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하나 실망스러운 것은..
고등학교 때 세계사 선생님이 밀그램 실험과 짐바르도 실험을 저희에게 보여준 적 있어요. 보는 저희도 소름끼치던데.. 당한? 사람들은 얼마나 트라우마가 컸을까요.. 짐바르도와 작가가 좀 친했던 것 같아서 나름 방어적으로 쓰긴 했는데 저는 연구결과의 신빙성을 떨어뜨린 것 뿐만 아니라 짐바르도가 관찰자도 아니고 자기가 직접 가드들을 이끌었던 게 정말 인간적으로 너무 싫었어요..;; 연구자로서 비윤리적이에요.
[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18. <행동>
D-29

borumis

구름마음
저도 오늘 이 부분을 읽는데 힘드네요.
실험 후에 그 들의 삶은?...
내 안에 어떤 모습이 있든 만나지 않을 수 있던 것을 환경적 압력을 준 뒤 봐봐, 이게 너야. 라고 하는 거 같아서요.ㅜㅜ
"어떤 인간이 행한 어떤 행동이든, 선행이든 악행이든, 당신과 나도 행할 수 있자. 똑같은 상황의 힘이 작용한다면"(p.564)
이 문장 뒤에 그러지 않은 사람도 있다고 예시도 들고, 영웅들도 평범한 사람이라고 표현하지만 이미 저 문장의 결론으로 패배한 심정이랄까요.

borumis
실은 제가 스탠포드 감옥실험을 다룬 짐바르도의 <루시퍼 이펙트> 뿐만 아니라 뤼트허르 브레흐만의 <휴먼카인드>를 읽고나서 (솔직히 이 책 휴먼카인드도 전 다른 이유로 별로 추천하지 않지만;;) 여기서 짐바르도 (외에도 밀그램 등)의 실험이 사기극이었다고 나오는데요. 사기극까지는 아닐지 몰라도 짐바르도도 인정했듯이 재현성이나 인위적인 점 등 부족한 점이 많은 실험이었고 무엇보다 밀그램도 짐바르도도 너무 실험대상자들에게 잔인한 짓을 했고 이런 실험을 통해 명성을 얻었다는 생각이 들어서 아무리 뒤에 banality of heroism 을 이야기하면서도 연구윤리에 대해 비난을 피하지 못할 것 같아요.

장맥주
저도 이제 12장 읽으며 짐바르도 부분 지나갔습니다. 스탠퍼드 감옥 실험은 윤리적으로도, 학문적으로도 문제가 많았지만 짐바르도의 <루시퍼 이펙트>는 무척 흥미진진하게 읽었습니다. 저는 제 작가적 테마가 ‘시스템’이라고 생각하는데, 윤리적인 삶에 시스템이 중요한지, 왜 윤리적인 시스템을 만들어야 하는지 이야기하는 책이라고도 생각했어요. 그리고 짐바르도가 아부그라이브 교도소 피의자들에 대한 군사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서 부시 행정부가 문제였다고 고발한 부분은 인정해줘도 될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쓴 <루시퍼 이펙트> 서평입니다.
https://www.chosun.com/site/data/html_dir/2018/10/26/2018102603367.html

