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우혁은 자신이 정신증의 마수에 사로잡혔을 가능성과 환각에 진실이 담겼을 가능성을 견주어보았다.
『피와 기름』 P138, 단요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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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심
질의에 대한 단요 작가님의 정성스러운 답변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평범한 직장인 세계에서 살아 온 제가 잘 모르던 신학의 세계를 <피와 기름>을 통해 피상적으로나마, 어렵지 않게, 그것도 재밌게(저에게는 제일 중요한 요소입니다) 접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피와 기름>에 이어 단 요 작가님의 다른 작품들도 차근차근 읽어나갈까 합니다. 작가님의 건필을 기원하겠습니다.
독서 중에 문장 수집을 조금 했습니다. 인상적인 문구들이 수집한 것보다 훨씬 많았지만 사실 책을 읽으면서 문장들을 옮겨 적는 행위에도 상당한 노력이 들어 저 같이 게으른 사람은 최소한으로 문장을 모으게 됩니다. 독서의 흔적을 조금이라도 남기고 싶다는 의미에서 올려둡니다.
밥심
“ <피와 기름>
19쪽
온종일 똑같은 혈관을 맴돌며, 심장에서 출발해 심장으로 되돌아오는 삶을 견딜 수 없다는 듯이.
49쪽
기분 나쁜 일과 그냥 나쁜 일이 있다면, 차라리 후자를 택하고 싶었다.
98 쪽
현실적으로 필요한 것과 절실히 바라는 것이 있다고 치면, 인간은 대개 후자를 고르지 않습니까?
183 쪽
기술이 발전하고 국가 시스템이 정교해 지는 동안 ‘임박한 종말’의 뉘앙스는 희미해졌으며 신비와 영성도 힘을 잃었다. 대신 맘몬의 권세가, 돈의 힘이 종교의 자리를 꿰찼다.
그렇다면 테크놀로지와 금융이야말로 예수의 뜻이란 말인가?
186 쪽
돈은 즉흥적인 욕망과 친절을 표현하기에 좋을지라도, 정의와 공의를 드러내기엔 부족함이 있는 수단 이기 때문입니다.
191쪽
자신에게 자유의지가 있다고 느껴본 적도 없었다. 그는 종종 이성적으로 판단하는 척했지만 결정권을 쥔 것은 기분이었다. 충동이었다. 바타유나 베르그송 같은 사상가들의 논지를 빌리더라도, 그런 고찰은 현학적인 정당화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그냥 심장이 시켜서 한 것이고 앞으로도 마찬가지일 텐데 거기에 어려운 말을 덧씌워봤자…
198쪽
저는 좋은 것과 나쁜 것의 구분이 엄연히 존재한다는 사실, 또한 인간은 좋은 것을 좋아한다는 사실에서 수많은 악이 기인한다고 봅니다. 악은 불행을 낳고, 불행은 다시 악으로 이어집니다. 그러나 호오를 분별하며 자신에게 족한 것을 사랑하는 습성은 인간 행위의 원천이자 선행의 동력이기도 합니다. 이것이 바로 원죄의 정체입니다…
236쪽
돈은 인간성의 표현이므로 원죄의 등가물이라는 겁니다. 자율성과, 좋고 나쁨을 분별하여 사랑하는 마음과, 풍부한 욕망같은 가치들이 돈을 타고 흐릅니다. 그리고 이 흐름은 고삐가 풀리는 순간부터 몹시도 인간적이며 자율적인 방식으로 비인간성과 부자유를 강요하게 되지요. 이러한 모순적인 굴레가 세계를 옥죄고 무너뜨립니다. 자유는 좋습니다. 그러나 자유를 줄 것이라면 무엇이 좋거나 나쁘다 하는 기준점 또한 명확히 세워야만 합니다. 그럼으로써 인의를 쾌락에 앞세울 유인을 제공해야 합니다.
271쪽
나는 신을 믿어서가 아니라 삶의 지침을 위해 종교를 가졌다.
349 쪽
실체 너머로 부터 시작되는 믿음만이 실체를 바꿀 수 있으며 그것은 충동과 완전히 다른 유형의 힘이라는 사실.
353 쪽
당연하게도 삶이 순탄한 것은 진정한 문제가 유예 되고 있기 때문이다.
399 쪽
그러니까 사람이 사람을 믿는다는 건 정말 신기한 일이라는 생각을 하게 돼요.
