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수를 세는 책 읽기 ㅡ 2월〕 선릉과 정릉

D-29
이제 퇴근하고 집에 와 2월 3일 편지를 읽었어요. 오는 길에 하금님께서 공유해주신 음악을 들으면서 왔는데요, 예쁘고 청량하다가 몽환적인 숲속에 있는 느낌이 들었어요:) 오늘 음악도 감사합니다. 《선릉과 정릉》책을 들고 선릉 주변을 걷다 만나는 상상을 하니 너무 재밌었고요:) '또 공간에도 마음이 있다면~' 그 부분에서 저도 머무르게 됐어요. 그저 들여다보아야만 하는 그 마음이...슬프게 느껴졌어요. '이곳에서의 나는 무엇을 알게 될까요. 또 그 가운데 무엇을 모른 척하고 싶어질까요.' '그럼 우린 언제 어른이 되는 걸까요?' 무엇을 모른 척하고 싶어지는 마음이 들었다면 이미 어른이 된 게 아닐까 생각도 들었어요. 저도 시인의 편지는 시 같아요 ㅎㅎ 함축적이지만, 더 깊은 마음을 담고 있는... 그 깊은 마음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했지만 그래도 마지막 당신이 이리로 와 나랑 같이 웃으면 좋겠다는 게 진심이라 당신만 생각하면 그 마음이라 서두에 쑥쓰러웠던 아닐까 싶어요:) 쓰다보니 시간이 늦어졌네요. 모두 평안한 밤 보내시길요.
공유받은 같은 음악을 듣고 같은 글을 읽고 하루를 살아내고 있다는것이 참 감격스러워요 우리가 머무는 온라인 방 그믐~그중에서도 선릉과 정릉을 함께 읽는 이공간엔 어떤 마음이 머무르며 흔적을 남기게될까요? 기대도 되어요~^^ 밝은바다님도 평안한 밤되시길 바라요😊🙏
내가 보는 모든 것이 나보다 오래 살아남을 것이다. 러시아의 시인 안나 아흐마토바가 한 말. 그러니까 너희를 지금 죽게 하지 않겠다는 말. 하지만 이런 마음 몰라주고 나와 같은 속도로 풍경을 지나치는 이들은, 서로 말 한마디 섞지를 않으니 아무래도 우리는 정말 타인이구나.
선릉과 정릉 - 전욱진의 2월 p27, 전욱진 지음
저는 버스 안에서는 흔들림 때문에 책이나 핸드폰을 거의 보지 못하는 편인데요. 시인의 오늘 에세이를 읽으면서 그래서 어쩌면 버스에 앉아서 모르는 사람들을 우연히 관찰하게 되는 경우가 나도 있었는데 싶더라고요. 신호에 걸려서 버스가 서 있는 동안 우연히 창문 너머로 보이는 사람들 모습들. 누군가 자기를 보고 있다는 생각을 못하고 있을 어떤 사람의 작은 행동들을 보고 있는 나. 그리고 버스가 출발하면 금방 또 관찰은 사라지고 휙휙 지나가버리는 타인들. 그런 생각들로 이어지는 글이었습니다.^^
마틸32님과 같이 저도 차에서는 글을 읽는게 힘이들어요 멀미가 나더라구요 지하절에서의 책읽기는 문제가 없어서 다행이구요^^ 스마트폰을 사용하기전엔 저도 같은 차안에 탄 사람들의 모습에서 여러생각을 담아내곤 했던것같아요 저는 다른 분들보다 스마트폰 사용이 많이 늦었는데요 그이유가~ 같은 차안에 탄 거의 많은 분들이 스마트폰을 의미없이 보더라구요.. 그런 모습의 제가 상상되어 스마트폰선택이 늦어졌어요ㅎㅎ 스마트폰이 생기니.. 차안에서 주위를 둘러보는것이 더 힘든일이 된것같아요 같은 이동수단을 이용하여 자신의 목적지로 가는모습~ 같은공간에 있으면서도 동질감을 갖기 쉽지않은곳이 아닐까 생각해보게도 되어요 오늘은 책속 글을 읽고 마틸 32님의 글을 읽어서인지.. 지하철이 지나는 풍경이 눈에 많이 들어오는 날로 시작했더랍니다~^^ 오늘 전철밖 풍경을 공유해봅니다🤗
그러고 보면 2월은 저 널따랗고 기다란 차 같지. 돌아오지 않을 것처럼 멀어지지만 그 일조차 결국 다시 돌어오기 위한 일.