borumis
하아.. 실은 '루시퍼 이펙트' 읽을 때 가장 절 힘들게 했던 챕터가 아마 아부그라이프 교도소 장이었을 거에요. 네, 부시 행정부가 몇 개의 bad apple이지 군 전체는 문제가 없다고 발뺌하려던 걸 지적한 건 잘했어요.. 밀그램이나 짐바르도의 연구가 의의가 있지만.. 연구의 결과가 연구의 방법을 모두 정당화한다고 볼 수 있을지 모르겠어서요. 안그래도 얼마전 Reinhold Niebuhr의 "도덕적 인간과 비도덕적 사회"를 읽으면서 또다시 그 사진들을 접하게 되었는데 짐바르도의 책과 비슷한 맥락에서 절 참 힘들게 했던 '파리대왕' 등도 생각나고.. 참 실제사건들도 그리고 어W찌 보면 사고실험같은 이런 speculative fiction도 이렇게 괴롭지만.. 이런 '설정된/조작된' 실험이어도 힘들더라구요. 그리고 이런 사건 후 심지어 그 사진 속에서 소름끼치도록 밝게 웃고 있던 미군들도 나중에 자기들이 어떻게 그런 일을 저지르게 되었는지 밝혀가고 또 나중에 비난 속에서 PTSD 및 기타 후유증을 겪는 (책에서는 한 군인을 주로 얘기했지만 찾아보면 여군 등 다른 군인들도 힘들어하는 자료들을 찾을 수 있습니다) 실제로 밀그램 실험에서도 충격을 가하는 사람 역을 맡은 사람이 인생이 바뀌는 결정을 하는 등 당한 사람만큼 폭력을 가했던 사람들도 트라우마가 엄청났죠... 어쩌면 스탠포드 감옥 실험을 멈추자고 제안한 짐바르도의 부인이 된 그녀가 진정한 도덕적 상상력을 가진 영웅이 아니었을까 싶어요.

borumis
그리고 또 한가지 걸린 점은...
가난한 백인들이 왜 공화당을 뽑는지에 대한 이유가 그저 새로운 변화에 저항하는 위험 기피 성향 때문이라는 것은 다소 단편적인 논리같습니다. 가난한 백인들이 liberal 정당에게 버림받았다고 생각하는 배신감, 그리고 liberal 정당이 주장하는 소수 이민자 등에 대해 불만의 화살을 돌리는 displacement aggression 등의 이유 등 다양한 관점에서 봐야할 것같은데.. 안그래도 여러 매체에서 연구되는 이 논점에 대해 이렇게 단순한 결론이라니.. 전 좀 놀랐어요.
실은 이것은 우리나라에서도 생각해볼 논제같습니다. 여하튼 물론 성격적으로 보수적인 성향이 있을 수도 있지만 결국 그 보수적 성향도 나름 사회적 맥락/맥락/맥락/맥락!!에서 작용하고 심지어 편견도 각자의 맥락!! 속에서는 평등의 이상을 울부짖다 못해 자유를 억압하는 cancel culture로 나타날 수도 있고 book banning으로도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을 작가 자신이 까먹은 것 같았어요.

꽃의요정
황새가 당신을 어느 문화권에 물어다주었느냐에 따라서 당신의 삶이 천양지차로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행동 - 인간의 최선의 행동과 최악의 행동에 관한 모든 것』 로버트 M. 새폴스키 지음, 김명남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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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rumis
ㅎㅎㅎㅎ 이걸 읽고서 전 디즈니 애니메이션 덤보가 생각났는데요. 덤보는 놀림받는 커다란 귀를 가졌지만 서커스 기차에서 태어나서 스타가 되었죠. 어쩌면 미운 아기오리도 루돌프도 그랬을지도 몰라요. 황새님! 절 왜 여기다 물어다줬나요??


