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아요. 저도 실은 미국이든 한국이든 어느 당이 더 진보적이고 어느 당이 더 보수적이라는 말도 갈수록 의미가 퇴색되기도 하는 것 같아요. 특히 거대 정당들은.. 그리고 엘리트도 실은 좌파만큼 우파에도 많이 보이기도 하고 반대도 단순한 사회경제적 층이나 교육만으로 갈라 구분짓기 힘든 면도 있는 듯합니다.
제가 고등학교 때 스위스 제네바 근처의 국제학교에 다녀서 학생들의 부모님들도 그런 국제기구에서 일하는 분들이 많았는데요. 역사시간 등에 예를 들어 중동 역사를 공부하면 아랍, 유대인, 미국인, 영국인 등 다양한 국적으로 구성되어서 mock UN 토론을 벌일 때도 각자 국가 측의 입장을 대표하면서 토론해봤습니다. 물론 국제학교 등의 생활로 다져져서 실제 있을 법한 적대감도 없이 매우 평화롭게 토론이 진행되곤 했지만... 대부분 서양사로 이루어진 세계사의 주변에 속해있던 한국인으로서는 흥미로웠습니다.
하지만 저번에 말했던 미국인 학생에게서 '이상한 냄새가 난다'고 지적받은 인도 여학생 친구가 인도의 카스트 제도 중 비가촉천민들에 대해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사실'인 것처럼 제게 별거 아닌 것처럼 '그들은 어차피 동물과 같은 것이야'라고 말하는 것을 보고 멈칫했습니다. 하지만 또한 그녀가 평소에는 정말 상냥했던 모습을 보고 그녀의 그런 us/them 구분짓기마저도 어떤 맥락에서 형성된 것일까 하고 궁금해졌습니다. 자국의 민감한 이슈에 대해서 차분하고 나름 서로의 의견을 들어보고 토론하는 그들의 중립적인 태도도 어떠한 맥락 속에서 형셩되었을 것처럼 그녀의 전통적이고 보수적인 편견 또한 어떠한 맥락에서 형성되었을 거니까요. 아마 그 맥락을 알아가는 데는 단순한 대답으로는 부족할 것입니다.
[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18. <행동>
D-29

borumis

dobedo
네. 미국 역사는 잘 모르지만, 노예제에 반대하는 북부 정치인들이 만든 정당이 공화당이니, 리버럴=진보라는 공식을 들이대면 공화당의 시작은 남부의 토지주가 지지 기반이었던 민주당보다는 일단 진보적이었던 것 같거든요. 하지만 역사가 흐르면서 프레임도 여러 번 바뀌고 각 당의 이미지도 계속 변하고... 우리나라로 오면 당명마저 걸핏 하면 바뀌어서...
게다가 다양한 맥락의 정체성이 있다는 얘기는 새폴스키 본인이 하고서 정치 지향은 모든 맥락에서 일관되는 영향을 미친다고 하니... 본인 말을 본인이 뒤집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요. @borumis 님 경험도 그렇지만 제 경험으로도 우리/그들 구분은 참 얄궂게 다양하더라고요.

흰벽
저도 12장 읽으면서 가장 궁금했던 것은 진보주의자/보수주의자의 기준이 뭐였는가… 하는 점이었어요.

