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일이 다 끝난 뒤에 무슨 말인들 못하겠습니다. 인터넷에 올려진 사람들의 이러쿵 저러쿵 글을 읽다 보면 이런 생각이 자주 들어요.
[그믐밤X그믐클래식] 32. 달밤에 낭독, <일리아스>
D-29

김새섬

조반니
세상에 현명한 사람들이 저를 포함해서 너무 많네요!!
물론 일이 벌어진 후겠지만요ㅋㅋㅋㅋㅋㅋ

김새섬
“ “아아, 어떤 신이 우리의 전쟁을 완전히 망쳐놓으시는군요!
그분이 내 손에서 활을 내던지고 시위를 끊어버렸어요.
아무리 많은 화살을 날려보내도 견딜 수 있도록
바로 오늘 아침에 시위를 새로 꼬아 맸는데 말이오.”
”
『[그믐밤X그믐클래식] 32. 달밤에 낭독, <일리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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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새섬
“ 하지만 그 책임은 나에게 있지 않고 제우스와 운명의 여신과
어둠 속을 헤매는 복수의 여신에게 있소이다. 아킬레우스에게서
내가 손수 명예의 선물을 빼앗던 그날, 바로 그분들이
회의장에서 내 마음속에 사나운 광기를 보내셨기 때문이오.
신이 모든 일을 이루어놓으셨는데 난들 어쩌겠소?
”
『[그믐밤X그믐클래식] 32. 달밤에 낭독, <일리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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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새섬
<일리아스>를 읽으며 가장 강렬했던 경험은 바로 위의 두 문장 수집에 담겨 있습니다.
- 난 잘못 한 것 없음. 줄을 잘 꼬아 매고 준비했는데 신이 망쳤다!
- 내가 화난 것은 신이 내 마음 속에 분노를 일으켜서 그런 거야. 난들 어쩌겠어.
근대 이전 사람들의 생각이 흥미로워요. 운명론적인 체념 혹은 받아들임이 당시 사람들의 정서적 기반을 이루었기에 실수나 비극에 대해 비교적 관대했고, 그로 인한 스트레스도 덜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이 모든 것은 신의 장난질이고 여기서 나의 역할이나 책임은 미미하다고 생각하면 어떤 면에선 맘 편할 것 같아요.

조반니
파트로클로스도 사람을 죽이고 아킬레우스 집안으로 빤스런 해서 아킬레우스의 시종이 되었다고하니…
살인에도 관대했던 고대;;;
헤라클레스도 미쳐서 자신의 일가족을 몰살 시켰다죠.
신에 의해서 :O

김새섬
인간의 주체성에 관심이 있는 편인데 관련되어 흥미로운 신간을 발견했어요. 좀 어려워 보이긴 합니다만 수동태도 아니고 능동태도 아닌 '중동태'적 태도라니 호기심이 생기네요.

책임의 생성 : 중동태와 당사자연구 - 심문과 자책의 언어에서 인책과 책임의 언어로간과하기 쉬운 일상의 질문에 철학적 도전을 부단히 이어온 고쿠분 고이치로와, 뇌성마비 장애인이자 전직 소아과 의사, 현재는 장애 당사자연구 분야에서 주목받는 연구자인 구마가야 신이치로의 공동연구를 대중 강연 통해 풀어내고 책으로 엮은 첫 작업물이다.
책장 바로가기

김새섬
이렇게 그녀가 울면서 말하자 다른 여인들도 따라서 비탄했으니
그들은 파트로클로스를 앞세워 저마다 신세 타령을 한 것이다.
『[그믐밤X그믐클래식] 32. 달밤에 낭독, <일리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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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새섬
이 부분도 재밌었습니다. 슬픈 일이 일어나 눈물 흘리는 김에 실은 자기 하소연 하고 싶었던 사람들. 공감 되네요.

김새섬
23권 <파트로클로스를 위한 장례 경기>까지 왔습니다. 그런데 이번 권은 뭔가 당혹스럽네요. 전쟁 잘 끝내 놓고 자기들끼리 뭐하는 걸까요..왜 굳이 힘 빼는지 모르겠는데 아마 전리품을 공정하게 나누기 위함이겠지요?

김새섬
모임이 닫히기 전에 기록 목적으로 정리해 봅니다.
- 전차경주자들을 위한 상품 리스트 -
1등 수공예에 능한 여인 + 스물두 되들이 세발솥
2등 새끼 밴 암말 한 마리
3등 넉 되들이 가마솥
4등 황금 두 탈란톤
5등 손잡이 달린 항아리
청동기 시대라 그런지 솥이 엄청 가치가 있나 봅니다. 금보다 더 중요한 것 같네요. '되들이' 라는 사이즈가 얼마나 큰 건지 궁금하고요. 그래도 수공예 기술자가 1등 상품인 데서 인간의 가치도 어느 정도는 쳐 주었구나 싶은 안도감(?)이 있었습니다. ㅎㅎ
화제로 지정된 대화

도우리
☾서른 두 번째 그믐밤 공지
다가오는 수요일, 2월 26일 (음력 그믐날) 저녁 8시 29분에 구글 미트에서 만나겠습니다. (구글 미트 주소는 당일에 신청하신 분들의 문자로 보내드릴게요.)
-진행 방식
1) 낭독자들은 <일리아스>를 준비해 주세요. (출판사 버전 상관없음)
2) 책의 제일 마지막 파트인 24권을 읽습니다. 낭독 순서는 당일에 정해집니다.

