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흘러나왔던 길에 바늘 자국을, 핏자국이라도 새겨뒀더라면.
하지만 너무 끔찍한 길이었어.
혀와 목구멍보다 깊은 곳에서 그녀는 중얼거렸다.
『희랍어 시간』 2 침묵, 한강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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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별
완전한 어둠 속으로 내가 걸어들어갈 때, 이 끈질긴 고통 없이 당신을 기억해도 괜찮겠습니까.
『희랍어 시간』 5, 한강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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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별
“ 그녀는 공간을 차지하는 것을 싫어했다. 누구나 꼭 자신의 몸의 부피만큼 물리적인 공간을 점유할 수 있지만, 목소리는 훨씬 넓게 퍼진다. 그녀는 자신의 존재를 넓게 퍼뜨리고 싶지 않았다. ”
『희랍어 시간』 7 눈, 한강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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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별
세계는 그녀에게 자연스럽게 주어진 것이 아니었다. 캄캄한 암흑 속에서 수많은 변수들이 만나 우연히 허락된 가능성, 아슬아슬하게 잠시 부풀어오른 얇은 거품일 뿐이었다.
『희랍어 시간』 7 눈, 한강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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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별
“ 그 여자의 침묵에는 두려운 데가, 어딘가 지독한 데가 있었어. 오래전, 죽은 삐비의 몸을 하얀 가제 수건에 싸려고 들어올렸을 때...... 우리가 얼어붙은 숟가락으로 파낸 작은 구덩이 속을 들여다보았을 때 느꼈던 정적 같은.
상상할 수 있겠니.
살아 있는 사람에게서 그런 침묵을 본 건 처음이었어. ”
『희랍어 시간』 9 어스름, 한강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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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별
하지만 그녀는 그것에 어떤 의미도 부여하지 않았다. 그 변화에 대해 언어로 생각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희랍어 시간』 11 밤, 한강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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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별
“ 질끈 감은 눈꺼풀에 힘을 준다. 눈을 감았으므로 보이지 않는다. 반짝이는 육각형의 커다란 결정들도, 깃털 같은 눈송이들도 보이지 않는다. 짙은 보랏빛 바다도, 흰 봉 우리 같은 빙하도 안 보인다. ”
『희랍어 시간』 11 밤, 한강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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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Ho
모든 사물의 몸에서 파르스름한 빛이 새어나와, 방금 잠이 씻긴 두 눈 속으로 기적처럼 스며들어오는 새벽. p72
『희랍어 시간』 한강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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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Ho
어떻게 이런 표현이 나올수 있을까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꼬리별
A-3. 여자는 언어를 잃어버린 현상(침묵)을 청소년기에도 마찬가지로 겪었습니다. 그 이유에 대해 명시적으로 나오지는 않았는데요. 나름대로 추측해본다면 어떻게 설명하시겠어요?
GoHo
‘작대기로 흙바닥에 적어간 문자들. 거기 아슬아슬하게 결합돼 있던 음운들의 경이로운 약속.’ p14
'가장 고통스러운 것은, 자신이 입을 열어 내뱉는 한마디 한마디의 말이 소름끼칠 만큼 분명하게 들린다는 것이었다. 아무리 하찮은 하나의 문장도 완전함과 불완전함, 진실과 거짓, 아름다움과 추함을 얼음처럼 선명하게 드러내고 있었다. 그녀는 자신의 혀와 손에서 하얗게 뽑아져나오는 거미줄 같은 문장들이 수치스러웠다. 토하고 싶었다. 비명을 지르고 싶었다.' p15
경이로운 언어의 세계 속에서 비어져 나와, 현실에 내뱉어지는 말과 언어의 양면성과 위선에 주체할 수 없는 회의감이 몰아쳐 스스로 소리를 삼키게 했던 게 아니었을까 싶었습니다.
la
처음의 침묵이 출생이전의 그것에 가까웠다고 하는 것 보면 사건이나 계기가 있었다기보다는 언어 자체에 대한 예민함으로 언어를 잃어버렸다고 생각합니다 출생이전이라는 건 어쨌든 생에 가깝기 때문에 세상자체가 자극으로 느껴지듯 주인공에게 언어자체도 자극으로 느껴졌을 것입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꼬리별
A-4. 이 책에서는 “따옴표”가 쓰이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GoHo
" " 표는 표현과 감정을 화자의 것으로 객관적이고 제한적으로 받아들이게 되는 것 같은데..
따옴표 없는 이탤릭체의 문장은 읽는 이에게 제한 없이 스며드는 것 같습니다..
꼬리별
희랍어 강의 시간에 강의내용은 또 이탤릭체가 아니더라구요. 나에게 다가오는 언어는 이탤릭체이고, 아직 나를 "변화시키는 말"은 없어서 인걸까.. 싶기도 해요.
la
인지하지 못한 부분입니다 어쩌면 발화를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 효과를 통해 책 전체에서 주인공의 상황과 심경을 강조하려는 것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꼬리별
얼핏 살펴보니 <희랍어시간> 뿐만 아니라 한강 작가님 작품에는 (전부는 아니더라도) 종종 따옴표가 등장하지 않더라구요. 저도 이유가 궁금해 여쭤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