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19. <호라이즌>

D-29
소리를 분간하는 신체의 능력을 정신이 전혀 활용하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이렇게 되면 그 장소에 대한 정신의 앎은 피상적인 상태로 남는다.
호라이즌 스크랠링섬, 31%,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이건 그럴 필요를 별로 못 느껴서인 것도 같아요. 미세한 차이를 알아차리는 데는 애정과 관심이 필요한데 밤참새의 노랫소리의 맥락에까지 애정과 관심을 두는(그럴 필요를 느끼게 되는) 경우가 요즈음에는 좀처럼 흔치 않으니까요. 하지만 다방면에서 전문가들은 여전히 자신의 감각으로 사물의 미세한 차이를 구별하는 일들을 하고 있고, 그들의 감각은 비전문가들 눈에는 초능력처럼 보일 정도로 벼려져 있거든요. 저는 그런 전문가들의 '초능력'을 보는 걸 좋아하는데, 그래서 '극한직업' 같은 프로그램을 보는 걸 즐겼어요.
앗 저는 '극한직업' 프로그램은 본 적 없는 것 같은데 '달인' 등 좀 전문적으로 뭔가 한 가지 일에 평생 몸 담은 장인들을 보는 걸 좋아해요. 그리고 저는 가족들이 다들 어쩌면 저렇게 둔감한 인간이 있을까...하고 탄식할 정도로 시각은 물론이고 청각(덕분에 사물놀이 속에서도 잘 잡니다;;) 후각 미각(자취하던 일년 넘게 삼각김밥과 우유만 먹고 버텼고 딱히 새로운 걸 먹고 싶은 욕구도 없었어요;;) 촉각(간지럼도 하나도 안 타요;;)은 물론 눈치?육감?이나 영감?도 전혀 없을 것입니다. 아마 전 야생에서 가장 먼저 죽어버릴 생물이겠죠;; 하지만 우리 사회는 그런 감각이 둔한 저같은 인간도 문자 숫자를 다루는 IQ는 높아서 잘 살아남은 사회적 환경인 것 같아요..;; (인간이어서 다행일지도;;)
그들은 개별적인 대상들보다 자신이 만난 것에 내재한 패턴들에 더 주의를 기울인다.
호라이즌 스크랠링섬, 31%,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이것도 WEIRD와 구분되는 집산주의 문화에서 더 많이 나타날 듯합니다.
영원히 굶주려 있는 냉담한 방문자 죽음이 어떤 곳에서는 다른 곳에서보다 더 두드러진다는 점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죽임을 당하기는 했지만 끝내 쓰이지는 않은 그 여우 해골을 앞에 두고 내가 느낀 것은 슬픔도 비극도 아닌, 다시금 인식하게 된 삶의 피할 수 없는 공포였다. 내가 속한 문화는 기이할 정도로 그러한 삶의 공포에 대해 무지한 것 같다.
호라이즌 스크랠링섬, 32%,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누구는 이런 사건들에서 '사악함'을 보고, 또 누구는 자포자기와 고통을, 그저 인간적인 모습을 본다. 매킨슨 내포에서 아사에 직면했을 때 누군가는 식인을 택했지만, 누군가는 다른 두 어른과 두 아이를 데리고 그 끔찍한 공포에서 빠져나갈 만큼 충분히 민첩하고 노련했다. One does not find "evil" in these events, one finds desperation and pain, the merely human. At Makinson Inlet, in the face of starvation, one finds cannibals but, too, an unknown person inspiring enough, skilled enough, to get two other adults and two children away, clear of the horror.
호라이즌 스크랠링섬, 32%,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이 부분의 한글 번역이 원문과 좀 다른 느낌이어서... 원 글과 함께 올려봤습니다. 첫번째 문장은 누구는 이렇고 누구는 저렇다는 게 아니라 사악함이 아닌 인간적인 모습을 본다는 것 같고... inspiring enough를 민첩하다로 번역한 것도 좀 아닌 것 같은데..
올려 주신 원문을 보니 저도 @borumis 님 해석이 맞는 것 같네요.
책의 1/3 정도 읽어가고 있는데 확실히 관심 분야기도 하지만 작가의 시선과 탐험을 따라가면서 질문들이 계속 생기니 재미있네요. 고고학 인류학 뿐만 아니라 언어학 뇌과학 및 사회윤리학적인 범주까지 두루 생각이 뻗어나갑니다. 근데 이 와중에 페테르가 연료가 부족하다는 핑계를 대며 왜 작가를 두고 먼저 간 건지 궁금해지네요.
