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도 선생님의 상황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뭐라도 걸어야 쓸 수 있지 편하고 부족함이 없는 상황에선 글이 나올 수 없다고 봅니다. 발자크도 빚 갚겠다고 커피를 들이 마셔가면서 쓰지 않았습니까? 단순히 작가가 되고 싶다는 바람만 가지고는 진짜 작가가 될 수는 없는 것 같습니다.
단어수당 돈을 받았다는 말은 저도 들은 것 같습니다. 그런 시스템이었다면 저도 그랬을 것 같습니다. 길게 늘려 쓰기의 달인! 대신 독자는 읽느라 고생 깨나하거나 외면하거나 그랬겠죠? 당시엔 또 매체가 그리 발달되지 않았으니 용서가 되지만 지금은 좀...
아무튼 작가는 그냥 나오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작가를 두고 지필노동자니 문단 차력사라고 부르기도 하는가 본데 그게 더 맞는 것 같습니다. 인류의 발전은 고상하고 우아한 자세에서는 결코 이룰 수 없는 것 같습니다. ㅠ
[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18. <행동>
D-29

stella15

오구오구
영문 문장수집 너무 좋습니다. 중간중간 영문 문장으로 읽으면 더 좋겠다 하는 곳들이 많은데... 많이 문장 수집해주세요~ 감사합니다!

borumis
2장의 신경해부학적 이론의 홍수 끝에 마지막으로 덧붙인 3가지 경고 포인트 중 특히 2번째는 유전학과 진화론을 공부하면서도 항상 교수님들이 강조하시는 부분인데요.. 특히 제가 정신과 질환의 유전인자를 연구할 때 주의해야할 점이라고 생각하는 자연주의적인 오류에 빠지지 말아야 하는 점인데 아마 앞으로도 계속 나올 것 같은 예감이 드네요. (안그래도 작가의 다른 책인 Determined에서도 중요하게 다루지 않을까 싶습니다)

소피아
저는 과학책을 거의 읽지 않고 과학에 대해선 문외한에 가까운데, 리사 배럿의 <감정은 어떻게 만들어 지는가> 에서 나온 “우리 자신이 감정의 설계자”라는 주제도 그렇고, 지금 읽는 <행동>에서 이야기하는 “맥락 (context)”의 중요성도 그렇고, 모두 평소에 ‘당연하게 그럴 것이다’라고 생각했던 내용이라 소스라치게 놀라고 있는 중입니다. 그냥 ‘21세기 초반은 분야를 막론하고 이런 분위기인가 보다’라고 여기고 있습니다.
<행동>에서 언급된 연구 사례들은 다른 분야 책에서도 인용되었던 것들이 꽤 있는 것 같긴 합니다. 유튜브 찾아보니 새폴스키 교수님 십여년전 학부 강의가 올라와 있는데, 말로만 학생들을 웃기시는 스탠딩 코미디언 같은 분이시네요?
지나고 보니 <감정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정말 좋은 책이었다고 다시 느끼게 되고요, 그 책 읽을 때 @YG 님이 권해주신 데이빗 이글먼의 <우리는 각자의 세계가 된다>도 구매했습니다 (위에서 @오구오구 님이 언급하셨던 livewired).

우리는 각자의 세계가 된다 - 뇌과학과 신경과학이 밝혀낸 생후배선의 비밀세계적으로 촉망받는 젊은 뇌과학자이자 베스트셀러 작가 데이비드 이글먼의 신작. 원서 제목이자 책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 ‘LIVEWIRED’는 저자가 뇌 가소성Brain Plasticity이 가진 의미에 한계를 느끼고 새롭게 만든 용어다.
책장 바로가기

borumis
그쵸 배럿 책에서 본 내용이 많이 나오네요. 맥락의
중요성이 갈수록 대두되는 반면 언론과 정치 사상적으로 왜곡하는 사람들은 그런 맥락을 떠난 뒤틀린 분석을 많이 하는 게 큰 문제가 되는 것 같아요..
저도 유튜브 찾아보니 스탠포드 강의가 나오는데 이거 “행동”의 서문 내용과 흡사하네요! https://youtu.be/GRYcSuyLiJk?si=gijTWQCMk7odqcNO

꽃의요정
인간은 수컷 침팬지가 성적 경쟁자를 공격할 때 쓰는 근육과 같은 근육을, 상대를 이데올로기 때문에 해칠 때 쓴다.
『행동 - 인간의 최선의 행동과 최악의 행동에 관한 모든 것』 서문, 로버트 M. 새폴스키 지음, 김명남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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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rumis
3장은 내용도 그렇고 실제로 저번에 읽은 Kahnemann의 저서 “생각에 관한 생각“ 이나 ”넛지“ 등 행동경제학 심리학 책들에서도 겹쳐진 내용이 많이 나와서 쉽게 읽히죠. 그 책들처럼 결국 우리 인간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주체적이거나 이성적이지 않고 다양한 영향 아래 많은 것이 결정된다는 걸 보여주었네요.

