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석경 작가의 [툰드라]

D-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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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멸사] - 가멸은 순 우리말인데 부를 예스럽게 말하는 단어예요. 가멸다, 하면 풍부하다, 넉넉하다, 그런 뜻. >> 순 우리말이 이렇듯 발음도 글자도 한자어 같은 건 처음입니다. 무장사지를 찾아가는 중년의 두 사람이 삶에서 얻은 상처와 배신과 조언에 대해 나누는 대화입니다. 소설의 첫 문장부터 온갖 나무와 꽃의 이름으로 도배가 되어 있습니다. 식물에 관심 없는 이에게는 지루하고 심심합니다. 개울을 열두 개 지나야 하는 깊은 산골에 자리한 무장사지는 문무왕이 삼국을 통일한 후 앞으로 평화로운 시대를 열겠다는 의지로 전쟁에 사용된 병기와 투구를 묻은 곳입니다. 이러한 장소를 소설의 소재로 선택한 이유는 아마도 소설 속 두 주인공의 내면에서 세상을 향해 솟은 가시들을 묻기 바라는 작가의 의도가 아닌가 싶습니다. - 헛웃음이 절로 나온다. 아무리 이십오 년 전 이야기지만 아닌 밤중에 홍두깨도 유분수지. 껑충 큰 키와 치진 눈썹이 어디 한 군데 모진 데 없이 유순한 인상을 주는데 간첩이라니. >> 라고 생각하는 하 과장이나, - 난 A가 입은 싸다지만 사람이 악한 건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웃을 때 가물가물한 그 눈을 보면 누구나 그런 마음이 들 거예요...... 난 금방 잊어버려요. 천성적으로 사람을 경계할 줄 모르는 백치 같아서. >> 라고 말하는 여자의 사람 보는 기준이 겨우 눈에만 보이는 외모라는 것이 제 맘엔 들지 않습니다. 또한, 제 경험상 누군가에게 상처를 받고도 '금방 잊어버리고..... 경계할 줄 모르는' 이유는 어쩌면 관계에 대한 게으름과 무관심일 수 있습니다. 이런 까닭에 그 혹은 그녀는 관계 속에서 지속적으로 상처를 받을 수 밖에 없습니다. - 시인은 써야 할 어떤 생각이나 문장이 문득문득 떠오르잖아요. 나는 뭔가, 스스로 물아봐도 아무 답이 안 나와요. >> 라는 여자의 말에 대한 답은 어쩌면 남자의, - 젊은 날의 시간이 아까웠고 삭막한 현실에서 내면의 기록이나마 필요했어요. 그게 내 존재 이유니까. >> 라는 고백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러 이러한 글을 쓰겠다 작정하고 시를 쓰고 소설을 쓰는 경우도 있습니다만 대부분은 쓰고 쓰고 또 쓰고 쓰다가 문득 나를 정확하게 표현하는 단어와 의미를 발견하게 되는 게 시인이고 소설가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마치, 내 인생을 바꿔 줄 아니 적어도 내 수고 혹은 상처를 덮고도 남을 금맥이 어딘가에는 숨어 있을 거라 믿으며 작은 삽을 들고 매일 광산으로 향하는 광부처럼 말입니다. 제가 애정하는 화살나무는 이 소설에 나오지 않습니다. 다 커도 3미터를 넘지 않는 화살나무는 나뭇가지가 마치 화살촉처럼 생겼다 해서 그 이름이 붙었다고 합니다. 가을에 단풍나무보다 더 빨갛게 아름다운 나무입니다. 나무 이름 많이 나오길래 은근히 기대했는데 다 읽도록 없어서 살짝 아쉬웠습니다.
오늘까지 읽은 부분에서 인상적인 내용을 알려 주세요.
