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18. <행동>

D-29
5장까지 읽었어요. 5장에서는 제가 막연히 알고 있던 학습이 일어나는 매커니즘을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어서 이 내용을 아들내미에게 알려줘야겠다! 라는 무의미한 결심을 하게 하고, 나아가 성인의 뇌에서도 새 뉴런이 생겨난다고 해서 잠시 희망을 주셨습니다. 그러나 역시 그것이 그렇게 설레발 칠 수준은 아니라고 경계하게 하시네요. 소소하게 유머를 버무리시는 것부터 학계에서 어떠한 발견이 정설이 되기까지 종종 일어나는 학문적 세력 다툼(? 이라고 해도 되려나요?)을 지적하고('전문가들이 뭔가가 결코 그럴리 없다고 단언할 때는 결국 그렇게 되기 마련'이라고 콕 집어 주시더라고요), 독자들이 오인할 내용을 미리 예측하고 적절히 짚어주시는 등... 정말 너무 뛰어난 저자가 아닌가 싶습니다. 제가 평소 학계와는 거리가 먼 사람이라서 너무 호들갑이죠...?
다른 장들에서도 누누이 만났던 주의사항을 떠올려보자. 뇌가 경험에 반응하여 변화하는 능력이란 가치중립적 현상이다. 시각이나 청각이 소실된 사람들에게서 축삭이 재지도화하는 것은 훌륭하고, 흥분되고, 감동적인 일이다. 내가 런던에서 택시를 몰면 해마가 커진다는 것은 멋진 일이다. 오케스트라의 트라이앵글 연주자가 청각 겉질이 더 커지고 전문화한다는 것도 멋진 일이다. 하지만 그 반대 방향도 있다. 트라우마가 편도체를 확장시키고 해마를 위축시켜서 외상후스트레스장애를 앓는 사람을 괴롭힌다는 것은 어떤가. 손재주를 담당하는 운동 겉질 부위가 확장되는 현상이 신경외과 의사에게 나타난다면 좋은 일이겠지만, 금고털이에게 나타난다면 사회에 그다지 이롭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행동 - 인간의 최선의 행동과 최악의 행동에 관한 모든 것 5장, 로버트 M. 새폴스키 지음, 김명남 옮김
신경가소성의 범위가 유한하다는 것은 더없이 분명한 사실이다. 그렇지 않다면, 심각한 뇌 손상과 절단된 척수도 가만 놓아두면 결국 아물지 않겠는가. 게다가 신경가소성은 일상적 수준이라는 한계 내에서 벌어진다. 작가 맬컴 글래드웰은 다양한 기술을 지닌 사람들이 연습에 얼마나 많은 시간을 쏟았는지 조사해보았는데, 그 결과 1만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었다. 설령 그렇더라도, 역은 성립하지 않는다. 누구든지 1만 시간을 연습한다고 해서 신경가소성 덕분에 요요마 같은 첼리스트나 르브론 제임스 같은 농구선수가 될 수는 없다는 뜻이다.
행동 - 인간의 최선의 행동과 최악의 행동에 관한 모든 것 5장, 로버트 M. 새폴스키 지음, 김명남 옮김
아뇨.. 호들갑은요.. 저도 작은아들내미나 나이만 많고 아직 덜 자란 큰아들내미(초성으론 ㅅㅂㄴ)..그리고 제 자신에게도 적용할 부분이 많아서 참 재미있어요. 하지만 물론 성급한 결론은 금물이라고 지적하는 부분이나 니가 생각하는 것만큼 단순명쾌한 게 아니라고 주의해주는 점도 좋아요. 결국 세상살이도 우리 머릿속도 복잡하게 얽혀있어서 쉽게 단정할 수 없는 거겠죠?
걸린 돈이 많아서 피험자들이 더 많이 동기 부여될 때, 옥시토신은 선제적으로 상대를 배신할 확률을 더 높였다. 요컨대 옥시토신은 나와 같은 사람들(가령 같은 팀 동료들)에 대해서는 친사회성을 높이지만 위협으로 느껴지는 타자들에 대해서는 자발적으로 고약하게 굴도록 만든다.
행동 - 인간의 최선의 행동과 최악의 행동에 관한 모든 것 4장, 로버트 M. 새폴스키 지음, 김명남 옮김
우리의 감정과 몸의 자동적(즉 자율적) 기능은 어떻게 상호작용할까? 언뜻 뻔해 보인다. 사자가 나를 쫓으면 나는 겁을 느끼고, 그러면 내 심장이 빨리 뛴다. 그런데 제임스와 랑게는 거꾸로라고 제안했다. 내가 잠재의식적으로 사자를 알아차리고, 그래서 심장이 빨라진다. 그다음에야 내 의식적 뇌가 이 내수용 정보를 받아들여, '와, 내 심장이 질주하는 걸 보니 나는 무서운가봐' 하고 결론짓는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우리는 몸이 주는 신호에 기초하여 자신이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를 결정한다는 것이다.
