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Fresh] 4.『무라카미 하루키 잡문집』다시 읽어요.

D-29
그런 추이 속에서 우리는 자신의 정신적 성장이나 변화를 읽어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정신적 정점을 외부에 두고, 그 정점과 자신의 거리의 변화를 가늠해봄으로써 자기가 설 자리를 어느 정도 특정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 역시 문학 작품을 꾸준히 읽어나가는 즐거움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무라카미 하루키 잡문집 p.328,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이영미 옮김
think of nothing things, think of wind
무라카미 하루키 잡문집 p.396,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이영미 옮김
새로운 음은 어디에도 없어. 건반을 봐, 보든 음은 이미 그 안에 늘어서 있지. 그렇지만 어떤 음에다 자네가 확실하게의미를 담으면, 그것이 다르게 울려퍼지지. 자네가 해야 할 일은 진정으로 의미를 담는 거야
무라카미 하루키 잡문집 p.406,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이영미 옮김
안자이 미즈마루는 어떤 화풍을 갖고 계시길래 후지 산과 물고기가 푸딩과 말린 생선이라는 평을 받나 궁금해서 찾아보았습니다. 잡문집 읽기 전 하루키 맛보기로 읽었던 <후와후와>라는 짧은 그림 에세이도 안자이 미즈마루가 삽화를 담당하셨더라구요. 아, 푸딩과 말린 생선이라고 착각할 수 있겠다고 납득했네요.
후와후와자타공인 애묘인 무라카미 하루키가 들려주는 어릴 적 고양이 친구 '단쓰'와의 추억. 시인 듯 동화인 듯, 따뜻한 시심과 예쁜 동심을 담아 적은 친구 '단쓰'에 대한 단상에 안자이 미즈마루 특유의 마음을 다해 대충 그린 그림을 얹었다.
칩 키드가 작업한 하루키의 <코끼리의 소멸> 표지도 궁금해서 찾아봤어요. 분명 읽어본 단편인데도 표지를 보자자마 ‘어, 이거 내가 알던 단편이 맞나?‘라는 생각이 들만큼 낯설어서 확인 작업(?)도 거쳤습니다. 책을 이루는 요소가 단순히 텍스트 뿐만이 아니라는 생각이 새삼스레 드네요. 표지 부터 내지 디자인까지. 그냥 자리만 차지하기 위해 존재하는 요소는 정말 없네요.
안자이 미즈마루 그림은 귀엽네요. 공유해주신 코끼리의 소멸 표지는 상당한 무게감이 느껴져요. 표지에 어떤 그림이 있냐도 책의 분위기를 좌우하네요. 덕분에 잘 보았습니다.^^
필요치 않은 것을 무리하게 쓸 필요는 없을 겁니다. 나는 명백한 결말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일상에서도 그런 것은 존재하지 않으니까요.
무라카미 하루키 잡문집 P.424,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이영미 옮김
체코의 신문사와 인터뷰에서 하루키의 대답이 인상 깊습니다. 잘 보이려는 사근함이 없는 게 좋아요. 굳게 다져온 자신만의 세계가 있어서 대담하게 말할 수 있겠지요. 눈치를 많이 보는 것을 배려라고 포장할 수도 있지만 제 경우는 약한 정체성 때문입니다. 달라도 괜찮다는 말은 타인을 향한 구호일 뿐 스스로를 향한 시선은 날카롭습니다. 튀지 말라고, 남들과 같아야 안전하다고. 나는 글을 쓰고 싶었기 때문에 작가가 되었다는 짧은 문장에서 단단한 내면이 느껴집니다.
이제 거기에는 말이 없고, 언어로 규정되는 세계도 없으며, 우리 눈앞에 있는 사람은 있는 그대로의 가와이 하야오씨다, 라고 할까, 나라 현에 사는 음악을 깊이 아끼고 사랑하는 가와이 하야오 씨일 뿐이다. 우리가 눈으로 보는 사람은 언어의 주문에서 풀려나 음악의 세계를 그저 무심히 떠다니는 살아 있는 한 인간이다(우리는 그 무심함을 또렷이 들을 수 있다).
무라카미 하루키 잡문집 p.372 ('가와이 선생님‘과 ’가와이 하야오‘),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이영미 옮김
그때 런던은 이런 생각을 했다. ‘인간이 제아무리 사력을 다해 뭔가를 추구해도 그 분야에서 사람들에게 인정받기는 좀처럼 힘들다.‘ 그는 마음속 깊이 그런 생각을 새기며 찬바람이 몰아치는 광장에 서서 사람들에게 친절하게 틀니를 보여주었다.
무라카미 하루키 잡문집 p.391 (잭 런던의 틀니),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이영미 옮김
아무래도 개인적 교훈이란 얻으려 한다고 해서 얻어지는 게 아닌 듯하다. 그것은 불가사의한 도정을 지나 꽤나 당돌하게 별안간 머리 위로 떨어져내린다. 그리고 그 도정이 불가사의하면 할수록 그에 비례해서 효용 역시 증폭되는 것 같다.
무라카미 하루키 잡문집 p.394,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이영미 옮김
지극히 예사로운 평범한 말에 새로운 의미나 특별한 울림을 부여하는 것이 우리가 할 일이다.
무라카미 하루키 잡문집 p.407,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이영미 옮김
질문을 받고 새삼 다시 생각해봤습니다만, 나에게 죽음이란 ‘종말‘이라기보다는 ‘막다른 곳‘에 가까운 느낌입니다. ‘세계의 막다른 곳‘의 풍경(그것은 대부분의 경우, 내적인 광경이며 또한 신화적인 광경입니다)을 조금이라도 생생하고 극명하게 묘사해내는 것이 내 작품의 중요한 주제 중 하나겠지요.
무라카미 하루키 잡문집 pp.413-414,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이영미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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