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소설] 1월 『벵크하임 남작의 귀향』 함께 읽어요

D-29
그는 공무원의 말투에서 돌연 스스럼없는 민간인 말투로 바꿔, 당신은 그 백작이겠구먼, 안 그렇고, 작은 제국인지 뭔지를 도박으로 날려버린,(...) 천천히 그에게 여권을 내밀고는 즐거운 귀향이 되길 바란다면서 여기서는 카드놀이 하다가 폐가망신당하지 않길 바란다고 덧붙인 뒤에 통로로 나가 (후략)
벵크하임 남작의 귀향 p154,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 지음, 노승영 옮김
전 이 부분도 예사롭지 않게 읽혔습니다.
이 장章은 어쩐지 소동극이나 코미디같기도 합니다. 벵크하임 남작의 반전같은 정체도 그렇고, 단테라는 이름을 두고 두 사람이 각기 다른 사람을 연상하는 것도 그렇고요. 벵크하임 남작은 병에 걸린 것 같습니다. 한동안 귀향하는 것 말고는 아무것에도 흥미가 없었고, 때가 왔음을 느꼈다면서 개인적 문제를 위해 거의 어린아이일때 떠난 고향을 보고 싶다고 말합니다. 그가 말한 '그때'와 '개인적 문제'란 무엇인지 궁금해지는 대목입니다. 그리고 장章의 끝에 단테가 비굴한 자세로 남작에게 접근한 숨은 의도가 드러납니다. 이런 사기꾼같으니!
너무 느리게 읽고 있어 앞으로가 걱정이 되지만 그래도 완독은 해보려고 합니다. 벵크하임 남작이 드디어 등장해 이야기가 이제부터 본 궤도에 오를 것임을 알려주고, 시대적 배경이 불분명해보이던 배경 또한 비교적 명확하게 구체화됩니다. 단테가 이름의 유래를 이야기하는 부분에서 웃음을 감추기 어려웠는데요. 단테의 모델인 축구선수 단테의 최고 레벨 전성기가 그리 길지 않았다는 점을 떠올리게 되어서 그랬습니다. 다만 바이에른 뮌헨에서 굉장히 안정적인 톱레벨 수비수였던 시기에 그가 치른 훌륭한 경기들을 떠올리면서 솔노크의 단테에 잠시 이입해보려고 하게 되었어요. 아무튼, 소설은 이제부터이니 더욱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두 장소를 오가는 '도시 간 고속' 열차는 실수로도 걸맞는 속도를 안 한 번도 내지 못하고, 정기적으로 오가는 승객들은 더는 말을 꺼내지 않고 받아들인다. 특히 이 지역 이 나라의 남동부 구석 사람들은 복잡한 조건들이 어떻게 사건으로 이어졌는가를 따지지 않는다. (...) 왜와 어찌하여는 따지지 않는 편이 나았기 때문이다. 11월, 바람이 거세고 비가 내리고 마을과도시가 싸늘하게 얼어 붙은 이런 날씨에 흠을 잡으려는 사람은 무의미한 질문으로 매사를 더 망칠뿐이니 누가 그러고 싶겠는가
벵크하임 남작의 귀향 p.193,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 지음, 노승영 옮김
스마트폰이있는 사회네요. 순간순간, 100년 쯤 전이 소설의 배경이 아닐까 착각하며 읽게 됩니다. 마치지 않고 이어지는 문장이나, 묘사 등이 착각을 하게 합니다. 온종일 무언가가 '뚝뚝 떨어지고 ' 있는 '솔노크 11월'. 그 고장 사람들의 '그냥 받아들이는 태도'가 남작의 이후 여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궁금해집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펌 그가 내게 편지를 썼다 210~300쪽
머리커가 남작의 편지를 받고 그와 함께했던 과거 시절을 회상하는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그리고 남작이 곧 도착한다는 소식을 들은 시장은 남작을 위한 근사한 이벤트 지시와 남작에게 좋은 것들만 보여주려고 고아원과 노숙자를 치우는 등 도시정비 계획도 함께합니다. 오직 남작을 위한 환영식 준비로 인해 많은 시민들이 동원되어 희생을 하는 모습을 보니 시민이 무슨 죄인가 싶고 돈 앞에 장사 없구나 싶네요. 그리고 남작과 머리커는 재회할 수 있을지 남작의 행보가 궁해집니다.
