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bedo 아니요. 내수용 정보(흔히 '정동'이라고도 부르는)를 인식하는 건 개인차가 있는 것 같아요. 저도 내 몸의 상태를 남보다 좀 더 민감하게 포착하는 편이랍니다. 그런데, 엄밀하게 따져보면, 나의 정동(내수용 정보)의 의미를 '긴장했다' '흥분했다' '화났다'고 해석하는 것도 결국은 내가 처한 상황을 최종적으로 판단해서 맥락에 맞게 해석하는 것이라고도 생각해 볼 수도 있겠습니다.
[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18. <행동>
D-29

YG

dobedo
@YG 개인차가 확실히 있긴 하겠지만 신체 말단에서 피가 싹 빠져나가는 강렬한 느낌을 어찌 모를 수 있나 생각했던 거 같습니다. 게다가 제게는 그런 일이 꽤 자주 있어서요. 물건 주문했는데 잘못 배송왔을 때 컴플레인 통화하려고 전화 거는 순간 같은 사소한 경우에도 손발이 차가워지곤 하거든요.(쿠크다스 멘탈이여...) 이럴 때마다 사람 참 다르다 느끼네요. 말씀하신 대로 그때그때 조금씩 다르긴 한데 공통점은 결국 스트레스-긴장 상황이구나 싶어서 저도 그리 해석했었네요.

연해
엇, 저도 민감한 편이라, 몸의 작은 변화나 신호에도 기민하게 반응하는 것 같아요. 근데 위에서 @YG 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저의 감정 상태에 꼬리표를 붙이는 건 결국 또 제 해석인 거라서. 그 꼬리표 때문에 더 긴장하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나 지금 떨고 있나?'
'떨고 있...나?'
'아, 아? 떨고 있네.'
'떨려, 떨려. 어떡해!'
(대충 이런 식입니다)
이러면서 심장이 빨리 뛰거나(제 귀에 들릴 것 같아요) 손발이 차가워지거나 얼굴에 열이 오르거나, 가끔은 머리에 피가 쏠리는 듯한? 입이 얼얼하기도 한 느낌. 근데 그 대화(사건)가 끝나고 나면 몸이 서서히 식거나, 다시 안정을 찾아가는 게 느껴지기도 해요. 알다가도 모를 몸.
특히 밀폐된 공간의 경우, 제가 그걸 인식했을 때(애초에 밀폐된 공간이었음에도 제가 인식을 하느냐, 하지 않느냐에 따라 공포감의 차이가 있더라고요)는 숨이 잘 쉬어지지 않아서 갑자기 뛰쳐나가고 싶기도 한데요. 그게 지하철일 때도 있었습니다(키가 작아서 사람들에게 파묻혀 있을 경우...).
쓰고 나니 겁이 너무 많네요, 저. 허허허.
감기약 먹고 나른하게 몸이 둔해졌는데, 이 편이 조금 더 편안한 것 같다는 우스갯소리를 혼자 하고 있습니다.

dobedo
@연해 저는 제가 스트레스 받는다는 사실에 스트레스를 받는 편이라 그런 내수용 감각을 애써 무시하려고 했는데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시간이 지나고 나서는) 결국 내가 스트레스를 받았구나 뒤늦게 인정하게 되더라고요. 요즘은 그래서 그런 감각을 흘려버리지 않고 바로 상황점검을 하고 해결방법을 모색합니다. 물론 어떤 일은 기다리는 것만으로도 해결되기도 하고요. 요즘은 복용하고 있는 약 때문에 심장이 뛰고 얼굴에 열이 오르기도 하는데 약 때문이라는 걸 알아서 그냥 시간이 지나고 괜찮아지기를 기다리죠.
가끔 독감 같은 거 걸려서 호되게 앓을 때면 죄책감 없이 한껏 게으르게 쉴 수 있어서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보통 하루이틀 이불 싸매고 끙끙 앓으면 자리를 털고 일어나는데 그러면 어쩐지 개운하더라고요.

