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18. <행동>

D-29
앞부분 읽고 와 이 책 좋다 하고 덮은 뒤로 못본 책인데 이번 기회에 함께 읽고 싶어요.
옥시토신과 바소프레신이 우주에서 가장 멋진 호르몬이라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로 보인다. 이 호르몬들을 상수도에 붓자. 그러면 사람들이 더 관대해지고, 더 믿고, 더 많이 감정이입할 테니까. 우리는 더 나은 양육자가 될 테고, 전쟁이 아니라 사랑을 나눌 것이다(하지만 대체로 플라토닉 사랑일 텐데, 왜냐하면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들이 자기 파트너가 아닌 사람들과는 오히려 멀찍이 거리를 둘 터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우리는 온갖 쓸데없는 물건들을 사들일 것이다. 상점의 환풍기가 옥시토신을 뿌리기 시작하는 순간 온갖 광고문구를 믿어버릴 테니까.
행동 - 인간의 최선의 행동과 최악의 행동에 관한 모든 것 4장. 몇 시간에서 며칠 전, 로버트 M. 새폴스키 지음, 김명남 옮김
영화《향수》가 떠오르는 대목이었습니다.
향수: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18세기 프랑스, 악취나는 생선 시장에서 태어나자마자 고아가 된 천재적인 후각의 소유자 장 바티스트 그르누이(벤 위쇼). 난생 처음 파리를 방문한 날, 그르누이는 지금껏 경험하지 못했던 여인의 매혹적인 향기에 끌린다. 그 향기를 소유하고 싶은 강렬한 욕망에 사로잡힌 그는 향수제조사 주세페 발디니(더스틴 호프만)를 만나 향수 제조 방법을 배워나간다. 파리를 떠나 향수의 낙원이라 불리는 프랑스 남동부의 그라스에서 본격적으로 향수를 만드는 기술을 배우는 그르누이. 한편 그라스에서는 아름다운 여인들이 머리카락을 모두 잘린 채 나체의 시신으로 발견되는 의문의 살인 사건들이 연이어 발생하는데...
@연해 님, 딱 이 설정으로 스티븐 킹이 쓴 소설이 있어요. 「폭력의 종말 」이라는 단편입니다. 황금가지에서 나온 『종말 문학 걸작선 1』에 실려 있습니다!
종말 문학 걸작선 1SF, 판타지, 호러 등 지난 20년간 최고의 명성을 쌓은 작가 22인이 그려낸 인류 최후의 날 <종말 문학 걸작선>. 명편집자 존 조지프 애덤스가 스티븐 킹, 조지 R. R. 마틴, 올슨 스콧 카드 등 국내에서도 많은 독자층을 보유한 인기작가를 비롯하여 네뷸러 상, 휴고 상, 세계 판타지 상, 필립 K. 딕 상, 로커스 상 등 유수의 상들을 수상한 SF 작가들의 종말에 관한 최신 단편들을 엮었다.
정말로 흥미로운 수반적 효과를 보자. 옥시토신은 관대함을 향상시킨다. 하지만 원래 관대한 사람에게서만 그렇다. 이 현상은 테스토스테론이 원래 공격적 성향이 있는 사람들에게서만 공격성을 높이는 현상과 꼭 같다. 호르몬의 활동은 개체와 그 개체의 환경이라는 맥락을 거의 벗어나지 않는 것이다.
행동 - 인간의 최선의 행동과 최악의 행동에 관한 모든 것 4장. 몇 시간에서 며칠 전, 로버트 M. 새폴스키 지음, 김명남 옮김
요컨대 옥시토신은 나와 같은 사람들(가령 같은 팀 동료들)에 대해서는 친사회성을 높이지만 위협으로 느껴지는 타자들에 대해서는 자발적으로 고약하게 굴도록 만든다. 더드뢰가 지적했듯이, 옥시토신은 어쩌면 누가 우리 편인지 더 잘 파악하도록 하는 사회적 역량을 향상시키고자 진화했을지도 모른다.
행동 - 인간의 최선의 행동과 최악의 행동에 관한 모든 것 4장. 몇 시간에서 며칠 전, 로버트 M. 새폴스키 지음, 김명남 옮김
@연해 전 어딘가에 소속감을 잘 느끼지 못하고 항상 한발쯤 빼고 사는 사람이라 관찰자의 시선으로 주변을 보거든요. 그러다 보면 가끔 사람들이 제 편이라고 '느끼는' 사람에겐 참으로 관대하고, 타자라고 '느끼는' 사람에겐 참 잔인하다는 생각을 하는데... 그게 옥시토신의 영향이었나 보다 싶습니다.
저는 이 책을 읽으면서 지난달 벽돌책 모임의 지정도서인 《노이즈》가 떠오르는 대목도 꽤 있었습니다. '이건 잡음이야. 아, 아닌가. 편향인가'라고 가만가만 생각하면서요.
