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작가의 감정선 따라 읽기] 3. 내 여자의 열매

D-29
생각하는 것으로 해결되지 않는 일들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으리라는 단순한 다짐이 내 마음을 가볍게 해주었다. 단순하게 살아갈 것이다,라고 나는 다짐했다. 규칙적으로 일어나고 밥 먹고 작업에 몰입하며 감정의 기복 없이 살아갈 것이다. 그와의 생활로부터 스며 나왔던 모든 착잡한 감정과도 이제 작별이었다.
내 여자의 열매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개정판 <아기 부처> p.158, 한강 지음
길은 어디에서도 끝나지 않는다. 아직 그는 길이 끝나는 지점에 이르러본 적이 없다. (...) 제시간에 도착해야 하는 수많은 목적지가 있으나, 결국 그곳들 모두 지나가는 길에 지나지 않는다. p181
내 여자의 열매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개정판 한강 지음
더 신통한 점은 그녀가 좋은 것을 발견해내는 능력이었다. 보잘것없고 불쾌한 장소나 사물에서도 민화는 아름다운 구석을 찾아내고 기뻐했다. 그의 때 묻고 빨갛게 튼 얼굴에서 멋있는 부분을 찾아내주었듯이, 아무리 비좁고 더러운 식당에 들어간다 해도 민화는 불평을 하는 대신 "이거, 나무 의자네? 진짜 나무야. 이런 감촉이 나는 좋아"라고 말하며 때가 반질반질 엉겨 있는 의자를 쓰다듬었다. 순간 그녀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광채와 향내가 고스란히 그 낡은 의자로 옮아가는 것을 그는 경이로운 눈으로 지켜보았다.
내 여자의 열매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개정판 <어느 날 그는> p.202, 한강 지음
언젠가 민화는 이렇게 되묻는 것으로 '날 사랑해?'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을 회피했다. 사랑이 뭔데? 그가 할 말을 잃고 있자 그녀는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사랑이라는 게 만약 존재하는 거라면, 그 순간순간의 진실일 거야. 순간의 진실에 대해서 물은 거라면 당신을 사랑해. 하지만 영원을 믿어? 있지도 않은 영원이라는 걸 당신 힘으로 버텨내려고? 버텨내볼 생각이야?
내 여자의 열매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개정판 <어느 날 그는> p.208, 한강 지음
'제가 그런 거예요. 누가 이런 짓을 했느냐는 의사와 간호사의 질문에 그녀는 오히려 담담한 어조로 말했다고 했다.' p229 '그렇게 다들 없어지는 거구나.' p207 '......사람도 그렇잖아. 어느 날 어떤 사람이 좋아지지만, 그 순간에는 그것만이 가장 크고 중요한 진실이지만...... 상황이 바뀌거나, 시간이 지나거나 하면 모든 것이 함께 바뀌어버리잖아. ' P210 어쩌면 민화는 태생부터 많은 헤어짐의 아픔을 지닌 인물인지도 모르겠다 싶네요.. 그래서 순간순간 진실하기로 작심한.. 반면에 그는.. 그저 주어진대로.. '달려 나가고 싶을 때가 있어. 언젠가, 반드시 달려 나가버리고 말 거야.' p205 이런 마음조차 없는 메마른 인생..
삶이 얼마나 긴 것인지 몰랐던 죄. 몸이 시키는 대로 가지 않았던 죄. 분에 넘치는 정신을 꿈꿨던 죄. 분에 넘치는 사랑을 꿈꿨던 죄. 자신의 한 계에 무지 했던 죄. 그러고도 그를 증오 했던 죄. 마음 깊은 곳에서 부터 가학했던 죄.