선릉과 정릉 - 전욱진의 2월 p29, 전욱진 지음
매월은 매해 멀어지지만, 다시 매월은 늘 돌아왔다는..
2월이 널따랗고 긴 기차같은것이 긴 겨울을 지나고 있는것과 닮아서일까? 생각해보게 되어요 2월은 우리 한명한명에게 어떤 달일까요?
돌아오지 않을 것처럼 멀어지지만 그 일조차 결국 다시 돌아오기 위한 일. 정차하는 장소같이 나는 오래 기다렸던 적도 있다. 시간을. 시간의 얼굴을 한 사람을. 내 안에 잠시 깃들어 살다 영영 떠나겠다, 그러고는 다시 오지 않을 것처럼 굴다 끝내 언제나 되돌아오고 마는.
선릉과 정릉 - 전욱진의 2월 p.29 (2월 4일의 에세이, 종점 일기1), 전욱진 지음
또다른 버스가 나를 지나쳐 간다. 사람들을 싣고 움직인다는 점에서, 저것과 나는 다르지 않구나. 생각이 같은 자리를 맴돌고, 끝이 내 앞으로 계속되고 있다. 이런 것을 두고 시작이라 부르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선릉과 정릉 - 전욱진의 2월 p.30 (2월 4일의 에세이, 종점일기1), 전욱진 지음
2월 3일의 편지 만큼이나 가득 채우고 떠나보내는 이의 이미지가 꾹꾹 눌러 쓴 잉크 펜 자국처럼 깊게 박혀 있는 글이네요. 떠나보냄의 아쉬움도 순환의 한 과정일 뿐이니 그 감정에 매몰 되지 말고, 그저 그 흐름에 따라 느릿하게 호흡하며 살자는 말처럼 들리기도 했어요. 인사 한 번 나누지 않는 완벽한 타인이지만, 우리는 결국 같은 인간이라 비슷한 행복을 향해 고개를 돌리는구나-라고 자각할 때가 있는 것 같아요. '모두가 창밖으로 시선을 고정하는 그때, 이 광경을 내가 얼마나 사랑하는지.' 이 문장에 담긴 감정이 그런 종류의 깨달음에서 비롯된 건 아닐까 싶어요. 내려야하는 정류장을 기다리며 꾸벅꾸벅 졸던 사람도, 건강을 위해 핸드폰을 뚫어져라 들여다보던 사람도, 옆자리에 있던 연인이 버스에서 내린 뒤 행복감이 준 마취 효과에서 벗어나기 시작하던 사람도. 모두 반짝이는 물을 향해 고개를 돌리는 모습을 바라보면 느끼는 기묘한 소속감. 또, 이름 모를 타인들 속에 있을 때만 느껴지는 기묘한 소속감과 고독함이 나의 인간관계에 대한, 혹은 인간 관계에 대한 전반적인 고찰로 이어지는 흐름이 공감 가서 더 좋았던 글 같아요. 만날 사람은 언젠가는 다시 만나게 되어있다는, 모두 다 알고는 있지만 받아들이기 쉽지 않을 때가 있는 그 문장을 길게 풀어 쓴 느낌도 드네요. https://youtu.be/5e1zT7miep8?si=xpG3YWbr-H9Z6YLY "I promise you that soon the autumn comes To darken fading summer skies Breathe, breathe, breathe" 나를 믿어 어느덧 곧 가을이 다시 와서 저물어가는 여름 하늘을 덮을테니 깊게 숨을, 마시고, 내뱉자. 오늘 에세이를 읽으면서 들은 노래에 에세이와 어울리기도 하고, 제 마음에 드는 가사가 있어서 함께 공유해요. 영원히 타오를 것이라 약속한 것 마냥 뜨겁게 나를 태우던 태양도 언젠가는 당연히 수평선 너머로 사라지고 차가운 달이 떠오를 것이라 이야기하는 노래라 오늘의 에세이와 같은 궤도에 있는 작품 같아요. 저에게는 오늘 에세이가 만나고 떠나는 사실에 집중하기 보다는 그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흐름을 인식하자는 메세지를 전하는 것 처럼 느껴졌는데, 다른 분들은 어떠실지 모르겠네요.
