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19. <호라이즌>

D-29
아르보 패르트의 거울 속의 거울(Spiegel im spiegel)을 들으면서 '두 음표 사이 침묵 속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를 이해'하는 것에 대해 생각합니다. 작가가 붙잡고 있는 화두가 이런 식으로 연결되는 것, 행간 속에서 그 종횡무진의 도약을 따라가게 하는 것,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와 그것을 전달하는 방식에 일관성이 있다는 게 이 책의 매력인 거 같네요.
“기계를 놀라게 할 수는 없어요.” 그가 내게 말했다. 그리고 그는 미지를 음미할 수 있고 놀랄 수 있는 능력이야말로 언제나 인간 탐험가가 기계와 구별되는 점이라고 믿는다. 놀람의 순간은 세상이 한때 당신이 상상했던 것과는 다르다는 점을 강력히 일깨워준다. “탐험한다는 건 가설 없이 여행하는 겁니다.”
호라이즌 <호라이즌>, 배리 로페즈 - 밀리의 서재,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저도 이 문장 수집하려고 표시했는데 반갑네요
제가 수집하려고 한 문장들도 거의 대부분 먼저 읽은 분들이 수집하셨더라고요. ^^
예술의 근본적 강점은 예술이 글자 그대로의 의미를 의도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예술은 은유를 제시할 뿐 해석은 보는 이나 듣는 이의 몫으로 남겨둔다 <호라이즌>, 배리 로페즈 - 밀리의 서재
호라이즌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나는 그에게 혹시 바다소금쟁이를 아느냐고 물었다. 월시는 걸음을 멈추더니 소리쳤다. “할로바테스!” 잘 알려지지 않은 이 작은 야생동물에 대한 나의 열광을 그것을 잘 아는 누군가와 나눌 수 있어서 나는 무척 기뻤다. 할로바테스 속에 속하는 바다소금쟁이의 삶은 끝없는 탐험의 삶이다. ... 생의 종말이 다가왔을 때 그들은 깎인 손톱이 떨어지듯 부드럽게 그 아래 바다의 심연으로 홀로 가라앉는다. 홀로 살아가는 삶, 그리고 그중 일부에게는 육지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삶. <호라이즌>, 배리 로페즈 - 밀리의 서재
바다소금쟁이의 어떤 부분에 그리 열광했을까 모르겠다 싶다가 마지막 문장에서 (억지로 쥐어짜내면) 살짝 이해할 것도 같고요. 저에게는 탐험가의 면모가 도통 없나 봅니다. 미지의 세계에 대한 호기심은 익숙한 내 공간에서 책과 동영상으로 안전하게 해소하는 걸로 충분한 사람... 이 문장 읽다가 깨달은 건데 제가 학명을 아는 생물은 딱 둘이네요. 동물계에 하나, 식물계에 하나. 호모 사피엔스와 카멜리아 시넨시스. 동거묘도 알아줘야지 싶어서 새로 하나 더 외웠습니다. 펠리스 카투스.
저도 그래요. 수평선 너머가 전혀 궁금하지 않은 새럼이에요 저는..
저는 궁금한 게 많은 사람이라 그 점에선 공감가는 점이 많아요. 그리고 어떤 대상에 대한 열광을 나눌 대상을 만났을 때 기뻐하는 모습에서도 저를 발견했고요. 다만 그 대상이 저는 존재를 알지도 못했고, 알고 나서도 그닥 관심이 생기지 않는 바다소금쟁이네요. 지적 호기심은 책이나 다큐멘터리 같은 걸로 해결할 수 있어도 그 장소의 그 온도, 습도, 냄새 같은 것들을 책이나 영상으로 대신 감각할 순 없기 때문에 언젠가 한 번은 세렝게티나 마다가스카르나 파타고니아 같은 대자연을 마주하고 싶다는 꿈은 있어요. 비록 탐험가가 되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짧은 트레킹 정도는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죠.
전 세렝게티는 경험했는데, 마다가스카르와 갈라파고스는 가보고 싶어요. 더불어 페트라와 티벳 사원이 아직도 버킷리스트에 남아있습니다.
저는 살면서 두 번 크게 바뀌었는데, 첫번째는 엄마가 되고서였고 두번째는 40세 생일을 맞은 후였어요. 그 후로 10여년이 더 지났는데, 나이가 들수록, 아이들이 자랄수록 모험심이 줄어요. 괜히 내자신을 위험레 노출시켜 혹시라도 아이들이 엄마없이 자랄일은 만들지말자는 생각이 강해지는것 같아요. 게다가 체력도 떨어지니 더더욱 집안에서 꼼지락거리며 노는걸 더 좋아하게 되네요.
저도 살면서 두 번 크게 바뀌었는데, 제 변화는 모두 큰 상실 뒤에 왔네요. 첫 번째는 오랜 연애가 제대로 끝난 뒤에. 내 바닥을 봐야(그럴 용기가 있어야) 남의 바닥도 보이는구나 하는 값진 깨달음. 두 번째는 아버지와 고양이들이 몇 년간 앓다가 차례로 세상을 떠난 뒤에. 나는 감정을 잘 다스리는 사람이야 하고 생각했는데 전혀 아니었네 하는 늦었지만 큰 깨달음.
그렇게 큰 상실감을 겪고 사람이 변하지 않는다면 그것고 이상할것 같긴해요. 사랑하는 가족과 반려묘를 잃는 경험은 저도 했는데, 시간이 지나니 아픔이 옅어지긴 하는데, 평생 없어지진 않을듯해요.
제가 잊지 못할 동물 학명 두 개 추가해드려도 될까요? ㅎㅎㅎ 개복치: 몰라 몰라 Mola mola 까치: 피카 피카 Pica pica
잉??? 피카피카가 까치에요? 몰라 몰라 ㅋ 너무 재밌네요 ㅎ
하하 안타깝게도 이미 들은 바 있고 재미있다고도 생각했으나 외우지는 못했네요. 이번엔 두 번째니 외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피카 피카, 몰라 몰라...
사실 좋아하는 공룡이 몇 종류 있으시다면 동물 학명을 이미 여러 개 외우고 계신 셈입니다. 티라노사우루스, 브라키오사우루스, 스테고사우루스, 트리케라톱스, 벨로키랍토르...
공룡에 대해서는 닭의 조상이라는 것 빼고는 아는 게 거의 없지만 그래도 학명은 알고 있었네요. 티라노사우루스, 브라키오사우루스, 트리케라톱스!
뭔가 포켓몬에 나오는 이름같네요 ㅎㅎ
우리가 별자리라 부르는, 선으로 그어 만든 도형들은 지구에서 바깥을 내다보는 사람에게만 존재한다. - <호라이즌>, 배리 로페즈 - 밀리의 서재
호라이즌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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