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맥주 저는 슬쩍 던진 질문이었는데, 너무 정성스럽게 답해주셔서 민망합니다.
핑커, 하이트, 새폴스키 모두 훌륭한 지식인-과학자들이죠. 셋 다 사석에서 만나면 즐겁게 "하하하" 하면서 유쾌하게 교류할 것이라고 생각해요. 또 하이트는 이 책의 추천사를 쓰기도 했고! 핑커도 이 정도면 충분히 유쾌한 비판이라고 생각할 듯해요. (핑커는 실제로 만나서 인터뷰를 해봤는데, 책보다 훨씬 매력적이었어요!)
자유 의지와 관련해서 계속해서 걸리는 부분은 16장 말미에 저자도 던지는 회의입니다. 그렇다면, 왜 똑같은 유전자를 가지고 비슷한 환경에서 양육되고 비슷한 또래 집단에 노출된 A와 B도 전혀 다른 선택을 해서 달라지느냐? 저자는 기본적으로 우리에게 '충분한 정보가 없기 때문에' 그 선택이 마치 자유 의지처럼 보인다는 입장을 보인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는 이 대목에서 너무 과하다는 생각을 해봤어요. (사실, 여러 과학자-철학자가 궁리하고 있을 테니, 분명히 비슷한 주장과 또 반론이 있었을 텐데요.) 예를 들어, 우리가 불가피하게 사회적 동물이라는 게 사실이라면 내가 10대나 20대의 특정 시점에 어떤 공간에서 어떤 사람과 상호 작용할지는 내가 선택하는 게 아니라 말 그대로 우연의 결과겠죠. 그리고 형사 사법 체계에서 대체로 문제가 되는 일은 그런 우연이 개인의 삶에 어떻게 자리 잡는지에 따라서 좌지우지되는 경우가 많고요.
그 우연이 특정인의 삶에 자리 잡는 과정에서 했던 개인의 선택에 자유 의지가 아예 없다고 말하는 건, 제가 보기엔 저자의 논지를 수용한다고 하더라도 너무 많은 공백을 건너뛰는 게 아닌가, 이런 생각을 해봤답니다. 저도 계속해서 들여다보는 주제이니 나중에 정말 다른 책 읽으면서 한번 공부해보고 싶기도 합니다.
제가 다른 모임에서 잠시 언급했던 연말에 나온 다음 책도 그런 주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어떤 일은 그냥 벌어진다 - 이 세계를 움직이는 힘UCL 국제정치학과 교수이자 주목받는 사회과학자인 브라이언 클라스는 오늘날 우리를 지배하는 근본적인 가정에 도전하고, 세상을 이해하는 전혀 새로운 시각을 제공한다. 이 책은 역사와 현실 세계를 종횡하며 무작위적 우연 현상과 그것이 가져오는 거대한 변화에 대해 깊이 파고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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