남작이 돈을 펑펑 쓸 걸 기대하며 부푼 마음으로 허례 가득한 환영식을 준비하면서 여러사람 괴롭히고 있는 시장. 나중에 빈깡통 찰 것 같은 생각에 왠지 동정심이 생기네요. 현실에서도 심심찮게 볼 수 있는 모습을 긴문장 속에서 잘보여주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1/14(화)에 읽었습니다. 원래는 쉬는 날 없이 쭉 읽어볼 생각이었는데, 책을 챙겨가는 걸 깜빡해서 며칠 건너뛰게 되었어요. 그래도 오늘부터 다시 쭉 읽어가보려고 합니다. 뒤로 갈수록 읽기가 수월해지는 것 같아요. 저는 267쪽에 도시의 모든 것들이 정지하는 순간이 인상깊었어요.
이 도시가 어떻게 됐는지 말씀 좀 해보세요, 어디나 지긋지긋한 쓰레기 더미, 가로등마다 전구를 도둑맞아서 거리는 온통 깜깜해요, 어딜 가나 비닐봉지 수만 장이 끊임없이 바람에 날아다니죠, 저 알바니아 부장자들, 마피아 밑에서 일하는 거지 아이들, 다들 알지만 아무도 입도 벙긋 안 해요, 시장이 있고 경찰서장도 있지만 그 둘은, 그녀가 입꼬리를 뒤틀며, 그들이 분주한 건 남작을 위해 이거 하랴 저거 하랴, 뭐든 남작을 위해서예요, 그래서 말씀드리는 건데요, 머리커 이모, 더는 무엇도 바라지 않았요, 남작이 여기 올 수 있다고 헤도, 심지어 왕이 올 수 있다고 해도 여긴 아무것도 없을 거예요, 그럴 것만 같아요, (후략)
벵크하임 남작의 귀향 p274,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 지음, 노승영 옮김
이번 장章은 우당탕탕 우왕좌왕 어수선하기 그지없습니다. 남작이 온다고 온갖 수선을 다 피우면서 그가 오면 다 해결될 것이라고 믿으며 흥청망청 돈을 써대는 것을 비롯해 머리커와 형제 지간인 도러의 아빠는 남작이 전 재산을 그가 사랑하는 자신의 누이에게 줄 거라고 믿고 있습니다. 또한 남작이 보낸 편지 때문에 TV에 나오게 된 머리커는 자신의 유명세를 떠벌리고 다닙니다. 도러는 이러고 있는 마을이 하나의 거대한 정신병원같다고 말합니다. 저는 '벵크하임'이라는 이름이 갖는 상징성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을 수가 없더라고요. 중세나 근대도 아닌데 한 가문의 이름만으로도 마을 전체가 이럴 수 있다는 게 의아합니다. 그리고 이토록 대단한 가문의 사람이 왜 남미까지 갔으며 도박 중독자로 살았는지 갈수록 궁금증이 커집니다. 좀더 읽어봐야겠죠?
믿든 말든 그들은 이미 쓰고있어요, 진짜예요, 그의 돈을 엄청나게 쓰고 있다고요, 그녀는 씁쓸하게 웃기 시작했으나 진짜 웃음은 아니었으니 바로 그때 입안이 음식으로 가득 찼기 때문만은 아니라, 아시겠어요, 아빠, 그들은 이미 남작의 돈을 쓰고 있는데, 그는 아직 도착하지도 않았어요, 대체 누가 그런 바보짓을 할 수 있겠어요, 우리가 아니라면요,
벵크하임 남작의 귀향 P277,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 지음, 노승영 옮김
아빠 마져 남작이어머어마한 전 재산을 정말로 우리에게 주려하다고 믿으시네요. 말도 안 돼요, 그가 여기 오는 건 단지 이모 때문이라고요, (...)믿든 말든 그들은 이미 쓰고있어요, 진짜예요, 그의 돈을 엄청나게 쓰고 있다고요, (...)그들은 이미 남작의 돈을 쓰고 있는데, 그는 아직 도착하지도 않았어요, 대체 누가 그런 바보짓을 할 수 있겠어요, 우리가 아니라면요,(,,,)말해보세요, 아빠, 진심으로요, 이곳이 하나의 거대한 정신병원에 불과한 것이아닌지 말이에요.
