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풍이 목자에게는 반갑지 않지만
도둑에게는 밤보다 나은 안개를 산마루에 내리쏟아
돌팔매질할 수 있는 거리에 보이지 않을 때와 같이, 꼭 그처럼
앞으로 나아가는 그들의 발밑에서 구름 같은 먼지가 일었고,
그들은 신속히 들판을 가로질러 앞으로 나아갔다. ”
『[그믐밤X그믐클래식] 32. 달밤에 낭독, <일리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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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르르
안녕하세요. 모임 초기에 신청했었는데 일정이 달라져서 내일 참석이 좀 어려울 듯 합니다 ㅠㅠ 너무 급박하게 말씀드려서 죄송합니다
도우리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
나중에라도 <일리아스>를 꼭 완독하시기 바라며 낭독 모임은 지속적으로 준비하려 하니 다음 그믐밤에 함께 할 수 있기를 바라겠습니다.
조반니
문장 모아둔 노트 정리하다가 인상 깊은 부분 있어 공유드려요. 아마 일리아스 같은 벽돌책을 읽는 분들한테 동기부여가 되는 말이 되지 않을까해서 가져와봤어요ㅋㅋ
[읽는 법을 배우도록 하세요. 무거운 책을 읽으세요. 나머지는 삶이 다 알아서 해줄 것입니다.]
도스토옙스키가 자신이 운영하는 잡지사에 원고를 보내온 젊은 여성에게 한 조언으로 건넨 말인데요, 참 의미심장하죠?
그리고 ‘사이토 다카시’의 <고전 시작>이라는 책에 고전에 대해 정말 좋은 표현이 있어 가져와 봤어요~
[고전은 음식으로 치자면 현미밥이나 마른 오징어를 닮았다. 씹으면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난다. 그 맛을 느끼려면 턱을 움직여 씹어야 한다. 씹는게 귀찮아지면 부드러운 음식(책)만 찾게 되고, 그러면 음식을 씹는 힘이 약해져 턱도 약해진다. 증상이 심하면 유아식 같은 부드러운 문장밖에 받아들이지 못한다…고전을 읽으면 읽는 턱이 단련된다.
다시 읽을 때마다 이전에 미처 깨닫지 못했던 것들을 알게 된다.
이것이 고전 을 읽는 즐거움이다.
반복해 읽을 가치가 있는 책이 고전이라는 이름에 어울린다.]
우리 모두 힘내서 완독해봐요 ;)
김새섬
저는 고전, 즉 '오래된 책'을 읽으며 그 시대 사람들의 욕망과 사고방식에 흥미를 느끼곤 합니다. <일리아스>도 지금 우리와 3천년 정도 차이가 나는데 정말 놀랍지 않나요? 불과 30년 전 사람과도 시대적 격차를 느끼는데 우리들인데 작품 속 인물들의 사고방식에서 현재와 비슷한 지점을 발견하는 게 참 재밌어요.
작품 속 인물들의 모습에서 현재 우리의 모습과 닮은 점을 발견할 때의 놀라움, 그리고 시대적 차이에서 오는 낯섦과 새로움이 고전 읽기의 매력 중 하나인 것 같아요.
김새섬
"하지만 내 결코 싸우지도 않고 명성도 없이 죽고 싶지는 않다.
후세 사람들도 들어서 알게 될 큰일을 하고서 죽으리라.”
이런 문장을 보면 당시 사람들도 현대인만큼이나 아니 어쩌면 그보다 큰 인정 욕구와 명예욕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아요. 흡사 일론 머스크를 보는 듯 해요.
김새섬
저는 등장인물들의 욕망에 관심이 많은데 홍재의 기자님은 <일리아스>의 지리와 지형이 궁금하다고 하시더라고요. 이 전쟁이 어디서 일어났는지, 어떻게 공격을 했는지 등등. 저는 그런 측면으로는 한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어서 신기했습니다. 역시나 같은 책을 읽고도 생각이 다 다른 사람들. 그게 바로 독서의 묘미인 것 같아요.
조반니
하나 같이 자기의 감정과 본심을 숨기지 않고 드러내서 겉과 속이 같다는게 흥미로웠어요.
자신의 이익을 위해 본심을 숨기기도 하는 현대인하고 다르게 스스로가 느끼는 욕망과 충동을 과감없이 표출해서-진정한 자유인들- 당혹스럽기도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지극히 자연스럽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카이오이족 아들들이 내게 명예의 선물로 골라준 소녀를, 그것도 훌륭한 성벽의 도시를 함락했을 때 내 창으로 얻은 것을, 아트레우스의 아들 통치자 아가멤논이 내 손에서 도로 빼앗아갔네. 내가 마치 아무런 명예도 없는 떠돌이 이방인인 것처럼.]