흰벽
“ 뇌졸중과 같은 뇌 손상이 신경생성을 촉발할 수 있다는 사실은 엄청난 흥분을 불러왔다. 와, 뇌가 부상을 겪은 뒤에 스스로 치료할 수 있다니, 대단하지 않아? 하지만 처음부터 확실했던 점은 설령 보완적 신경생성이 일어난다고는 해도 그 양이 엄청나지는 않다는 것이다. 대개의 신경적 발작을 겪은 뒤에 신경계는 수선이 불가능할 정도로 엉망진창이 되곤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주제의 연구에서 이제 막 밝혀지기 시작한 사실로, 설상가상 가끔은 새로 생긴 뉴런들이 오히려 사태를 악화한다. 가지 말아야 할 곳으로 이동하고, 엉뚱한 회로에 통합되고, 그럼으로써 그 회로를 발작에 더 취약하게 만든다. 1장에서 말했던 개념을 끌어와서 비유하자면, 이런 뉴런들은 병적 이타성을 발휘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니 갓 만들어져서 앞뒤 분간도 못하는 뉴런들이 도와주겠다고 나설 때는 경계해야 한다. ”
『행동 - 인간의 최선의 행동과 최악의 행동에 관한 모든 것』 5장, 로버트 M. 새폴스키 지음, 김명남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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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벽
뉴런들의 병적 이타성이라니... ㅋㅋ 새폴스키 님의 유머는 정말 매력적입니다.

dobedo
@흰벽 오지랖이 넓어서 슬픈 뉴런…

borumis
ㅋㅋㅋㅋ 안 그래도 뉴런들이 흥분되면 막 소리지르고 다른 뇌 부위들과 수다떨고... 엄청 수다쟁이에 오지랖 넓고 목소리 크고 마당발(세포는 보통 작다고 생각하는데 뉴런은 엄청 넓은 범위를 커버하는 기~다란 발axon이..) 세포를 상상하게 되요.

borumis
개인적으로 이 작가의 가장 큰 매력은 뉴런들이나 실험실 쥐들이 어떻게 motivation을 느끼고 어떻게 공포를 느낄지 아주 그럴듯한 비유나 실제적 상황으로 실감나게 보여주니 더 와닿는 것 같아요. 우리가 실험실 쥐나 신경세포가 어떤 과정을 거쳐가는지 간접적으로 느껴볼 기회는 흔치 않으니..

꽃의요정
전 이 책에서 '거멀못'과 '병적 이타성'을 얻어 갑니다. 병적 이타성은 제가 최근에 가졌던 이상한 인간심리에 대한 명칭이라 더 인상 깊었어요.

흰벽
5장까지 읽었어요. 5장에서는 제가 막연히 알고 있던 학습이 일어나는 매커니즘을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어서 이 내용을 아들내미에게 알려줘야겠다! 라는 무의미한 결심을 하게 하고, 나아가 성인의 뇌에서도 새 뉴런이 생겨난다고 해서 잠시 희망을 주셨습니다. 그러나 역시 그것이 그렇게 설레발 칠 수준은 아니라고 경계하게 하시네요. 소소하게 유머를 버무리시는 것부터 학계에서 어떠한 발견이 정설이 되기까지 종종 일어나는 학문적 세력 다툼(? 이라고 해도 되려나요?)을 지적하고('전문가들이 뭔가가 결코 그럴리 없다고 단언할 때는 결국 그렇게 되기 마련'이라고 콕 집어 주시더라고요), 독자들이 오인할 내용을 미리 예측하고 적절히 짚어주시는 등... 정말 너무 뛰어난 저자가 아닌가 싶습니다. 제가 평소 학계와는 거리가 먼 사람이라서 너무 호들갑이죠...?

