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마음 여동생 윌에게 쓴 편지 좋네요. 사랑에 빠지라!고 해주는 오빠라니. 빈센트의 편지를 읽다보면, 그가 사랑이 넘치는 사람이었구나... 생각될때가 많은데, 이 편지를 보니 그런 마음이 드네요.
[편지큐레이터와 편지책 읽기] 1. 빈센트 반 고흐의 편지를 읽어요.
D-29

편지큐레이터

구름마음
저는 위즈덤하우스에서 출판한 <반고흐, 영혼의 편지>를 읽고 있습니다. 오늘은 1880년 7월에 테오에게 쓴 편지를 읽었어요. 자신을 새장에 갇힌 새에 비유하는 고흐의 마음이 얼마나 답답했을지. 한편으로 이렇게 자기의 마음에 대해서 글 을 쓰는 과정이 있었기에 고흐가 어려운 시간을 견뎌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내 안에 무엇인가 있다. 그곳이 도대체 무얼까?"p.24

편지큐레이터
@구름마음 님의 글을 읽고, 저도 이 책을 펼쳐봤어요. 오래전에 읽었는데 밑줄이 많은 편지네요. '새장에 갇힌 새'라는 제목아래 있는 편지지요? 구름마음님의 글을 읽다가 빈센트가 어떤 마음으로 이 편지를 썼을까 궁금해서 다른 편지책과 평전을 좀 살펴봤어요.
이 편지를 쓰기 전에 오랫동안 테오와 연락을 안했던 상태였나봐요. 빈센트의 편지 800여통이 번역된 책을 보니 이 편지를 쓰기 전 약 1년 전쯤에 편지가 있었네요. 1년이나 편지를 쓰지 않았나 싶은데, 다른 판본에도 그 무렵에 쓴 편지가 없는 걸 보면, 오랫동안 편지를 쓰지 않긴 했나봐요. 그래서 '오랫동안 여러가지 이유로 침묵을 지켜왔는데, 어쩔 수 없이 펜을 들었다.'라는 문장을 썼나봅니다.
가족들에게서 어떤 질타(?)를 받았던 시기였나봐요. '밥벌이'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었을까 싶네요. 앞으로 뭘해야할지 고민하는 그런 방황의 시기였었나봐요. 아무것도 할 수 없어서 새장 속에 갇힌채 머리를 박는 새처럼... 자신이 그래보였던 때였나봅니다.
구름마음님이 소개해주신 편지를 읽으니 마음이 짠...해지네요.

똘망초록
저는 예담 출판사의 <반고흐 영혼의 편지>를 읽습니다. 전에 중고도서로 구입한 것이라 개정판이라곤 해도 커버가 좀 오래된 느낌은 있지만 워낙에 안에 담고 있는 글과 그림들이 반짝거리니까요.^^
저는 이 책 기준 p22 테오에게 쓴 편지 중의 다음 구절이 인상깊었답니다.
‘어쩌면 네 영혼 안에도 거대한 불길이 치솟고 있는지도 모르지. 그러나 누구도 그 불을 쬐러 오지는 않을 것이다. 지나치는 사람들이 볼 수 있는 것이라곤 굴뚝에서 나오는 가녀린 연기 뿐이거든. 그러니 그냥 가버릴 수밖에.
그렇다면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힘을 다해 내부의 불을 지키면서, 누군가 그 불 옆에 와서 앉았다가 계속 머무르게 될 때까지 끈질기게 기다려야 할까? 믿는 마음이 있는 사람은 빠르든 늦든 오고야 말 그때를 기다리겠지.’
제 아무리 내가 품고있는 예술에 대한 열망과 열정, 그리고 재능이 거대한 불길같다 하여도 남들이 보기엔 고작 굴뚝의 연기정도로밖에 보여지지 않는 현실. 그 불길을 제대로 알아봐주는 사람이 경제적으로 그 믿음을 보여줘야만 불씨가 꺼지지 않을 수 있는 그의 처지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문장들이었습니다. 어쩐지 처연한 마음이 드는 것은 어찌할 도리가 없었답니다.


