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을 과연 깊이 의심하는 것인지, 아들을 잘 모르겠는 것인지 헷갈립니다
"그에게는 어린애를 해치는 데 필요한 사악하기 짝이 없는 힘을 끌어내기에는 너무나 무기력하고 두서가 없는, 악의는커녕 어느 곳도 맺힌 데 없는 기운이 풍겨 나왔다. 내 아들은 에이미 지오다노를 해칠 수 없었을 것이다. 나는 그렇게 마음을 정리했다. 왜냐하면 키이스에게는 그런 행동을 하기 위해 필요한 활성 에너지가 없기 때문이었다. p.136"
변호라도 이런 변호를 들으면 '읭?'하며 부정하고 싶을 것 같기도 해요...
삶에 열정을 다해온 기성 세대가 볼 때,
그렇게 몸과 맘을 다 바쳐 생계 유지와 가족 공헌에 성실하게 기여하면 기본적인 인생 우상향과 노후 부양 예약을 보장받는 사회가 더 이상 아닌 젊은 세대의 포지션은, 그저 '무기력'하게 보일 수도 있겠지요...
[그믐연뮤클럽] 5. 의심, 균열, 파국 x 추리소설과 연극무대가 함께 하는 "붉은 낙엽"
D-29

수북강녕

riverside
가까운 사람일수록 그 사람의 믿음과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못난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지 못하고 숨기기도 하는 것 같아요.. 특히 부모와 자식의 경우 서로가 사랑하고 믿어줘야 한다는 생각이 전제되어 있는 관계라서 그렇지 못할 경우 서로의 속마음을 솔직하게 터놓게 힘든 것 같아요. 물론 소설에서 에릭의 경우 아들을 의심하는 마음이 아들에게 그대로 전달되고 아들은 아빠에게 더 마음을 닫지만요..힘든 소통인 것 같아서 뾰족한 방법이 생각나지는 않네요 상처를 입을 수도 있지만 용기를 가지고 마음을 솔직하게 표현하자는 것 외에는..

수북강녕
가족은 가장 가까운 사이지만 내가 스스로 선택한 관계는 아니죠
혈연으로 이어져 있고 유전적 닮은꼴이지만, 성격이나 후천적 취향이 빗나갈 수 있는데 같기를 강요당하기도 하고요
에릭과 키이스가 상처를 감수하고라도 서로 솔직한 소통을 하길 바라 봅니다 독자들이 간절히 바라면 이루어질지도요 ㅎㅎ

수은등
질문에 대한 답을 염두해 두고 있었는데 3부에서 이런 문장을 만나네요. 답으로 대신해봅니다.
'진정한 대화란 희망과 꿈의 무게를 담고, 가식적인 허 울을 벗어버리며, 드러난 빛 속에 서로의 얼굴이 빛나게 하는 것이다. 진정한 대화란 삶에 관한 것이고, 그 삶을 이겨내기 위해 최대한 노력하는 방법에 관한 것이고, 그렇게 살아가면서 우리가 배운 교훈에 관한 것이다.' p247

수북강녕
우리 이번 뒤풀이에서는 반드시 '진정한 대화'를 추구하겠습니다 :)

조반니
[2부 미션]
소설 보면서 저와 아버지의 관계에 대해서도 생각해보되네요ㅋㅋㅋㅋㅋㅋ
모든 아버지가 에릭처럼 너무 극단적으로 생각하는건 아니겠지만, 이러한 큰 사건이 집안에 닥친다면 어느정도 일어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들은 질풍노도의 시기를 온몸으로 받아내고 있는 중이라 주변에 무심하고 말도 하기 싫죠.
아버지는 평소 마음에 안 들었던 아들 모습이 더 크게 보이고, 사소한 것 하나에도 민감하게 생각하고 반응하게 되지 않을까요?
애릭의 가정도 겉으로 보기에는 행복한 가정, 고만고만한 모습으로 보였지만, 정작 사건이 터지면서 그동안의 가족간의 유대관계가 형편없다는게 수면위로 드러나게 되죠.
이게 하루아침에 형성된게 아니다보니 갑자기 회복하기란 쉽지 않아보여요.
제 경험으로는, 아버지께서 당신의 어릴적 이야기를 쭉 들려주시면서 이야기를 풀어나갔던 대화가 기억에 남아요.
은근히 재미있기도하고 몰랐던 사실을 새롭게 발견하게되서 좋더라고요.
요즘도 대화 서두에 옛날 이야기 들려달라고 하면서 시작해요.
함께 공유할 기억이나 추억이 생긴다는 점이 서로에 대한 관계의 끈을 두텁게 만들 어 준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수은등
“ 이제 나는 안다. 우리가 그토록 조심스럽게 구축해놓은 삶 아래 아주 깊은 틈이 입을 벌리고 있다는 사실을. 나는 총성을 듣고, 체념의 중얼거림을 듣는다. 그리고 그런 소리들 속에 내가 몰랐던 모든 것이 밝고 분명하게 번쩍거리고 있다. ”
『[그믐연뮤클럽] 5. 의심, 균열, 그리고 파국 x 추리소설과 연극무대가 함께 하는 "붉은 낙엽"』 p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