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18. <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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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보니 13장에서도 if this sum'a bitch (son of a bitch) gets away with insulting my family, he'll be coming for my cattle next가 나왔을 때는 한글판을 보니 '만약 내가 내 가족을 욕보인 녀석을 족치지 않는다면, 놈이 다음에는 내 가축을 노릴 것이다.'로 번역했네요. (욕보인 녀석이나 족친다는 말이 속어인가요? 한국 욕은 감이 잘 안 와서;;) 그 외에 shit도 4번 나오고 screw는 9번, 부록에서 말했던 jerk는 꽤 여러번 나오는 걸 보면 작가가 좋아하는 단어같습니다. ㅋㅋㅋ 아직 F word는 안 나온 듯해요.
욕보이다, 족치다는 둘 다 국어사전에 표제어로 등재돼 있기는 한데, 족치다는 상스러운 느낌이 들기는 합니다. 욕보이다는 반대로 오히려 뭔가를 에둘러 말하는 듯한 점잖은 느낌이고요. 그리고 두 단어 모두 예스러운 느낌이네요. ^^
ㅎㅎㅎ 엿장수가 아니라 번역가 맘인 듯 하네요.. 그래도 이 번역가 분들 책 중 제가 좋아하는 책도 많고 주변 지인들에게서 좋은 평받은 책이 많네요. 주로 과학 쪽 비소설을 많이 번역하시는 줄 알았는데 엄마는 이 번역가의 '명랑한 은둔자'라는 책을 읽고서 다음에 영어로도 읽어보고 싶다고 하네요. 이번 기회에 영어와 한글로 둘다 재미있게 읽고 있습니다.
명랑한 은둔자캐럴라인 냅은 지적이고 유려한 회고록 성격의 에세이를 쓴 작가로, 2002년 마흔둘이라는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그는 <명랑한 은둔자>에서 혼자 살고 혼자 일했고, 가족과 친구와 개와 소중한 관계를 맺으며 자기 앞의 고독을 외면하지 않았던 삶을 이야기한다.
저도 좋아하는 번역가님이세요. 실은 @YG 님도 좋아하고 저도 좋아하는 김승진 번역가님과 김명남 번역가님이 모두 같은 해에 동아일보에 입사한 동아일보 기자 출신입니다. 그 두 분은 서로 입사 동기인 셈이지요. 저한테는 3년 선배이고요. 다음 달에 양김 번역가님, 저, 또 다른 동아일보 선배, 이렇게 네 사람이 맥주 한 잔 하기로 했습니다. (자랑입니다. ^^)
오, 김명남 번역가님은 저에게도 ‘믿고 보는 번역가’ 느낌인데… 그 맥주 모임 굉장하네요~!!
언어는 메시지와 의미를 따로 떼어낸다. 우리 선조들은 그 분리를 갈수록 향상시켰고, 그러자 더 많은 이점이 생겼다. 우리는 과거와 미래의 감정을 표현할 줄 알게 되었고, 감정과 무관한 메시지도 전달할 줄 알게 되었다. 메시지와 현실을 분리하는 궁극의 기술도 진화시켰다.
행동 - 인간의 최선의 행동과 최악의 행동에 관한 모든 것 15장, 로버트 M. 새폴스키 지음, 김명남 옮김
그런 능력은 아주 최근에야 진화했기 때문에, 우리 뇌는 메타포를 다룰 때 그때그때 임시방편으로 대처하는 법밖에 모른다. 그래서 우리는 메타포적인 뜻과 문자 그대로의 뜻을 구별하는 데에, ‘이건 수사법일 뿐이야’를 기억하는 데에 아주 서투르다. 그리고 이 사실은 우리 최선의 행동과 최악의 행동에 어마어마한 영향을 미친다.
행동 - 인간의 최선의 행동과 최악의 행동에 관한 모든 것 15장, 로버트 M. 새폴스키 지음, 김명남 옮김
당신이 어떤 사람의 정치관을 진심으로 이해하고 싶다면, 그가 인지 부담을 얼마나 받고 있는가, 즉각적 판단을 내리는 경향성이 얼마나 되는가, 재평가와 인지 부조화 해소에 대한 태도가 어떤가를 알아야 한다.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가 새로움, 애매함, 감정이입, 위생, 질병과 불편을 어떻게 느끼는지, 옛날이 더 좋았고 미래는 무섭다고 여기는지 그 반대인지를 아는 것이다.
