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해의 장르살롱] 22. 한국추리문학상 대상 <타오>를 이야기하오

D-29
“성경 읽을 때 의심스러운 부분이 있다고 했고, 믿음이 약하다는 고민이었어요.” “신부님은 뭐라고 답해주셨습니까?” “그냥 믿으라고 했어요.”
타오 p.283, 김세화 지음
다 읽고 왔습니다. 미스터리, 추리 소설을 좋아하는데 사회파 미스터리 보다는 정통 미스터리 쪽을 선호하는 편입니다. 사회파 미스터리가 싫다기 보다는 취미로 미스터리 소설을 읽다보니 현실과 떨어져서 온전히 즐기고 싶다는 마음이 커서 그런 것 같습니다. 마음은 이렇지만 특별히 가려서 읽지는 않아요 :) 타오는 간만에 읽은 한국 사회파 미스터리 소설이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조금은 무거운 마음으로 읽었어요. 특히 언론의 모습이 현재와 겹쳐 보여서 착잡했습니다. 경찰 서장이 자기는 아무 책임이 없는 것처럼 일선 형사들한테 해결책 내놓으라고 나무라는 것도 눈살 찌푸려지더군요. 초반에 종교 갈등의 모습으로 사건이 시작했지만 제 예상과 다르게 흘러가면서 몰입해서 읽을 수 있었습니다. 재밌게 읽었습니다. 읽으면서 대구 이슬람 사원 이슈가 떠올라서 이 사건이 모티브가 됐는지 질문을 하려고 했는데, 작가님이 이미 모티브에 대해 이야기한 인터뷰 기사가 있더라구요. 작가님이 대구MBC 기자셨던 것도 같이 알게 됐습니다.
범인이 살인을 저지르고 도망갈 때 이상한 소리를 내면서 도망쳤다는 증언이 있었습니다. 범인이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면서 도망친다는 설정이 특이하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놓쳤을 수 있는데 이 설정에 대해 후반부에 설명이 있었나요? 실체가 밝혀지지 않았을 때는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범인인가보다 했는데, 범인을 알고나니 그 정도 증상으로 생각되지는 않아서요.
반갑습니다, 킨토님. 꼼꼼하게 읽으신 흔적이 느껴지는 질문들이라 좋습니다. 이 질문은 작가님 대신 제가 답변해드려도 될 것 같아서요, 일단 이근식이란 인물이 정신적으로 불안정하고 애정 결핍형 인물이라는 점에서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를 힘들게 한 자들에게 복수할 때 흥분한 나머지 충분히 괴성을 지를 수 있다고 봤거든요. 독자마다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다고는 봅니다만... 그래서 이근식의 불안정한 심리 상태를 뒤에서 보여주면서 설명을 생략한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 :-)
반갑습니다. 네 사람에 대한 집착이 심해서 살인 후 터지는 감정도 컸다고 봐야겠네요.
@킨토 킨토님, 이 질문을 읽었었는데 어디 있는지 잊어버려 다시 한참 찾았습니다. @센스민트 님이 질문하신 '석고상'처럼 깜짝 놀라고 또 반가운 질문이었습니다. 이 부분을 찾아내신 것을 보면 킨토님이 얼마나 꼼꼼하게 <타오>를 읽어주셨는지, 감사할 따름입니다. 이근식이 어떤 인물인지에 대한 설명이 충분히 되어 있는가의 문제죠. 충분했는지, 잘 모르겠지만 제가 그린 이근식은 아래와 같습니다. 이근식에 대해 미리 설명하면 쉽게 범인을 짐작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다고 제 마음대로, 옛날에 나온, 소위 본격추리소설처럼 '그러 그러 했다....'는 식으로 기술하면 반칙이하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결정적인 것은 범인이 알려질 쯤해서 후반부에 설명하는 타협책을 선택했습니다. 이근식은 자기 고양이를 죽인 고양이에게 복수하기 위해서 증거 없이 다른 고양이들을 끈질기게 잡아 죽입니다(이런 장면은 소설에서 생략했습니다. 독자분들이 짐작하실 것이라 예상되었기 때문에요.). 그리고 리처드3세를 죽인 자가 헨리7세, 토머스 모어, 세익스피어라고 생각하는 자기 자신의 지식에 따라 고양이 무덤도 배치한 인물입니다. 