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작가의 감정선 따라 읽기] 2. 희랍어 시간

D-29
나는 그렇게 할 수 없었어. 문학 텍스트를 읽는 시간을 견딜 수 없었어. 감각과 이미지, 감정과 사유가 허술하게 서로서로의 손에 깍지를 낀 채 흔들리는 그 세계를, 결코 신뢰하고 싶지 않았어.
희랍어 시간 14 얼굴, 한강 지음
이것 봐. 죽음과 소멸은 처음부터 이데아와 방향이 다른 거야. 녹아서 진창이 되는 진눈깨비는 처음부터 이데아를 가질 수 없는 거야.
희랍어 시간 14 얼굴, 한강 지음
자신이 말을 잃은 것이 어떤 특정한 경험 때문이 아니라는 것을 그녀는 알고 있다. 셀 수 없는 혀와 펜들로 수천 년 동안 너덜너덜해진 언어. 그녀 자신의 혀와 펜으로 평생 동안 너덜너덜하게 만든 언어. 하나의 문장을 시작하려 할 때마다 늙은 심장이 느껴졌다. 누덕누덕 기워진, 바싹 마른, 무표정한 심장. 그럴수록 더 힘껏 단어들을 움켜쥐었다. 한순간 손아귀가 헐거워졌다. 무딘 파편들이 발등에 떨어졌다. 팽팽하게 맞물려 돌던 톱니바퀴가 멈췄다.
희랍어 시간 19 어둠 속의 대화, 한강 지음
...당신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 순간이 있어요. 더이상 아무것도 말하고 싶지 않은 순간이 있어요.
희랍어 시간 19 어둠 속의 대화, 한강 지음
심장과 심장을 맞댄 채, 여전히 그는 그녀를 모른다. 오래전 아이였을 때, 자신이 이 세계에 존재해도 되는지 알 수 없어 어스름이 내리는 마당을 내다보았던 것을 모른다. 바늘처럼 맨몸을 찌르던 말들의 갑옷을 모른다.
희랍어 시간 20 흑점, 한강 지음
모든 사물은 그 자신을 해치는 것을 자신 안에 가지고 있다...(...) 인간의 혼은 왜 그 어리석고 나쁜 속성들로 인해 파괴되지 않는 겁니까? p105
희랍어 시간 한강 지음
내가 나중에 어떤 식으로든 책을 내게 되면, 그게 꼭 점자로 제작되었으면 좋겠어. 누군가가 손가락으로 더듬어서, 끝까지 한 줄 한 줄 더듬어서 그 책을 읽어주면 좋겠어. 그건 정말...... 뭐랄까. 정말 그 사람과 접촉하는 거잖아. 그렇지 않아? p110
희랍어 시간 한강 지음
거대한 화살에 실려 날아가는 것 같았어요. 과녁이 아니라 과녁 바깥을 향해 힘껏 쏘아지는 것 같았어요. p149
희랍어 시간 한강 지음
오래전에는 해가 진 직후와 해가 뜨기 직전의 어스름을 호(呼)…︎…︎로 시작되는 한자어로 불렀다고 했다. 멀리서 오는 사람을 알아볼 수 없어, 큰 소리로 불러 누구인지 물어야 한다는 뜻의 단어다. 개와 늑대의 시간이란 서양식 표현과 비슷한 연원을 가진, 호…︎…︎로 시작되는, 끝끝내 완전해지지 않는 그 단어가 목구멍보다 깊은 곳에서 뒤척인다. p157
희랍어 시간 한강 지음
끝끝내 완전해지지 않는 저 단어.. 못 찾겠다 꾀꼬리~ 아시는 분???? ㅎ
https://www.threads.net/@jun_n_wendy/post/DBjUti6veaU?hl=ko 호현이라는 단어일 가능성이 높다고 합니다~
'호현'을 바탕으로 근거를 찾고자 검색과 사전을 탐색했으나 찾지 못하고.. 클로바X에게 질문을 던져 얻은 결과 입니다.. 거론된 3가지 책은 모두 존재가 확인 되는 것이나.. '호현'과 '호회명'에 대한 근거는 더 확인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은데.. 오늘 내일 중으로는 어렵겠지요~ㅎ 참고로.. ChatGPT 답변은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단어가 아니라서 사용된 사례를 찾기 어렵다.. 였습니다.. 국산이 더 낫습니다~ㅎ 암튼 재밌는 탐색의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꼭 검증된 근거를 찾아볼 예정입니다~^^V
건투를 빕니다~
그 때 왜 그렇게 가슴이 서늘해졌던 걸까. 느리디느린 작별을 고하는 것 같던 그 광경이, 헤아릴 수 없는 무슨 말들로 가득 찬 것 같던 침묵이, 여태 이렇게 생생하게 떠오르는 걸까. 마치 그 경험이 나에게 무엇인가를 대답해 주는 것처럼. 뼈아픈 축복같은 대답은 이미 주어졌으니 어떻게든 그걸 내 힘으로 이해해내야 하는 것처럼. 115쪽
희랍어 시간 한강 지음
세 치의 혀와 목구멍에서 나오는 말들, 헐거운 말들, 미끄러지며 긋고 찌르는 말들, 쇳냄새가 나는 말들이 그녀의 입속에 가득 찼다. 조각난 면도날처럼 우수수 떨어지기 전에, 막 뱉으려 하는 자신을 먼저 찔렀다. 165쪽
세 치의 혀와 목구멍에서 나오는 말들, 헐거운 말들, 미끄러지며 긋고 찌르는 말들, 쇳냄새가 나는 말들이 그녀의 입속에 가득 찼다. 조각난 면도날처럼 우수수 떨어지기 전에, 막 뱉으려 하는 자신을 먼저 찔렀다. 165쪽
희랍어 시간 한강 지음
우리가 살아가며 언어가 얼마나 가슴 속에 아린 상처로 남는지, 그걸 잊으려 해도 기억할 때마다 먼저 자기 자신을 다시 찌르는 아픔을 주는지. 결국 언어로 표현하는 거 자체가 상처를 건드리고, 말을 뱉어낼 수 없이 침묵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감각적인 표현으로 너무 잘 표현해 주는 문장입니다.
침묵으로 말을 삼킴으로써 그녀는 스스로를 베어내고 찌르며 고통스런 평안에 닿으려 했을지도.. 죽은 언어를 배우는 이유이기도 하겠지요..
내가 볼 수 있는 건 오직 꿈에서 뿐이겠지요. (...) 꿈에서 깨어나 눈을 뜨는 것이 아니라, 꿈에서 깨어나 세계가 감기는 거겠지요. p159
희랍어 시간 한강 지음
가끔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나요. 우리 몸에 눈꺼풀과 입술이 있다는 건. 그것들이 때로 밖에서 닫히거나, 안에서부터 단단히 걸어잠길 수 있다는 건. p161
희랍어 시간 한강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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