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19. <호라이즌>

D-29
내가 만난 여러 문화의 공식적인 원로들—어떤 것이 통하고 어떤 것이 통하지 않는지에 관한 지혜의 역사를 품고 있는 이들—은 모두 자기네 문화 안에서 자신들만의 은유와 신화에서 벗어나 사고하고 행동할 수 있는 소수였고, 동시에 역사가 자신들에게 강요하는 행동 방식들에도 주의를 기울이는 소수였다. 그들은 자신에게 부과된 세계와 자신이 원하는 삶을 선택할 자유의 차이를 아는 이들이다. 그 어른들을 착잡하게 하는 것은 그들에게 부과된 세계의 유혹적 매력, 그러니까 물질적 평안과 부의 매력, 모든 욕구를 만족시켜주겠다는 광고주의 약속이다. 그들은 이 모든 것이 부패를 초래할 수 있다고 여기며, 거기에 저항은커녕 의문도 제기하지 않고 굴복하는 것은 죽고자 하는 열망이라고 여긴다.
호라이즌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고인류학 분야, 특히 사람속의 기원에 관한 이러저러한 학설에 이해관계가 걸려 있는 사람들 사이에는 남다른 수준의 의심과 질투가 오고간다는 특징이 있다. 고인류학에 몸담은 사람들은 경계심과 소유욕이 강한 경우가 많으며, 발표되지 않은 데이터와 아직 과학 문헌에서 완전히 설명된 적 없는 화석을 둘러싸고는 특히 더 그렇다.
호라이즌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이 대목 관련 책 한권 추천합니다. ^^
화석맨 - 인류의 기원을 추적하는 고인류학자들의 끝없는 모험‘루시’보다 100만 년 앞선 인류 화석 ‘아르디’를 발견한 과학자들의 모험과 경쟁에 관한 휴먼 드라마, 인류의 기원과 진화에 대한 생생하고 철저한 기록을 담은 책이다.
@새벽서가 아, 제가 3월에 같이 읽어보려고 마음먹고 있는 책은 국내 저자 권보드래 선생님의 『3월 1일의 밤: 폭력의 세기에 꾸는 평화의 꿈』(돌베개, 2019)입니다. 3.1 운동 100주년이 되는 2019년 3월 1일에 나왔던 책인데, 저자의 노고나 책의 가치에 비해서 주목을 받지 못했어요. 그런데, 저는 아주 좋게 읽었고 몇 차례 권하기도 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잊었습니다. 이번에 알라딘 서점에서 21세기의 첫 25년의 책을 선정하는 추천 도서 목록에서 다시 이 책의 이름을 발견하고 나서(저도 아는 지인 경제학자 김두얼 선생님이 추천하셨어요!) 아, 더 늦기 전에 벽돌 책 함께 읽기에서 같이 읽자고 권해야겠다고 생각했답니다. 지금, 새삼 3.1 운동? 이런 생각을 하시는 분이라면 사실 3.1 운동에 대해서 아무 것도 모르고 있었다고 감히 말씀을 드립니다. 이 책은 실제로 1919년 3월 1일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때 만세를 불렀던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하면서 또 어떤 욕망과 비전을 가지고 만세를 불렀는지, 3.1 운동이 일어나기까지 1910년대 한반도에서는 또 전 세계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1789년 프랑스 혁명 이후에 계속해서 고양된 유토피아를 향한 열망과 전 세계적 열정은 3.1 운동과 어떻게 맞닿아 있는지, 그런 열망과 열정은 과연 세계를 좋게 만들 토양이었는지 아니면 그 역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는 것이었는지, 3월 1일에 만세를 불렀던 사람들이 안고 있던 1,000개의 욕망은 이후에 어떻게 구체적으로 또 보편적으로 전개되어 때로는 성공하고 때로는 좌절하고 때로는 배신하고 배신당했는지 등. 국문학도가 더듬거리면서 쓴 역사 책이기도 하고, 제대로 된 문학사 책이자 문화사 책이기도 하고, 한 편의 긴 역사 에세이 같기도 한 독특한 작품이에요. 전체 647쪽으로 @장맥주 작가님 기준 벽돌 책 기준(700쪽)에는 못 미치지만 내용의 밀도만 놓고 보면 벽돌 책 맞고요. 읽다 보면, 과거 함께 읽었던 한반도 바깥의 20세기 초반에 살았던 벽돌 책에서 마주쳤던 사람들이 수시로 등장하고, 또 1월과 2월에 읽었던 책과도 묘하게 겹치는 재미도 느낄 수 있답니다. 그래서 3월에는 106년 전의 한반도와 세계로 떠나보려고 합니다. 흥미롭게도 한 인터넷 서점의 후기를 보면 "장엄하고 아름답다"와 "3.1 운동의 정신을 훼손시킨 책"이라는 상반된 반응이 있어요. 저는 이런 상반된 반응, 너무 좋고 후자의 댓글을 단 분의 의도와는 다르게 이 책이 더욱더 매력적으로 보였답니다. :) (후자의 감상을 남기시며 별점 테러하신 분께는 죄송합니다만.) 이번 주말쯤에 다음 3월 모임 모집 시작하려고 합니다.
3월 1일의 밤 - 폭력의 세기에 꾸는 평화의 꿈문학과 역사를 넘나들며 근대를 보는 지평을 넓혀 온 고려대 국어국문과 권보드래 교수가 3.1 운동 100주년을 맞아 그간의 연구와 기록을 한 권에 담았다. 1910년대 전 세계로 무대를 넓히고 당시의 신문 및 잡지, 재판기록, 문학작품, 국내외 선학자들의 연구와 시각자료 등을 재료 삼아 1919년 3월 1일의 한반도를 복원한다.
