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서적) 배쪽안쪽이마앞엽 겉질이 손상된 사람은 감정에 좌우되지 않는 철저한 공리주의자가 되기 때문에, 낯선 사람을 구하기 위해서 가족에게 해를 입히는 상황도 기꺼이 선택한다.56
인간이 친족보다 낯선 사람을 선택하는 건 몹시 이상하게 느껴진다는 걸 제대로 보여주는 역사적 사례가 있다. 스탈린 시절 소련의 소년 파블리크 모로조프의 이야기다.57 공식적 시나리오에 따르면, 어린 파블리크는 모범적 시민이자 열렬한 애국자였다. 1932년에 소년은 친족보다 국가를 선택하여, 제 아버지를 (암시장 거래 의혹으로) 고발했다. 아버지는 당장 체포되어 처형되었다. 소년도 직후에 살해당했다. 소년에 비해 친족선택을 더 무겁게 느낀 친척들이 저지른 일이라고 한다.
정권의 선전자들은 이 이야기를 반겼다. 혁명에 목숨을 바친 어린 순교자의 동상이 여기저기 세워졌다. 그를 기리는 시와 노래가 쓰였다. 그의 이름을 딴 학교가 생겼다. 오페라가 작곡되었고, 찬양 일색인 전기 영화가 만들어졌다.
이야기가 퍼지자, 스탈린도 소년을 알게 되었다. 국가에 대한 소년의 충성 행위로 가장 큰 이득을 보는 사람인 그는 어떻게 반응했을까? “모든 국민이 이처럼 정의롭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이 소년은 미래에의 희망을 안긴다”고 말했을까? 아니다. 테네시대학교 역사학자 베자스 룰레비셔스에 따르면, 스탈린은 파블리크의 이야기를 듣고는 코웃음치며 말했다. “그런 돼지새끼 같은 놈이 다 있나. 가족에게 그런 짓을 하다니.” 그러고는 선전자들을 물리쳤다.
-알라딘 eBook <행동> (로버트 M. 새폴스키 지음, 김명남 옮김) 중에서 ”
『행동 - 인간의 최선의 행동과 최악의 행동에 관한 모든 것』 로버트 M. 새폴스키 지음, 김명남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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