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모 선생님처럼 직접 가본 게 아니라서, 3장을 올리면서 실감이 안 되는 부분이 많아서 따로 찾아보았습니다. 그런데, 막연히 알던 것과는 갈라파고스 제도가 다른 게 많더라고요.
에콰도르에서 1,000킬로미터 정도 떨어진(부산과 백두산 직선거리가 약 1,450킬로미터) 갈라파고스 제도는 100개 이상의 섬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이 가운데 큰 섬 열세 개는 면적이 각각 10제곱킬로미터 정도랍니다. 제주도 동쪽에 있는 우도가 약 6제곱킬로미터, 울릉도가 약 72제곱킬로미터니까 한번 가늠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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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는 해적이 피난처로 사용하던 섬들이었다가, 1832년 에콰도르 영토가 되면서 인구가 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특히 플로레아나섬과 산트리스토발섬은 탈출할 길이 없었기 때문에 일종의 야외 감옥이나 마찬가지로 사용하려는 시도가 있었고, 20세기 들어서는 이사벨라섬에 감옥을 지으려는 시도가 있었답니다.
제2차 세계 대전 중에는 미국이 파나마 운하를 통제하기 위해 이사벨라섬에 정착했고, 종전 후에는 호세 마리아 벨라스코 이바라가 사용하지 않은 이 군사 시설을 감옥으로 사용하기로 했고, 지금 이곳에서 1946년에서 1959년까지 감옥에 갇혔던 수감자들이 쌓은 눈물의 벽을 볼 수 있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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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9년부터 제도 전체의 97퍼센트가 국립공원으로 지정이 되면서 오늘날과 같은 정체성이 생겼다고 합니다. 현재 제도 전체에는 약 3만 3,000명이 살고 있는데, 방문객이 2019년 기준으로 27만 명이라고 합니다. 개발과 보존 또 현지인의 생계와 외지인의 관광 또 관광 산업에 종사하는 현지인과 그렇지 않은 현지인 사이의 갈등이 심각하다고 합니다.
저자가 갈라파고스 제도 부분에서 특히 방점을 찍고서 보여주려고 했었던 게 바로 이 갈등이었다고 봐요. 그런데, 이게 갈라파고스 제도뿐만이 아니라 비슷한 갈등이 여기저기서 벌어비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아프리카의 초원을 국립공원으로 보호하면서 야생 동물과 중앙의 국립공원 관리인과 현지 원주민 사이의 갈등이 심화하는 게 한 가지 예죠.
[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19. <호라이즌>
D-29

YG

YG
아프리카 사자, 특히 한때 초원의 사자왕으로 불렸던 '세실'의 비극적인 죽음을 놓고서 이런 갈등을 잘 보여주는 책이 있습니다. 짧은 책이니 슬쩍 살펴보셔도 좋아요.

세실의 전설 - 인간과 사자의 공존을 꿈꾸는 사람들최전선 자연 보호 활동가의 육성으로 씌어진 사자 다큐이자 환경 르포. 스타펠캄프가 황게 국립 공원의 사자들과 인연을 맺은 계기에 대한 소개를 시작으로 세실을 비롯한 사자들이 어떻게 태어나고 자라는지, 어떤 방식으로 자연과 인간 세상의 경계에서 버텨 나가는지를 보여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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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bedo
짧고 간명한 정리 고맙습니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갈라파고스 제도가 에콰도르에 있다는 사실도 몰랐네요. 언젠가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음에도요. 그동안 역사와 지리에는 별 관심이 없었는데 너무 했다 싶어 지구본이라도 하나 장만해야 하나 검색하고 있습니다.

오구오구
이제 막 자칼로 넘어가려던 참인데, 이렇게 정리해주시니 파나마운하, 이사벨라 섬 등 전체적인 내용이 다시 요약되어 좋네요. 감사합니다.

borumis
그쵸.. 상아 및 다른 동물 밀렵으로 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가듯.. 해삼으로 사람을 죽이게 되는 일도..ㅜㅜ