조반니
“ 남풍이 목자에게는 반갑지 않지만
도둑에게는 밤보다 나은 안개를 산마루에 내리쏟아
돌팔매질할 수 있는 거리에 보이지 않을 때와 같이, 꼭 그처럼
앞으로 나아가는 그들의 발밑에서 구름 같은 먼지가 일었고,
그들은 신속히 들판을 가로질러 앞으로 나아갔다. ”
『[그믐밤X그믐클래식] 32. 달밤에 낭독, <일리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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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르르
안녕하세요. 모임 초기에 신청했었는데 일정이 달라져서 내일 참석이 좀 어려울 듯 합니다 ㅠㅠ 너무 급박하게 말씀드려서 죄송합니다

도우리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
나중에라도 <일리아스>를 꼭 완독하시기 바라며 낭독 모임은 지 속적으로 준비하려 하니 다음 그믐밤에 함께 할 수 있기를 바라겠습니다.

조반니
문장 모아둔 노트 정리하다가 인상 깊은 부분 있어 공유드려요. 아마 일리아스 같은 벽돌책을 읽는 분들한테 동기부여가 되는 말이 되지 않을까해서 가져와봤어요ㅋㅋ
[읽는 법을 배우도록 하세요. 무거운 책을 읽으세요. 나머지는 삶이 다 알아서 해줄 것입니다.]
도스토옙스키가 자신이 운영하는 잡지사에 원고를 보내온 젊은 여성에게 한 조언으로 건넨 말인데요, 참 의미심장하죠?
그리고 ‘사이토 다카시’의 <고전 시작>이라는 책에 고전에 대해 정말 좋은 표현이 있어 가져와 봤어요~
[고전은 음식으로 치자면 현미밥이나 마른 오징어를 닮았다. 씹으면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난다. 그 맛을 느끼려면 턱을 움직여 씹어야 한다. 씹는게 귀찮아지면 부드러운 음식(책)만 찾게 되고, 그러면 음식을 씹는 힘이 약해져 턱도 약해진다. 증상이 심하면 유아식 같은 부드러운 문장밖에 받아들이지 못한다…고전을 읽으면 읽는 턱이 단련된다.
다시 읽을 때마다 이전에 미처 깨닫지 못했던 것들을 알게 된다.
이것이 고전을 읽는 즐거움이다.
반복해 읽을 가치가 있는 책이 고전이라는 이름에 어울린다.]
우리 모두 힘내서 완독해봐요 ;)

김새섬
저는 고전, 즉 '오래된 책'을 읽으며 그 시대 사람들의 욕망과 사고방식에 흥미를 느끼곤 합니다. <일리아스>도 지금 우리와 3천년 정도 차이가 나는데 정말 놀랍지 않나요? 불과 30년 전 사람과도 시대적 격차를 느끼는데 우리들인데 작품 속 인물들의 사고방 식에서 현재와 비슷한 지점을 발견하는 게 참 재밌어요.
작품 속 인물들의 모습에서 현재 우리의 모습과 닮은 점을 발견할 때의 놀라움, 그리고 시대적 차이에서 오는 낯섦과 새로움이 고전 읽기의 매력 중 하나인 것 같아요.

김새섬
"하지만 내 결코 싸우지도 않고 명성도 없이 죽고 싶지는 않다.
후세 사람들도 들어서 알게 될 큰일을 하고서 죽으리라.”
이런 문장을 보면 당시 사람들도 현대인만큼이나 아니 어쩌면 그보다 큰 인정 욕구와 명예욕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아요. 흡사 일론 머스크를 보는 듯 해요.

김새섬
저는 등장인물들의 욕망에 관심이 많은데 홍재의 기자님은 <일리아스>의 지리와 지형이 궁금하다고 하시더라고요. 이 전쟁이 어디서 일어났는지, 어떻게 공격을 했는지 등등. 저는 그런 측면으로는 한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어서 신기했습니다. 역시나 같은 책을 읽고도 생각이 다 다른 사람들. 그게 바로 독서의 묘미인 것 같아요.

조반니
하나 같이 자기의 감정과 본심을 숨기지 않고 드러내서 겉과 속이 같다는게 흥미로웠어요.
자신의 이익을 위해 본심을 숨기기도 하는 현대인하고 다르게 스스로가 느끼는 욕망과 충동을 과감없이 표출해서-진정한 자유인들- 당혹스럽기도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지극히 자연스럽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카이오이족 아들들이 내게 명예의 선물로 골라준 소녀를, 그것도 훌륭한 성벽의 도시를 함락했을 때 내 창으로 얻은 것을, 아트레우스의 아들 통치자 아가멤논이 내 손에서 도로 빼앗아갔네. 내가 마치 아무런 명예도 없는 떠돌이 이방인인 것처럼.]
여기서 아킬레우스는 ‘떠돌이 이방인’ 취급을 받았다고 생각하는데 그리스 로마 시대에는 사형만큼이나 큰 벌이 변방으로 쫓겨나는 것이므로, 이 부분에서 아킬레우스가 느꼈을 수치심과 불명예가 얼마나 컸을지 왜 그렇게 모든 판세를 뒤엎을 ‘진노’를 했는지 이해할 수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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