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19. <호라이즌>

D-29
세월이 흐르는 동안, 나는 예전에 보았던 거의 모든 걸 다시 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호라이즌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그날 파울웨더 옆구리에 텐트를 치고 늦은 겨울의 폭풍을 기다리고 있던 그 남자가, 유년기의 몇몇 장면을 회상하는 동시에, 해안가로 다가오는 쿡의 레절루션호가 처음에는 수평선의 작은 점으로만 존재하다가 몇 시간 뒤에 세 개의 돛을 절반만 펼친 채 갑판 배수구에서 검은 선체 옆면으로 녹물을 흘리며 전장 범선의 위용을 드러내는 장면을 상상하면서 찾고 싶었던 것은 무엇일까?
호라이즌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와아~ 이 문장에 제대로 치였네요. 한 장소에 켜켜이 쌓인 서로 다른 시간을 어떻게 한 문장에 이렇게 담았지? 이건 스페인이나 남미 소설에서나 보던 경지인데... 저는 이 책에서 만연체가 괜찮은게, 독자로 하여금 상상할 수 있는 시간을 연장해 주는 효과가 있는 것 같아요. 긴 문장 읽는 동안 그 장면을 머리 속에 충분히 떠올리게 해요. 저에게 이 책의 힘든 점은 지명, 인명 등 고유명사 엄청 많은데, 외래어표기법에 맞춰서 쓴 고유명사로는 영어로 찾을 수가 없어 ㅠㅠ
전 그래서 영어로 읽다가 문장수집한 부분만 한국어책에서 찾아서 나누고 있어요. 대체 왜 띄어쓰기도 없이 지명같을걸 저렇게 쓴건지 궁금하네요. 🙄
저도요ㅡ 옆에 작게 영어로 써주면 찾아보기 쉬울텐데 좀 아쉽더라고요.
이 여행이 준 자극은ㅡ지리,예술,음식,상인들과 나눈 대화ㅡ나를 들뜨게 했다. 나는 이 자극이 어떻게든 내가 이 세계에서 살아가는 방식의틀이 되기를 원했다.
호라이즌 44p,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그는 처음 만난 낯선 나에게 바다의 무한한 깊이에 대한 자신의 상상이 실체화되던 순간을 설명하려고 애썼다. 잠수함 선장이었던 그도 바다에서 수심 120미터가 넘는 곳의 특징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고 했다. 지구의 가장 깊은 경사면을 따라 내려간 곳에 존재하는 유일무이하고 독특한 우주가 갑자기 자신이 있는 곳이 어딘지, 또 자기가 누구인지에 대한 인식을 장악해버리기 전까지는 말이다.
호라이즌 224/1680,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전 아직 '행동'도 반 밖에 못 읽어서, 호라이즌은 일단 눈팅으로 시작하겠습니다. 흑흑...
@Nana 우리끼리 비밀 이야기인데, 역자 선생님도 편집자 선생님도 나중에는 조금 지치셨던 게 아닐까요? :) 벽돌 책 번역하고 편집하는 일이 보통 일이 아니거든요;
안그래도 지명이나 인명은 물론이고 동식물 및 광물 이름들이 워낙 방대해서 한국어 사전이나 인터넷에는 아예 검색 안 되는 게 많아서 번역가가 힘들었을 것 같네요. 저는 이런 이름들이 영어로는 알고 있어도 한글로 모르는 게 많아서 한글 전자책을 비교해가며 읽고 있는데 어떤 것들은 역자가 나름 작명센스를 발휘하지 않았을까 하는 게 종종 눈에 보여요. 과학 쪽, 특히 생물 쪽 비문학 번역서를 읽다보면 이런 어려움이 많이 보입니다. (저도 예전에 그래서 이게 힘들어서 한글로 논문 쓰는 걸 아예 포기했어요;) sword fern을 그냥 줄고사리로 번역하면 되는데 굳이 '칼고사리와 줄고사리'로 번역하고.. 참 Pearly everlasting이란 너무 아리따운 이름의 꽃은 한국어로 산떡쑥이네요. ^^;;; 느낌이 이렇게 다를 수가..
저도 행동 읽을 때 해부학적인 단어는 영어로 찾아봐야 이해가 되더라고요. ㅎㅎ
맞아요. 의학 쪽은 거의 영어로 배웠기 때문에..;;; 한글이 더 어색합니다^^;;
산떡쑥! ㅎㅎ
저는 '산떡쑥' 같은 정감 가는 우리말 이름들을 좋아해요. 의학계, 문화계, 산업계 등에서 쓰는 전문 용어들은 대부분 외래어 그대로 쓰거나 일본식 한자어라 첨 들으면 낯설고 직관적으로 뜻을 파악하기도 힘든데, 식물이나 동물들의 속명은 (아마도 학자들이) 쉽고 예쁘고 직관적으로 번역해줘서 좋더라고요. 입에도 잘 붙고요. '푸른발부비새'나 '붉은머리오목눈이'처럼요. 근데 산떡쑥은 좀 모양을 짐작하기는 힘들긴 하네요. ^^
근데 이 푸른발부비새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지지 않나요? 뭔가 생김새가, 산뜻한 민트색 발도 그렇고 상당히 유쾌해요. 오목눈이 귀여운 건 두말하면 입 아프고요. ^^
저 두 새 완전 매력 넘쳐요. 지구엔 정말 신비로운 생명체가 많네요. 아우 귀요미들~
네. 자연은 다양하고 자주 사람들의 고루한 편견을 깨어주죠. 지루할 틈이 없어요. 그래서 좋아요.
도둑놈의갈고리, 큰개불알꽃, 며느리밑씻개, 며느리밥풀꽃 같은 이름도 있습니다. ^^;;; 요즘은 이런 민망한 이름은 바꾸려고 하는 거 같더라고요. 큰개불알꽃은 봄까지만 핀다고 봄까지꽃으로 바꿔 부르는 거 같은데, 이건 이것대로 사람들이 자꾸 봄까치꽃으로 잘못 부릅니다.
도둑놈의갈고리는 처음 듣는데.. 재미있는 이름이네요. ..갈고리는 딱히 민망하진 않은데 도둑에 놈이 붙어서 pc하게 바꿔주려나 보죠? 하하. 봄까지꽃은 헷갈릴 법하네요. 일본어를 직역했다고 못마땅해하시는 분들이 많으신가 봅니다. 저는 그나마 우리말로라도 바꿔줘서 고마운데. 민망한 용어를 바꾸는 거보다 급한 건 어려운 법률 용어 등을 쉬운 우리말로 바꿔주는 일인 것 같은데... 시어머니가 집 못 찾아오게 하려고 아파트 이름이 길고 어려워진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던데 법률 용어나 의학 용어가 오랫동안 안 바뀌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 아닐까 의심해 봅니다. ^^;; 의학 용어는 그나마 요즘엔 바뀌고 있는 것 같은데... 법률가들은 뭐하고 있는지. 국립국어원에서 법전 바꾸려고 용역 구한다는 얘기 들은 지 십 년도 넘은 거 같은데 아직 법전이 바뀌었다는 소식은 없네요.
두 아이가 너무 무해하게 생겼어요! 안아주고 싶을만큼요. 저는 새를 무서워하는데 ( 정확히는 그들의 발이 무서워요), 이 아이들은 전혀 무서운 느낌이 안드네요~ 특히 저 민트색발 아이의 표정은 헤어컷 맘에 안들어 뚱~한 표정의 아이같아 너무 귀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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