여기서 아킬레우스는 ‘떠돌이 이방인’ 취급을 받았다고 생각하는데 그리스 로마 시대에는 사형만큼이나 큰 벌이 변방으로 쫓겨나는 것이므로, 이 부분에서 아킬레우스가 느꼈을 수치심과 불명예가 얼마나 컸을지 왜 그렇게 모든 판세를 뒤엎을 ‘진노’를 했는지 이해할 수 있었어요~
조반니
아가멤논과 메넬라오스 형제가 일으킨 트로이 전쟁의 이유도 따지고 보면 명예회복 전쟁으로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상식적으로 한 여인 때문에 10년간 전쟁이라니…
스파르타의 왕 메넬라오스는 자신의 통치권을 선왕의 딸인 헬레네를 통해 획득한 것인데, 이런 헬레네를 잃음으로써 명예와 권위가 실추될 뿐만 아니라 자칫 왕권마저도 도전 받을 수 있는 상황에 놓였기 때문에 불가피하게-물론 트로이를 약탈할 명분이 더 커보이지만- 전쟁을 일으킨게 아닐까요?
다시 말해 메넬라오스는 아내가 함께 하곤 했던 침대의 온기보다 그녀의 재물을 그리고 그녀의 부재로 위태로워진 왕좌에 대해 걱정과 트로이 약탈을 위한 전쟁처럼 보이네요.
이런 점에서 파리스는 명예보다는 한 여인, 헬레네를 향한 마음이 더 진실하게 느껴졌어요. 헬레네가 스파르타에서 가져온 보물과 파리스 자신의 보물까지 덤으로 줄 생각까지하면서 결단코 헬레네를 내어주지 않으려하죠.
핵토르도 지키는자를 뜻하지만, 진정한 지키는 자-알렉산드로스-의 면모를 보여주네요ㅋㅋ
파리스에 대해서는 다음 글에서 이어 나갈께요!
그리다
안녕하세요? 죄송한 말씀 드립니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일정이 변경되어 낭독시간에 이동을 해야 할 일이 생겼습니다…내일 참석을 못하게 되어 넘 죄송합니다.. 24장 낭독 연습까지 해보았는데… 넘 아쉽고 죄송합니다…ㅜㅜㅜㅜㅜ
도우리
네. 알겠습니다. 혹시 내일 오전에 모임 링크 관련해 단체로 안내 문자가 갈 수 있습니다. 받으시고 그냥 참고만 해주시면 되겠습니다. 다음 번 달밤에 낭독 시간에는 꼭 함께 할 수 있기를 바랄게요.~~
그리다
친절한 안내 감사합니다~~ 다음 번 달밤 낭독 시간 기대하겠습니다! ㅎㅎ
김새섬
드디어 오늘 저녁 8시 29분에 그믐달이 뜨는군요. 기대되는 한편 조금 긴장도 됩니다. ^^
저와 함께 낭독하실 분들도 너무 부담 갖지 마시고 편안한 마음과 마른 목을 축일 물 한 잔, 다른 이의 목소리를 잘 들어줄 귀를 준비하셔서 이따 만나요.
도우리
@모임 잠시 뒤 '달밤에 낭독'을 시작하겠습니다.
김사과
'달밤에 낭독' 너무 맘에 드는 시간이었습니다. 처음 일러주신대로 다른 분이 낭독하시는 동안 귀로만 들었더니 마치 고대시대 어딘가 모닥불에 둘러앉아 이야기를 듣는 기분이었어요. 헥토르의 죽음에 비통해하며 다가올 패전 앞에서 두려워하는 트로이인들의 심정이 어찌나 절절하던지요. 일리아스를 그뭄 클래식부터 시작해 두 달 동안 읽었는데 완벽한 마무리였습니다!
김새섬
원래 청취자로 신청하셨는데 낭독해 주셔서 정말 감사했어요. ^^ 목소리가 참 아름다우시고 대화 부분에서는 감정도 실어 주셔서 라디오 드라마처럼 빨려 들어 들었습니다.