@연해 저도 그래요 아는게 무섭다고 ㅋㅋ 조금 아는걸로 전체를 생각하면 안되는데 꽤 많은 상황이 노이즈와 비교해서 생각해보게 되네요 하하하
학창시절에도 제가 어렴풋이나마 아는 게 나오면 괜히 반갑고, 그 파트만 엄청 열심히 공부하게 되는(그 페이지만 너덜너덜함...) 부작용이 있었는데, 나이를 먹어도 여전히 그러고 있습니다(하하하). 이번에 읽은 <행동>도 어딘가에서 '앗! 이 행동은!'이라고 설명할 수 있기를 바라지만, 용어들이 난해해 입에 붙지도 않습니다. 등쪽가쪽이마앞옆 겉질... 발음도 어려웠어요. 4장까지 읽었는데도, 아직 저 용어들의 충격에서 벗어나질 못하고 있어요(처음에는 오타인 줄 알았는데, 뒤에 반복적으로 계속 나와서 더...).
사랑 호르몬인 옥시토신은 우리 편에게는 친사회성을 더 발휘하도록 만들지만 그밖의 타인들에게는 더 못되게 굴도록 만든다. 이것은 보편적 친사회성이 아니다. 자민족 중심주의와 외국인 혐오일 뿐이다. 달리 말해, 이 신경펩타이드들의 행동은 맥락에 따라 극적으로 달라진다.
행동 - 인간의 최선의 행동과 최악의 행동에 관한 모든 것 4장, 로버트 M. 새폴스키 지음, 김명남 옮김
호르몬 농도가 극단적으로 역동적이라, 몇 시간 만에 백 배로 달라지기도 한다. 어느 남자의 고환도 배란이나 출산의 내분비학을 겪을 일은 없다. 무엇보다도, 이런 내분비학적 동요를 실험동물에서 재현하기가 까다롭다.
행동 - 인간의 최선의 행동과 최악의 행동에 관한 모든 것 4장, 로버트 M. 새폴스키 지음, 김명남 옮김
Stress induced displacement aggression. 예전에 미국 경찰관이 제게 해준 말인데요 일년에 가정 폭력 신고가 가장 많이 나는 날은 북가주 football team, Raiders (지금은 라스베가스 팀) 팀이 경기를 진 날이래요. 이 팀의 팬들이 아주 광적인 것으로 유명하거든요. 그래서 이 경찰은 무조건 Raiders를 응원한다는. 웃픈 이야기가 생각났아요.
ㅎㅎㅎ 안그래도 테스토스테론이 스포츠 경기에서 증가하는 거 보고 훌리건들이 생각났는데.. 헤유..
Stress induced displacement agression을 우리말 속담으로 바꾸면 '종로에서 뺨맞고 한강에서 눈 흘긴다'네요. 코로나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가장 심했을 때도 부부싸움 및 폭력, 아동폭력이 심각하게 늘었다고 하는데.. 가장 약한 자에게 스트레스를 푸는 폭력이 전위되는 것 같군요.
저는 코로나가 아니어도 가족은 좀 심리적 거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울엄닌 우리집 식구들이 재미없다고 하는데 재밌게 지낼려고 하면 꼭 싸우게 되더라고요. 인간 내면엔 공격성이란 게 존재해서 그런 것 같더군요. 집에서 살아남기 쉽지 않아요. ㅋ
ㅋㅋㅋ 저도 가끔 그 거리가 필요해서 저만의 시간을 가지러 나갑니다..
testosterone levels can rise robustly in "losers" who nonetheless performed far better than they anticipated. (...) We all belong to numerous hierarchies, but some of the most powerful are the ones in our heads based on our internal standards.
행동 - 인간의 최선의 행동과 최악의 행동에 관한 모든 것 주석, 로버트 M. 새폴스키 지음, 김명남 옮김
주석에 있는 문장이지만 참 마음에 들어서 밑줄쳤습니다. 처음으로 마라톤 대회에 나갔을 때 비록 겨우 5km 코스였고 4등으로 들어왔지만.. 저는 실은 이전엔 5분도 못 뛰던 심한 운동치여서 아예 완주도 못할 줄 알았기에 개인적으로 너무 기쁘고 뿌듯했거든요. 안그래도 런너스 하이로 엔돌핀도 막 펌핑하는데 도파민도 미친 듯이 뿜어나왔을 것 같아요. 나중에 사진 찍힌 걸 보니 도착지에 들어올 때 땀은 범벅이지만 표정은 활짝 웃고 있더라구요. 남들이 정한 순위보다 제자신이 내면적으로 정한 순위로 저는 위너였으니까요.
In our world riddled with male violence, the problem isn't that testosterone can increase levels of aggression. The problem is the frequency with which we reward aggression.
행동 - 인간의 최선의 행동과 최악의 행동에 관한 모든 것 4장, 로버트 M. 새폴스키 지음, 김명남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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