 안읽다가 세상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현타가 왔네요.
점진주의는 저항할 가능성이 있는 사람을 지레 수세에 몲으로써, 야만적 행위를 도덕이 아니라 합리성의 문제처럼 보이게 만든다. 얄궂게도 이것은 우리가 품고 있는 범주화 경향성, 즉 임의의 경계를 비합리적이리만치 부풀려서 중시하는 경향성이 뒤집힌 상태다. 야만으로의 하강이 지극히 점진적이라면 임의의 경계 외에는 거리낄 게 없게 되고, 우리는 서서히 뜨거워지는 물에 들어앉아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산 채 익어버리는 개구리 같은 처지가 된다.
행동 - 인간의 최선의 행동과 최악의 행동에 관한 모든 것 <12장. 위계, 복종, 저항>, 로버트 M. 새폴스키 지음, 김명남 옮김
어쩌면 당연하게도, 우리는 피해자가 추상적 존재일 때 더 쉽게 순응한다. 가령 지구를 물려받을 미래 세대들이 그런 존재다.
행동 - 인간의 최선의 행동과 최악의 행동에 관한 모든 것 <12장. 위계, 복종, 저항>, 로버트 M. 새폴스키 지음, 김명남 옮김
저도 이 문장에서 참 착잡해졌어요. 그렇구나.. 우리의 피해자는 우리의 후손들.. 지금 읽고 있는 Kaveh Akbar의 Martyr!라는 소설에서 SF 대가인 레이 브래드버리의 단편 '나비 효과'라는 책을 언급하는데요. SF 등에서 과거로 시간여행을 한 때는 혹시나 그 과거를 건드리면 나비효과로 인해 역사가 변할지 모른다고 하면서 '저 꽃을 밟으면 우리 할아버지가 못 태어날지도 몰라'하고 걱정하는데요. 정작 현재를 살아가면서 우리는 나무를 자르고 흙을 오염시키고 동물들을 독살시키면서 그 현재의 나비효과에 대해서는 잘 생각을 안한다고 합니다. 아무도 현재가 미래의 과거라고는 생각이 미치지 못한다고..
권위가 스스로 착한 사람이라고 분류한 대상을 우리 앞에 놓고서 쇼크를 가하라고 요구하는 경우는 드물다. 그 대상은 늘 짐승 같은 인간이다. 후자의 범주화가 순응률을 높인다는 데서 알 수 있는 사실은, 그때 우리가 내러티브를 창조하는 힘을 권위 혹은 집단에게 양도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내러티브를 되찾아오는 것은 가장 훌륭한 저항의 원천일 수 있다.
행동 - 인간의 최선의 행동과 최악의 행동에 관한 모든 것 <12장. 위계, 복종, 저항>, 로버트 M. 새폴스키 지음, 김명남 옮김
순응하라는 압력에 더 잘 저항할 것으로 예측되는 성격 특성들이 있다. 양심적이거나 호감 가는 사람으로 보이는 것을 중시하지 않는 성격, 낮은 신경증, 낮은 우파권위주의성향(권위라는 개념 자체를 의문시하는 사람은 다른 어떤 특정한 권위도 쉽게 의문시한다), 사회적 지능. 이 마지막 특성은 희생양이나 숨은 동기 같은 개념들을 이해하는 능력에서 생겨나는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이런 개인차는 어디서 비롯할까? 물론, 이 책 전반부의 결과물이 그 답니다.
행동 - 인간의 최선의 행동과 최악의 행동에 관한 모든 것 <12장. 위계, 복종, 저항>, 로버트 M. 새폴스키 지음, 김명남 옮김
집단 내 공격성과 집단 간 공격성은 종종 반비례 관계를 보인다. 달리 말해, 이웃과 적대적 상호작용을 많이 하는 집단은 내부 갈등이 적은 경향이 있다. 뒤집어 말하자면, 내부 갈등 수준이 높은 집단은 거기에 정신을 파느라 바빠서 적대감을 타자들에게 집중할 여력이 없다.
행동 - 인간의 최선의 행동과 최악의 행동에 관한 모든 것 11장, 로버트 M. 새폴스키 지음, 김명남 옮김
이렇듯 우리/그들 이분법은 차츰 시들어서 카고들의 사례처럼 역사 잡학 상식으로만 남을 수도 있고, 인구조사국의 변덕에 따라 경계가 이동할 수도 있다. 더 중요한 점은 우리가 머릿속에 여러 가지 이분법들을 품고 있다는 것, 그중에서도 가장 필연적이고 결정적인 듯 보이는 범주들이 어떤 상황에서는 순식간에 전혀 중요하지 않은 게 되어버린다는 것이다.
행동 - 인간의 최선의 행동과 최악의 행동에 관한 모든 것 11장, 로버트 M. 새폴스키 지음, 김명남 옮김
이런 고소함은 우리가 차가움/유능함에 해당하는 외집단을 박해할 때 보이는 한 가지 특징을 설명해준다. 먼저 그들을 비하하고 모욕한 뒤에야 차가움/무능함으로 추락시킨다는 점이다. 중국은 문화혁명기에 인민의 적으로 간주된 엘리트들에게 먼저 우스꽝스러운 고깔모자를 씌워서 행진을 시킨 뒤에야 노동수용소로 실어보냈다.