저도 처음에 책을 읽으면서 들으니까 눈이 자꾸 귀를 앞질러 가더라고요. 그래서 눈을 감거나 일부러 시선을 책에서 떼고 들으니 내용에 보다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24권에 오니 <트로이 애가>라는 제목이 와 닿는다고 말씀해 주신 것, 기억에 남아요. 함께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김새섬
서른 두 번째 그믐밤, 달밤에 낭독에서는 호메로스의 대서사시 <일리아스>의 마지막 24권을 함께 읽었습니다.
낭독 신청자가 적으면 혼자서라도 읽어야겠다 생각했는데요^^ 다행히 여러 분들이 참여해 주셨습니다. 덕분에 <일리아스> 의 마지막 24권, 800행이 넘는 대장정을 함께 완주할 수 있었어요. 한 사람이 100행씩 돌아가며 낭독했는데, 각자 개성에 따라 약 10분 안팎이 소요되었고, 전체 낭독 시간은 1시간 반 정도였습니다.
낭독 시간에는 <일리아스>에 대한 해석이나 감상 대신, 오롯이 소리 내어 읽는 데 집중했습니다. 마치 고대 그리스 시대, 호메로스의 서사시를 듣던 사람들처럼, 소리에 귀 기울이며 상상의 나래를 펼쳤어요.
낯선 그리스 영웅들의 이름은 우리 한국인 이름과는 완전히 다른 형태이다 보니 입에 잘 붙지 않았지만 참여자분들의 부드러운 목소리와 정확한 발음 덕분에 막힘없이 낭독을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소리에 집중하는 낭독은 참으로 새로운 경험이었습니다. 학교를 졸업한 이후 이런 시간이 거의 없었기에 더욱 인상적이었다고 후기를 들려주셨어요.
그믐이라 바깥의 하늘은 깜깜했지만 어젯밤 저의 노트북 화면 속 달빛은 은은하게 빛났습니다. 함께 낭독하며 따뜻한 시간을 만들어주신 모든 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조반니
끝으로 ‘파리스의 변론‘으로 모임을 마무리하려 해요.
파리스는 실제 알려진 것처럼 여러여리 외소한 이미지는 아니었다고 해요. 권투에 능하고 활을 잘 쏘는 명사수로-근접전도 강했음- 다부지게 잘생긴 미남이었다고해요.
일리아스에서는 활을 쏘는 것에 대해 부정적으로 묘사하는데요.-국궁을 해본 입장에서 조금 억울;;-
이에 대해 추측해보자면, 흔히 켄타우로스로 묘사되는 스키타이족을 생각해보면 되는데요.
전차를 타고 다니는 그리스인에 반해 스키타이족은 말과 하나된 듯 능수능란하게 기동하며 말 위에서 활을 자유자재로 잘 쐈기에 당시 유럽을 충격과 공포에 빠뜨렸다고해요. 칭기스칸 군대를 생각해보면 쉽겠네요. 그래서 활을 쏘는 행동에 대한 깊은 반감이 깔려있던게 아닌가 생각해봤어요.
그러면 왜 파리스는 세명의 여신에게 시험을 받았나에 대해 서 고민해봤는데요, 이는 일리아스에 나오는 다른 인물들과 다르게 파리스가 가장 자신의 ‘욕망과 충동’에 충실한 인간이기 때문이라고 봤어요. 부와 명예보다는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즉, 진정한 사랑을 아는 남자이기에 신들에게 시험을 받았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면 왜 파리스는 세 여신 중 아프로디테를 선택하였을까요?
이에 대해서 작년부터 화두처럼 생각하고 있는 두가지 문장으로 부터 이야기를 전개해보려고해요.
[영원히 여성적인 것이 우리를 이끈다] 괴테, 파우스트
[아름다움이 세상을 구원할 것이다]도스토옙스키, 백치
여기서 여성적인 것과 아름다움은 제가 느끼기에 같은 의미라 보았어요.
아테나와 헤라 그리고 아르테미스는 각각 진선미의 의미로 보았을 때-지면상 설명 생략요ㅠ- 진과 선은 오로지 밝은 면을 추구하잖아요.
진과 선은 악이라는 부정적인 것들은 배척하지만, 미는 그렇지 않다는 거에요. 퇴폐라는 말에도 ‘미’를 붙여 퇴폐미라는 말도 있잖아요. 그래서 예술(미)의 표현 영역도 관대하잖아요~
결국 '솔제니친'이 아름다움에 대해 언급한 것처럼, 진과 선이 각자의 역할을 하지 못할 때는 폭넓게 역할을 하는 ‘미’가 결국은 이들을 아울러 이끈다고 봐요.
예술(아름다움)의 영역은 폭이 넓고 깊기 때문에 다양한 시각을 품을 수 있다고 봐요.
