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19. <호라이즌>

D-29
우리가 아는 한 다른 어떤 생명체도 호모 사피엔스만큼 정체성과 운명에 주의를 집중하지 않는다. 세계 속에서 특별한 의미를 갖고자 하는 이 욕망이, 사람들이 조상들의 뼈를 그렇게 열심히 찾는 이유 중 하나라고 나는 생각한다.
호라이즌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일부 신경과학자들은 인간 뇌처럼 복잡한 뇌에서 생겨날 수 있는 정신의 다양성을 우리가 더 온전하게 인식하고 이해하도록 돕기 위해, 투렛증후군, 파킨슨병, 긴장병, 조울증 같은 신경학적 장애들을 심리적 장애가 아닌 ‘심리적 상태’라고 표현한다. 이런 상태들의 공통점은 시간이 흐르는 속도를 특이하게 인식한다는 점이다.
호라이즌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시간적 기준만 사람에 따라 다른 것이 아니라, 광장공포증처럼 공간적 차원과 관련된 ‘장애들’도 존재한다. 이런 종류의 ‘장애’를 갖고 있으면 생존 가능한 미래를 구상할 기회가 제약될 거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혹 어쩌면 그런 기회가 더 열릴 거라 생각해볼 수도 있다.
호라이즌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그렇다면 의문 하나가 퍼뜩 떠오른다. 인간이 건설한 환경과 문화적 환경은, 예컨대 조울증과 광장공포증 같은 시간적, 공간적 ‘장애’에, 그리고 하나같이 감정이입의 결여를 특징으로 하는 자폐장애, 자기애적 성격장애, 사이코패스 같은 정신적 상태에, 그리고 이타성과 공격성 같은 인간의 특징적 행동이 계속 존재하는 현실에 어느 정도의 선택압을 가할까?
호라이즌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좀 더 생물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한 관점, 또는 깨우친 관점이지만 분명 현실적이기도 한 관점은, 인간은 자신을 잠재적으로 전능한 존재로 보기보다는 결함 있는 존재로 볼 때 더 잘 살 수 있으며, 다른 모든 동물과 다름없이 인간 역시 미래를 보장받지 못하는 하나의 동물이라는 관점이다. 어떤 사람들은 우리가 가장 중요한 존재가 아니라는 이 관점이 결국에는 더 나은 정치로, 세계적으로 더 공정한 사회적 경제적 체제의 발달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래도 호모 사피엔스가, 다시 말해 문화적으로 진보한 인간이 예외적인 존재인 것은 사실이다
호라이즌 55%,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100년 뒤 인류가 어떤 상황에 처해 있을 것인가 하는 질문은 이제 지구온난화와 에볼라 같은 바이러스들로 인한 생태계 교란, 합성 화학물질 노출로 인한 유전자 변이의 문제만은 아니다. 단기적으로는 전체 인구 중 문화적 환경의 변화에 성공적으로, 그것도 약물의 도움 없이 대처할 수 있는 사람들의 비율이 얼마나 되는가가 더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호라이즌 56%,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난세에 영웅이 등장한다는 인기 있는 개념은 불후의 문학적 장치이기는 하나, 어려운 곤경에 처한 집단이라면 영웅이 나서서 말할 때를 기다리기보다 대화와 의식이라는 예의 바르고 정중한 사회 변화의 수단을 활용하는 것이 더 현명하다.
호라이즌 57%,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이제는 시대에 뒤처지고 위험해 보이는 관념들—예컨대 국민국가가 무엇보다 우선한다는 관념, 거대 자본주의는 불가피하다는 생각, 한 가지 종교적 관점의 일방적 권위, 모든 신비를 하나의 의미로, 하나의 성문화로, 하나의 운명으로 몰아넣으려는 충동—이 대화를 이끌게 두어서는 안 된다.
호라이즌 58%,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이 지역은 바브엘만데브 해협이 있는 지역이기도 한데, 앞에서도 말했듯이 대부분의 고인류학자들은 현생인류가 아프리카 대륙을 떠날 때 이 해협을 건넜을 거라고 본다. 이 해협은 비탄의 해협이나 눈물의 해협 또는 슬픔의 해협으로 번역된다.