행동 - 인간의 최선의 행동과 최악의 행동에 관한 모든 것 3장 몇 초에서 몇 분 전, 로버트 M. 새폴스키 지음, 김명남 옮김
저는 손이 차가워지고 얼굴에 열이 오르고 심장이 뛰는 게 느껴지면 '내가 긴장(흥분)했구나' 깨닫는데 얼마전에 회사 동료가 약간 화나는 주제로 얘기를 하다가 손이 차가워지고 열이 오른다기에 흥분했나 보다 했더니 흥분하면 손이 차가워지고 열이 오르냐고 되물어서 놀랐던 기억이 있어요. 이런 식으로 내수용 정보를 의식적으로 깨닫는 게 드문 일인가요? 저는 종종 느끼거든요. 혹은 그 친구는 그동안 긴장할 일이 그토록 없었던 걸까요...
@dobedo 아니요. 내수용 정보(흔히 '정동'이라고도 부르는)를 인식하는 건 개인차가 있는 것 같아요. 저도 내 몸의 상태를 남보다 좀 더 민감하게 포착하는 편이랍니다. 그런데, 엄밀하게 따져보면, 나의 정동(내수용 정보)의 의미를 '긴장했다' '흥분했다' '화났다'고 해석하는 것도 결국은 내가 처한 상황을 최종적으로 판단해서 맥락에 맞게 해석하는 것이라고도 생각해 볼 수도 있겠습니다.
@YG 개인차가 확실히 있긴 하겠지만 신체 말단에서 피가 싹 빠져나가는 강렬한 느낌을 어찌 모를 수 있나 생각했던 거 같습니다. 게다가 제게는 그런 일이 꽤 자주 있어서요. 물건 주문했는데 잘못 배송왔을 때 컴플레인 통화하려고 전화 거는 순간 같은 사소한 경우에도 손발이 차가워지곤 하거든요.(쿠크다스 멘탈이여...) 이럴 때마다 사람 참 다르다 느끼네요. 말씀하신 대로 그때그때 조금씩 다르긴 한데 공통점은 결국 스트레스-긴장 상황이구나 싶어서 저도 그리 해석했었네요.
엇, 저도 민감한 편이라, 몸의 작은 변화나 신호에도 기민하게 반응하는 것 같아요. 근데 위에서 @YG 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저의 감정 상태에 꼬리표를 붙이는 건 결국 또 제 해석인 거라서. 그 꼬리표 때문에 더 긴장하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나 지금 떨고 있나?' '떨고 있...나?' '아, 아? 떨고 있네.' '떨려, 떨려. 어떡해!' (대충 이런 식입니다) 이러면서 심장이 빨리 뛰거나(제 귀에 들릴 것 같아요) 손발이 차가워지거나 얼굴에 열이 오르거나, 가끔은 머리에 피가 쏠리는 듯한? 입이 얼얼하기도 한 느낌. 근데 그 대화(사건)가 끝나고 나면 몸이 서서히 식거나, 다시 안정을 찾아가는 게 느껴지기도 해요. 알다가도 모를 몸. 특히 밀폐된 공간의 경우, 제가 그걸 인식했을 때(애초에 밀폐된 공간이었음에도 제가 인식을 하느냐, 하지 않느냐에 따라 공포감의 차이가 있더라고요)는 숨이 잘 쉬어지지 않아서 갑자기 뛰쳐나가고 싶기도 한데요. 그게 지하철일 때도 있었습니다(키가 작아서 사람들에게 파묻혀 있을 경우...). 쓰고 나니 겁이 너무 많네요, 저. 허허허. 감기약 먹고 나른하게 몸이 둔해졌는데, 이 편이 조금 더 편안한 것 같다는 우스갯소리를 혼자 하고 있습니다.