벵크하임 남작의 귀향 p.277~278,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 지음, 노승영 옮김
지극히 개인적인 방문을 공중의 것으로 만드는 희화적 과정이 흥미롭습니다. (여담입니다만, 요즘, 우리나라의 지방정부들도 어려움을 많이 겪고 있어서, 각 지자체의 선출직 '장'들도 고심이 많은거 같더군요. 소설에서이 소동이 어떻게 전개될지 모르지만, 쇠퇴해가는 도시들이 선출직들의 임기대 무언가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기업유치나, 인구유입을 위해 시행하는 정책들도 한편으로는 이런 호들갑에 가깝지 않은가 싶습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펌 그는 도착할 것이다. 그가 그렇게 말했으므로 302~400쪽
결과적으로 남작의 환영식은 엉망진창이었고 환영식 자리에 있었던 머리커와는 만나지 못했지만 남작이 직접 머리커 집에 찾아가 만나긴 하네요. 남작 옆에서 있어야 할 비서가 갑자기 사라졌다 나타나더니 넋이 나간 남작을 정신차리게 하기 위해 애쓰는데 하필 카지노에 데려가네요.. 도박으로 전 재산을 잃고도 또 도박하러 가는 남작을 보니 속이 탑니다. 도박할 돈이 남아있는지는 모르겠네요. 하루에 한 파트씩 읽기란 정말 쉽지 않네요.. 많은 시간과 집중력이 필요하다보니 한 파트 완독하고나면 진이 빠집니다. 그래도 중간정도 온 거 같으니 포기하지 않겠습니다!
아수라장같았던 환영 인파를 지나 호텔에 머물고 있는 남작은 자신을 찾아온 이렌의 하소연을 듣고 머리커(마리에타)를 찾아갑니다. 그러나 남작은 마리에타를 전혀 알아보지 못합니다. 그녀에게 젊은 시절 마리에타의 사진을 보여주면서 그가 기억하는 그녀의 미소만이 머나먼 타국에서 자신을 살게 했다고 말해요. 그러면서 끝까지 그녀를 알아보지 못하는데요, 이러한 그의 모습에 마리에타는 충격을 받고 눈물을 흘립니다. 결국 사진을 쥐고 그녀의 집을 나오는데, 아마도 그는 젊은 시절의 마리에타만을 기억하고 있는 듯합니다. 저는 이 장면이 무척 쓸쓸하게 느껴지고 서글펐습니다. 그리고 단테는 예상대로 사기꾼이더라고요. 그것도 악질 사기꾼. 단테가 남작을 당구장으로 데려가는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남작은 여기가 바로 그 카지노라고 하면서 생기를 되찾고 테라스에서 바깥 풍경을 바라보는데요, 저는 이 모습도 참 스산하게 느껴지더라고요.
15~16일에 걸쳐서 이 장을 읽었습니다. 저도 남작이 머리커를 알아보지 못하는 장면이 슬프게 느껴졌는데요. 약간의 배신감까지 들더라고요. 머리커를 만나러 온 줄만 알았는데, 정작 그녀는 못 알아보고, 남작은 도대체 뭘 찾아 귀향한 걸까요?
그가 단테에게 묻길 지금 한 시간 가까이 빙빙 돌고만 있어, 그런데도 자네는 나보고 계속 가라고만 손짓하는군, 그건 좋아, 하지만 난 알고 싶어, 이 친구야, 이 여정의 목적이 뭔가, 어딜 가고 싶은 거야?
벵크하임 남작의 귀향 p.375,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 지음, 노승영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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