꿈의 쓸모를 파악하려 할 때 우리가 직면하는 어려움은 합리적 정신에 걸맞은 논리적 진실을 우선시하기 위해 꿈들은 무조건 거부할 것인가 말 것인가 하는 문제가 아니다. 정말로 어려운 것은 상상력과 지성의 대화, 이로운 비전을 만들어낼 수도 있는 대화, 지성만으로는 파악하지 못하고 상상력 혼자서는 이끌어낼 수 없는 대화를 떠올려보는 일이다.
호라이즌 스크랠링섬, 33%,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여기서 근데 실은 곰덫에 대해 더 생각하고 있었다고 하다가 갑자기 프랑스 유형지에 대한 생각으로 넘어가네요? 우웅?;; 음.. 페테르가 그가 따라가지 않길 바랐던 이유처럼 곰덫에 대해 나중에 뒤에서 생각이 이어질까요? 아니면 선주민 친구들의 방식대로 '역동적인 사건 안에 자신들을 집어넣었고' '그 사건에서 의미를 해석해내야 한다는 필요성을 전혀 느끼지 않았'기 때문에 오히려 그 사건이 계속 전개되도록 둔 채 모든 것을 알아차리면서, 거기 있는 의미가 무엇이든 알맞은 때에 그 의미가 드러나도록 두는 것'일까요?
교도소가 끔찍한 장소, 폭력적이 극도로 지루하며 안전하지 않은 장소라면 필요한 일은 당연히 교도소의 개혁이다. 그리고 만약 교도소에 가지 않아야 할 사람이 수감되어 있다면, 필요한 건 사회의 개혁이다.
호라이즌 스크랠링섬, 33%,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더 나은 사회질서를 만들려면 교도소가 인간 본성의 전체 스펙트럼(...)에 관해 폭로하는 바를 받아들여야 하고, 수감자들이 사회의 안정을 크게 위협하는 존재라는 순진한 믿음도 버려야 한다.
호라이즌 스크랠링섬, 33%,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저번에 새폴스키가 '행동'에서 주장했던 형벌제도에 대한 논의가 생각나네요. 그리고 '사악함'보다 인간적인 고통과 자포자기, 사회의 정의질서 부재 등의 맥락에 대해 더 생각해보게 하는 점에서 앞에 매킨슨 내포 및 오리건주의 Thurston Highschool shooting 등과도 연결해서 생각해보게 됩니다.
네 저도 읽으면서 행동이 종종 떠오르더라구요~
알렉산드라 저지를 걷는 동안 그곳 특유의 색체, 선, 비례, 소리, 냄새, 질감의 조합은, 그러니까 이 땅의 '아름다움'을 잘 인지하도록 나의 감각이 아주 예민해지는 걸 느꼈다. 그 아름다움이 내게 미치는 영향을 의식했고, 그 풍경에 무방비로 열린 상대가 나의 내면에 건강하다는 느낌을 증폭시켰다는 것, 그리고 내 생각 외부에 존재하며 내 이해를 넘어서는 세상과 내가 조화를 이루고 있음을 알아챘다.
호라이즌 p. 255,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경이로운 자연, 장엄한 풍경 속에 있을 때 이런 느낌을 종종 받죠!
그로부터 수년 뒤 위더스푼은 이전 번역을 더 다듬어 "생명의 주기를 무한히 반복하는 것, 그리고 그 반복을 통해 모든 곳에 아름다움과 조화, 건강이 존재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해주었다.
호라이즌 스크랠링섬 627/2340,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그는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여유를 좋아하는 것 같았고, 그래서 나는 매일 그에게 자유롭게 사색할 물리적 시간적 공간을 보장해주고 싶었다. 누가 따라다니며 자기에게 시시콜콜 따지거나 자기를 일거수일투족 관찰할 거라는 불안감을 안겨주고 싶지는 않았다. 텐트가 떨어져 있는 건 물론 나에게도 좋았다. 그것은 내가 고고학자도 고고학 팬도 아니며 글을 쓰는 사람이라는 사실, 그리고 계속 그렇게 남아야 한다는 사실을 부드럽게 강조하는 한 방법이었다.
호라이즌 스크랠링섬 681/2340,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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