@연해 저는 제가 스트레스 받는다는 사실에 스트레스를 받는 편이라 그런 내수용 감각을 애써 무시하려고 했는데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시간이 지나고 나서는) 결국 내가 스트레스를 받았구나 뒤늦게 인정하게 되더라고요. 요즘은 그래서 그런 감각을 흘려버리지 않고 바로 상황점검을 하고 해결방법을 모색합니다. 물론 어떤 일은 기다리는 것만으로도 해결되기도 하고요. 요즘은 복용하고 있는 약 때문에 심장이 뛰고 얼굴에 열이 오르기도 하는데 약 때문이라는 걸 알아서 그냥 시간이 지나고 괜찮아지기를 기다리죠. 가끔 독감 같은 거 걸려서 호되게 앓을 때면 죄책감 없이 한껏 게으르게 쉴 수 있어서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보통 하루이틀 이불 싸매고 끙끙 앓으면 자리를 털고 일어나는데 그러면 어쩐지 개운하더라고요.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사실에 스트레스를 받는 편이라'는 말씀에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저도 그래요(하하하). 그걸 인식하는 순간, 더 강화되더라고요. 이 책에서도 이와 비슷한 문장이 있었는데, '어떤 유형의 사람들은 통제된 상황 안에서 스트레스를 덜 받고 안정감을 얻지만, 통제된 상황을 만드는 걸 통제할 수 없음에 다시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아이러니. 말장난 같지만 정확한 문장이 기억나지 않아 아쉽습니다(대충 이런 맥락이었어요). 그리고 몸이 아프면 죄책감 없이 한껏 게으르게 쉴 수 있어 나쁘지 않다는 말씀에도 (매우) 공감합니다. 저는 괴상한 자기검열이 있어, 나태해지는 제 스스로를 견디지 못하고, 마구 괴롭히는 편인데요. 아프면 그 핑계로 제 몸에게 쉼을 허락할 수 있어 마음은 좀 편안하더라고요. 그렇게 푹 쉬고 나면 몸이 가뿐해지고요.
실제로 저희 아들도 예전에 감정조절을 훈련받을 때 그런 방식으로 자신의 심장박동, 호흡, 얼굴의 체온, 땀 등 여러가지 신체적 신호의 힌트를 이용해서 자신이 흥분한 것을 깨닫게 하고 그런 흥분 상태에서 취할 조치를 바로 취하도록 지도받았어요. 실은 이건 아들을 키우면서 저도 흥분한 아이에 의해 반응해서 저도 흥분하지 않도록 제 자신도 제 자신의 감정 상태를 알아차리도록 지속적으로 훈련했는데요. 이게 나중에 직장에서도 갑작스러운 비상사태에 (예: 메르스, 코로나, 간질발작 환자 등) 대처할 때 다른 사람들보다 더 빨리 진정하고 냉정하게 사태 파악하고 정리하는 데 도움이 되더라구요.
@borumis 아 고양이에게 집에서 피하주사를 놓던 때가 생각나네요. 병원에서 잘만 맞던 주사를 제가 놓으려고 하면 몸부림쳐서 힘들었거든요. 보호자가 긴장하면 반려동물도 긴장한다고 해서 애써 아무것도 아냐 괜찮아 주문을 외우면서 해보니 신기하게도 쉽게 되더라고요.
행동의 획일성과 보편성에 집착하는 행동주의와 달리, 동물행동학자들은 행동의 다양성을 사랑했다. 모든 종들이 저마다 독특한 요구에 대응하여 독특한 행동을 진화시킨다고 주장했고, 동물의 행동을 이해하려면 그 자연 서식지에서 그들을 열린 마음으로 관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우리에 가둔 쥐의 사회적 행동을 연구하는 것은 욕조에 가둔 돌고래의 수영 행동을 연구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라는 게 동물행동학의 격언이다.
행동 - 인간의 최선의 행동과 최악의 행동에 관한 모든 것 3장, 로버트 M. 새폴스키 지음, 김명남 옮김
이 부분에서 이메일로 첨부한 사진이 왜 원숭이와 함께한 사진인지 이해했어요. 본인이 동물행동학자인 것에 대한 자긍심이 숨겨지지 않아요. 흣
이마엽 겉질이 열심히 인지 작업을 하고 난 직후에는 피험자들이 감정이입을 덜 보였고, 덜 관대해졌고, 덜 정직해졌다. 은유적으로 말하자면, 이마엽 겉질이 이렇게 말하는 셈이다. "아, 몰라. 나 피곤해. 다른 인간들에 대해서 생각하고 싶은 기분이 아냐."
행동 - 인간의 최선의 행동과 최악의 행동에 관한 모든 것 3장, 로버트 M. 새폴스키 지음, 김명남 옮김
꽤 오랜만에 다시 야근을 하게 되면서 내가 이렇게 불친절하고, 까칠하고, 못된 사람이었나 하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됐는데요, 책상 서랍에 초콜릿을 쟁여 놓는 거 말고는 뭐 달리 할 수 있는 게 없더라고요.
사람들은 도덕적 위반 행위에 대해 '나쁜'이나 '부적절한'(대조군에서는 '금지된' 혹은 '비난받을 만한')이라는 표현을 들었을 때 더 가혹한 판결을 한다.
행동 - 인간의 최선의 행동과 최악의 행동에 관한 모든 것 3장, 로버트 M. 새폴스키 지음, 김명남 옮김
이 부분이 잘 이해되지 않네요. 전 금지된이나 비난받을 만한이 더 무거운 행위로 느껴지는데, 저만 그런 걸까요? 원문이 궁금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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