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믐클래식 멤버는 아니었지만 책이 집에 있는 김에 그믐클래식에 맞춰서 읽고 있었는데요… 중간에 결국 멈춰버렸네요. 혼자라도 마저 읽어야지(라기엔 원래 혼자 읽고 있었던 셈이지만) 하던 차에 새로 모임이 생겼네요! 목소리에는 자신 없지만 목청에는 자신 있습니다. 꾸준히 읽어볼게요~
[그믐밤X그믐클래식] 32. 달밤에 낭독, <일리아스>
D-29

흰벽

김새섬
'일리아스'는 '일리움의 노래' 라는 뜻입니다. 일리움은 '트로이'를 부르는 다른 이름이라고 하네요. 그렇다면 '일리아스'는 '트로이애가' 정도로 바꿀 수 있으려나요?
책은 트로이와 반대 쪽 연합의 전쟁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아직 초기 서술로는 트로이보다는 오히려 그 반대 쪽의 이야기에 힘이 실려있는 듯 합니다. 그렇다면 왜 책 제목이 '일리아스'일까 궁금해지네요.

꼬리별
같은 그믐밤 시리즈니까 요기에라도 감사인사를 남기겠습니다(?)
이전 그믐밤에서 읽고싶은 책 얘기했다가 선물을 받았구요.. 텀블러에 센터커피 드립백, 스티커까지 받아서 그믐에 뼈를 묻을 생각입니다
감사합니다 :) 일리아스는 읽어보려 노력해보겠습니다..?


siouxsie
악 저도 예전에 티셔츠 받은 거 여기에 자랑했어야 했는데!

꼬리별
난입한 것 같아(?) 부끄러워요 ㅋㅋ 인스타 스토리 태그할 생각을 못했네요,,

도우리
와! 선물이 잘 도착했다니 다행이네요.
꼬리별 님의 "밀리의 서재로 읽기" 독서 모임도 응원할게요. ^^

꼬리별
감사합니다! 모임의 명맥..유지해보겠습니다..?

김새섬
선물 축하드려요. 기쁜 소식 들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김새섬
저는 <일리아스> 초반부를 읽고 있습니다. 볼이 예쁜 브리세이스를 아가멤논이 마음대로 데려가서 아킬레우스가 화가 났네요. "볼이 예쁜" 이라는 표현이 굉장히 독특하네요. 대체 볼이 얼마나 이쁘길래. 한편 이 시절 사람들이 노예를 어떻게 생각했는지도 작품 속에서 여실히 드러나네요. 정말 물건 취급이군요. 특히나 여성은 더하겠죠.
메리골드
매번 읽다가 덮고 읽다가 덮고했는데, 요번 기회에 완독 도전해 봅니다.

김새섬
환영합니다. 낭독하실 분도 모으고 있으니 관심 있으시면 아래 링크로 신청해 주세요. ^^
https://forms.gle/THBAr9CEuDDDNbyi7

김새섬
<일리아스>는 분명 방대한 분량입니다만 읽다 보니 내용적으로 이해 못할 부분은 없네요. 놀라운 것은 바로 이것이겠지요. 이처럼 오래된 고대문명이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도 낯설지 않게 다가온다는 것. 심지어 아킬레우스의 삐짐(?)도 일견 이해가 됩니다.

조반니
이번에 [툴루즈-로트렉:몽마르트의 별] 전시를 보러 가서 도슨트 선생님 설명 듣다가 재미있는게 있더라고요.
당시에 몽마르트에서 활동하던, 지금으로치면 연예인인 가수와 무용수들이 자신을 쉽게 어필하기위해 즐겨 착용하는 시그니쳐 의상이 각각 있었다고 해요.
어떤 가수는 무대에서 항상 팔꿈치까지 오는 검은 장갑을 끼고 다녔고, 어떤 남자 가수는 챙이 넓은 모자에 빨간 목도리와 나무 지팡이를 늘 착용하고 다녔다고해요.
그래서 포스터에 얼굴이 나오지 않아도 그 장갑, 그 빨간 목도리만 보아도 오늘 밤 누가 출연하고 공연의 분위기가 어떨지 예상할 수 있었더고 해요.
일리어스를 읽으면서 단순하지만 인물들에게 반복적으로 붙는 수식어들이 인상 깊었어요.
읽는 맛도 살려주면서, 세세하게 인물을 묘사하는 것보다 더 상상이 잘 되는 건 참 아이러니해요.
준족 아킬레우스, 볼이 예쁜 크뤠세이스와 브리세이스, 목청 좋은 디오메데스, 장발의 아카이오이족 등 앞의 수식어만 보아도 누가 나오겠고 앞으로 어떤 분위기가 이어지겠다는게 자연스럽게 이미지가 그려지더라구요.
아직 초입부를 읽고 있지만, 어느순간 확 빠져들어 버리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매력적이에요~

김새섬
수식어 중에 많은 것이 '아무개의 아들' 이라는 점도 생각해 볼 만 하지요. 예전에는 내가 누구의 아들이라는 것이 그 사회 속에서 신뢰성의 많은 부분을 담보해 주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누구의 아들, 누구의 딸이 얼마나 중요하면 러시아나 일부 북유럽 국가의 이름에까지 들어갔을까 싶네요.