내 여자의 열매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개정판 135p, 한강 지음
언젠가부터 아이는 모든 일을 벋아들이는 데 익숙해져 있었다. 그저 생겨난 일대로 숨소리를 크게 내지 않고 견디는 데 익숙해져 있었다. p91
내 여자의 열매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개정판 해질녘에 개들은 어떤 기분일까, 한강 지음
겨울부터 저 날카로운 솔잎들은 초록빛을 띠고 있었다. 그러나 이제 보니 같은 푸른색이지만 분명히 달랐다. 방금 나온 어린 싹 같은 연푸른빛이 생생하게 차올라 있었다. 겨울에는 견뎠고 봄에는 기쁘다. p174
내 여자의 열매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개정판 아기 부처, 한강 지음
약수를 뜨는 작은 동굴 속에 진흙으로 빚어진 아기 부처가 있는데, 그걸 자신의 손으로 주물러서 만들어진 얼굴을 보고 오는 것이라고 했다. p103
내 여자의 열매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개정판 아기 부처, 한강 지음
결국은 스스로 빛어내는 거네요.. 一切唯心造..
저도 부처를 빚어낸다고? 싶어서 다시 봤어요
그때 그가 조금만 웃어주었다면, 마치 그 일에 모든 것을 건 사람처럼 진지하지 않았다면, 나 자신이 병원체를 품은 숙주처럼 느껴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랬다면 그답지 않은 일이었으리라.
내 여자의 열매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개정판 p. 109, 한강 지음
나는 처음부터 그를 사랑하지 않았다. 믿기지 않는 일이었지만 나는 그의 흉터 때문에 그를 사랑한다고 생각했고, 이제그 흉터 때문에 그를 혐오하고 있었다. 그의 흉터가 다만 한 겹 얇은 살갗일 뿐이라는 것을 나는 분명하게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 안다는 것이 내 마음의 얇은 한 겹까지 벗겨내주지는 못했다.
내 여자의 열매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개정판 p. 134, 한강 지음
세계가 다른 방식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나는 모든 것을 낯설게, 그리고 오래 바라보았다. 선한 것과 악한 것, 의무와 책임과 방기, 진실과 거짓 따위가 내 눈앞에서 경계선을 무너뜨려갔다. 나는 그 혼란에 더 이상 놀라거나 당혹스러워하지 않았다. 다만 잠자코 바라보았다. 그 간격이 나를 구해주었다. 우리는 더 이상 싸우지 않았다.
내 여자의 열매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개정판 p. 134, 한강 지음
그가 바라는 것은 그곳에서 이룰 죽음 같은 평화와 잠뿐이다. 깨어 있는 시간 동안 그는 결코 쉴 수 없다. 오로지 그 방에 들어선 뒤에만, 입가에 침을 흘리며 잠든 뒤에야만 그의 사지, 헐떡이던 호흡, 초조하게 번뜩이던 눈은 힘없이 늘어지고 조용히 감길 수 있다.
내 여자의 열매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개정판 p. 194, 한강 지음
그는 눈을 감았다. 델 것 같은 눈물이 굴러떨어졌다. 입술과 턱을 적신 그 눈물은 억센 힘줄이 드러난 목줄기를 타고 내려가 러닝셔츠로 번졌다. 바로 그 순간으로 인하여 그의 삶이 바뀌었으나, 그는 아직까지 그 변화를 실감하지 못한 채 무수한 그림자들의 춤추는 곡선 가운데 우뚝 서 있었다.
내 여자의 열매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개정판 p. 239, 한강 지음
떠난 사람 욕만 했지. 정작 나헌테 있는 생명은 지킬 줄 몰랐어요. p255
내 여자의 열매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개정판 붉은 꽃 속에서, 한강 지음
p195 . 13줄 ~ p239 => p177 ~ p195 . 12줄.. 이렇게 다시 읽고 있습니다.. 다른 흐름으로..ㅎ
195.13 ~ 233.2 ->177.5 ~ 195.12 -> 233.3 ~ 끝 이렇게도 휘리릭~ 넘겨봤네요.. 다음 일정까지 남는 시간동안.. 별별쑈..ㅎ
어느 날 그는 빗방울이 전선에 맺혀 있는 것을 보았다. (...) 정말 흥미 있는 이야기는 그 뒤에 비로소 시작되지만, p177
내 여자의 열매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개정판 어느 날 그는, 한강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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