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작가의 감정선 따라 읽기] 2. 희랍어 시간

D-29
표지가 아름답네요. 잘 알지 못하는 문자 덕에 신기한 느낌도 들어요. 이 책을 덮을 때쯤 언어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으면 좋겠어요.
한강 작가님의 묵직한 소설은 강하게 각인되는 거 같아요. 이 작품 역시 잊혀지지 않는 장면처럼 선명하게 남는 무엇이 있을 거 같아요. 그 무엇이 어떤 장면일 지 무척 기대됩니다.
디 에센셜 책의 표지 전면에 있는 눈을 감고 깊이 음미하는 듯한 작가님의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삶을 살아내야만 한다면, 인간의 어떤 지점을 바라볼 때 그것이 가능한가? 라는 질문을 함께 떠올리며 읽어나가고 있습니다. 책을 읽고 난 후에 이 질문의 의미를 한층 더 깊이 있게 고민해 볼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고민 속에서 개인의 삶을 넘어 공동체의 희망과 그 근거를 찾는 일에 대한 작은 의지를 실천해 나갈 수 있는 힘을 얻었으면 합니다.
두 번째로 읽는 한강 작가의 책입니다. 빛을 잃어가는 사람과 말을 잃은 사람이 서로에게 위로가 될 수 있을지, 그리고 그 과정이 어떻게 쓰여졌을지 궁금했어요.
한강작가에게서 느껴지는 고요함이 표지에서도 느껴졌습니다 요동치는 제 마음이 안락해졌으면 좋겠습니다
디 에센셜로 읽고 계신가요! 아직 다 읽지는 못했지만, 읽는 사람마저 차분해지는 책입니다.
한강 작가님을 처음 만나게 된 책이었어요. 구입한지 거의 10년 가까이 되는데 이제서야 읽어보게 되네요! 사실 어떤 이유때문에 사게되었는지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아서 읽으며 그때 제가 이 책을 선택한 이유가 궁금해요😄
저도 집에 모셔놓은 책들이 한가득입니다. 힘내서 조금씩 읽어나가고 있답니다.
지구 반대편 칠레에 살고 있습니다. 그동안 한강 작가님의 책을 거의 읽어왔는데 작별하지 않는다와 희랍어 시간 등 지인을 통해 제 손에 도착한 순간 바로 읽고 싶은 마음과 이곳에서 모임을 하고 있는 소식이 만나 같이 하게 되었습니다. 창가에 비 내리는 흐릿한 배경에 빗방울이 흘러내리는 자국 위에 또 맺힌 빗방울들. 그 위에 우리가 마치 손가락으로 습기 찬 창문에 쓴 거 같은 미지의 희랍어 문자. 여기에 쓰인 희랍 문자가 무엇을 의미할까 궁금증은 이 소설 속 어떤 이야기가 담겨 있을지 갖게 되는 의구심과도 같은 결이겠지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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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곳에서건 사진은 찍지 않았다. 풍경들은 오직 내 눈동자 속에만 기록되었다. 어차피 카메라로 담을 수 없는 소리와 냄새와 감촉 들은 귀와 코와 얼굴과 손에 낱낱이 새겨졌다.
희랍어 시간 한강 지음
고독한 노동으로 단련된 사람의 눈. 진지함과 장난스러움, 따스함과 슬픔이 부드럽게 뒤섞인 눈. 무엇이든 섣불리 판단하지 않고 일다나 들여다보겠다는 듯, 커다랗게 열린 채 무심히 일렁이는 검은 눈.
희랍어 시간 35p., 한강 지음
그녀는 다만 바라본다. 바라보면서, 바라보는 어떤 것도 언어로 번역하지 않는다. 눈에는 계속해서 다른 사물들의 상이 맺히고 그녀가 걷는 속력에 따라 움직이며 지워진다. 지워지면서, 어떤 말로도 끝내 번역되지 않는다.(p.75)
희랍어 시간 한강 지음
마찬가지로 어리석음이 진실을 파괴할 때, 어리석음에도 균열이 생겨 함께 부서질까요. 내 어리석음이 사랑을 파괴했을 때, 그렇게 내 어리석음 역시 함께 부서졌다고 말하면 당신은 궤변이라고 말하겠습니까.
희랍어 시간 p.49, 한강 지음
흉터 많은 꽃잎들을 사방에 떨구기 시작한 자목련이 가로등 불빛에 빛난다. 가지들이 휘도록 흐드러진 꽃들의 육감, 으깨면 단 냄새가 날 것 같은 봄 밤의 공기를 가로질러 그녀는 걷는다.
희랍어 시간 p.21, 한강 지음
내 눈이 멀게 된 두 당신의 목소리는 필요하지 않았을 겁니다. 보이는 세계가 서서히 썰물처럼 밀려가 사라지는 동안, 우리의 침묵 역시 서서히 온전해졌을 겁니다. p48 그녀는 공간을 차지하는 것을 싫어했다. 누구나 꼭 자신의 몸의 부피만큼 물리적인 공간을 점유할 수 있지만, 목소리는 훨씬 넓게 퍼진다. 그녀는 자신의 존재를 넓게 퍼뜨리고 싶지 않았다. p51 하마터면 넌 못 태어날 뻔했지. 주문처럼 그 문장이 반복되었다.(...) 세계는 그녀에게 당연스럽게 주어진 것이 아니었다. 캄캄한 암흑 속에서 수많은 변수들이 만나 우연히 허락된 가능성, 아슬아슬하게 잠시 부풀어오른 얇은 거품일 뿐이었다. p52
희랍어 시간 한강 지음
"우리 사이에 칼이 있었네, 라고 자신의 묘비명을 써달라고 보르헤스는 유언했다." ( 1장 첫 문장). 화자는 "그 '서슬 퍼런' 칼날이 , 만년의 보르헤스와 세계 사이에 길게 가로놓였던 실명이 아니라면 무엇이었을까." 라고 적는다. 나와 너, 나와 세계 사이에도 건널 수 없는 , 다다를 수 없는 무엇이 있겠지. 실체 없는 두려움으로 느껴지는 것들이.
오히려 더 밝고 진해진 정적이 어둑한 항아리 같은 몸을 채웠다.
희랍어 시간 p.19, 한강 지음
그렇다면 나의 신은 선하고 슬퍼하는 신이야. 그런 바보 같은 논증 따위에 매력을 느낀다면, 어느 날 갑자기 너 자신이 성립 불가능한 오류가 되어버리고 말걸.
희랍어 시간 p.47, 한강 지음
처음의 침묵이 출생 이전의 그것에 가까웠다면, 이번의 침묵은 마치 죽은 뒤의 것 같다.
희랍어 시간 2 침묵, 한강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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