연해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사실에 스트레스를 받는 편이라'는 말씀에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저도 그래요(하하하). 그걸 인식하는 순간, 더 강화되더라고요. 이 책에서도 이와 비슷한 문장이 있었는데, '어떤 유형의 사람들은 통제된 상황 안에서 스트레스를 덜 받고 안정감을 얻지만, 통제된 상황을 만드는 걸 통제할 수 없음에 다시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아이러니. 말장난 같지만 정확한 문장이 기억나지 않아 아쉽습니다(대충 이런 맥락이었어요).
그리고 몸이 아프면 죄책감 없이 한껏 게으르게 쉴 수 있어 나쁘지 않다는 말씀에도 (매우) 공감합니다. 저는 괴상한 자기검열이 있어, 나태해지는 제 스스로를 견디지 못하고, 마구 괴롭히는 편인데요. 아프면 그 핑계로 제 몸에게 쉼을 허락할 수 있어 마음은 좀 편안하더라고요. 그렇게 푹 쉬고 나면 몸이 가뿐해지고요.

borumis
실제로 저희 아들도 예전에 감정조절을 훈련받을 때 그런 방식으로 자신의 심장박동, 호흡, 얼굴의 체온, 땀 등 여러가지 신체적 신호의 힌트를 이용해서 자신이 흥분한 것을 깨닫게 하고 그런 흥분 상태에서 취할 조치를 바로 취하도록 지도받았어요. 실은 이건 아들을 키우면서 저도 흥분한 아이에 의해 반응해서 저도 흥분하지 않도록 제 자신도 제 자신의 감정 상태를 알아차리도록 지속적으로 훈련했는데요. 이게 나중에 직장에서도 갑작스러운 비상사태에 (예: 메르스, 코로나, 간질발작 환자 등) 대처할 때 다른 사람들보다 더 빨리 진정하고 냉정하게 사태 파악하고 정리하는 데 도움이 되더라구요.

dobedo
@borumis 아 고양이에게 집에서 피하주사를 놓던 때가 생각나네요. 병원에서 잘만 맞던 주사를 제가 놓으려고 하면 몸부림쳐서 힘들었거든요. 보호자가 긴장하면 반려동물도 긴장한다고 해서 애써 아무것도 아냐 괜찮아 주문을 외우면서 해보니 신기하게도 쉽게 되더라고요.

dobedo
“ 행동의 획일성과 보편성에 집착하는 행동주의와 달리, 동물행동학자들은 행동의 다양성을 사랑했다. 모든 종들이 저마다 독특한 요구에 대응하여 독특한 행동을 진화시킨다고 주장했고, 동물의 행동을 이해하려면 그 자연 서식지에서 그들을 열린 마음으로 관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우리에 가둔 쥐의 사회적 행동을 연구하는 것은 욕조에 가둔 돌고래의 수영 행동을 연구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라는 게 동물행동학의 격언이다. ”
『행동 - 인간의 최선의 행동과 최악의 행동에 관한 모든 것』 3장, 로버트 M. 새폴스키 지음, 김명남 옮김
문장모음 보기

dobedo
이 부분에서 이메일로 첨부한 사진이 왜 원숭이와 함께한 사진인지 이해했어요. 본인이 동물행동학자인 것에 대한 자긍심이 숨겨지지 않아요. 흣

dobedo
“ 이마엽 겉질이 열심히 인지 작업을 하고 난 직후에는 피험자들이 감정이입을 덜 보였고, 덜 관대해졌고, 덜 정직해졌다. 은유적으로 말하자면, 이마엽 겉질이 이렇게 말하는 셈이다. "아, 몰라. 나 피곤해. 다른 인간들에 대해서 생각하고 싶은 기분이 아냐." ”
『행동 - 인간의 최선의 행동과 최악의 행동에 관한 모든 것』 3장, 로버트 M. 새폴스키 지음, 김명남 옮김
문장모음 보기

dobedo
꽤 오랜만에 다시 야근을 하게 되면서 내가 이렇게 불친절하고, 까칠하고, 못된 사람이었나 하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됐는데요, 책상 서랍에 초콜릿을 쟁여 놓는 거 말고는 뭐 달리 할 수 있는 게 없더라고요.