편지큐레이터
@똘망초록 님이 올려주신 편지를 읽으면서, 빈센트는 정말 글을 잘 쓰는 사람이었다는 걸 다시 한 번 느끼게되네요. 어쩜 자신의 생각을 이렇게 글로 잘 표현할 수 있었는지... 화가가 아니라 글쓰는 작가를 했어도 좋았을 것 같아요. (저도 이 책 있어요. 오래된 개정판이요. 소곤소곤)

가을엔
전 책이 너무 커서 시댁에 못가지고 내려왔어요. ㅋㅋ
그래서 도서관에서 빌린 책을 먼저 읽습니다.
<빈센트 반 고흐 영혼의 그림과 편지들>
그가 새해에 쓴 편지 중 테오에게 예술을 이해하기 위해 추천하는 법이 있어서 짧게 남겨봅니다.
항상 여기저기 거닐어 산책을 많이 하고, 자연을 한껏 사랑해라. 그게 바로 예술을 오롯이 진정으로 이해하는 길이야. 화가는 자연을 이해하고 사랑하는 이지. 그리고 우리에게 자연을 바라보는 법을 알려줘. (P.20)

편지큐레이터
@가을엔 저도 이 편지 좋아해요. 아, 이 편지가 새해에 쓴거였네요. 지금 책상에 있는 책을 펼쳐보니 1874년 1월에 쓴 걸로 나오네요. (예담 출판사본을 펴봤어요) 새해에 누군가에게 편지를 쓰면서 '산책을 많이 하고 자연을 한껏 사랑하라'고 쓸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더불어... 가을엔님과 제가 읽는 그 커다란 책에는 저 편지가 없어요. ㅋㅋ 그 책에는 1875년 편지부터 나오더라고요. ^^ 시댁 잘 다녀오세요~

편지큐레이터
제가 읽고 있는 책은 <빈센트 반 고흐 Vincent van Gogh (아몬드꽃 표지) - 그림과 편지로 읽는 고독한 예술가의 초상>입니다. 첫 편지는 네덜란드어로 쓴 편지에요. 빈센트가 쓴 25번째 편지랍니다.
빈센트는 편지를 쓸 때 영어, 프랑스어, 네덜란드어 중에서 하나로 썼어요. 그래서 어떤 번역본들에는 편지 번호와 어떤 언어로 썼는지도 표시가 되어 있답니다. 제가 읽고 있는 책에는 번호만 나와 있는데요, 다른 판본을 찾아보니 이 편지가 네덜란드어로 썼다고 해요.
편지와 함께 작은 데생을 동봉한다는 내용이고요, 하숙집 여주인 딸이 죽던 날 아침에 그린 그림이라고 소개하고 있어요. 책에는 편지의 한 부분만 발췌되어 나와 있는데, 완역본을 찾아보니 이 편지와 함께 읽고 있는 시를 소개하는 글을 썼네요. 에드몽 로슈의 시집 속에 있는 시를 몇 개 소개하고 있답니다.
제가 읽고 있는 책과 참고로 살펴보고 있는 책(완역본) 사진을 올려볼게요.
(왼쪽 : <빈센트 반 고흐 Vincent van Gogh (아몬드꽃 표지) - 그림과 편지로 읽는 고독한 예술가의 초상>의 첫 번째 편지
오른쪽 : <초판본 빈센트 반 고흐, 영혼의 편지들 세트> 입니다. 펀딩에 참여했더니 편지지 사진까지 함께 왔더라고요.)