구름마음
YG님이 저자의 태도에 실망한 부분이 있다는 안내를 읽고 책을 보니 다 탐탁치 않아 보이는 ㅋㅋㅋㅋㅋㅋㅋ 맥락이 얼마나 중요한지요.^^
낮은 서열이지만 털 고르기 파트너가 있으면 건강이 좋은 편이네요. 세상에서 지치고 힘들어도 속내를 털어 놓고 위로 받을 사람이 있다면 살 힘을 얻는구나 하는 생각에 남편과 아이들에게 다정하게 대해 주어야 겠다고 생각했어요.
축구팀에 속해 있는 아들과 연관지어 생각하게 됐어요. 축구를 잘 못한다고 생각하며 의욕을 잃고, 슬럼프가 길게 이어지고 있네요. 축구선수도 되고 싶지 않아졌고요.
팀 안에서 낮은 지위를 담당하며 스트레스 호르몬을 분비하고 있겠구나. 열심히 해서 위로 올라간다는 생각은 하기 어렵고, 혹여 자기보다 못한다고 여기는 아이를 탓하거나 무시하지는 않을까.
꾸준히 운동을 하는게 좋다고 생각해서 계속 하기를 응원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공동체 안에서 낮은 지위로 있는 것을 그냥 두는 게 과연 좋은 일일지, 아이가 원하는 대로 실컷 책을 보게 둬도 되지 않을지 생각하게 되네요.
어떤 책을 읽어도 제 삶의 맥락에 갖다 붙이네요.^^
절대 소득과 무관하게 공동체의 소득 불평등이 클수록, 가난한 사람이 자신의 낮은 지위를 더 빈번히 실감할수록 건강불평등의 기울기가 더 가파르다.(p.536)
서열에 따르는 생리적인 속송들이 서열 확립에 앞서는 것이 아니라 뒤따르는 것으로 드러났다.(p.531)

borumis
독서교육에서 강조하는 reading response에서 그냥 책을 읽기만 하지 않고 바로 독자의 삶과 텍스트, 세상과 텍스트, 그리고 텍스트와 텍스트 사이를 연결해서 생각하는 독서가 이해도 돕지만 더 책을 비판적으로 읽게 돕는다고하는데 구름마음님이 제대로 독서를 하고 그걸 또 삶에 응용할 수 있을 거에요. 저도 가끔 이런 세상의 어두운 면을 보면 아이의 미래가 불안하고 고민도 되지만 또 한편으로는 더 개선하거나 긍정적인 면도 배워갈 것 같아요. 아이가 위로받고 속을 털어줄 부모님이 되주신다는 생각부터 아주 긍정적인 점이네요

구름마음
아침에 눈을 떠서 대화를 읽는데 힘이 났어요. 혼잣말에 응답을 받은 기분이라 격려가 되었어요. 응답이 있으면 독백도 대화가 되는구나 감탄했어요. 감사합니다. ^^

연해
“ 원인이 무엇이든, 중요한 점은 이런 암묵적 힘들이 강력하다는 것이다. 다섯 살 아이들이 71%의 정확도로 당선자를 맞힐 수 있다는 것은 이런 편향이 우리에게 아주 일반적이고 깊게 아로새겨진 속성이라는 증거다. 그런 편향으로 결정하고 나서야, 우리는 의식적 인지를 발휘하여 그 결정이 신중하고 현명한 것인 양 보이게 만들려고 애쓴다. ”
『행동 - 인간의 최선의 행동과 최악의 행동에 관한 모든 것』 <12장. 위계, 복종, 저항>, 로버트 M. 새폴스키 지음, 김명남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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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해
“ 인간의 동조와 복종이 뿌리깊은 성향이라는 것은 그 속도에서도 알 수 있다. 우리 뇌는 집단이 자신과는 다른 대답을 골랐다는 사실을 200밀리초도 안 되어 접수하고, 그에 따라 제 의견을 바꾸는 것에 해당하는 활성화 패턴을 380밀리초도 안 되어 드러낸다. 우리 뇌는 1초도 안 되는 시간 만에 남들에게 동의해야겠다고 판단하는 편향을 갖고 있는 것이다. ”
『행동 - 인간의 최선의 행동과 최악의 행동에 관한 모든 것』 <12장. 위계, 복종, 저항>, 로버트 M. 새폴스키 지음, 김명남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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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해
“ 두번째 발견은 전혀 놀랄 일이 아니다. 투치족 이웃이 후투족 암살대에게 살해되지 않도록 막아준 후투인들이 있었고, 눈감고 넘어갈 기회가 있었음에도 이웃을 나치로부터 구하기 위해서 온갖 위험을 감수한 독일인들이 있었고, 아부그라이브의 가혹 행위를 폭로한 내부 고발자들이 있었으니까. 어떤 사과는 상태가 최악인 상자에서도 썩지 않는다. ”
『행동 - 인간의 최선의 행동과 최악의 행동에 관한 모든 것』 <12장. 위계, 복종, 저항>, 로버트 M. 새폴스키 지음, 김명남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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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솔
“ 본질주의를 의심하자. 합리적인 듯 보이는 것이 합리화에 불과할 때가 많다는 것, 우리가 짐작도 못하는 은밀한 힘들의 선택을 인지가 따라잡는 데 불과할 수 있다는 것을 유념하자. 더 큰 공통의 목표에 집중하자. 관점 취하기를 연습하자. 개체화하고, 개체화하고, 개체화하자. 진짜 악독한 그들은 제 모습을 숨긴 채 제삼자에게 죄를 뒤집어씌우곤 한다는 역사의 교훈을 되새기자.
”
『행동 - 인간의 최선의 행동과 최악의 행동에 관한 모든 것』 로버트 M. 새폴스키 지음, 김명남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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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마음
나와 다르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개체화하는 것은 편견을 줄여줄 거 같은데, 악하다고 사람들을 개체화하면 결국 그들도 다 나와 같은 사람이라는 걸 발견하겠지요. 진짜 악독은 제 삼자에게 죄를 뒤집어 씌운다는데.. 제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자들을 어떻게 인지할 수 있을지 궁금해요.
봄솔님이 수집하신 문장을 저도 간직해야지 생각했어요. 제가 할 수 있는 만큼 할 수 밖에는 없는 거겠죠.^^

