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팔레르모를 묘사한 글에는 언제나 멋진 농장과 불결한 도살장이 등장한다. 그리고 야음을 틈타 부들이 늘어져 있는 하구로 조용히 다가가는 네덜란드 밀수선도 빠지지 않는다. 이처럼 모든 것이 거의 멈춰 선 듯한 기원의 세계를 되살리려는 시도는 미세한 과정, 다시 말해 오래전부터 부에노스아이레스가 팔레르모를 향해, 그것도 조국이 모르는 사이에 자주 물바다로 변하곤 하던 텅 빈 땅을 향해 미친 듯이 진군해 오던 과정을 경솔하게 연대기로 엮으려는 것이나 다름없다. ”
『아르헨티나 사람들의 언어』 321쪽,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지음, 김용호 외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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