냥이랑책읽기
제가 읽고 있는 책은 이승재님이 번역한 <빈센트 반 고흐, 영혼의 그림과 편지들> (더모던, 2023년 2쇄)인데, 책의 말미에 연대기가 정리돼 있고, 중간중간 150여점의 빈센트 반 고흐의 그림들이 실려 있습니다.
10년 간의 짧은 화가 생활 동안 그려진 900여점의 많은 그림들 중 일부이긴 해도, 그림의 변화를 고흐 개인의 고단한 삶의 여정이 느껴지는 편지와 함께 살펴보고 있습니다. 편지글의 필체를 볼 수 없는 인쇄판본이라 다소 아쉬운 감이 있는데, 그래도 제 마음에 와닿는 글이 있어 일부를 소개합니다.
(P.370에 실린 편지로서 1890년 6월13일자로 어머니께 보내는 글입니다.)
어머니 편지에, 뉘넌을 다시 찾은 뒤 '한때는 내 것이었다는 데 감사할 따름'이고 이제는 전부 남들에게 남겨두고 와서 마음이 편하시다는 구절을 읽으며 뭉클했습니다.
마치 어두운 유리창을 들여다보듯, 그렇게 희미할 따름이지요. 삶, 헤어짐과 죽음, 끊임없는 걱정들의 이유를, 우리는 어렴풋이 이해할 뿐입니다. 제게는 삶이 내내 외로운 길 같습니다. 제가 그토록 애정을 갖고 대했던 사람들이 다 그렇게 유리창 너머로 어렴풋하기만 합니다.
하지만 또 그래서인지, 요즘은 제 그림 작업이 전보다 더 균형이 잡히는 듯합니다. 그림도 그 자체로 하나의 세계입니다. 작년에 이런 글을 읽었어요. 책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는 일은 아이를 낳는 것과 같다고요. 늘 출산이 가장 자연스럽고 최선인 행위라고 생각해 왔습니다만, 그래서 비록 세 행위 중에서 가장 이해받지 못하는 일을 하면서도 최선을 다합니다. 제게는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유일한 끈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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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편지는 빈센트가 사망하기 한달여전의 그의 심리를 잘 표현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어두운 유리창을 들여다보듯, 삶은 늘 어렴풋하고 외롭다는 그의 말이 제게 울림을 줍니다. 그러면서도 최선을 다해 그림에 열중하는 그의 모습을 바로 옆에서 보듯 상상하게 됩니다.
빈센트에게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유일한 끈이 그림이었다면, 제게는 어떤 가치나 존재가 간절한 것인지 스스로에게 다시 물어봅니다.

편지큐레이터
@냥이랑책읽기 님의 글을 읽는데, 마음 속에 파도 하나가 이네요. 빈센트의 편지는 특별한 힘이 있는 것 같아요. 어떤 울림을 주는... 편지거든요. 다산의 편지를 읽을 때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빈센트의 편지를 읽으면서는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자주 했는데, 냥이랑책읽기님이 올려주신 편지를 읽으니,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울림을 주는 편지 소개 감사합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편지큐레이터
여러분! 빈센트의 편지를 잘 읽고 계신가요? 읽은 편지 중에 기억에 남는 편지가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다양한 빈센트의 편지를 여러분의 언어로 보고 싶습니다! ^^ 글 쓰기가 부끄럽다면 좋은 문장을 소개해주세요. '문장수집' 기능을 사용해주시면, 참여자분들이 좋은 문장들을 한 눈에 볼 수 있답니다.

편지큐레이터
“ 서북풍이 심하게 불던 날 쇠로 된 쐐기로 이젤을 땅에 고정시킨 채 작업을 했지. 이건 추천할 만한 방법이야. 그러니까 이젤의 다리를 땅에 고정시킨 뒤 50센티미터 길이의 쇠 쐐기를 주변에 박고 그런 다음 밧줄로 이것들을 한데 동여매는 거지. 그렇게 하면 바람이 불어도 작업이 가능하다네.
p263 ”
『빈센트 반 고흐 Vincent van Gogh (아몬드꽃 표지) - 그림과 편지로 읽는 고독한 예술가의 초상』 빈센트 반 고흐 지음, H. 안나 수 엮음, 이창실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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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큐레이터
바람이 불어 작업하기가 힘들어지자, 이젤 다리를 땅 속에 박아놓고 그림을 그렸다는 빈센트. 그림에 대한 그의 의지가 얼마나 강렬했는지 알 수 있는 문장이었어요. 나는 내 일에 대해서 이렇게 강한 의지를 보인적이 있나... 생각해보았습니다.

