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미하지만 힘이 있는, 어떤 것도 거부하지 않으며 어떤 것에도 놀라지 않을 것 같은 웃음이었다.
『채식주의자』 pp.123-124, 한강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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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금
역시 그는 안 된다. 그렇다면 누구? 누구에게 그녀와 섹스하게 할 것인가.
『채식주의자』 p.139, 한강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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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금
<몽고반점>은 <채식주의자>보다 더, 화자의 화법에 빠져들기 쉬운 구간인 것 같아요. 타인은 물론 자신에게도 (가끔이라 할지라도) 잔인한 평가를 하는 사람은 보다 객관적인 사람이라는 인상을 주잖아요. ‘저 사람이 그래도 기준은 확실한 사람이야.‘ 같은 평가를 하게 되는거죠.
139쪽 들어서는 그 환상 같은 인상이 깔끔히 벗겨지는 것 같아요. 이 사람은 결국 다른 방식으로 영혜를 욕망하고 지배하고자 하는구나. <채식주의자>의 영혜가 ‘지배 당하는 생물로서 인고해야하는 폭력과 그 생물이 재생산하는 폭력‘을 보여주었다면, <몽고반점>의 영혜는 ‘대자연으로 숭배 받으면서도 또 개척 당하는 자연‘을 보여주는 것 같아요. 아름다운 자연 경관! 여기에 아파트를 지으면 대박이겠군!하는 모습이요.
하금
폭우에 잠긴 숲은 포효를 참는 거대한 짐승 같다.
『채식주의자』 p.182, 한강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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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금
이제 그녀는 안다. 그때 맏딸로서 실천했던 자신의 성실함은 조숙함 이 아니라 비겁함이었다는 것을. 다만 생존의 한 방식이었을 뿐임을.
『채식주의자』 p.231, 한강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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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금
“ 그녀는 자신이 선량한 인간임을 믿었으며, 그 믿음대로 누구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았다. 성실했고, 나름대로 성공했으며, 언제까지나 그럴 것이었다. 그러나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 후락한 가건물과 웃자란 풀들 앞에서 그녀는 단 한번도 살아본 적 없는 어린아이에 불과했다. ”
『채식주의자』 p.237, 한강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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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금
자신이 오래전부터 죽어 있었다는 것을. 그녀의 고단한 삶은 연극이나 유령 같은 것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을.
『채식주의자』 p.242, 한강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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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금
다 읽었습니다. 우리는 어떤 태도로 삶을 받아들이고 있을까요? 인혜의 삶에 떠올리는 질문이 약간 허망하기도 합니다. 사건은 벌어지고 시간은 흘러가고, 그 와중에 내가 선택해서 내가 이끌어갈 수 있는 부분은 얼마나 될까요?
선택지 하나를 누르면 돌이킬 수 없는 게임을 하는 느낌이 드는 것이 삶일까, 싶습니다. 그러다가 또 그런 생각을 하는 것도 인생을 그저 주어지는대로 받아들이는 수동적인 태도, 죽어있는 채로 사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고요.
<채식주의자>를 읽고 무엇을 느끼는 것이 가장 좋을까, 아직 모르겠지만 지금 당장으로는 내가 저지른 폭력, 묵인한 폭력, 그리고 저지를 폭력의 무게를 인지하고 그 경중을 조절하는 것만으로도 최선을 다하는 삶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가장 강하게 듭니다. 그 무게만큼은 조절하겠다는 태도보다는 그 무게를 알고 있고 무언가 해보려 했다는 시도만으로 살아있음을 느껴보려고 합니다. 왠지 지금 나이에는 그 정도면 충분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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