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19. <호라이즌>

D-29
그쵸^^ 아름다운 문장들도 눈이 가지만 제 자신에게도 질문을 던지고 파고들게 하는 문장들을 참 좋아해요. 단순히 공감이나 감상에 젖게 하는 책들보다 그 뒤에 어떤 답을 찾아낼 지 상상하게 하는 horizon같은 책들이 좋아요.
저두요, 게다가 구글지도에서 지역 사진을 열어두고 읽으니 더 좋네요~
역사는 우리에게 거대한 제국에는 거대한 야만이 함께하며 그 둘은 서로 떼려야 뗄 수 없다고, 그러니 야만을 벗어나려면 제국을 해체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우리는 문명이란 것이 과연 사람들에게 그들이 아직 갖고 있지 않은 무엇을 가져다주느냐는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문명은 문명을 거부하는 사람들에게 왜 그토록 가혹하냐는 질문도.
호라이즌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이 문장을 읽다가 생각난 것이 미접촉부족(uncontacted peoples)인데요. 남미의 Yanomami 등도 유명하지만 인도양의 North Sentinel Island에 있는 세상에서 가장 고립된 부족 Sentinelese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는데 섬 근처에 헬리콥터가 다가가기만 해도 화살들을 쏴서 접근도 못한다네요. 하지만 여기서도 자본주의의 폐해가 보이는 게 근접지역의 경찰들과 결탁해서 이런 미접촉부족들을 구경하게 하는 '인간 사파리' 경험을 제공하려고 한 관광상품을 만들려고 한 사람들도 있어서 논란이 되었습니다. https://www.forbes.com/sites/kionasmith/2018/11/30/everything-we-know-about-the-isolated-sentinelese-people-of-north-sentinel-island/ https://www.theguardian.com/world/2012/feb/26/human-safari-threat-amazon-tribe
어머나 너무 잔인하네요.
오늘날 아프리카나 호주 시골의 전통 마을에서, 바리오와 파벨라와 게토에서, 혹은 대도시의 작은 구역들에서 일어나는 사회적 경제적 물리적 붕괴를 목격하면서, 나는 이러한 붕괴의 근본 원인이 ‘문명’의 부재나 ‘사악함’의 존재 같은 것과는 무관하며, 거의 전적으로 끊임없는 정치적 억압과 가난, 인종차별, 굴종적 삶과 연관되어 있다고 믿게 되었다. 그런 장소들에서는 사람들이 번영을 보장받는 것은 고사하고, 생존을 확보하는 문제만도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힘겹다. 이런 상황에서는 완전히 새로운 구상이 필요하고, 어떤 전통 사회에 속한 사람들의 표현을 빌리면 “다시 꿈꾸는 일이 필요하다.”
호라이즌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애초에 에콰도르 국민들을 갈라파고스로 불러들인 동기 중 하나는 에콰도르 본토에 널리 퍼져 있는, ‘에콰도르의 변경’으로 가면 누구나 ‘관광’으로 큰돈을 벌 수 있다는 믿음이었다. 하지만 이곳에서 주로 큰돈을 버는 이들은 갈라파고스의 투어 보트 운영권을 누구에게 내줄지 결정하는, 수도 키토에 있는 정치가들과 사업 파트너들이다.
호라이즌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이때는 전 세계의 지배적인 문화들이 정교한 과학과 기술, 거대한 물질적 부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어쩐지 길을 잃는 것 같다는 우려가 들기 시작하는 즈음이었다고 그는 말했다. 전통적 사회의 사람들 눈에 그 지배적 문화들은 노가 없는 배에 갇힌 채 겉으로만 평온해 보이는 대양 위를 아주 빠른 속도로 항해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호라이즌 푸에르토아요라, 40%,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무엇이 여기에 속하고 무엇이 속하지 않는지에 관한 논의-예컨대 선호되는 식물은 무엇이며 뿌리를 뽑아야할 식물은 무엇인가?-에서는 오랜 세월 인간사회에서 이민자 문제를 논할 때 등장했던 것과 같은 종류의 대립된 의견들이 음험하게 움직이고 있다.
