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대부분의 관광객들은 호주의 동부와 남부의 대표적인 도시들로 여행을 가서 그렇지 않을까요? 다들 시드니와 멜번, 골든 코스트정도만 가서 그런거 같아요.
[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19. <호라이즌>
D-29

새벽서가

오구오구
“ 스트레스가 심한 시기에는 자신이 태어난 물리적 땅에 직접적으로 친밀하게 닿아 있다는 사실을 심리적 닻처럼 의지하는 사람들, 그리고 그 땅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이야기들에서 삶의 안내를 받는 사람들에게 요란하게 지나가는 열차의 모습은 트라우마를 후벼파는 자극일 것이다. 열차의 존재 자체가 자기 조상들의 땅에 대한 소유권을 빼앗기고 접근권을 부인당한 자신들의 경험을 상징했다. 이것은 호주에서, 미 대륙에서, 티베트 고원에서, 그리고 또 다른 여러 곳에서 아주 오래 이어져온 이야기다.
”
『호라이즌』 67%,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문장모음 보기

오구오구
친숙한 수탈의 장면이지요. 백년의 고독에서도 나왔던 그 철도의 모습이 그려지네요

오구오구
“ 훼손된 풍경 위에 서 있는 고립된 종착역. 누군가 심기만 하고 물은 챙겨주지 않아 시들고 있는 묘목 몇 그루. 특정 건물에 딸린 건 아닌 듯한 잡초밭에 버려진 채 녹슬고 있는 수백만 달러어치의 기계들. 공기 중에는 탄화수소 가스가 섞여 있어 역한 냄새를 풍기고, 숨을 쉬면 머리가 아프다. 곧 무너질 것 같은 집들이 깔끔한 조립식 창고들과 맞닿아 있다. 모텔 주차장에는 담배꽁초와 찌그러진 맥주 캔, 패스트푸드 포장지, 깨진 유리 조각, 옷가지들이 버려져 있고, 땅바닥은 쏟아진 식용유와 엔진에서 뚝뚝 떨어진 엔진오일로 번들번들하다.
”
『호라이즌』 67%,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문장모음 보기
밥심
호주 여행의 최장점은 시차가 거의 없다는 것입니다. 국외 여행 자체가 엄청나게 피곤한 일인데 시차가 없다는 건 축복이올시다. 혹시 모르니 참고하세요. ㅎㅎ

YG
@밥심 아, 다들 그 말씀은 하시더라고요. 사실, 저는 오스트레일리아보다는 기회가 된다면 뉴질랜드에 한 번 가보고 싶은 마음은 있습니다. :)
밥심
호주 시작하는 장의 맨 앞 페이지에 있는 지도에는 호주 남동쪽만 마크되어 있길래(제가 잘 못 보지 않았다면) 이 양반이 서호주 이야기는 안 하나보다 했는데 읽다보니 얼씨구, 초반에 호주 북서부 이야기도 꽤 나오네요. 사람들은 시드니, 멜버른, 브리즈번, 캔버라 등 주요 도시가 몰려있는 남동쪽에 압도적으로 많이 살지만 저자의 지금까지의 글 속성 상 사람들이 덜 사는 서호주 쪽 이야기를 더 많이 할 거라고 예상했었거든요.
십년 전인가 서호주에 한 때 꽂혀서 관련 자료들을 찾아보고 그랬었어요. 여행도 계획해보려했지만 역시나 일상에 치여 못 갔는데 그때 스트로마톨라이트가 있는 지역이 어딘지도 알아두고 그랬었는데.. ebs 세계테마기행에 서호주 관련 영상이 몇 개 있으니 궁금하신 분은 유튜브에서 보시기 바랍니다. 서호주의 중심도시인 퍼스시엔 제가 좋아하는 하드 sf 작가 그렉 이건이 살고 있기도 합니다. ㅎㅎ

borumis
David Malouf 등 이번에 호주 지역 뿐 아니라 호주 출신 작가를 많이 알게 되네요. 생각해보니 호주 작가의 책은 많이 못 접해본 것 같아요. 근데 우리가 주로 호주하면 생각하는 자연의 이미지와 다르게 몰도르처럼 암울한 이미지에 텍사스나 중동처럼 중공업 도시의 이미지의 서호주가 낯설긴 하지만 가장 궁금했던 부분이어서 이번 장이 흥미로웠어요.