흰벽
“ 다른 장들에서도 누누이 만났던 주의사항을 떠올려보자. 뇌가 경험에 반응하여 변화하는 능력이란 가치중립적 현상이다. 시각이나 청각이 소실된 사람들에게서 축삭이 재지도화하는 것은 훌륭하고, 흥분되고, 감동적인 일이다. 내가 런던에서 택시를 몰면 해마가 커진다는 것은 멋진 일이다. 오케스트라의 트라이앵글 연주자가 청각 겉질이 더 커지고 전문화한다는 것도 멋진 일이다. 하지만 그 반대 방향도 있다. 트라우마가 편도체를 확장시키고 해마를 위축시켜서 외상후스트레스장애를 앓는 사람을 괴롭힌다는 것은 어떤가. 손재주를 담당하는 운동 겉질 부위가 확장되는 현상이 신경외과 의사에게 나타난다면 좋은 일이겠지만, 금고털이에게 나타난다면 사회에 그다지 이롭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
『행동 - 인간의 최선의 행동과 최악의 행동에 관한 모든 것』 5장, 로버트 M. 새폴스키 지음, 김명남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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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벽
“ 신경가소성의 범위가 유한하다는 것은 더없이 분명한 사실이다. 그렇지 않다면, 심각한 뇌 손상과 절단된 척수도 가만 놓아두면 결국 아물지 않겠는가. 게다가 신경가소성은 일상적 수준이라는 한계 내에서 벌어진다. 작가 맬컴 글래드웰은 다양한 기술을 지닌 사람들이 연습에 얼마나 많은 시간을 쏟았는지 조사해보았는데, 그 결과 1만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었다. 설령 그렇더라도, 역은 성립하지 않는다. 누구든지 1만 시간을 연습한다고 해서 신경가소성 덕분에 요요마 같은 첼리스트나 르브론 제임스 같은 농구선수가 될 수는 없다는 뜻이다. ”
『행동 - 인간의 최선의 행동과 최악의 행동에 관한 모든 것』 5장, 로버트 M. 새폴스키 지음, 김명남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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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rumis
아뇨.. 호들갑은요.. 저도 작은아들내미나 나이만 많고 아직 덜 자란 큰아들내미(초성으론 ㅅㅂㄴ)..그리고 제 자신에게도 적용할 부분이 많아서 참 재미있어요. 하지만 물론 성급한 결론은 금물이라고 지적하는 부분이나 니가 생각하는 것만큼 단순명쾌한 게 아니라고 주의해주는 점도 좋아요. 결국 세상살이도 우리 머릿속도 복잡하게 얽혀있어서 쉽게 단정할 수 없는 거겠죠?

장맥주
“ 걸린 돈이 많아서 피험자들이 더 많이 동기 부여될 때, 옥시토신은 선제적으로 상대를 배신할 확률을 더 높였다. 요컨대 옥시토신은 나와 같은 사람들(가령 같은 팀 동료들)에 대해서는 친사회성을 높이지만 위협으로 느껴지는 타자들에 대해서는 자발적으로 고약하게 굴도록 만든다. ”
『행동 - 인간의 최선의 행동과 최악의 행동에 관한 모든 것』 4장, 로버트 M. 새폴스키 지음, 김명남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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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bedo
“ 우리의 감정과 몸의 자동적(즉 자율적) 기능은 어떻게 상호작용할까? 언뜻 뻔해 보인다. 사자가 나를 쫓으면 나는 겁을 느끼고, 그러면 내 심장이 빨리 뛴다. 그런데 제임스와 랑게는 거꾸로라고 제안했다. 내가 잠재의식적으로 사자를 알아차리고, 그래서 심장이 빨라진다. 그다음에야 내 의식적 뇌가 이 내수용 정보를 받아들여, '와, 내 심장이 질주하는 걸 보니 나는 무서운가봐' 하고 결론짓는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우리는 몸이 주는 신호에 기초하여 자신이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를 결정한다는 것이다. ”
『행동 - 인간의 최선의 행동과 최악의 행동에 관한 모든 것』 3장 몇 초에서 몇 분 전, 로버트 M. 새폴스키 지음, 김명남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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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bedo
저는 손이 차가워지고 얼굴에 열이 오르고 심장이 뛰는 게 느껴지면 '내가 긴장(흥분)했구나' 깨닫는데 얼마전에 회사 동료가 약간 화나는 주제로 얘기를 하다가 손이 차가워지고 열이 오른다기에 흥분했나 보다 했더니 흥분하면 손이 차가워지고 열이 오르냐고 되물어서 놀랐던 기억이 있어요. 이런 식으로 내수용 정보를 의식적으로 깨닫는 게 드문 일인가요? 저는 종종 느끼거든요. 혹은 그 친구는 그동안 긴장할 일이 그토록 없었던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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