호라이즌 P.400,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코페르니쿠스가 지구는 우주의 중심이 아니라고 주장했을 때, 그리고 다윈과 월리스가 인간은 우주 최상의 피조물이 아니라고 선언했을 때, 이어서 융과 프로이트가 합리적인 정신이 호모 사피엔스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밝혀냈을 때, 신학은 그에 적응하거나 최소한 반응이라도 해야 했다. <호라이즌>, 배리 로페즈 - 밀리의 서재 패르트의 음악은 금욕적이고 사색적이다. 그의 작품에서 두드러지는 요소는 인간의 고난과 신의 위로이며, 때로 그가 찾아내는 해답은 장엄하다. 예상대로 우리의 대화는 각자의 개인적 삶과 작업에 나타난 연민과 절망이라는 주제에 가닿았다. <호라이즌>, 배리 로페즈 - 밀리의 서재 우리는 해변과 그 너머 대양이 내려다보이는 발코니에 서 있었다. 노라는 내 셔츠의 앞섶과 남편 조끼의 깃을 붙잡더니 부드럽게 우리를 앞뒤로 흔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래요, 맞아요, 맞아” 하고 속삭이며 울기 시작했고, 남편에게는 그가 이해받았다고 말하고, 나에게는 자기 남편이 작곡한 음악은 한 사람을 새로 짜 맞출 수도 있다고 말했다. <호라이즌>, 배리 로페즈 - 밀리의 서재
호라이즌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저는 로페즈와는 달리 애초에 신학은 이런 주장, 선언, 발견(?)들에 적응하거나 반응할 수 있는 영역에 속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장엄함에서 주는 위로는 자연과 예술의 영역이라고 생각하죠. 저는 그런 식으로밖에 사고할 줄 모르는 사람이지만 로페즈나 로페즈가 바라본 패르트식의 영적인 사색이 무가치하다고 느끼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비슷한 것을 느끼죠. 다만 이것이 신의 영역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뿐. 마지막 인용처럼, 이런 식으로 영혼끼리 소통하게 하는 것(대화)이 예술이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이게 성공하는 것을 느낄 때면 눈물이 납니다. 요즘 패르트의 거울 속의 거울을 반복해서 듣고 있는데 혹시 저처럼 이런 음악-라벨, 드뷔시, 사티 등등의 잔잔한 피아노 솔로(뉴에이지 아님 주의)-을 좋아하시면 브라이언 이노, 필립 그래스, 진수영도 추천 드립니다.
오, 추천 감사합니다~
진수영! 찾아보겠습니다~
세상에, 저 패르트의 '거울 속의 거울'을 들으면서 깜짝 놀란 게 과거에 봤던 어떤 영화에서 들었던 음악인데, 제목을 몰랐었어요. 잔잔하고 아련한 이 선율, 다시 들으니 정말 좋네요. 다만 영화 제목이 떠오르지 않아 아쉽습니다. 책에서 "패르트의 음악은 금욕적이고 사색적이다."라는 문장을 읽었음에도 '그렇구나'하고 읽어나갔는데, @dobedo 님 말씀 덕분에 찾아 들으면서 이렇게 또 알아가네요. 감사합니다. 이런 걸 보면 반갑고 신기해요(들어본 적 있는 음악의 제목을 뒤늦게 알게 된 경우). 진수영님의 음악도 잘 들었습니다. 이분은 처음 알았는데, 가만히 듣고 있으니 마음이 고요해지는 기분이에요.
@연해 혹시 about time 이 아닐까요? 아니면 gravity 트레일러? 시간과 공간을 상상하게 하는 음악이네요, 역시. https://en.m.wikipedia.org/wiki/Spiegel_im_Spiegel
앗 저도 어바웃타임에서 몽타쥬 너무 좋았어요.^^ 진짜 많은 영화에서 나왔었네요. https://www.youtube.com/watch?v=6rZD0oPUyI4 그래비티 https://youtu.be/M5-BsOIIR7k?si=FrwIhL0kqh8nHjv1 굿플레이스에서도 이 장면에서 막 울었는데.. 어떤 장면이든 감정이 벅차오르게 하네요.. https://youtu.be/l1IchzbtNj0?si=oi1MpAS5dbggxP40
감사합니다. @dobedo 님:) 「어바웃 타임」이었어요! 제 최애 영화인데, 세상에 이걸 놓쳤네요. 심지어 @borumis 님이 링크로 올려주신 저 영상... 하, 다시 봐도 감동적이에요. 딱 저 장면을 정말 좋아했거든요. 주인공의 잔잔한 내레이션도요. 그리고 새롭게 또 알게 된 건 「그래비티」에도 이 음악이 나왔었다는 거예요. 저 영화도 개봉할 당시에 봤었거든요. 들어도 들어도 참 좋습니다.
음악 추천 감사합니다. 잘 모르는 장르인데 (이런 말씀 드려도 되는지 모르겠지만) 글쓰기 작업 BGM으로 아주 딱입니다. 아침부터 브라이언 이노 듣고 있어요. 더 추천해주셔도 좋습니다. ^^
전 다른거 추천해주세요~ 브라이언 이노 음악 찾아 듣다가, 뭔가 음침한? ㅠㅠ 느낌이 들어서 ㅋ 저의 노동요로 돌아왔습니다~
엇. @오구오구 님 노동요도 궁금합니다. (좋은 노동요 들으면 일 잘 될 것 같다고 믿는 1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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