같은 차를 타고 이동하는 사람들이 같은 '기묘한 동질감'이라는 표현이 참 좋으네요 저는 동질감없음이 생각났는데.. 같은 쪽 방향으로 가고있긴하니 기묘한 동질감이 있긴하네요ㅎㅎㅎ 그러고보니 지금 하나의 차에 몸을 싣고 가는 사람들이 달리보이고 두리번거리게 되어요^^ 그리고 하금님이 공유해주신 음악들으며 깊이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어보는 중입니다 ~^^
그리고 에세이에 잠깐 등장한 러시아의 시인, 안나 아흐마토바에 관한 한국일보의 글도 한 편 공유합니다. 칼럼 속 이 문장이 좋았어요. "아흐마토바는 말년의 에세이에서 이렇게 적었다. "나는 시작(詩作)을 중단하지 않았다." 이 말은 이렇게 읽힌다. "나는 어떤 슬픔 속에도 삶을 중단하지 않았다." 지금 이런 용기가 필요한 누군가를 위해 아흐마토바의 시집이 다시 출간되기를 바란다."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1072213390002529
오호~ 저도 궁금해서 아흐마토바를 검색하다가 위의 글을 보았는데...같은 글을 보셨네요ㅎㅎㅎ 시작을 중단하지 않았다 용기있는 말인것같아요~^^ 그렇게 살았던 분이겠죠?
작품을 내지 않는 등 대외적으로는 침묵하는 기간이 있더라도 자기만의 시간을 지내실 때는 항상 펜을 쥐고 있던 시인 같아요. 그런 모습에 현대의 많은 팬들이 감명 받았던 건 아닐까, 싶더라구요. 저는 개인적으로 그랬어요ㅎㅎㅎㅎ
아~ 그렇쿤요 이렇게 멋있는 분~시인을 만나게되네요
하금님께서 공유해주신 글을 보고 아흐마토바의 시도 한 번 읽어보고 싶어졌어요:)
2월 4일(에세이) '종점 일기1ㅡ내가 보는 모든 것' ‘볼일은 없고 볼 일만 있고~’ ‘그런 길을 어쩌다 같이 쓰게 된 사람들’ ‘우리는 정말 타인이구나’ 오늘의 글에서 멈추어 있던 부분을 메모해 보았어요 입을 벌리고 자는 사람을 보며 죽은건 아니겠지 라고 말하는 작가의 말을 보며 이 시인은 많은 상황에서 죽음이라는 단어를 거리낌 없이 꺼내보이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죽음을 두려워하는 것 보다 삶의 일부로 잘 받아들이는 그런 사람인 것 같은.....
‘나의 안개가 옅어지고 사라질 때 언젠가 그 누군가가 건네는 말이 되어 내 귀에 다시 들어올 것임을 알고 사는 것. 그런 날을 위해 귀 뒤를 깨끗이 씨고 손톱을 바짝 깎고 발꿈치에 로션 잘 바르고 빗질을 게을리하지 않는 것’ 위의 글을 보면서는 지금은 좀 귀찮아 보이는 것, 조금은 소홀해도 되어 보이는 것들에도 마음을 두고 하나하나 애써가야 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러면 그 어느 때, 안개가 옅어지고 사라질 때 그 애씀이 좋은것에 닿아 있는 순간이 찾아오겠지 생각하니 마음이 좋았습니다. 긴 호흡으로 내가 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들을 하나씩 만들어 가며 사는 삶을 살자는 마음도 드네요.... 돌고 도는 인생에서 누군가는 이건 끝이야라고 부르지만 누군가는 시작이야 부르겠네요 시인처럼 저도 맴도는 그 삶의 자리를 만날 때 그것을 시작이라고 부르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조금은 소홀해도 되는 (*그리고 가끔은 그러고 싶은) 행위에 애를 써야겠다고 하신 말씀에 공감이 가요. 그런 사소한 행위들이 바깥 바람에 휘청거리는 나를 잡아주고, 작가가 말한 것 처럼 '언젠가 그 누군가가 건네는 말'을 받아줄 수 있는 힘의 원천이 되는 것 같아요. 이번 정류장에서 모든 승객이 내린다고 파업하는 버스는 없잖아요. 계속 달리면서 어느 정류장에서는 승객이 탑승하겠거니, 하죠. 얼마 전 부터 '일상 속 루틴'이라는 이름으로 이런 작은 행위를 습관으로 만드는 라이프스타일이 유행인데, 좋은 유행 같아요. 저는 침대 맡에 '아침 기상 후 스트레칭'이라는 이름으로 스티커표를 만들어서 붙여뒀어요. 목표로 한 시간에 성공적으로 일어나서 스트레칭을 조금이라도 했으면 빈 칸에 스티커를 붙이는데, 오늘 막 11번째 스티커를 붙였네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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