dobedo
@흰벽 네. 도무지 모호하더라고요. 게다가 사람들의 정치 성향도 가변적이지 않나요? 젊을 때는 진보적이다가 나이가 들수록 보수적이 된다는 편견이 일반적인 것 같고요.
그리고 저는 나이가 들면서 젊을 때보다 가치관이 '보수'적으로 변했다는 얘기를 들을 법한 사람들이 젊을 때에 비해 인지적으로 게을러진 게 보이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내 관점만 고수하지 않고 여러 관점들을 자연스럽게 흡수하면서 '현실적'이 되었구나 싶었죠. 인지부조화를 깨어가는 과정인 거죠. 중2병도 이해하고 갱년기도 이해하고 그 사이에서 '조망 수용'이라고 했던가요(?) 뭐 그런 것도 해가면서 '진보'(!)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 변화는 당연하다고 느꼈고요. 사람에게는 두 가지 근본적인 권리가 있는데 하나는 돌아서 갈 권리, 또 하나는 자기가 했던 말을 뒤집을 권리...라고 보들레르가 말했다고 하던데, 제 기억이 정확한 건지는 모르겠네요. 아무튼 저는 이 말이 참 맘에 들더라고요. 자기가 돌아서 가고 있다는 사실, 말을 바꾼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선언한다면 그건 용기라고 생각합니다. 일관적인 사람일수록 신뢰를 얻기도 쉬우니 사람들은 대체로 일관적인 사람으로 보이고 싶어하죠. 전 현실에선 돌아설 일도 많고 말 바꿀 일도 많다고 생각하고, 그런 사실에 솔직한 사람이 더 미덥더라고요.
한편 분위기 파악 열심히 해서 먹히는, 유행하는 조류에 편승하느라 수시로 말을 바꾸면서도 자기가 그러고 있다는 것조차 의식하지 못하거나(인지부조화) 혹은 아닌 척하는 사람들도 많죠. 혹은 일관되게 어떤 이미지를 고수하지만 길게 혹은 깊게 들어가보면 말과 행동이 어긋나는 경우도 많고요. 그런 사람들 중에 더 똑똑해 보이고 싶어서, 더 힙해 보이고 싶어서, 더 도덕적으로 보이고 싶어서 '진보'주의자인 척하는, 혹은 자기가 진보주의자라고 믿고 있는 사람도 많더라고요. 글쎄 새폴스키는 그런 사람은 '진정한 진보주의자'가 아니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그가 숨긴 의도로 타인을 재단하는 건 많은 리스크가 따르는 일이겠죠.
이 글을 쓰면서 저도 '진보'와 '보수'라는 단어를 조금씩 다른 의미로 썼고, 그 뉘앙스의 차이를 읽는 분들도 이해하셨을 거라고 믿습니다. 이렇게 정의조차 내리기 힘들고 그때그때 다른 맥락을 갖는 단어로 사람을 구별해서 그들의 신경생리학적 차이를 설명하려고 했던 게 역시 좀 무리(이상한 동어반복)였다 생각합니다.

흰벽
@dobedo 님이 보여주신 용례처럼, 실제로 ‘진보’, ‘보수‘는 단순히 정치 지향만의 문제도 아닌데다가 정치 지향의 맥락에서도 상당히 가리키는 의미가 다층적인데, 다른 파트에 비해서 이 장이 유난히 모호하게 뭉개고 지나간 느낌이 있는 거 같아요. 전체주의 문화, 개인주의 문화 부분 서술과는 너무도 다르게요. 연구나 실험에 대한 설명도 다른 장에 비해 상당히 부족해서 더욱 의문점을 낳더라구요. 그런 점을 새폴스키 님도 분명 인지했을 텐데 그럼에도 기어코 쓰고 싶은 이유가 있었거나 혹은 언급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 건가.. 싶기는 합니다. (저는 잘 모르겠지만 말이죠ㅎㅎ) 그런 면에서는 @오도니안 님이 이런 연구의 가치가 무엇인가에 관해 생각을 풀어주신 것이 많이 참고가 되었습니다!

오구오구
“ 우리가 주로 직관에 근거하여 도덕적 결정을 내린다고 보고, 추론은 우리가 그다음에야 자신이 합리적이라는 것을 자기 자신을 비롯한 모두에게 설득시키기 위해서 동원하는 수단이라고 본다 583 ”
『행동 - 인간의 최선의 행동과 최악의 행동에 관한 모든 것』 13장, 로버트 M. 새폴스키 지음, 김명남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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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구오구
인간의 도덕성이 영적으로 초월적인 특성 (무대 오른쪽에서 신이 입장한다)이 아니라 종 경계 를 초월하는 특성이라는 것이다 591
『행동 - 인간의 최선의 행동과 최악의 행동에 관한 모든 것』 13장, 로버트 M. 새폴스키 지음, 김명남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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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구오구
“ 정서와 사회적 직관은 도덕적 추론이라는 인간만의 장기를 망쳐버리는 원시적인 골칫거리가 아니다. 오히려, 대부분의 사람들이 동의하는 소수의 도덕적 판단들 중 일부는 바로 그것들을 토대로 하여 형성된다. 592 ”
『행동 - 인간의 최선의 행동과 최악의 행동에 관한 모든 것』 13장, 로버트 M. 새폴스키 지음, 김명남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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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구오구
배쪽안쪽이마앞엽 겉질 손상된 사람은 실용적이고 냉정한 도덕적 결정을 내렸음. 즉 도덕적 결정도 감정, 정서의 문제라는 의미...