연해
으아아아 우습게 되셨다뇨.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4장과 5장이 둘 다 너무 좋아 순위를 매길 수 없었던 것이죠. 이제 와서 병 주고 약 주는 것 같네요(머쓱). 그리고 말씀하신 것처럼 좋은 포인트가 조금씩 다르기도 하니까요. 저도 이 책 읽으면서 각 장마다 집중하는 포인트가 달라지는 것 같아요. 일단 사람도, 동물도, 날씨도 계속 변하고 있으니까요. 아직 출발(?)하지 않았지만 다음에 있을 '남극'편도 기대하게 되네요. 올려주시는 배경 자료들 덕분에 풍성하게 더 많이 알아가고 있습니다.
즐거운 목요일!
@siouxsie 님도 즐거운 목요일:)

siouxsie
우습지 않고 큰 재미 주셨어요. ^^ 크나큰 애정의 산물이라 생각합니다. 남극은 가 본 적도 없고, 매체로 본 적도 거의 없고, 읽은 적도 없어 잘 모르지만 기대하겠습니다~! (남극의 셰프는 봤네요. ㅎㅎㅎ)

YG
오늘 읽을 분량에 나오는, 저자가 아직 완공이 안 되어서 아쉬움을 표하는 '스퀘어 킬로미터 어레이(SKA, Square Kilometre Array) 프로젝트에는 한국도 참여하고 있습니다. 아래는 이 프로젝트를 소개하는 동영상이에요. 지금도 오스트레일리아와 남아공에서 건설 중이랍니다.
https://ska.kasi.re.kr/ska-%EC%86%8C%EA%B0%9C/ska%EB%A5%BC-%EC%86%8C%EA%B0%9C%ED%95%A9%EB%8B%88%EB%8B%A4

오뉴
“ 산등성이를 넘어 돌아오는 동안, 예전에 내가 내 문화의 존경스러운 측면들을—예컨대 우리가 지닌 관대함의 역량, 긴급한 상황에 기꺼이 대처하고자 하는 의지를—식민지 침략의 잔혹한 기세를 경험한 문화에 속한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충동에 얼마나 자주 저항했었는지 떠올렸다. 그런 상황에 처한 사람들에게 줄 수 있는 유일하게 올바른 선물은 그들의 말을 듣는 것, 주의를 기울이는 것임을 나는 알고 있었다. 대체로 그런 상황에서 무언가를 말하고 싶은 충동에 굴복하는 것은 그저 자기 탐닉적이거나 이기적이기만 한 일이었다. ”
『호라이즌』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문장모음 보기

오뉴
“ 앞에서 말했듯이 스크랠링섬에서 보낸 몇 주 동안 내 관심을 가장 사로잡은 것은 툴레인과 그 선조들의 생활 방식이었고, 무엇보다도 그들이 역사적으로 인류가 거의 거주한 적 없던 지리적으로 가장 바깥 자리에 살았다는 충격적인 사실, 그리고 추위와 어둠, 서로 멀리 흩어져 있는 식량의 원천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이곳에서 효과적으로 쓸 수 있는 재료들과 아이디어들을 발견하거나 발명했다는 사실이었다. 그들이 무엇을 믿었으며, 어떤 심상들이 그들의 꿈을 지배했는지, 그 공동체 원로들의 생각에서 사랑과 아름다움과 관용은 어떤 자리를 차지했는지는 고고학이 밝혀낼 수 없는 질문들이다. 하지만 그들의 후손인 이누이트와 이누구이트와 대화를 나누거나, 내가 속한 문화만큼 툴레의 세계와 철저하게 분리되지는 않은 다른 문화권의 연장자들과 대화를 나눠보면 직관적 으로 알 수 있을지도 모른다 ”
『호라이즌』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문장모음 보기

오뉴
“ 내가 만난 여러 문화의 공식적인 원로들—어떤 것이 통하고 어떤 것이 통하지 않는지에 관한 지혜의 역사를 품고 있는 이들—은 모두 자기네 문화 안에서 자신들만의 은유와 신화에서 벗어나 사고하고 행동할 수 있는 소수였고, 동시에 역사가 자신들에게 강요하는 행동 방식들에도 주의를 기울이는 소수였다. 그들은 자신에게 부과된 세계와 자신이 원하는 삶을 선택할 자유의 차이를 아는 이들이다. 그 어른들을 착잡하게 하는 것은 그들에게 부과된 세계의 유혹적 매력, 그러니까 물질적 평안과 부의 매력, 모든 욕구를 만족시켜주겠다는 광고주의 약속이다. 그들은 이 모든 것이 부패를 초래할 수 있다고 여기며, 거기에 저항은커녕 의문도 제기하지 않고 굴복하는 것은 죽고자 하는 열망이라고 여긴다. ”
『호라이즌』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문장모음 보기