봄솔
아이히만을 읽고있는데 악의 평범성이라는 말 자체가 참 말장난 같아요.
언어를 유하게 변화시킴으로서 본질을 훼손하는 단어들이 있잖아요
구조조정이라던지 물가 안정화라던지 유태인 파이널 솔루션이라던지..
세상은 모순 천지인거 같아요. 몇일 책 안읽다가 세상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현타가 왔네요.

연해
“ 점진주의는 저항할 가능성이 있는 사람을 지레 수세에 몲으로써, 야만적 행위를 도덕이 아니라 합리성의 문제처럼 보이게 만든다. 얄궂게도 이것은 우리가 품고 있는 범주화 경향성, 즉 임의의 경계를 비합리적이리만치 부풀려서 중시하는 경향성이 뒤집힌 상태다. 야만으로의 하강이 지극히 점진적이라면 임의의 경계 외에는 거리낄 게 없게 되고, 우리는 서서히 뜨거워지는 물에 들어앉아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산 채 익어버리는 개구리 같은 처지가 된다. ”
『행동 - 인간의 최선의 행동과 최악의 행동에 관한 모든 것』 <12장. 위계, 복종, 저항>, 로버트 M. 새폴스키 지음, 김명남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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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해
어쩌면 당연하게도, 우리는 피해자가 추상적 존재일 때 더 쉽게 순응한다. 가령 지구를 물려받을 미래 세대들이 그런 존재다.
『행동 - 인간의 최선의 행동과 최악의 행동에 관한 모든 것』 <12장. 위계, 복종, 저항>, 로버트 M. 새폴스키 지음, 김명남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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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rumis
저도 이 문장에서 참 착잡해졌어요. 그렇구나.. 우리의 피해자는 우리의 후손들..
지금 읽고 있는 Kaveh Akbar의 Martyr!라는 소설에서 SF 대가인 레이 브래드버리의 단편 '나비 효과'라는 책을 언급하는데요. SF 등에서 과거로 시간여행을 한 때는 혹시나 그 과거를 건드리면 나비효과로 인해 역사가 변할지 모른다고 하면서 '저 꽃을 밟으면 우리 할아버지가 못 태어날지도 몰라'하고 걱정하는데요. 정작 현재를 살아가면서 우리는 나무를 자르고 흙을 오염시키고 동물들을 독살시키면서 그 현재의 나비효과에 대해서는 잘 생각을 안한다고 합니다. 아무도 현재가 미래의 과거라고는 생각이 미치지 못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