dobedo
사람들은 도덕적 위반 행위에 대해 '나쁜'이나 '부적절한'(대조군에서는 '금지된' 혹은 '비난받을 만한')이라는 표현을 들었을 때 더 가혹한 판결을 한다.
『행동 - 인간의 최선의 행동과 최악의 행동에 관한 모든 것』 3장, 로버트 M. 새폴스키 지음, 김명남 옮김
문장모음 보기

dobedo
이 부분이 잘 이해되지 않네요. 전 금지된이나 비난받을 만한이 더 무거운 행위로 느껴지는데, 저만 그런 걸까요? 원문이 궁금해지네요.

YG
@dovedo 님, 원문은 아래와 같습니다.
Verbal primes also impact moral decision making. As every trial lawyer knows, juries decide differently depending on how colorfully you describe someone’s act. Neuroimaging studies show that more colorful wording engages the anterior cingulate more. Moreover, people judge moral transgressions more harshly when they are described as “wrong” or “inappropriate” (versus “forbidden” or “blameworthy”).

dobedo
@YG 앗 이렇게 금방. 고맙습니다. wrong과 forbidden은 여전히 잘 이해가 되지 않지만 inappropriate라고 하니 확 느낌이 오긴 하네요. 부적절이라고 하니 뭐 결혼식에 흰색옷 입고 가는 하객 같은 게 먼저 떠올라서...

borumis
앗 안 그래도 전 이걸 원서로 읽고 있어서 어떻게 번역했을지 궁금했어요. 제 생각에는 wrong과 inappropriate는 좀더 직접적으로 그 행위 자체가 '나쁘다'는 느낌이 강한데 비해 'forbidden'이나 'blameworthy'는 그 행위를 금지시키거나 비난하는 타자의 주관이 개입되는 간접적인 '나쁜' 행위여서 그런게 아닐까 싶었는데요. 제 해석이 맞는지는 모르겠네요. 우리 나라 말은 존댓말도 복잡하고 같은 말도 ㅓ 다르고 ㅏ다르다는 말이 있듯이 미묘한 뉘앙스에 의해 엄청 불쾌하게 느껴질 수 있고 불손해 보일 수도 있다는 것을 어릴 적 오랜 외국 생활 후 한국에 와서 한참 많이 부딪히며 느꼈고 지금도 아직 좀 어려운 부분이에요..;;;

dobedo
@borumis 모든 가치판단에는 주관이 개입할 수밖에 없고, 절대적으로 옳거나 그른 일이 있을 수는 없다(가치판단은 맥락에 의존한다)는 게 제 생각이어서 그런가 봅니다. 그래서 그냥 '나쁜(wrong)'이라고 하면 '깊이 생각해 보지도 않았고, 의심 한번 안 한 성급한 판단'일 거라는 (제 오랜 경험에 따른) '편견'이 끼어들어버려서 더 의심해 보고 싶어지네요. 이런 얘기를 하다 보니 스스로에게 '너 참 고집스럽구나' 하게 되게 되네요.

dobedo
어째서인지는 몰라도 우리는 '선택'과 '생명'을 동시에 선호할 수는 없다고 한다...는 문장도... 혹시 제가 읽지 못한 맥락이 있는 걸까요? 임신중절이 떠올라서일까요?

장맥주
맞게 해석하신 거 같습니다. 미국에서 낙태 찬반 양쪽이 각각 스스로를 Pro-Life, Pro-Choice로 네이밍한 것을 비꼬는 문장으로 읽었습니다. ^^

dobedo
@장맥주 그렇군요! 프로라이프 프로초이스라...
작성
게시판
글타래
화제 모음
지정된 화제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