장맥주
“ 고인류학 분야, 특히 사람속의 기원에 관한 이러저러한 학설에 이해관계가 걸려 있는 사람들 사이에는 남다른 수준의 의심과 질투가 오고간다는 특징이 있다. 고인류학에 몸담은 사람들은 경계심과 소유욕이 강한 경우가 많으며, 발표되지 않은 데이터와 아직 과학 문헌에서 완전히 설명된 적 없는 화석을 둘러싸고는 특히 더 그렇다. ”
『호라이즌』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문장모음 보기

장맥주
이 대목 관련 책 한권 추천합니다. ^^

화석맨 - 인류의 기원을 추적하는 고인류학자들의 끝없는 모험‘루시’보다 100만 년 앞선 인류 화석 ‘아르디’를 발견한 과학자들의 모험과 경쟁에 관한 휴먼 드라마, 인류의 기원과 진화에 대한 생생하고 철저한 기록을 담은 책이다.
책장 바로가기

YG
@새벽서가 아, 제가 3월에 같이 읽어보려고 마음먹고 있는 책은 국내 저자 권보드래 선생님의 『3월 1일의 밤: 폭력의 세기에 꾸는 평화의 꿈』(돌베개, 2019)입니다.
3.1 운동 100주년이 되는 2019년 3월 1일에 나왔던 책인데, 저자의 노고나 책의 가치에 비해서 주목을 받지 못했어요. 그런데, 저는 아주 좋게 읽었고 몇 차례 권하기도 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잊었습니다. 이번에 알라딘 서점에서 21세기의 첫 25년의 책을 선정하는 추천 도서 목록에서 다시 이 책의 이름을 발견하고 나서(저도 아는 지인 경제학자 김두얼 선생님이 추천하셨어요!) 아, 더 늦기 전에 벽돌 책 함께 읽기에서 같이 읽자고 권해야겠다고 생각했답니다.
지금, 새삼 3.1 운동? 이런 생각을 하시는 분이라면 사실 3.1 운동에 대해서 아무 것도 모르고 있었다고 감히 말씀을 드립니다.
이 책은 실제로 1919년 3월 1일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때 만세를 불렀던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하면서 또 어떤 욕망과 비전을 가지고 만세를 불렀는지, 3.1 운동이 일어나기까지 1910년대 한반도에서는 또 전 세계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1789년 프랑스 혁명 이후에 계속해서 고양된 유토피아를 향한 열망과 전 세계적 열정은 3.1 운동과 어떻게 맞닿아 있는지, 그런 열망과 열정은 과연 세계를 좋게 만들 토양이었는지 아니면 그 역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는 것이었는지, 3월 1일에 만세를 불렀던 사람들이 안고 있던 1,000개의 욕망은 이후에 어떻게 구체적으로 또 보편적으로 전개되어 때로는 성공하고 때로는 좌절하고 때로는 배신하고 배신당했는지 등.
국문학도가 더듬거리면서 쓴 역사 책이기도 하고, 제대로 된 문학사 책이자 문화사 책이기도 하고, 한 편의 긴 역사 에세이 같기도 한 독특한 작품이에요. 전체 647쪽으로 @장맥주 작가님 기준 벽돌 책 기준(700쪽)에는 못 미치지만 내용의 밀도만 놓고 보면 벽돌 책 맞고요. 읽다 보면, 과거 함께 읽었던 한반도 바깥의 20세기 초반에 살았던 벽돌 책에서 마주쳤던 사람들이 수시로 등장하고, 또 1월과 2월에 읽었던 책과도 묘하게 겹치는 재미도 느낄 수 있답니다.
그래서 3월에는 106년 전의 한반도와 세계로 떠나보려고 합니다. 흥미롭게도 한 인터넷 서점의 후기를 보면 "장엄하고 아름답다"와 "3.1 운동의 정신을 훼손시킨 책"이라는 상반된 반응이 있어요. 저는 이런 상반된 반응, 너무 좋고 후자의 댓글을 단 분의 의도와는 다르게 이 책이 더욱더 매력적으로 보였답니다. :) (후자의 감상을 남기시며 별점 테러하신 분께는 죄송합니다만.)
이번 주말쯤에 다음 3월 모임 모집 시작하려고 합니다.

3월 1일의 밤 - 폭력의 세기에 꾸는 평화의 꿈문학과 역사를 넘나들며 근대를 보는 지평을 넓혀 온 고려대 국어국문과 권보드래 교수가 3.1 운동 100주년을 맞아 그간의 연구와 기록을 한 권에 담았다. 1910년대 전 세계로 무대를 넓히고 당시의 신문 및 잡지, 재판기록, 문학작품, 국내외 선학자들의 연구와 시각자료 등을 재료 삼아 1919년 3월 1일의 한반도를 복원한다.
책장 바로가기
작성
게시판
글타래
화제 모음
지정된 화제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