아름다움에는 선과 악, 정의와 도덕도 없기에 아프로디테는 맹약을 어기고 메넬라오스와 파리스의 싸움에 개입하기도 하죠.
그런 이유로 단순히 아프로디테를 선택했다고 보지 않았어요. 물론 그 누구라도 ‘애정과 욕’망의 띠를 두른 아프로디테를 거부하기 쉽지 않겠지만요.
그리고 인간 파리스에 주목해봤는데요.
’일리아스‘가 지금의 소설로 나왔다면 파리스는 아마 운명에 맞 선 비운의 주인공으로 재탄생 할 수 있지 않았을까요??
자신이 나라를 멸망의 길로 이끌 운명이라는 것을 알고 운명을 거스르기 위해 목동으로 살아가지만, 세명의 신들로부터 시험 받게으며 운명의 소용돌이에 빠지게 되는데요.
부와 권력이나 전쟁에서의 승리는 아무래도 트로이의 멸망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해 가장 영향이 미미할 것으로 보이는 ‘가장 아름다운 여자’를 약속한 아프로디테를 택한게 아닐까요? 나름 합리적(?)인 선택으로 보여지는데요ㅋㅋ
그리고 헬레네에 대한 파리스의 생각도 살펴보면 소중한 사람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도 엿 볼 수 있었어요.
[하지만 황금의 아프로디테의 사랑스러운 선물은 비방하지 마시오.]
[ 나는 결단코 내 아내를 내주지 않을 것이오. 솔직히 하는 말이오.
그러나 재물이라면 내가 아르고스에서 우리집으로 가져온 것을 모두 내줄 것이며 거기에 내 자신의 것까지 얹어줄 용의가 있소.]
파리스는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는 숭고한 인물로 모든 사람 심지어 형 헥토르가 욕해도 자신의 운명을 겸혀히 받아들이고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해내죠.-헥토르 사후 아킬레우스등 많은 영웅을 죽였으며 트로이의 전세를 이끔- 자신의 전리품인 브리세이스를 빼앗겼다고 진노한 아킬레우스와도 비교되지요. 헬레네를 보내주라는 요청에도 재물은 자신의 것까지 더해서 돌려주더라도 헬레네만은 돌려 주지 않는다고 단호한 모습을 보이기도 해요. 반면에 메넬라오스는 빈침대의 온기보다 재물 그리고 핼레네의 부재로 위태로워진 왕좌에 대해 걱정하는 모습을 보이죠.
끝으로 헥토르도 파리스(안드로스)도 둘다 지키는자라는 이름의 의미를 가지고 있어요.
일리아스 내 모든 영웅들이 거스를 수 없는 운명에 대해 수긍하고 겸허히 받아들이지만, 나라의 멸망까지 이르게 하면서도 자신이 사랑한 헬레네를 지켜주기위해 트로이를 지키는 파리스의 운명에 대한 사랑이 헥토르의 명예를 위해 트로이를 지키려는 모습보다 인간적이고 더욱 숭고하게 보여 기억에 많이 남았어요.
이상 긴긴 ‘파리스의 변론’이었어요~
그동안 함께 읽어 주시고 들려주셔서 감사했습니다!!
김새섬
조반니 님은 탐미주의자적 관점을 가지고 계시군요. 써 주신 글 매우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파리스가 아프로디테를 선택한 데서 저는 개인주의의 씨앗이 조금 느껴졌습니다. "막대한 부와 전쟁의 승리?그 딴 거보다 나는 그냥 예쁜 여자랑 살고 싶다." 이러한 욕망을 드러내는 파리스가 당당해 보이기도 하고 또 조금 얄밉기도 했네요.
<일리아스>에 담긴 당시 사회상과 가치관은 지금과 비교하면 아주 많은 것들이 달라졌는데요, (예를 들어 노예와 여성에 대한 대우 등등) 한편으론 그 때나 지금이나 전쟁이라는 이름 하에 사람을 죽고 죽이는 행태는 여전히 남아있다는 것이 신기한 한편 소름끼치기도 했습니다.
온라인 모임부터 낭독회까지 쭈욱 함께 참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거운 시간이었어요. : )
화제로 지정된 대화
도우리
서른 두 번째 그믐밤 모임은 문을 닫습니다. 참여해 주신 분들 모두 감사합니다.
33번째 그믐달은 3월 28일 (금요일) 은평구 한옥마을의 동네책방에서 뜹니다. 여러분의 많은 기대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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