405 쪽
인의와 통치는 분명 다르다. 단순히 다르기만 한 수준이 아니라 종종 모순되기까지 한다. 또한 돈과 욕망의 흐름에는 곧잘 통치가 필요하다.
410 쪽
인간이 무언가를 사랑하고 바라는 것은 어쩔 수 없이 끔찍한 일이다.
411 쪽
지상을 가만히 내려다 보는 태도야말로 최고의 형벌일 수 있다. 세상은 이미 그리고 아직 지옥 같다. ”
『피와 기름』 단요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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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로 지정된 대화
바닿늘
@래빗홀@단요
우와....
답변의 수준이..
굉장히 굉장합니다.(?)
보면서 감탄했습니다.
그래서 한 가지
나중 질문을 드려도 될런지요..?
혹시 추구하는 사상이 있으신가요??
마음대로 추측하건데..
왠지 적극 추구하는 스타일은
아닐거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틀렸다면 많이 죄송합니다. ^^;;;)
그래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들
이라도 있다면 알고 싶습니다.
질문하는 입장에서 ~
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상
혹은 시스템들을 생각나는대로
적어본다면 이런 것들이 있습니다.
자유주의, 자연주의, 평화주의
법치주의, 민주주의 ...
이런 질문은 원래 의도적으로
하지 않으려고 하는 편이지만~
이번에는 한 번 해보고 싶었습니다. ^^;;
단요
제 입장은 21세기의 정치철학적 조류들이랑은 기본적으로 안 맞습니다. 요컨대 나는 신좌파다, 나는 구좌파다, 나는 경제적 보수다, 나는 반동주의자다 하면 떠오르는 상이 미리 갖춰져 있기 마련이지만 저는 그것들 각각과 겹치는 부분이 있으면서도 완전히 동떨어진 동기를 여럿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한테는 물론 강경한 입장들이 있지만 그건 무슨 주의로 환원될 만한 것은 아닙니다. 아마 17세기나 13세기, 혹은 그 이전으로 거슬러올라가서, 1세기 쯤에는 제 입장을 설명할 만한 단어들이 있었을 것 같습니다. 그냥 문화적으로 진보적인 부분이 있는 무신론적 기독교 반시장주의-반동주의-반전주의-평화주의-보수주의자 정도가 가장 가깝긴 합니다.
[* 사실 이 문화적 진보성이란 단순히 신약 윤리와 교부들의 가르침으로부터 연역되는 것인데, 어쨌든 저는 퀴어를 비롯한 소수자들을 정죄하고 배격하는 것이 인류의 연합이라는 측면에서 적절하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그게 성경의 핵심이거나 믿음의 핵심일 수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개신교 주류 교파들이 반동성애를 기치로 내걸면서도 이 시대의 금융 시스템에 대해서는 별다른 행동을 하지 않는 것은 저한테 무척이나 이상하게 보입니다. 그들이 반동성애 시위를 하는 것이 아니라 여의도에 몰려가서 반자본주의 시위를 했더라면 참 좋았을 것입니다. 크리소스토모와 아우구스티누스, 암브로시우스 등의 교부들은 부자와 빚과 불평등과 빈곤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지 동성애자들 괴롭히라고 말하진 않았습니다. 한편 저는 이상적인 차원에서는 강경한 반전주의자이자 평화주의자인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아우구스티누스와 의견이 다소간 배치되긴 합니다. 길어지는 이야기니 여기서 줄이겠습니다.]
새벽서가
“세상 모든 일은 본질적으로 집안싸움이죠. 인간이 하는 일이라면 뭐든지요.”
『피와 기름』 단요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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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해
📝📝📝📝📝
화제로 지정된 대화
새벽서가
[사전질문]
작가의 말에서 형사시리즈 주인공들 이름을 언급하셨습니다. 로스 맥도날드의 루 아처, 레이몬드 챈들러의 필립 말로, 믹키 스필레인의 마이크 해머와 로렌스 블락의 매튜 스커더. 매튜 스커더라는 캐릭터가 우혁에 가장 가깝다는 작가님의 말씀에 동의하구요. 이 네명의 작가의 작품들을 읽어보셨으니 주인공들의 이름을 언급하셨을것 같은데, 이 네명의 형사중 누구에게 가장 관심이 (혹은 공감이나 애정) 가시는지, 그리고 저 네 명의 작가들중 누구를 가장 좋아하시는지 (주제, 스타일, 기타 등등) 궁금합니다.