[석양꽃] [툰드라]의 단편 여덟 개 중 마지막에 실린 작품입니다. 소설집 맨 끝에 있는, 문학평론가의 해설에 의하면 [석양꽃]은 1987년 작품으로 소설집에 실린 단편 중 제일 나이가 많습니다. 내용은 단순합니다. 스님과 보살과 그들이 지내는 절에 찾아온 여인 하나와 그 여인을 찾아온 손님 한 명과 해탈이라 불리는 고양이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그들 각자의 눈짓과 움직임과 생각에 관한..... 독자로 하여금 생각하게 하고 뒤집어 보게 하고 고민하게 하는 소설입니다. 여덟 개의 작품 중 마음에 드는 소설입니다. 소설 속 스님 영명이 '잔에 술을 따르며 스스로에게 들려주듯 읇는' [법구경] ' 사랑도 미움도 가지지 마라'가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사랑하는 사람 가지지 말라 미운 사람도 가지지 말라 사랑하는 사람 못 만나 괴롭고 미운 사람 만나서 괴롭다. (아래는 소설에 실리지 않은 나머지 부분입니다) 그러므로, 사랑을 짓지 마라 사랑으로 말미암아 미움이 생기나니 이미 그 얽매임을 벗어난 사람은 사랑할 것도 미워할 것도 없다. 작가가 [법구경] 전체가 아닌 윗상단만을 인용한 것은, ~를 하지 않기 위해 노력할 뿐 우리는 죽을 때까지도 '그 얽매임을 벗어'나지 못하는 까닭이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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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제일 마지막 단편 [석양꽃]이 가장 맘에 들었는데 작가가 한창 작품 활동을 하던 1987년 작품입니다. 나머지 작품들은 2000년대를 훌쩍 뛰어넘는 것들입니다. 작가란 자신의 깃털을 뽑아 경험과 세상이라는 진흙과 섞어 무언가를 빚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해가 지나고 경험이 쌓일수록 가마에서 내어 놓을 때마다 그 작품에 조금씩 균열이 늘고 형태가 찌그러진다면 어떤 기분일까요. 강석경 작가의 최근의 작품일수록 그런 아쉬움이 들었습니다. 읽으며 맘에 안 드는 부분들이 제법 있었는데 초창기 작품들은 어떠했나 찾아봐야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도대체 작가의 작품 인생 어디에서 그리 막혔는지 궁금해졌습니다. 책을 읽는 동안 온라인 수업도 시험도 끝나고 자격증도 취득했습니다. 그믐의 싱글챌린지가 아니라면 그 기간 동안 책은 읽지 않았을 겁니다. 제가 받은 혜택에 다시 한 번 고맙습니다. 어쩌면 곧 다시 시작할 싱글챌린지에 대해서도 미리 고맙습니다. 아름다운 일을 꿈꾸고 또 실행하는 모든 분들께 축복인 한 해가 되길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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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에도 셰익스피어의 작품 이어 낭독합니다
[그믐밤] 38. 달밤에 낭독, 셰익스피어 4탄 <오셀로>[그믐밤] 37. 달밤에 낭독, 셰익스피어 3탄 <리어 왕> [그믐밤] 36. 달밤에 낭독, 셰익스피어 2탄 <맥베스> [그믐밤] 35. 달밤에 낭독, 셰익스피어 1탄 <햄릿>
🐷 꿀돼지님의 꿀같은 독서 기록들
은모든 장편소설 『애주가의 결심』(은행나무)최현숙 『할매의 탄생』(글항아리)조영주 소설·윤남윤 그림 『조선 궁궐 일본 요괴』(공출판사)서동원 장편소설 『눈물토끼가 떨어진 날』(한끼)
이디스 워튼의 책들, 지금 읽고 있습니다.
[그믐클래식 2025] 8월, 순수의 시대[휴머니스트 세계문학전집 읽기] 3. 석류의 씨
공 출판사의 '어떤'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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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러분의 활발한 독서 생활을 응원하며 그믐이 선물을 드려요.
[인생책 5문 5답] , [싱글 챌린지] 완수자에게 선물을 드립니다
이렇게 더워도 되는 건가요?
[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25. <일인 분의 안락함>기후위기 얘기 좀 해요![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11. <화석 자본>무룡,한여름의 책읽기ㅡ지구를 위한다는 착각
8월 7일(목) 오후 7시 30분 / 저자 배예람X클레이븐 동시 참여 라이브 채팅⭐
[텍스티] 텍스티의 히든카드🔥 『당신의 잘린, 손』같이 읽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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