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이 섬에서 냉담한 관찰자도 아니고 노련한 고고학자도 아니며, 그저 크고 작은 신비의 가장자리에서 메모하고 그림을 그리는 사람일 뿐이다. 스크랠링에 오기 칠 년 전, 나는 배핀섬 북쪽 끝에 있는 애드머럴티 내포의 해빙 위에서 작은 무리의 이누이트 사냥꾼들과 함께 야영했다. 그들은 일각돌고래를 사냥하고 있었다. 일각돌고래들이 돌아다니던 랭캐스터사운드의 물 옆에 얼음 캠프를 세워두고, 애드머럴티 내포의 얼음이 녹아 깨지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이 작은 고래목 동물의 내장을 빼고 해체하는 일에 참여했다. 내 경험상 일반적으로 에스키모인들은 야생동물들이 사냥꾼에게 목숨을 내어주는 이런 상황에서 백인이 옆에서 글을 쓰고 있는 것을 불편해한다. 그럴 때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너무 많았고, 대개 그 문제는 다른 문화에 속한 이들이 사냥꾼들을 야만적이라 비판하고 그들 삶의 방식을 비난하는 식으로 벌어졌다. 이런 이유로 나는 내 텐트 안에서 아무도 보지 않을 때만 글을 썼다. 그런데도 그들은 내 사고방식과 삶의 방식을 직감적으로 알아챘다. 그들은 나를 나아자바아르수크라고 불렀는데, 그들 말로 북극흰갈매기라는 뜻이다. 군락을 이루어 사는 바닷새인 북극흰갈매기는 새하얀 갈매기다. 하지만 이누이트 사냥꾼들이 그 이름을 고른 건 그 깃털 색깔 때문이 아니었다. 북극곰(또는 이누이트 사냥꾼)이 해빙 위에 남겨둔 내장 더미 위로 갈매기들이 몰려들 때, 먹을 만한 내장을 독점하는 건 다른 갈매기들을 힘으로 밀어붙이는 상대적으로 덩치가 큰 갈매기들, 그러니까 작은재갈매기, 큰검은등갈매기, 흰갈매기 등이다. 더 작은 북극흰갈매기는 난리가 벌어지는 현장 가장자리에 서 있다가 틈이 생길 때 잽싸게 들어와 무언가를 낚아채 간다. 그들 중 한 사람이 나를 나아자바아르수크라고 부르기 시작한 건, 적극적으로 가담하다가 이내 뒤로 물러나 다른 사람들이 하는 일을 관찰하는 내 방식 때문이었다.
<호라이즌>, 배리 로페즈 - 밀리의 서재 ”
『호라이즌』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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