단요
기본적으로 인물이라는 측면에서는 매튜 스커더를 가장 좋아합니다. 마이크 해머는 무식한 맛에 보는 것이긴 하지만 그 무식성으로 인해 한 발짝 떨어져 구경하게 되고, 루 아처도 업무 파트너로서는 좋겠습니다만 친구라면 다소 서먹서먹할 상대지요. 물론 필립 말로가 가장 매력적인 것은 사실입니다만, 필립 말로는 너무 멋쟁이입니다. 기사도와 냉소적인 유머를 갖췄고 유능하기까지 한 탐정은, 뭐라고나 할까, 원빈이나 김태희가 완벽에 가까운 외형을 지녀서 애착을 두기 어려운 것과 비슷한 감각을 불러일으키는 겁니다. 거기에 비하면 매튜 스커더는 인간적인 매력과 인간적인 결함을 동시에 갖추고 있으며, 당장 내일 죽을 것처럼 사는데, 그래도 또 삶 자체를 완전히 버리진 않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친구 하기에 가장 좋은 사람처럼 보이지요. 의리 확실하구요, 자기 기준선도 있고요, 과묵할 땐 과묵하고 떠들 땐 떠들고 대마이도 있고, 어쨌든 넷 중에서 인간을 가장 깊이 아끼는 인물이라는 것만큼은 확실합니다.
한편 작가적 스타일은, 문장이라든지 구성은 레이먼드 챈들러를 가장 고평가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로렌스 블록은 미문을 쓰거나 흥미로운 블랙유머를 매 순간 펼쳐놓거나 아주 현란한 플롯을 구축하는 사람은 아니니까요. 다만 로렌스 블록의 소설에는 특유의 투박한 서술들이 빚어내는 원형적인 정서가 있고, 그것은 종종 섬세한 세공품 이상으로 강렬하며 진실합니다. 물론 섬세한 세공품이 섬세하다는 이유만으로 격하될 수는 없을 텐데, 무엇보다도, 로스 맥도날드가 문학적 / 신화적 모티프들을 추리-스릴러 구조와 접목시키며 심층적인 의미망을 형성하는 방식은 굉장히 매혹적이지요. 어쨌든 제 글쓰기의 원천은 영미문학이고 상징주의 작법과도 연관이 깊으니까 반갑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여전히 미키 스필레인을 호평하기 어려운 점은 아쉽군요(그러나 나름의 매력이 있다고도 생각합니다).
새벽서가
올려주신 답변 잘 읽었습니다. ^^
꽃의요정
그는 종종 이성적으로 판단하는 척했지만 결정권을 쥔 것은 기분이었다. 충동이었다.
『피와 기름』 191p, 단요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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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해
✏️✏️✏️✏️✏️✏️
새벽서가
지옥이란 대환난보다 두려운 것인가?
그렇다면 삶은 어떤가?
『피와 기름』 단요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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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서가
“ 악은 크게 두 종류로 나뉠 만합니다. 하나는 가진 사람이 더 많이 얻어내려 할 때 발생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거의 가지지 못한 사람이 삶을 동아줄처럼 붙들 때 발생하는 것입니다. 전자와 후자를 동일하게 취급할 수는 없거니와 후자를 전자보다 미워해서도 안 됩니다. 그러나 둘은 종종 뒤섞입니다. 가진 사람의 위에는 더 많이 가진 사람이 있으며, 없는 자의 아래에는 더욱 없는 자가 있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용서와 이해는 몹시도 어려운 일이 됩니다.
”
『피와 기름』 단요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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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서가
세상에는 몰라야 좋은 것, 없어야 좋은 것들이 아주 많다. 사람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것일수록 쓸모없을 확률이 높다.
『피와 기름』 단요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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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서가
맞물리지 않는 톱니바퀴가 함께 놓이면 서로가 서로를 망가뜨리듯, 사람의 마음도 그렇단다. 적당한 거리가 필요할 때가 있지.
『피와 기름』 단요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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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닿늘
우와.......
인공 지능 느낌 나는 거..
저만 느끼는 거 아니죠??
더 정확히는..
'윤리적 한계선이 분명히 탑재된'
인공 지능 느낌이 납니다.
단요 작가님의 작품 세계관에
관심이 엄청 증폭 되었습니다.
앞으로의 작품 활동 역시 너무 기대됩니다.
새벽서가
저도 느낍니다~ 하하
꽃의요정
전 갑자기 제가 쓰는 댓글이...유치원생 수준으로 전락한 느낌입니다 ㅎㅎ(뭐 딱히 더 높았던 적도 없지만요 ^^;;) @새벽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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