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읽는 SF소설] 03.키리냐가 - 마이크 레스닉

D-29
「우리 모두는 응가이의 창조물이 아니오?」 「아흐메드까지도 말씀이십니까?」 「그럼 당신은 <누가> 아흐메드를 창조했다고 생각하시오?」
키리냐가 p.422, 마이크 레스닉 지음, 최용준 옮김
나는 그의 말을 들은 척도 않고 보도로 발을 옮겼다. 도시의 자동도로와 달리 여기 교외의 보도는 움직이지 않았다. 나는 움직이지 않는 쪽이 더 좋았다. 사람이란 아무런 노력도 없이 몇 킬로미터나 되는 자동도로를 이동하는 게 아니라 걸어다닐 운명으로 태어났기 때문이다.
키리냐가 p.425, 마이크 레스닉 지음, 최용준 옮김
「거 참 재미있구나.」 「뭐가요?」 에드워드가 나를 바라보며 의심스러운 말투로 물었다. 「여기서 넌 영어 책에 둘러싸여 프랑스어를 공부하고 이탈리아 종교의 성직자 편에서 말다툼하고 있잖니. 넌 키쿠유가 아닐 뿐만 아니라 아마 더 이상은 케냐인도 아닌 것 같구나.」
키리냐가 p.431, 마이크 레스닉 지음, 최용준 옮김
내가 알지 못했던 사실은 한 사회가 유토피아가 될 수 있는 시기란 아주 잠깐이라는 점이었다. 일단 한 사회가 완전해지면 그 사회는 변화하지 않아야만 유토피아로 남아 있을 수 있었다. 하지만 성장과 발전은 사회의 본능이었다. 나는 키리냐가가 유토피아가 되었던 순간이 있었는지 알지 못한다. 그 순간은 내가 모르는 사이에 왔다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키리냐가 p.443, 마이크 레스닉 지음, 최용준 옮김
저는 작가가 어떤 사회이건 무시 당하는 것, 사라지는 것들을 돌아볼 줄 알아야 한다는 주제로 이해했어요. 지금 이대로가 좋다고 믿고 정체를 선택한 키리냐가는 사회를 구성하는 개인보다는 사회 그 자체에 모든 것이 집중된 곳이었습니다. 그로 인해 수많은 개인들이 자연스럽게 갖는 욕구와 희망이 있음에도 전통의 유지라는 이름으로 모두 무시당하죠. 반면, 현대문명과 기술이 가득한 케냐도 키리냐가와는 다른 문제들을 안고 있습니다. 물질과 기술이 인간 위에 존재함으로서 전통만 사라지지 않고 인간적 가치도 같이 사라지고 있었습니다. 발전이 한 사회의 제일의 가치가 되어 버린다면 어느 순간부터는 발전과 기술만이 사회를 움직이는 원동력이 되어 우리가 필요 없어지죠. 사람들이 공허함과 허무감, 근원적인 결핍감을 느끼는 이유는 그래서일 겁니다. 키리냐가와 케냐는 서로 정 반대의 노선에 있음에도 둘 다 인간을 우선하지 않았다는 공통점이 보였어요. 전통도 발전도 중요한 가치들이지만 그 안에 인간에 대한 고민이 없다면 어느 쪽이건 불행한 사회가 된다는 경고가 아니었을까요. 인간이 있기에 전통도 기술도 존재할 수 있으므로 우리를 이롭게 할 수 있는 요소가 무엇인지, 반대로 우리의 가치를 상실하게 하는 억압이 무엇인지를 고민해야 한다는 말로 이해했습니다.
나는 안데르센 동화에 나오는 네덜란드 사내아이 같았다. 유럽인의 생각이 흘러 들어오지 못하도록 둑을 손가락으로 막자마자 다른 곳이 터지고 있었다.
키리냐가 p.353, 마이크 레스닉 지음, 최용준 옮김
한달 동안 재밌게 읽으셨나요? 유토피아에 대한 고민, 전통과 발전, 개인과 사회 등 여러 영역에 대해 생각할 거리를 많이 던져주는 책이었네요. 다음 모임은 케이트 윌헬름 작가의 <노래하던 새들도 지금은 사라지고>로 준비하려고 해요. 다들 고생하셨습니다.
노래하던 새들도 지금은 사라지고아작 출판사 독자들의 복간 투표 1위를 차지한 작품으로, 1977년 휴고상과 로커스상, 주피터상 최우수 장편상 수상작이다. 재난 이후의 인간 생활과 심리 등에 주목하는 일종의 '포스트-홀로코스트 SF' 소설인데, 원폭과 인간복제 등의 익숙한 소재를 다루면서도 개인의 감정을 충실하게 묘사하였다.
새롭고 독특한 매력을 만날 수 있어 더욱 유익했던 것 같습니다. 다음 책도 벌써 기대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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