오구오구
도덕의 맥락 의존성: 도덕적 판단은 직접성과 거리감에 따라 달라짐. 직접적일수록 엄격하고 간접적일수록 관대해짐

오구오구
“ 자신을 너그럽게 봐주는 현상에는 한 가지 중요한 인지적 측면도 관여한다. 우리가 자신을 판단할 때는 내적 동기를 기준으로 삼지만 타인을 판단할때는 그들의 외적 행동을 기준으로 삼는다는 점이다 598 ”
『행동 - 인간의 최선의 행동과 최악의 행동에 관한 모든 것』 13장, 로버트 M. 새폴스키 지음, 김명남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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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bedo
이 문장 읽으면서 생각나는 속담들이 주루룩...인 걸 보니 역시 부정하기 힘든 사실인 것 같네요. 게다가 타인의 내적 동기를 어설프게 파악하는 경우도 있고, 심지어 자기자신의 내적 동기도 오해하고 잘못 판단하는 경우도 많은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요.

오구오구
문화적 맥락
도덕적 판단에 어떤 보편적 요소들이 있는가, 보편성과 차이점 중에서 어느쪽이 더 흥미롭고 중요한가..
결국 상호성에서 이해해야한다고 하니 역지사지가 진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오구오구
“ 다마지오의 신체표지 가설이 바로 이 이야기였다. 다마지오에 따르면, 우리는 어떤 결정을 내릴 때 사고 실험뿐 아니라 신체적 감정에 관한 실험도-만약 이 일이 실제로 벌어지면 어떤 느낌이 들까?-머릿속에서 실시해본다. 그리고 이 통합이야말로 도덕적 결정 과정이 추구해야 할 목표다 615 ”
『행동 - 인간의 최선의 행동과 최악의 행동에 관한 모든 것』 13장, 로버트 M. 새폴스키 지음, 김명남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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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구오구
"우리가 어떤 결정을 할 때는 두 가지를 함께 고려
1. 머리로 생각하기: '이게 논리적으로 맞나?'
2. 몸으로 느끼기: '이렇게 하면 기분이 어떨까?'
예를 들어, 친구에게 거짓말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 머리로는 '이게 나한테 득이 될까?' 계산하면서
- 동시에 '거짓말하면 마음이 불편하고 가슴이 답답할 것 같은데...'라는 신체적 감정도 함께 떠올림
다마지오는 이렇게 '생각'과 '감정'을 모두 고려하는 것이 좋은 도덕적 결정을 내리는 방법이라고 함
... 오늘 아침, 샤워하며 법륜스님의 영상을 보았는데, 그 핵심 메시지 중 하나가 알아차림을 지속적으로 노력하라는 것이었어요. 노력하라고 하신 부분이 위의 내용과 일치하는거 같네요. 갑자기 불법의 이치가 진리로 다가옵니다 ㅎ

오구오구
도덕적 직관은 학습의 결과물이다. 615
『행동 - 인간의 최선의 행동과 최악의 행동에 관한 모든 것』 13장, 로버트 M. 새폴스키 지음, 김명남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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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구오구
올바른 일을 하기 위해서 애쓸 필요가 없었다. 그들은 그냥 거짓말을 하지 않는 것 뿐이었다. 630
『행동 - 인간의 최선의 행동과 최악의 행동에 관한 모든 것』 13장, 로버트 M. 새폴스키 지음, 김명남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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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구오구
진정한 선한 행동은 힘들게 고민해서 하는 것보다, 자연스럽게 몸에 배어 있을 때 더 강력하고 지속적이다.

borumis
그러게요. 자연스럽게 몸에 배기 위해 계속 그 알아차림을 지속적으로 노력해야겠네요.

오구오구
“ 타인이 고통스러워 한다는 사실을 알기만 하는 것보다 타인의 고통을 느끼는 것이 학습에 더 효과적일 수 있다. 그렇다면 앞띠이랑 겉질은 근본적으로 자기이해를 추구하는 셈이고, 타인의 고통을 염려하는 마음은 거기에 부록으로 딸려오는 셈이다 644 ”
『행동 - 인간의 최선의 행동과 최악의 행동에 관한 모든 것』 14장, 로버트 M. 새폴스키 지음, 김명남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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