행동 - 인간의 최선의 행동과 최악의 행동에 관한 모든 것 12장, 로버트 M. 새폴스키 지음, 김명남 옮김
이 대목을 보면 보수 입장에선 우리가 생각을 하는 걸 싫어하고 지적이지 않고 개방성이 부족해서 보수라는 거야 하고 기분 나쁠 수 있을 것 같은데, 어느 정도는 공감이 됩니다. 클린턴과 밥 돌 후보가 미 대선에서 붙었을 때(정말 옛날 얘기네요), 기자가 양쪽에 똑같이 중동의 테러리즘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냐고 질문을 했는데, 공화당 밥 돌 후보의 답변은 서너줄이었어요. 강력하게 테러에 응징하겠다는 거였죠. 그런데 클린턴의 답변은 중동 정세가 어떻구 테러리즘이 힘을 얻는 이유가 무엇이구 하면서 상당히 긴 분량이었습니다. 이걸 보고, 보수는 뭔가 간결하고 이해하기 쉬운 단도직입적인 논리를 선호하고 진보는 폭넓게 직접적인 원인과 몇 단계를 거쳐야 하는 간접적인 원인들까지 두루 살피려는 차이가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신자유주의 논리도 핵심은 매우 간결한 것 같거든요. 자유롭게 시장 원리에 맡겨 두고 간섭은 최소화하라는 것이고, 그에 반대하는 진보 진영에서는 시장원리를 인정하면서도 그대로 두어서는 안되야 하는 열두가지 이유를 논하죠. 항상 그렇다고 볼 수는 없지만 보수는 간결한 논리를, 진보는 폭넓은 맥락을 중시한다는 아주 일반적인 차원의 경향은 있다고 생각이 됩니다.
피 묻은 손을 씻어서 제 죄를 씻으려고 시도했던 사람이 맥베스 부인과 본디오 빌라도만은 아니었으니, 인지가 육체적으로 구현된 이 현상을 연구자들은 ‘맥베스 효과’라고 부른다. 이 효과는 놀랍도록 강고하다.
행동 - 인간의 최선의 행동과 최악의 행동에 관한 모든 것 15장, 로버트 M. 새폴스키 지음, 김명남 옮김
비인간화, 유사 종분화. 그것은 증오의 선동가들의 도구다. 그들을 역겨운 것으로 묘사하는 것. 그들을 쥐로, 암세포로, 다른 종이 되어가는 존재로 묘사하는 것. 그들을 악취 풍기는 존재로, 정상적인 인간은 아무도 견딜 수 없는 무질서 속에서 살아가는 존재로 묘사하는 것. 그들을 똥으로 묘사하는 것.
행동 - 인간의 최선의 행동과 최악의 행동에 관한 모든 것 15장, 로버트 M. 새폴스키 지음, 김명남 옮김
요컨대 우리가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았을 때는, 그것이 타인의 문제에 공명하느라 생긴 스트레스든 자기 문제로 인한 스트레스든 자신을 먼저 챙기는 것이 최우선 순위가 되기 쉽다. 달리 말해, 우리가 어느 정도 초연한 거리를 유지할 때 감정이입적 상태가 동정적 행동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행동 - 인간의 최선의 행동과 최악의 행동에 관한 모든 것 <14장. 타인의 고통을 느끼기, 이해하기, 덜어주기>, 로버트 M. 새폴스키 지음, 김명남 옮김
지나친 감정이입은 우리의 시야를 좁혀, 엉뚱한 곳에 동정을 쏟게 만든다. 철학자 제시 프린츠가 지적했듯이, 핵심은 누구의 고통이 우리를 가장 고통스럽게 만드느냐가 아니라 누구에게 우리의 도움이 가장 필요하느냐다.
행동 - 인간의 최선의 행동과 최악의 행동에 관한 모든 것 <14장. 타인의 고통을 느끼기, 이해하기, 덜어주기>, 로버트 M. 새폴스키 지음, 김명남 옮김
그 사건에서 미국심리학회가 의견서를 내어, 청소년은 너무 미성숙하기 때문에 성인 기준의 선고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미국심리학회는 몇 년 전 다른 사건에 냈던 의견서에서 청소년은 충분히 성숙하기 때문에 부모의 동의 없이도 임신중지를 선택할 수 있다고 주장했었다.