호라이즌 58%,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아, 제가 얼마나 무식한지 깨닫게되네요. 부끄럽지만 저는 대지구대라는 것을 처음 들어봤어요. ㅠ
https://maps.app.goo.gl/5SyF2jSE5PRaBHiv6 올두바이 뮤지엄을 지도에서 찾았는데, 뮤지엄내부 사진도 볼수 있네요. 생생한 느낌/
나는 이 사람들에게서 배우려고 노력했다. 그들에게는 자신들이 지나가는 무한한 공간의 형태에 대한 정확하고 예민한 감각이 있다. 그들은 자신을 담고 있는 시간의 틀이 마치 크기가 다른 사발들이 차례로 조금 더 큰 사발 속에 들어 있는 것처럼 층층이 포개진 성격을 지니고 있음을, 그러니까 하루 중의 특정 시간이 음력 또는 양력에서 특정한 날 속에 담겨 있고, 다시 이 모든 것이 한 문화적 시대 안에 자리하고 있음을 의식하고 있다. 내가 그들과 동행하는 걸 유독 좋아하는 이유는 그들이 나와는 달리 어느 순간이든 우리가 있는 곳이 어딘지 정확히 알기 때문이다. 그래선지 그들 중 가장 뛰어난 이들은 거의 초자연적인 느낌이 들 정도로 늘 태연자약하다. 다면적이고 광활한 미지의 장소에서도 그들은 자신의 위치를 확실히 안다.
호라이즌 59%,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이 문장들이 너무 좋네요. "다면적이고 광활한 미지의 장소에서도 그들은 자신의 위치를 확실히 한다."
이걸 읽으면서 아무리 gps와 정확한 지도, 현대문명의 이기가 있어도 나는 이런 광활한 미지의 장소에서는 꼼짝없는 뱀 먹이겠구나.. 안 그래도 집 근처에서도 방향치인데;;; 전 이런 사람들 곁에 찰싹 붙어다녀야겠습니다;;;
저도 이 문장이 인상 깊었어요. 저는 제가 어디에 있는지, 지금이 언제인지 잘 까먹는... 시간과 공간에 대한 감각이 유별난 사람이거든요. 자칼캠프 부분에서 시간과 공간에 대한 감각이 다른 호모 사피엔스와 다른 '장애'를 가진 사람을 언급한 부분이 있는데 저도 그런 신경학적 특징이 있는 사람이거든요. 그래서 더 그런 감각이 발달한 사람들에 대해서 느끼는 경이로움 같은 게 있어요. 나침반이 없으면 동서남북도 구별할 줄 모르는 사람에게는 이런 시간감과 공간감이 정말이지 놀라운 능력이라 때론 그런 사람들이 초인처럼 느껴집니다.
미샤 랜도는 예일대학교 대학원 재학 시절에, 고인류학자들이 인간의 기원에 관해 이야기할 때 흔히 쓰는 방식을 주제로 박사 논문을 썼다. 논문에서 그는 고인류학자들이 “화석이나 이론적 원리가 아니라 기저에 깔린 공통의 서사 구조를 특징으로 하는” 글을 쓴다고 주장했다. 이렇게 이야기를 사용해서 하는 그들의 설명이 그럴듯하게 들리는 이유는 화석들 자체가 아니라 이 “심층적 서사 구조” 때문이라는 것이 랜도의 생각이었다.
호라이즌 60%,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저도 랜도의 주장에 공감하는데요, 고인류학의 모호성을 사람들이 견디기 힘들어하니 연구비나 자신의 다양한 목적을 위해 서사구조를 만드는거 같은데, 과학자들이 서사를 만드는 부분에 대해서는 생각해볼 여지가 있는거 같아요. 저도 항상 궁금했던 부분인데, 랜도가 이런 주장을 하며 리처드 및 다른 학자들과 갈등이 있었나봐요
과학적 사실은 흔히 해석치와 실험치를 비교하여 검증하고 무엇보다 재현성이 보장되어야 하는데 인류 기원에 대한 연구는 화석에만 의지하는건가? 하는 의구심이 옛날부터 있었는데 이런 생각을 저만 한 건 아니었군요. 이 대목 읽으면서 저도 비슷한 생각을 했지만 나이 들면서 또 한편으로 드는 생각은 내가 잘 모르는 분야에 대해서는 함부로 단정짓지 말자이기에 화석 발굴을 통해 인류의 기원과 진화를 연구하는분들의 세계도 존중하게 되더이다. 그러나 여전히 마음속 한편으로는 오스트랄로피테쿠스, 네안데르탈인, 호모 사피엔스 등 고대 인류의 흔적을 화석으로 찾아 계보를 수립하는 것이 타당하냐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조금 있습니다.
안그래도 이거 찾아보고 싶었는데 절판되고 별로 리뷰나 언급이 없더라구요;; 그 당시에는 좀 논란이 된 것 같았는데 묵살된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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