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산주의, 러시아, 일본 혹은 한국, 정호 자신과는 무관한 관념이나 세계지도가 아니라. 진정한 행복을 찾는 방법에 대해 한 이야기 말이다. 그저 사랑하는 누군가와 함께 소박한 삶을 나누고 싶다는 바람, 바로 그것이 그가 아무에게도 차마 말하지 못하는 마음속 소망이었다. 자신이 굳이 말로 설명하지 않아도, 명보라면 이러한 소망을 인정하고, 그에 더해 존중해 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평생 누구에게도 이처럼 이해받은 적이 없었는데, 방금 만난 이 낯선 사람에게서 이런 감정을 느낀다는 게 그로서는 생소하기 그지없었다. 명보만큼 진실하고 똑똑하고 힘을 가진 사람마저 정호가 자신의 작은 소망을 이룰 수 있게끔 이끌어주지 못한다면, 아마 이 세상 그 누구도 할 수 없을 터였다. ”
『작은 땅의 야수들 - 2024 톨스토이 문학상 수상작』 p.291, 김주혜 지음, 박소현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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