장맥주
“ 만족스러운 패턴을 만들어내기 위한 어림짐작에 관해 예술가들과 나눴던 대화를 떠올리면 눈앞에 펼쳐진 것을 더 잘 보게 되고, 때로는 그것을 예술보다는 본질로, 예컨대 한 장소의 본질로 바라보게 된다. ”
『호라이즌』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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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맥주
“ 해외를 여행할 때 곧잘 하는 실수는, 한 장소에서 좋은 점 또는 나쁜 점만 보고, 좋은 것과 나쁜 것이 얼마나 복잡하게 얽혀 있는지를 놓쳐버리는 것이다. 갈라파고스의 전형적인 선을 대표하는 것이 뇌물을 받지 않는 이상주의자 공원 관리인들이라면, 전형적인 악을 대표하는 것은 이사벨라섬에 일부러 산불을 지르고 지느러미를 얻으려 상어를 죽이고, 그곳에 살려고 하는 공원 관리인과 그 가족을 산타크루스로 돌려보내려고 괴롭히고 위협하는 비야밀 주민들일 것이다. ”
『호라이즌』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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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맥주
“ 지금 그들은 우리가 지나는 물 밑에 아무 표지도 없이 묻혀 있다고 했다. 운하를 건너는 동안 선교에는 일하는 사람만 있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그는 우리에게 태평양을 도착할 때까지 몇 시간 동안 완전한 침묵을 지켜달라고 부탁했다. ”
『호라이즌』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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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맥주
“ 우리 시대의 또 하나의 특징은, 특정 종교 집단의 종말론에 몰두하려는 충동도, 모든 종교 집단의 종말론에 대한 맹렬한 비판도 둘 다 동일한 확신에서 나온다는 점이다. 그것은 바로 우리가 어디로 향해 가는지 아무도 모른다는 확신이다. ”
『호라이즌』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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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맥주
『비글호 항해기』가 언급되는 김에, 제가 쓴 짧은 서평 링크도 올려 봅니다. ^^
https://www.chosun.com/culture-life/book/2022/10/22/POF5JPOYOVCJHACNU2LHXNC244/

오구오구
오, 잘 보았습니다! 작가님 이 사진이 이제껏 봤던 사진중에 제일 멋지네요 ㅎㅎ

장맥주
몇 년 전에 조선일보랑 인터뷰할 때 찍은 사진을 조선일보가 DB에 넣고 쓰는 거 같은데, 사실 원래 도 저렇게 생기지 않았고 지금은 훨씬 후덕해졌습니다... 흰머리도 많아지고... ㅠ.ㅠ 감사합니다.

borumis
ㅎㅎㅎ 적자생존이라고 속삭여주고 싶은 기분에서 빵터졌어요. 그러고보니 전 종의 기원 이후 책들만 읽어봤는데 그 전의 책을 읽으면 과거로 돌아간 미래의 참견쟁이처럼 뭔가 옆에서 그렇게 속삭이고 싶어 근질거릴 것 같아요.. ㅎㅎ

새벽서가
글 잘 읽었습니다! 어째 작가님은 나이를 빗겨가시는듯 합니다?!

dobedo
서평 보고 바로 알라딘으로 달려갔으나 품절이네요.^^;; 사진은... 역시.. 동년배라는 데서 괜한 박탈감을 느끼게 되네요.

장맥주
“ 다윈은 양자 이론의 특징적인 불확정성이 자연계 전체에도 존재한다는 하이젠베르크의 유명한 통찰을 일찌감치 예고한 셈이다. 그는 지도 없이 도덕적 진보를 이루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말한 것이 아니다. 그가 한 말은 애초에 그런 지도를 만드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얘기였다. ”
『호라이즌』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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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맥주
“ 주황눈숭어들과 함께한 그 일 분 삼십 초의 기억은 내 정신뿐 아니라 몸에도 새겨졌다. 나에게 이곳은 기적적인 것의 가장자리였다. 세상의 모든 귀퉁이에는 예상하지 못한, 하나로 통합된, 이름 없는 눈부신 삶이 존재한다. ”
『호라이즌』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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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구오구
“
전인적 의료를 행하던 의사이자 남성의 우월성에 대한 니체의 생각을 열렬히 지지하던 독일인 프리드리히 리터는 1929년에 도레 슈트라우흐라는 독일인과 함께 산타마리아섬에 도착했다. 이 여자는 다발성경화증을 앓고 있었고 리터와는 처음에 그의 환자로 만난 사이였다. 그들은 산타마리아섬에서 자신들만의 목가적인 안식처를 건설하는 일에 열중했다. 둘 다 베를린에서 불행한 결혼 생활을 청산하고 온 데다, 그들이 선택한 새로운 고향의 이국적 성격과 그들 관계의 보헤미안적 특성이 더해지면서 두 사람은 유럽 대중 잡지들의 자극적 소재로 수없이 다뤄졌다
”
『호라이즌』 46%,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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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구오구
증오의 시대에서 만났던 리터? 아닌가요??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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