행동 - 인간의 최선의 행동과 최악의 행동에 관한 모든 것 16장, 로버트 M. 새폴스키 지음, 김명남 옮김
비인간의 동조 행위 중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사례는 어느 고등학교의 장면이라고 해도 믿을 것 같다. 들꿩 수컷 하나가 어느 암컷에게 구애하는데, 암컷은 설레지 않는지 퇴짜를 놓는다. 이때 연구자들이 그 수컷을 초원 제일의 인기남인 양 만들어준다. 수컷 주변에 그에게 홀딱 반한 듯한 들꿩 암컷 봉제인형들을 세워두는 것이다. 그를 탐탁지 않아 했던 암컷은 곧 그에게 반하고, 조각상처럼 선 경쟁자들을 밀어낸다.53 -알라딘 eBook <행동> (로버트 M. 새폴스키 지음, 김명남 옮김) 중에서
행동 - 인간의 최선의 행동과 최악의 행동에 관한 모든 것 로버트 M. 새폴스키 지음, 김명남 옮김
이거 너무 클리셰인데요? ㅎㅎ 드라마에서도 나를 짝사랑하는 관심없던 상대에게 나보다 괜찮은놈이 관심 가지면 어? 쟤가 저렇게 귀여웠었나? 하고 다시보면서 막 잘보이려고 하잖아요. 세상의 이치란 .. 어쩔땐 참 거기서 거기라는 생각이 들어요
“어떤 인간이 행한 어떤 행동이든, 선행이든 악행이든, 당신과 나도 행할 수 있다. 똑같은 상황의 힘이 작용한다면.” 누구에게나 밀그램의 가학적 선생, 짐바르도의 교도관, 행진하는 나치가 될 잠재성이 있다는 말이다. 비슷한 맥락에서, 밀그램도 말했다. “만약 나치 독일의 절멸수용소 체계 같은 것이 미국에 설치된다면, 미국의 중간 규모 도시 어디에서든 그곳에서 일할 직원들을 충분히 구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분야의 문헌에서 줄곧 인용되는 알렉산드르 솔제니친의 『수용소군도』 중 한 문장이 있다. “선악을 나누는 선은 모든 인간의 심장을 가르고 지나간다. 제 심장의 한 조각을 깨부수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68 -알라딘 eBook <행동> (로버트 M. 새폴스키 지음, 김명남 옮김) 중에서
행동 - 인간의 최선의 행동과 최악의 행동에 관한 모든 것 로버트 M. 새폴스키 지음, 김명남 옮김
물리적인 깨끗함과 단정함이 우리에게서 추상적인 인지적ㆍ정서적 스트레스를 씻어 주기도 한다. 삶이 통제 불능으로 치닫는 듯한 순간에 옷을 개고, 거실을 치우고, 세차를 하는 게 얼마나 마음을 달래주는 일인지 다들 알지 않는가. 청결과 질서를 부과하려는 욕구가 엉뚱하게 발휘된 사람들이 강박반응성장애라는 전형적인 불안장애를 겪는 것을 봐도 알 수 있다.
행동 - 인간의 최선의 행동과 최악의 행동에 관한 모든 것 15장. 살인을 부르는 메타포, 로버트 M. 새폴스키 지음, 김명남 옮김
저에게 좀 필요한 능력?이에요. 어질러져 있어도 아무 생각이 안 들어요. 전 곰팡이나 찌든 때만 아니면 다 괜찮은 거 같아요.
아, 수지님... 또 이렇게 웃음을 주시다니요(하하하). 저는 이것도 성향 때문인 것 같아요. 이 문장에서도 '강박반응성장애라는 전형적인 불안장애'라고 나오는 것처럼요. 저는 사실 어릴 때, 결벽증이 과할 정도로 심했던 시기가 있었는데요. 학창시절에 환경적으로... 불안이 결벽증으로 튀어나오는 것 같았어요(변화에 적응하지 못했거든요). 너무너무 불안해서 계속 씻고 또 씻고. 살에 피가 오를 정도로요. 청결과 질서도 과하면 독이 된다는 걸 온몸으로 체감하지 않았나...(어질어질) 그래도 지금은 많이 나아졌습니다. 그래서 곰팡이나 찌든 때만 아니면 다 괜찮다는 말씀에도 끄덕끄덕했습니다. 그럼요. 그럼요. 청결에 대한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다고 생각합니다요(@siouxsie 님의 새하얀 옷도 얼마나 예뻤는데요). 참고로 저희 아빠는 어릴 때, 제 방에 들어오시면 저랑 대화하시면서도 바닥에 떨어진 머리카락을 한올 한올 계속 주우신다는ㅋㅋㅋ (아빠 왜구래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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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그믐달 찾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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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믐클래식 2025] 한해 동안 12권 고전 읽기에 도전해요! [그믐클래식 2025] 1월, 일리아스 [그믐클래식 2025] 2월, 소크라테스의 변명·크리톤·파이돈·향연[그믐클래식 2025] 3월, 군주론 [그믐클래식 2025] 4월, 프랑켄슈타인 [그믐클래식 2025] 5월, 월든[그믐클래식 2025] 6월, 마담 보바리 [그믐클래식 2025] 7월,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
8월에도 셰익스피어의 작품 이어 낭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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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증정] 응원이 필요한 분들 모이세요. <어떤, 응원> 함께 읽어요.[꿈꾸는 책들의 특급변소] 차무진 작가와 <어떤, 클래식>을 읽어 보아요.
🎁 여러분의 활발한 독서 생활을 응원하며 그믐이 선물을 드려요.
[인생책 5문 5답] , [싱글 챌린지] 완수자에게 선물을 드립니다
이렇게 더워도 되는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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