물론 사이코페스 또는 소시오패스로 설정하거나 그 한마디로 설명하는 것은 문제가 있기 때문에 이 같은 설명을 넣은 것입니다. 또 이근식은 스승 이진우와 함께 고대 이스라엘 역사, 즉 구약을 공부하고, 특히 '토라'라고 불리는 모세 5경을 공부한 뒤 야훼의 존재를 부정하는 이진우와는 달리 극렬 야훼주의자가 됩니다(이런 부분도 구체적인 묘사는 일부러 생략했습니다.). 무엇이 맞다, 틀리다의 문제가 아니라 이근식의 인식 수용 방식을 설명한 것입니다. 이근식은 구약의 내용에 정통하고 야훼의 정의를 자기 정의라 생각하고 복수를 합니다. 복수하는 것은 그에게는 신을 찬미하는 행위입니다. 사람들은 그의 목소리가 괴성으로 들리지만, 이근식은 신을 찬미하는 행위입니다. 마지막 대목은 310쪽에 묘사했습니다. 이 대목이 성공했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지 모르겠지만, 저의 의도는 위 설명대로입니다. 어쨌든 킨토님이 이 문제를 꺼내셨다는 점, 감사드리고 이외에 많은 복선도 부디 발견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아아 그 이상한 소리가 신을 찬미하는 것이었군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사전질문> Q9. 사실을 있는 그대로 다루지 않고 왜곡하는 세태에 대한 비판의식이 소설의 중요 주제라고 생각합니다. 오지영 형사의 생각과 의지에서 드러나기도 하구요. 추리 소설을 쓰시는 목적 중 하나가 ‘사실의 우위를 강조하기 위해서’라는 말도 인상깊었습니다. 작가님이 기자 생활을 하는동안 경험한 일들이 계기가 됐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오랜 기간 많은 일을 경험하셨겠지만 특히 기억에 남는 사건이 있으신가요?
@킨토 Q9 저의 주제 의식을 알아주셔서 매우 감사드립니다. 많죠, 매우 많습니다. 이른바 '대구 개구리소년 사건', '대구 상인동 지하철 가스폭발 사건', '낙동강 페놀 오염 사건'이 늘 제 의식 속에 있습니다. 르포르타쥐 제작물은 '태풍 루사' 당시의 김천지역 피해 취제물이 있습니다. 제가 만든 다큐멘터리 가운데는 '달성, 달구벌의 뿌리를 찾아서' 가 지금도 공부의 대상으로 남아 있습니다. 특히 개구리소년 사건, 잘 아시죠. 1991년 3월 26일 다섯 아이들이 도룡뇽을 잡으러 와룡산(그들 마을의 뒷산/ 한 아이의 아버지가 여기 저기서 묻는 말에 도룡뇽 발음이 어려워 그냥 개구리라고 하면서 개구리소년 사건이라고 명명됐음.)에 들어갔다가 실종된 뒤 2002년 유골로 발견된 사건입니다. 이 사건을 모티프로 한 것이 저의 첫 장편 추리소설 <기억의 저편>입니다. 소설 속에서는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왜곡되고 혼돈되고 편집된 기억 속에서 사실의 밝혀냅니다. 하지만 현실은 미해결의 비극으로 남아있습니다. 지금도 의문인 사건, 정말 알 수 없는 사건, 초기 수색, 초기 수사뿐만 아니라 유골이 발견된 뒤 현장보존에 실패한 대표적인 사건입니다. 다섯 명이나 되는 아이들이 대체 누구에게, 무슨 이유로, 어떻게 살해당했을까요?....... 이건 제 작품 홍보가 아닙니다. 매우 특이한 사건이라서 그렇습니다. <기억의 저편>을 한 번 읽어보시기를 권유드립니다. 태풍 루사는 드물게 내륙을 강타해 큰 피해를 낸 태풍입니다. 도로가 끊겨 베낭에 사흘 동안의 식량을 넣고 후배 카메라 기자와 함께 김천지역 수해 피해 현장에 걸어 들어갔습니다. 눈으로 직접 경험한 사건입니다. 이때의 장면들은 그림으로 촬영하고 방송도 했지만, 어떤 부분은 제 머리 속에 강렬하게 남아있습니다. 꼭 글로 남겨야만 합니다. 달성(대구 달성군이 아니라 대구 원도심에 있는 토성)은 대구의 뿌리를 간직하고 있는, 전국에서 보존이 가장 잘되어 있는 토성입니다. 무궁무진한 이야기기 그 안에 있습니다. 대구의 고대사, 근대사, 대구의 정체성과 연결되어 있어서 이 또한 꼭 추리소설의 한 장면에 넣어 보존하려고 합니다. 대구에 대한 직접적인 묘사는 어려울 것 같지만, 제 추리소설의 강렬한 모티프입니다.
