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믐밤X그믐클래식] 32. 달밤에 낭독, <일리아스>

D-29
매번 읽다가 덮고 읽다가 덮고했는데, 요번 기회에 완독 도전해 봅니다.
환영합니다. 낭독하실 분도 모으고 있으니 관심 있으시면 아래 링크로 신청해 주세요. ^^ https://forms.gle/THBAr9CEuDDDNbyi7
<일리아스>는 분명 방대한 분량입니다만 읽다 보니 내용적으로 이해 못할 부분은 없네요. 놀라운 것은 바로 이것이겠지요. 이처럼 오래된 고대문명이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도 낯설지 않게 다가온다는 것. 심지어 아킬레우스의 삐짐(?)도 일견 이해가 됩니다.
이번에 [툴루즈-로트렉:몽마르트의 별] 전시를 보러 가서 도슨트 선생님 설명 듣다가 재미있는게 있더라고요. 당시에 몽마르트에서 활동하던, 지금으로치면 연예인인 가수와 무용수들이 자신을 쉽게 어필하기위해 즐겨 착용하는 시그니쳐 의상이 각각 있었다고 해요. 어떤 가수는 무대에서 항상 팔꿈치까지 오는 검은 장갑을 끼고 다녔고, 어떤 남자 가수는 챙이 넓은 모자에 빨간 목도리와 나무 지팡이를 늘 착용하고 다녔다고해요. 그래서 포스터에 얼굴이 나오지 않아도 그 장갑, 그 빨간 목도리만 보아도 오늘 밤 누가 출연하고 공연의 분위기가 어떨지 예상할 수 있었더고 해요. 일리어스를 읽으면서 단순하지만 인물들에게 반복적으로 붙는 수식어들이 인상 깊었어요. 읽는 맛도 살려주면서, 세세하게 인물을 묘사하는 것보다 더 상상이 잘 되는 건 참 아이러니해요. 준족 아킬레우스, 볼이 예쁜 크뤠세이스와 브리세이스, 목청 좋은 디오메데스, 장발의 아카이오이족 등 앞의 수식어만 보아도 누가 나오겠고 앞으로 어떤 분위기가 이어지겠다는게 자연스럽게 이미지가 그려지더라구요. 아직 초입부를 읽고 있지만, 어느순간 확 빠져들어 버리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매력적이에요~
수식어 중에 많은 것이 '아무개의 아들' 이라는 점도 생각해 볼 만 하지요. 예전에는 내가 누구의 아들이라는 것이 그 사회 속에서 신뢰성의 많은 부분을 담보해 주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누구의 아들, 누구의 딸이 얼마나 중요하면 러시아나 일부 북유럽 국가의 이름에까지 들어갔을까 싶네요.
나 개인에게 이런 수식어를 붙여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아요. 저는 '아침마다 소젖 탄 검은 물을 마시는 새서미리스' 로 붙여 보았습니다. 서사시와 영웅시의 뮤즈인 칼리오페와 달의 여신 아르테미스를 저의 수호신으로 하겠습니다.
스페인어 이름은 구성이 흥미로워요. 아빠 성 뿐만 아니라 엄마 성도 사용하죠. 이름+아빠 성+엄마 성 이렇게 붙여서 쓰여요~ 여기에다 추가로 자신의 출신지를 붙이기도하는데, 흔히 ‘맨 오즈 라만차‘라는 뮤지컬명도 ‘돈 끼호떼 데 라만차‘ 를 뜻하는데, ‘데 라만차‘는 라만차 출신의 돈 끼호떼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어요. 이름만으로 출신 가문, 가족이 드러나죠ㅋㅋ 그리고 스페인어 이름 중 가장 압권인 이름이 있어요~ 아래 적은 이름은 출신성분 외에 세례받은 날, 자신의 수호 성신등등 수많은 TMI로 가득한 파카소의 이름이에요ㅎㅎ;; [Pablo Diego José Francisco de Paula Juan Nepo muceno Crispín Crispiniano María Remedios de la Santísima Trinidad Ruiz у Picasso]
허걱, 피카소 이름 진짜 기네요. 본인은 과연 안 틀리고 말할 수 있었을까...
성경을 읽다보면 누구의 아들, 누구의 손자, 누구의 증손, 누구의 현손 이라는 표현을 줄줄이 이어서 사람 이름을 말하거든요. 누구의 자손이라는 게 보증이기도 하지만 그게 바로 가문을 가리키고(성이 없었으니까요) 족보라더라구요. 포로시절 이후 이스라엘에 귀환한 뒤에 학자 에스라가 족보정리를 열심히 하는데요, 바로 저 "누구의 아들, 손자, 증손, 현손"이런 계보가 불분명한 사람들은 이스라엘 백성이라고 보증이 안돼서 따로 분류하기도 하구요. 가문의 성이 생기기 전, 족보라는 체계가 정립되기 전엔 저게 바로 성이며 족보라고 이해하니 재밌더라구요. 러시아 문학 읽을 때도 가운데가 부칭이란 걸 알고 아!!! 했던 것도 재밌었어요.
