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가 아직도 아주 선명하게 꺼내볼 수 있는 기억은 오직 아름다운 부분들뿐이다. 단이 이모와 월향 언니와 연화와 함께 비 오는 날 거실에서 왈츠를 추었던 일. 처음으로 조선 극장 무대에 섰던 때. 쏟아지는 달빛 아래 한철과 키스했던 순간. 그가 나를 바라보던 눈빛. 그의 손길. ”
“ 한참이나 그걸 바라보던 나는, 정호가 아직도 나를 돌봐주고 있다 는 것을 깨달았다. 심지어 저세상에 가서도 말이다. 그리고 나도 똑같은 방식으로 있을 거라는 것도. 삶을 계속 놓아주고 또 붙잡고 버티면서, 오직 바다에서 온 나의 일부만이 남을 때까지.
삶은 견딜 만한 것이다. 시간이 모든 것을 잊게 해주기 때문에. 그래도 삶은 살아볼 만한 것이다. 사랑이 모든 것을 기억하게 해주기 때문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