지금에야 발견했어요. 혼자서 읽어보고 그믐 찾아볼게요!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재미있는 독서 시간이 되길 바래봅니다.
반갑습니다. 장르살롱은 처음 오신 거죠? ^^ 즐거운 시간 되시길 바랍니다. 내일 저녁 8시에 바로 여기서 김세화 작가님이 들어오시는 채팅이 있는데요. 관심 있으시면 들어오세요. :-)
늦게 시작했습니다만, 읽다보니 손에서 놓을 수 없네요.
한번 흐름을 타면 고속도로입니다. 완독 응원해요, 미스 와플님! :-)
화제로 지정된 대화
<사전질문> Q10. <타오>를 읽으면서 저는 김세화 작가님이 설정해 놓은 미스 디렉션(범인을 계속 헷갈리게 하는 기법)에 감탄을 했는데요. A-> B-> X로 계속해서 진범 용의자를 바꾸면서 독자의 추측을 무력화한 부분이 정말 좋았습니다. 여기서 독자이자 후배작가로서 궁금해지는 부분은요, 장편은 분량의 여유가 있어서 여러 번 미스 디렉션을 넣기도 하는데 김세화 작가님이 이러한 미스 디렉션을 치밀하게 계산했는지 아니면 자연스럽게 흘러나오게 되었는지 궁금해요. 개인적으로 여기서 한번 정도 더 꼬아줬어도 괜찮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 그러면 너무 무리수였을까요? :-) 이를테면 마지막에 반전을 하나 더 넣어주는...
@박소해 Q10 감탄에 감사드립니다. 제 소설이 감탄까지 받게 되니 날아갈 것 같네요. 연쇄 살인사건과 추리 라인은 당연히 자연스럽게 나오지는 않더군요.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구성이 적정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더 '꼬아준다'는 생각은 안 했습니다. 꼬아야 된다, 안 된다를 떠나서 저는 그렇게 생각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타오>의 구성에서 중점을 둔 것은 '구성' 자체도 '사실'을 다른 '편견' 때문에 놓치는 장면에서 ---> 다른 '편견'을 극복하고 사실의 실마리를 찾는 방식으로 구축되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크게는 종교적 편견으로 사실을 못 보는 구조에서 약자에 대한 편견을 통해서 사실을 발견하게 하는 구조로 한 번 넘어가게 설계했습니다. 전체 주제도 사실을, 오지영의 캐릭터도 사실 추구형으로, 구성 또한 사실의 우위를 강조하는 방식으로, 소설에 등장하는 거짓 언어와 행위도 나중에 사실을 극대화시키는 방식으로 구성하고자 했습니다.
역시 치밀한 설계로 구축하셨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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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질문> Q11. <타오>의 오지영 형사과장은 한국 형사 중에서도 독특한 성격을 가진 형사란 생각이 드는데요. 캐릭터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혹시 참고로 한 롤모델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박소해 Q11 오지영은 실재로 존재하지는 않지만, 여러 명을 합성한 캐릭터입니다. 앞서 한 답변 가운데 모든 장소와 인물은 존재했거나 존재하고 있다고 말씀드렸는데 오지영 또한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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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질문> Q12. 제 마지막 사전 질문인데요. 김세화 작가님이 마르틴 베크 시리즈를 좋아하시는 걸로 알고 있는데요. 북유럽에 <타오>를 수출하고 싶다고 말씀하시기도 했고요. 김세화 작가님이 생각하는 북유럽 미스터리의 매력과, 본인 작품이 북유럽에 수출되면 좋겠다고 생각하시는 이유, 그리고 북유럽 미스터리로부터 배운 점은 무엇인지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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