김새섬
나 개인에게 이런 수식어를 붙여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아요. 저는 '아침마다 소젖 탄 검은 물을 마시는 새서미리스' 로 붙여 보았습니다. 서사시와 영웅시의 뮤즈인 칼리오페와 달의 여신 아르테미스를 저의 수호신으로 하겠습니다.

조반니
스페인어 이름은 구성이 흥미로워요.
아빠 성 뿐만 아니라 엄마 성도 사용하죠.
이름+아빠 성+엄마 성 이렇게 붙여서 쓰여요~
여기에다 추가로 자신의 출신지를 붙이기도하는데,
흔히 ‘맨 오즈 라만차‘라는 뮤지컬명도 ‘돈 끼호떼 데 라만차‘ 를 뜻하는데, ‘데 라만차‘는 라만차 출신의 돈 끼호떼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어요. 이름만으로 출신 가문, 가족이 드러나죠ㅋㅋ
그리고 스페인어 이름 중 가장 압권인 이름이 있어요~
아래 적은 이름은 출신성분 외에 세례받은 날, 자신의 수호 성신등등 수많은 TMI로 가득한 파카소의 이름이에요ㅎㅎ;;
[Pablo Diego José Francisco de Paula Juan Nepo muceno Crispín Crispiniano María Remedios de la Santísima Trinidad Ruiz у Picasso]

김새섬
허걱, 피카소 이름 진짜 기네요. 본인은 과연 안 틀리고 말할 수 있었을까...

ㄴ귀차나
성경을 읽다보면
누구의 아들,
누구의 손자,
누구의 증손,
누구의 현손
이라는 표현을 줄줄이 이어서 사람 이름을 말하거든요.
누구의 자손이라는 게 보증이기도 하지만 그게 바로 가문을 가리키고(성이 없었으니까요) 족보라더라구요.
포로시절 이후 이스라엘에 귀환한 뒤에 학자 에스라가 족보정리를 열심히 하는데요, 바로 저 "누구의 아들, 손자, 증손, 현손"이런 계보가 불분명한 사람들은 이스라엘 백성이라고 보증이 안돼서 따로 분류하기도 하구요.
가문의 성이 생기기 전, 족보라는 체계가 정립되기 전엔 저게 바로 성이며 족보라고 이해하니 재밌더라구요.
러시아 문학 읽을 때도 가운데가 부칭이란 걸 알고 아!!! 했던 것도 재밌었어요.

김새섬
어제 티타임즈의 홍재의 기자님을 만나 이야기했는데 기자님은 청소년 시절 <일리아스>를 읽다가 이름이 줄줄 나오는 부분에서 포기했다고 하시더라고요. 그 이후 독서력을 키우지 못했다고 하시며 <일리아스>를 탓하셨습니다. ㅋㅋㅋ
그런데 확실히 저런 부분이 독서에 장벽으로 다가오긴 하는 것 같아요. 그런 긴 나열은 한 글자도 빼 놓지 않고 다 읽겠다는 마음은 내려놓고 적당히 넘어가도 전체적으로 이해하는데 전혀 무리가 없는데 말이지요.

조반니
이름도 이름이지만, 호메로스 특유의 바로 사건으로 들어가는 도입부도 진입 장벽을 높이는 요인으로 보여요.
저도 들은 얘긴데, 마치 2차세계대전 중 일부인 노르망디 상륙작전만을 뚝 때서 이야기 한 것 처럼 생각해볼 수 있겠더라고요~
사실 그리스 신화에 대해서 모르는 상태에서 일리아스를 보게되 면 뜬금 없을 수 있잖아요. 트로이 전쟁은 벌써 9년이 흘러 있고 아킬레우스는 전리품을 빼앗기고 그로 인한 진노로 이야기가 시작하는데 트로이 전쟁의 전후 신화 내용을 모르면 이해하기가 상당히 어려울 것 같아요.
이건 댜른 그리스 비극들도 마찬가지에요~
당시 그리스 사람들이나 유럽사람들은 당연히 배우는 거라, 큰 무리 없이 맥락을 잡아나갈 수 있지만, 그리스로마 문화권이 아닌 사람들은 그리스로마신화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지 더 재미있게 읽어 나갈 수 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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