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19. <호라이즌>

D-29
"사람들이 우리를 모르는 곳에서는 무례하게 굴지 않는 게 좋아요."
호라이즌 자칼 캠프, 776/1547,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과거 식민지였던 모든 곳에서 계속돼온 이런 어색하고 괴로운 만남들이 결국 도달하는 지점은 누구의 권위가 가장 효과적으로 집행되는가다.
호라이즌 자칼 캠프, 787/1547,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백인이 한 명 있다는 사실도 자신의 권위에 무게를 더 실어주었다고도 한다. 그리고 눈에 보이는 물질적 부- 랜드로버 차량, 캠프 주변에 펼쳐놓은 장비들, 투르카나족 고용인의 존재-역시 그 무게를 보탰다고. 하지만 이 모든 일의 배후에 자리한 윤리에 관해, 식민화가 시골 지역을 새로운 방식으로 왜곡하는 일에 관해 그가 정말로 무슨 생각을 했는지 나는 결코 알 수 없다.
호라이즌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어쨌든 이 상황에서 내가 정말로 캐물어야 할 유일한 윤리는 나 자신의 윤리다. 내가 허락을 구하지 않았던, 노크를 하지 않았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호라이즌 자칼 캠프, 789/1547,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이 불의를 철학적으로 어떻게 변명하거나 합리화하든, 저기 가고 있는 투르카나 사람들의 인식에는 또 하나의 상처만, 자신들의 무력감을 자각하는 씁쓸함만 남았다. 그리고 우리가 이곳에서 인간의 기원을 찾는 것은 신에게 허락받은 고귀한 일이라는 생각도, 우리보다 더 북쪽에서 매장된 석유를 찾느라 지축을 흔들고 사막을 쿵쾅쿵쾅 파헤치는 트럭들의 경제적 동기와 전혀 다를 바 없는, 그저 문명화된 세계가 내미는 또 하나의 으뜸패일 뿐이다.
호라이즌 자칼 캠프, 795/1547,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무엇보다 나를 침울한 마음에서 꺼내주는 것은 격분한 투르카나 남자의 난폭함을 잠재우면서도 자신의 결정적 권위 앞에 복종할 것을 요구하지는 않았던 카모야의 모습이다.
호라이즌 자칼 캠프, 796/1547,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자신들의 영역에서 자유롭게 사는 동물들과 남아공 법정에서 유죄판결을 받은 남자들. 내게 그 동물들은 그 남자들의 권위를, 남자들은 동물들의 권위를 더욱 강렬하게 느끼게 해주었다.
호라이즌 자칼 캠프, 802/1547,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당신이 자신의 관점을, 당신의 윤리와 정치의 토대가 되는 당신만의 관점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고 했을 때, 그 관점의 시점이 오만한 바로 지금의 지금이 아니라면?
호라이즌 자칼 캠프, 809/1547,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기술 혁신이 세상 상당 부분의 문화를 동질화시켰음에도 불구하고, 호기심 많고 주의 깊은 떠돌이 여행자에게 여행은 세상 어디에도 완전히 똑같은 장소는 없다는 것을 여실히 깨닫게 해준다. 여행은 과거부터 이어진 상식을 수정하고 선입관을 떨쳐버리도록 자극한다. 또한 우리의 정신이 맥락을 고려하도록 유도하고, 인류에 관한 절대적 진실의 독재에서 정신을 해방한다. 모든 사람이 똑같은 길을 원하지 않는다는 것도 이해하게 해준다. 사람은 똑같은 길보다는 자신만의 길을 가고 싶어한다.
호라이즌 자칼 캠프, 816/1547,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다윈이 가르쳐준 것은 판다나 환도상어처럼 호모 사피엔스도 정해진 목적지가 없는 하나의 동물이며, 다른 모든 동물들과 마찬가지로 현재의 형태로만 알려져 있을 뿐이라는 것, 그리고 현재 보이는 형태는 예컨대 실러캔스처럼 아주 오랜 기간 안정적으로 형태를 유지해온 경우라 해도 언제나 과도기적 형태일 뿐이라는 것이다.