어제 티타임즈의 홍재의 기자님을 만나 이야기했는데 기자님은 청소년 시절 <일리아스>를 읽다가 이름이 줄줄 나오는 부분에서 포기했다고 하시더라고요. 그 이후 독서력을 키우지 못했다고 하시며 <일리아스>를 탓하셨습니다. ㅋㅋㅋ 그런데 확실히 저런 부분이 독서에 장벽으로 다가오긴 하는 것 같아요. 그런 긴 나열은 한 글자도 빼 놓지 않고 다 읽겠다는 마음은 내려놓고 적당히 넘어가도 전체적으로 이해하는데 전혀 무리가 없는데 말이지요.
이름도 이름이지만, 호메로스 특유의 바로 사건으로 들어가는 도입부도 진입 장벽을 높이는 요인으로 보여요. 저도 들은 얘긴데, 마치 2차세계대전 중 일부인 노르망디 상륙작전만을 뚝 때서 이야기 한 것 처럼 생각해볼 수 있겠더라고요~ 사실 그리스 신화에 대해서 모르는 상태에서 일리아스를 보게되면 뜬금 없을 수 있잖아요. 트로이 전쟁은 벌써 9년이 흘러 있고 아킬레우스는 전리품을 빼앗기고 그로 인한 진노로 이야기가 시작하는데 트로이 전쟁의 전후 신화 내용을 모르면 이해하기가 상당히 어려울 것 같아요. 이건 댜른 그리스 비극들도 마찬가지에요~ 당시 그리스 사람들이나 유럽사람들은 당연히 배우는 거라, 큰 무리 없이 맥락을 잡아나갈 수 있지만, 그리스로마 문화권이 아닌 사람들은 그리스로마신화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지 더 재미있게 읽어 나갈 수 있을 것 같아요.
“젊은이들의 마음은 언제나 들떠 있지만 노인은 어떤 일에 개입하든 앞뒤를 재는 까닭에 쌍방에 최선의 결과를 가져오게 마련이지요.“
[그믐밤X그믐클래식] 32. 달밤에 낭독, <일리아스>
저도 어제부터 초반부 읽고 있는데, 자꾸 영화 '트로이' 생각하며 읽게 되네요. 아직은 극초반이라서 생각 보다 어렵지 않은데 제가 '일리아스'를 읽을 날이 오다니~정말 오래 산 것 같습니다.
명성에 비해 생각보다 문장이 쉽죠? 처음 부분 편하게 읽어 나가다가 사람 이름이 많이 등장하니 전화번호부 읽는 것 같아서 조금씩 힘들어지고 있어요.
일리아스는 참 특이한 것 같아요~ 보통 그리스 문학은 특정인물의 이름을 따서 제목을 정하는데(오이디푸스왕, 안티고네, 메데이아 등등)심지어 같은 호메로스가 지은 오뒷세이아도 오뒷세우스의 노래라는 뜻으로 오뒷세우스라는 인물의 이름이 들어가는데요. 왜 일리아스는 일리오스의 노래 즉, 한 나라를 지칭하는 명칭으로 제목을 정했을까요? 내용으로 봐서는 아킬레우스의 노래 정도가 적당한 제목이 아니었을까요??ㅋㅋ
저는 옛날에 '일리아스'가 주인공 이름인 줄 알았어요. 그런데 사람 이름이 아니고 일리옴이라는 지역, 즉 '트로이 애가' 정도로 번역할 수 있는 제목이라고 하더군요. 그렇다면 트로이의 전사들이 주인공이겠구나 싶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책을 읽으니 반대쪽인 그리스 병사 이야기부터 시작. 그리고 정작 주인공으로 그려지는 인물은 아킬레우스이고. 말씀하신 대로 이러한 것들이 재미의 포인트가 되는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는 이 작품의 진짜 주인공은 헥토르가 아닐까 싶네요.
안틸로코스가 먼저 그의 말총 장식이 달린 투구의 뿔을 맞혀 창을 이마로 밀어넣자 청동 창끝이 뼛속을 뚫고 들어갔다. 그리하여 어둠이 그의 두 눈을 덮자 격렬한 전투에서 그는 탑처럼 쓰러졌다
[그믐밤X그믐클래식] 32. 달밤에 낭독, <일리아스>
제가 영문이름을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인물 이름을 쓰고 있어 <일리아스>가 예사롭게 느껴지지가 않네요ㅋ 내적 친밀감이 장난 아닌데요~ 하지만 그 수많은 인물이 등장 함에도 일리아스에 나오는 인물은 아니네요 ㅎㅎ
사람의 목숨은 한번 이빨의 울타리 밖으로 나가면 약탈할 수도 구할 수도 없어서 다시 돌아오지 않는 법이오.
[그믐밤X그믐클래식] 32. 달밤에 낭독, <일리아스>
그러나 우리는 마음을 굳게 먹고 누가 죽든 하루만 울고 묻어야 할 것이오. 어쨌든 가증스러운 전쟁에서 살아남은 자들은 먹고 마시는 일을 생각해야 하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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