행동 - 인간의 최선의 행동과 최악의 행동에 관한 모든 것 11장, 로버트 M. 새폴스키 지음, 김명남 옮김
여전히 과거의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지 못해서 그런지 모르겠어요. 많은 교육이론에서 인지, 정서, 기술을 구분해서 평가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지난번 리사 베넷의 감정은 어떻게, 라는 책과 지금 행동 뿐 아니라 뇌과학 기반의 심리학에서는 인지와 정서, 기술을 구분하는 것이 그닥 과학적이지 않다고 하는것이 맞나요?? 인지와 정서가 객관적으로 완벽하게 구분되는 것이 아니니까요. 제가 이해하는 것이 맞나요? ㅠ --> 알기만 하는 것과 정서적으로 느끼기만하는 것이 완벽히 구분되는 것일까요? 근데 이 상황도 이분법적으로 구분되는 것은 아니겠죠?
@오구오구 인지와 감정(정서)의 정확한 구분은 어렵고, 사실은 서로 얽혀 있다는 쪽으로 정리가 되는 듯해요. 안토니오 다마지오, 리사 펠드먼 배럿, 새폴스키까지.
그럼 제가 이해하고 있는게 맞는 거죠. 근데 여전히 학부 교과서 및 대학원에서의 교육이론은 인지, 정서, 기술을 구분해서 가르치고 많은 평가도구들이 구분해서 평가하고 있는거 같네요... 감사합니다!!!!
제가 베넷의 이론도 정확히 모르고 교육학도 잘 모르지만 개념적 구분은 유용하지 않을까 싶네요. 일상의 언어생활에서도 인지와 정서를 구분하지 않는다면 혼란이 많을 것 같아요. 인지에는 논리와 직관이 함께 포함되는 것일까요? 논리적 판단은 어떤 명제나 그 명제들의 타당성에 대한 직관과 구분되기 어렵고, 그 직관은 감정과 분리하기 어렵고. 서로 상호관계가 밀접하고 뇌신경학적으로 엄격한 구분도 어려울지 모르겠지만 논리, 직관, 감정 등의 개념 자체가 무의미하게 되진 않을 것 같아요.
개념적 구분은 유용하다는 것, 동의합니다~ 인지과 직관, 언어, 이런 요소들이 뇌에서 서로 밀접하게 상호작용하는 거 같아요. 근데 가끔 설문지같은거 보면, 항목 분류에 이 문항은 인지를 측정하는 것, 이것은 감정을 측정하는 것, 이렇게 나뉘어 있는게 많거든요. 이 항목의 점수가 높으면 인지가 높고, 감정이 낮고 이렇게 볼수 있나? 그런 생각을 했었어요.
저도 교육이론은 모르지만 감정(정서)과 인지의 구분은 임상심리나 비폭력대화나 명상이나 마음챙김 기타 등등에서 유효하게 다루고 있는 것 같아요. 다만 둘은 엉겨 붙어 있어 의식적으로 부단히 노력하지 않으면 구분하는 게 어려운 것 같긴 합니다. 이 책 행동에서 여러번 '재평가'라는 게 언급됐었죠. 새폴스키는 재평가를 '우리가 어떤 정서적 자극에 대해서 그것을 다른 방식으로 생각함으로써 반응을 조절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는데, 저는 이게 일종의 인지행동치료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리고 편도체나 섬겉질이 시키는 대로가 아니라 이마엽 겉질을 적극 활용하는 이런 재평가를 위해서는 정서와 인지를 구분하는 게 필수일 거 같습니다. 자기가 뭘 느꼈는지, 그로 인해 무슨 생각이 유발됐는지를 구별하지 않고서 재평가가 가능할 리가 없으니까요. 제가 비폭력대화 워크숍을 들은 적이 있는데요, 비폭력대화에서는 관찰-감정-판단을 구분하라고 하거든요. 그리고 자기 감정을 상대에게 솔직하게 표현하되, 상대를 비난하거나 평가하는 판단은 삼가고, 감정의 근원이 되는 자기 욕구를 파악하고, 상대에게 구체적이고 긍정적인 행동을 요청하라고 합니다. 그 워크숍은 총 10회로 진행됐는데 유감스럽게도 저는 10회 차가 끝날 때까지 판단을 유보하는 게 (죽어라고;;) 안 되더라고요. 근데 제가 보기엔 같이 수업을 했던 동기들 중 또 일부는 관찰과 감정을 구별하지 못하고 10회 차를 끝맺더라고요. 이를테면 관찰한 바를 얘기해 보라는데 '슬퍼 보이더라' 뭐 이렇게... 더 깊이 들어가면 물론 지각(관찰)하는 것 자체도 편견과 암시의 영향을 받아 제각각일 수 있으니(동양인과 서양인도 주변부터 본다/가운데 사람부터 본다... 뭐 이렇게 다르다면서요? 몇 장인지는 까먹었어요) 그건 '객관적인 사실'이라는 착각부터 지워야겠지만요... 아무튼 관찰과 감정과 판단을 구별해 보면 무엇을 지각했는지, 그리고 그 무엇을 어떻게 느끼는지, 그렇게 느낄 때 어떻게 생각하는지의 패턴을 파악할 순 있겠죠. 그리고 그걸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는 얘기를 정신과 의사들이나 심리 상담사들이 하고 있고 이 책도 하고 있죠. 제 결론은 그러니까 정서와 인지는 구별할 줄 알아야 한다...라기보다는 알면 좋겠다(ㅠㅠ)... 그게 어려운 건 맞는데 불가능한 건 또 아니다,입니다. 저는 그거 하자고 이 책 읽고 있는 것 같은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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