권보드래 선생님 저 아주 좋아합니다. 책도 흥미롭습니다. 700쪽은 안 되지만... 그런데 저도 ‘3.1 운동의 정신을 훼손시킨 책’이라는 악평 때문에 더 관심이 가네요. ^^
@장맥주 저도 그 훼손하는 대열에 동참하고 싶습니다. 하하하!
경악... 중견 언론인 "3.1 운동 정신 훼손하는데 동참하고 싶다" 발언...
@장맥주 "경악" 다음에 느낌표! 붙이셔야죠. :)
오오 저도 실은 이거 알라딘 21세기 최고의 책 중 하나로 꼽히고 돌베개 책인데 전자책이 없어서 고민하던 책인데 알라딘 100자평을 보고 결국 땡겨서 알라딘중고서점에서 구매했습니다. ㅋ
@장맥주 "700쪽 기준"에서 망설였습니다. 아, 작가님 영향 받아서 자기 검열합니다. ㅋ.
안 그래도 다음 책 소개 올라올 때가 됐는데... 이제 좀 알려 달라고 졸라야 되나 생각하고 있었어요. 신간일 줄 알았는데 전혀 예상 못한 책이네요! 역사맹인 저한테는 도전이 될 것 같지만, 언제나처럼 덥석 덤비고 싶게 만드는 마법의 책 소개에 설득당했습니다.
저 돌베개 출판사의 책들 너무 좋아해요. 3월을 맞아 읽고 싶으나 전자책이 없는 관계로 저는 4월의 벽돌책으로 뵙겠습니다. 아직 아프리카에 머물러 있어서 주말에나 오세아니아로 넘어갈 수 있을거 같아요~
@새벽서가 앗, 나온 지 꽤 되어서 당연히 전자책이 있을 줄 알았는데. 전자책이 없네요!!!
네에. ㅠㅠ
전자책 없어요. 저도 아쉽게 3월 책은 힘들 것 같네요. 종이책은 주문하면 오래 걸리거든요
저도요. 종이책은 기본 2-3주는 걸려 오더라구요. ㅠㅠ
오, 이번에는 역사책이네요! 다른 어떤 소개보다 "저는 아주 좋게 읽었고 몇 차례 권하기도 했는데"라는 문장에서 더 관심이 생겼습니다. 그동안은 다른 나라 이야기 많이 했으니까, 3월에는 우리나라 이야기도 해보면 재미있을 것 같아요. '3월의 벽돌 책'과 『3월 1일의 밤』이라는 제목이 은근히 연결되기도 하고요. "그때 만세를 불렀던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하면서 또 어떤 욕망과 비전을 가지고 만세를 불렀는지"라는 대목에서는 역사적 사실뿐만 아니라 개개인의 서사적인 내용이 담겨있을 것만 같아 기대감이 더욱 커지네요. 아직 3월 모임이 시작되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두근두근 기다려집니다:)
저도 랜도의 주장에 공감했어요. 당시의 고인류학이 어떤 식으로 전개되었을지 고인류학에 문외한인 저는 모르지만, 랜도가 '이렇게 이야기를 사용해서 하는 그들의 설명이 그럴듯하게 들리는 이유는 화석들 자체가 아니라 이 “심층적 서사 구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는 로페즈의 글을 읽으면서 짐작되는 바가 있거든요. 저는 안다고 말하려면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게 아니면 믿음인 거죠. 그런 의미에서 스토리텔링(서사)에 기반한 학문은 그것이 무엇이든 예측하지 못하기 때문에 '앎'보다는 '안다고 착각'하기 좋은 그럴듯한 설명에 기댄다고 생각하고요. 엄밀한 과학의 눈으로 보면 인문학은 결국 스토리텔링에 지나지 않을 텐데, 랜도는 그런 과학자의 입장에서 당시의 고인류학을 비판한 게 아닐까 싶네요. 세월이 많이 흘렀고 과학적 수단들도 늘었으니 현재의 고인류학은 당시와는 많이 다른 모습일 거 같고요. 사람들은 세상이 합리적이고 논리적으로 돌아가서 예측가능할 수 있기를 바라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기 때문에, 얼핏 그럴듯해 보이는 서사일수록 외려 현실과는 괴리가 벌어지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현생 호모 사피엔스가 스토리텔링에 약하다는 건 뇌과학도 밝혀냈지만, 조금만 통찰력이 있는 사람이면 알아차릴 수 있는 패턴이고, 또 누구나 빠질 수 있는 함정이기도 하죠. 저는 그래서 과학은 믿지만 과학자는 믿지 않습니다.
저는 ‘빈약한 증거를 스토리텔링으로 메우면서 스스로를 과학으로 생각한다’는 비판을 경제학에 적용시킬 수 있지 않나 하는 생각도 해봤습니다. 현실 정치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해 보면 경제학의 문제가 훨씬 더 클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이제 가장 중요한 것의 지평선은 우리 내면에서 찾아야 하는 거라면? 우리를 지탱하기 위해 이제는 전혀 다른 종류의 이야기가 필요하다면? 아이네이아스나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여정이 아니라, 융의 여정 혹은 토머스 머튼의 여정, 아니면 심지어 아웅 산 수치의 여정이 필요한 거라면?
호라이즌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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