똘망초록
“ 타라스콩이나 루앙에 가려면 기차를 타야 하는 것처럼, 별까지 가기 위해서는 죽음을 맞이해야 한다. 죽으면 기차를 탈 수 없듯, 살아 있는 동안에는 별에 갈 수 없다. 증기선이나 합승마차, 철도 등이 지상의 운송 수단이라면 콜레라, 결석, 결핵, 암 등은 천상의 운송 수단인지도 모른다.
늙어서 평화롭게 죽는다는 건 별까지 걸어간다는 것이지. ”
『반 고흐, 영혼의 편지 (반양장)』 p.191, 빈센트 반 고흐 지음, 신성림 옮김

반 고흐, 영혼의 편지 (반양장)1999년 6월에 출간되어 지금까지 약 10만 부가 판매되며 꾸준한 사랑을 받아온 <반 고흐, 영혼의 편지>의 개정증보판이다. 테오의 편지를 포함한 40여 통의 편지와 그림들이 추가로 실려 있고, 편지에 언급한 그림이나 각 시기에 해당하는 작품들을 더했다. 60 페이지 가깝게 분량이 늘어났지만 가격은 9,800 원 그대로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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똘망초록
이전에 편지큐레이터님께서 고흐는 그림 뿐 아니라 글에도 탁월했던 것 같다고 댓글에 달아주셨는데, 이 구절을 읽으면서 한번 더 공감하게 되었습니다. 콜레라 비유는 능청스럽고 웃음이 났지만, 죽는다는 것을 별에 이르는 것으로 빗댄 감성은 흡사 시인과도 같이 느껴지기까지 했답니다.^^

편지큐레이터
@똘망초록 써주신 문장을 읽으니, 정말 빈센트는 글을 잘 썼네요! '죽으면 기차를 탈 수 없듯, 살아있는 동안에는 별에 갈 수 없다.' 밑줄 쫙쫙 그어봅니다. (좋은 글 소개해주셔서 감사해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편지큐레이터
이제 우리의 모임도 끝을 향해 가고 있네요. 남은 기간 동안은 '빈센트 반 고흐'의 편지 책을 읽으면서 느낀 것들을 나눠보면 어떨까요? 책을 읽고 느낀 점, 알게 된 점, 이 책을 통해서 하게 된 소소한 다짐 등 그 어떤 것도 좋아요. 거창하지 않아도 좋으니 빈센트의 편지에 대한 소감을 나눠주세요~

편지큐레이터
저는 빈센트 반 고흐의 편지를 읽을 때마다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해요. 앞이 아무리 보이지 않아도, 그적 걷고 또 걷다보면 어딘가에 닿을 수 있다는 걸, 빈센트가 알려주는 것 같거든요. 살아갈 힘이 나지 않을 때, 빈센트의 편지를 읽으면서 다시 걸어 갈 힘을 얻어요. 이번에도 그의 편지를 읽으면서 '삶에 대한 열정'을 다시 한 번 불지필 수 있었답니다.

똘망초록
저는 이 책을 두번째 읽는데요. 첫번째 읽을땐 오로지 고흐의 입장에 이입해 읽었다면, 두 번째에는 테오의 입장을 헤아려보며 읽게 되었습니다. 최근 <달과 6펜스>를 다시 읽기도해서 그런지 당시 화가 가족들의 삶은 어떠했을지에 관심을 기울이던 중이기도 해서요. 그의 재능을 알아보는 안목도 대단하고 실질적으로 지원해줄 수 있는 경제력도 훌륭하지만, 신경이 날카롭고 예민한 형을 끊임없이 달래고 용기를 북돋아주는 그 이면에선 테오도 얼마나 마음고생이 심했을지를 가늠해봅니다. 위대한 한 명의 예술가는 결코 그 자신의 능력과 노력으로만 탄생하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새삼 다시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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