호라이즌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우리가 아는 한 다른 어떤 생명체도 호모 사피엔스만큼 정체성과 운명에 주의를 집중하지 않는다. 세계 속에서 특별한 의미를 갖고자 하는 이 욕망이, 사람들이 조상들의 뼈를 그렇게 열심히 찾는 이유 중 하나라고 나는 생각한다. 과거에 그들이 존재했고 어떤 식으로든 우리와 연관되어 있다는 단순한 사실은, 오늘날 자신이 간신히 끈에 매달린 채 점점 빨라지는 문화적 변화의 거센 바람에 시달리는 풍선 같다고 느끼는 한 종의 동물들에게 안정감을 준다.
호라이즌 자칼 캠프, 814/1547,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조상들은 우리에게 역사적 의미는 전해주지만 미래를 안내해주지는 못한다. 그리고 우리에게 해당하는 것은 다른 모든 동물에게도 해당한다. 과거에 아무리 대단한 역사를 지나왔더라도, 우리는 비유적 의미에서 매일 진화의 어둠 속에서 나아가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필연적으로 생물학적인 존재이므로 그 무엇도 우리를 멸종으로부터 보호해줄 수는 없다.
호라이즌 자칼 캠프, 815/1547,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막대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이 시대에는, 듣는 이에게 공황이나 공포를 불어넣거나 억압하기 일쑤인 권위적 전문가들의 과도하게 자신감 넘치는 선언들보다는, 혼돈스러운 문화적 힘들에 따라오는 역설과 모순에 직면해서도 균형과 조화를 추구하는 것이 더 가치 있는 일 같다.
호라이즌 자칼 캠프, 816/1547,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진화생물학자들 사이에서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호모 사피엔스에 대한 관점 하나는, 그들이 위기에 처한 환경에도 아랑곳없이 특정한 정통적 신념을 고수하느라 스스로 함정을 팠다는 생각이다. 예를 들어 문화는 진보한다는 신념 또는 사회적 동물이 개인의 물질적 부를 추구하는 일은 정당하다는 신념이 그들을 함정으로 몰아넣었다는 것이다.
호라이즌 자칼캠프, 818/1547,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이 함정에 대처할 유망한 첫걸음은 전세계 다양한 전통에서 내려오는 지혜를 한데 모으는 것일지도 모른다. 생존을 위한 그들의 철학은 다윈이 모든 생물학적 현상에 내재해 있다고 암시했던 바로 그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의 소산이다.
호라이즌 자칼 캠프, 818/1547,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내가 자선이라고 생각한 행위가 그 사람에게는 자기 삶의 원칙을 훼손할 수도 있는 것을 거부할 기회였다.
호라이즌 자칼 캠프, 835/1547,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생명의 그물망? 가지치기를 그린 그림을 보면서 작년에 읽었던 리처드 도킨스의 '조상 이야기'에서 나온 웹사이트가 생각나는데요. 생물의 가지를 따라 올라가서 Eubacteria, Archaea 등의 생명의 나무에서 각 가지들을 줌인 줌아웃 해볼 수 있는 사이트인데 관심 있으신 분은 들어가서 둘러보세요~ https://www.onezoom.org/life/@biota=93302?otthome=%40_ozid%3D1#x1409,y1209,w2.0783 https://www.onezoom.org/introduction
재미있는 사이트네요. 진도가 빠르셔서 그냥 넘겼다가 이제서야 찬찬히 지나간 댓글들을 읽으면서 접속해 보았습니다!
때로 밤에 약한 산들바람이 불어와 아카시아 가지들을 부드럽게 흔들 때,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의 그 살랑거림은 별들의 콧노래처럼 들리고, 저 하늘 별들의 반짝임은 현악기에서 활의 움직임에 따라나오는 배음들인 것만 같다. 그런 밤이면 나는 저 복잡하게 뒤얽힌 크고 작은 가지들이 분기된 모양을 보며 아직 완전히 밝혀지지 않은 인류 진화의 패턴을 끼워 맞춰보기도 한다.
호라이즌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괴로운 일을 상기하는 것이 반드시 과거에 일어났던 일을 음울하게 곱씹는 것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그런 회상에는 폭넓은 시야가 제공하는 안도감도 함께 따라온다.
호라이즌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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