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탱고의 기원] 갑자기 왠 탱고인가 할 수도 있습니다만, 보르헤스는 생전 탱고에 관한 시나 단편 소설, 산문을 많이 썼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보르헤스에게 탱고는 단순한 음악은 아니었습니다. 탱고는 문학이 아닌 것중에 가장 문학적인 텍스트였습니다.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 유럽에서 아메리카 대륙으로 많은 이민자가 들어오게 되면서 발생한 여러 사회 문화적인 요인이 복합적으로 반영되어 있는 것이 탱고였거든요. 하지만 보르헤스는 오늘날의 변형된 탱고가 아니라 초창기 탱고에 천착했습니다. 초기 탱고는 이민자들의 좌절과 향수, 변두리의 거친 삶과 활력, 칼잡이와 건달의 길거리 결투와 숙명성, 사창가의 에로티시즘과 외로움이라는 독특한 정서가 녹아있는데요, 보르헤스가 탱고에서 읽어내고자 한 것도 바로 이러했습니다.
본문에서 미겔 카미노의 시를 언급하는 부분에서도 잘 드러납니다. 보르헤스는 부드럽고 슬프게 사랑을 노래하는 이탈리아적인 감상적 탱고보다 활력 넘치는 도시적인 초기 탱고가 더 낫다고 말한 적도 있습니다. 훗날 이런 생각을 일부 수정하긴 했지만, 큰 틀에서 보르헤스가 도시적이고 항구적인 것이 반영된 초기 탱고에 천착했음은 이 글에서도 어렴풋이 드러납니다. 초기 단편집에서도 이런 경향성을 읽을 수 있습니다. 비교적 최근인 2016년에는 탱고를 주제로 한 강연 녹음본이 발견되어 출간되기도 했는데, 현재 민음사에서 번역본이 나온 걸로 알고 있습니다. 실제로 보르헤스는 탱고에 꽤나 진심이어서, 1965년 아스토르 피아졸라(Astro Piazzolla)와 함께 탱고 음반을 내기도 했습니다. 보르헤스의 시 6편과 단편 ⟨장밋빛 모퉁이의 남자⟩에 음악을 붙인 것입니다.
본문 애기를 좀 해보자면, 보르헤스는 글에서 말 그대로 자신이 생각하는 탱고의 기원을 논합니다. 먼저, 보르헤스는 탱고의 기원에 대한 분분한 의견을 소개한 다음, 자신의 견해를 밝히고 있는데요, 이 탱고의 기원을 추적하는 과정 자체가 유럽적인 것과 아메리카적인 것이 혼재하는 아르헨티나의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흥미롭습니다. 우루과이 작가인 비센테 로시를 비롯한 사람들은 오늘날 탱고가 우루과이의 '밀롱가'라는 전통 음악에서 비롯했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이 밀롱가는 19세기 후반 쿠바에서 아르헨티나로 전해진 '아네바라'가 아프리카계 음악인 '칸돔베'와 만나서 탄생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렇듯, 탱고야말로 아메리카의 혼란한 역사를 방증하는 또 하나의 텍스트인 것입니다. 보르헤스는 탱고가 우루과이의 수도 몬테비데오에서 나왔다는 로시의 주장을 반박하며, 탱고가 가우초에 향수를 느끼는 몬테비데오에서만 오롯이 나왔다고 말할 수 없으며, 오히려 부에노스아이레스라는 항구도시적 것("포르테뇨")에도 상당 부분 의존하고 있음을 이 글에서 주장하고 있습니다.
쓰고 보니 두서가 없긴 한데, 탱고에 대해서는 나중에 더 다룰 일이 있을 것 같아요.

탱고 - 네 개의 강연전 세계 독자들에게 전하는 보르헤스의 마지막 신간 『탱고』가 민음사에서 출간되었다. 이 책은 보르헤스가 세상을 떠난 지 30년 만에 출간된 그의 유고 강연집으로 37년 동안이나 망각 속에 묻혀 있던 보르헤스의 강연 자료를 책으로 펴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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