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19. <호라이즌>

D-29
평범한 사람들 대부분의 운명을 결정하는 것은 주로 기업을 운영하는, 상대적으로 소수인 사람들이 설계한 사회적 경제적 변화들이다. 내 경험에 따르면, 권력을 쥔 사람들은 그중 가장 점잖은 사람조차 결국 자신이 가장 잘 안다고, 자신의 경험과 교육, 직관, 본능이 자신에게 권위를 부여한다고 믿는다.
호라이즌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엇. 저 이 부분 막 올리려고 했는데...! ^^
휴~ 이번엔 저 진도 제대로 쫓아가고 있네요!
내 경험에 따르면, 권력을 쥔 사람들은 그 중 가장 점잖은 사람조차 결국 자신이 가장 잘 안다고, 자신의 경험과 교육, 직관, 본능이 자신에게 권위를 부여한다고 믿는다. 자이푸르와 상파울루의 빈민가, 미들랜드 주변 텍사스 유전의 황폐한 풍경, 탄소로 가득한 베이징의 공기, 늦여름 해빙이 사라진 북극해를 기억하는 나는, 아마도 그들이 제일 잘 안다는 건 틀린 생각일 거라고 반박할 수밖에 없다.
호라이즌 <포트아서에서 보타니베이까지> 1603/2340,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저도 이 문장 좋았는데, @siouxsie 님과 통해서 좋아요:) 이어지는 문장도 조금 더 적어봤습니다.
그러게요 그 이후에도 생각할 거리를 던져 주는 문장들이 많아 여러번 읽고 있어요~
내게는 마크가 모르도르의 이미지―톨킨이 전 세계 산업화의 필연적 종착점으로 생각했던 이미지―를 언급한 것이 좀 과장되게 느껴졌지만, 그래도 톨킨이 그려낸 산업 발달에 내재한 야만적 폭력성, 그리고 유치한 탐욕을 품고 권력 자체를 위한 권력을 탐하는 사이코패스 사우론의 폭압적 지배가 이곳 풍경의 특징과도 잘 들어맞는다는 점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호라이즌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이런 길을 가는 것은 언제나 힘든 일이다. 사람들 대부분이 그런 이상을 지지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그 이상을 실행하는 일이 극도로 어려운 탓에 냉소적인 시선으로 그 일을 바라보게 되기 때문이다.
호라이즌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지금 EBS에서 서호주를 보여주는데 평소때였으면 그냥 돌렸을 텐데 이 책을 읽고 관심이 생겨 보고 있어요.(관련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너무 아름답네요. 다 그믐 덕분이에요
EBS에서 서호주를! 시기가 어쩜 이렇게 찰떡(?)같이! 저였어도 되게 반가웠을 것 같습니다. 저는 요즘 『호라이즌』을 읽으면서 자연의 다채로운 모습에 점점 더 눈길이 가는 것 같아요. 다 그믐 덕분이라는 수지님 말씀에 제 마음이 다 포근해집니다:)
풍경이 시간을 초월한다는 말은 비유적 의미만 지닐 뿐 실제로 풍경은 시간을 초월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우리가 사는 시대는 전례 없는 문화 교류의 시대, 들어가고 나가는 이주의 시대다.
호라이즌 1725/2340,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일 년 뒤에는 또다시 호주로 가서 그레이트배리어리프에서 다이빙을 하고 그곳의 대체로 온화한 파도와 열대어들의 강렬한 색채와 물의 투명함과 산호초의 고아활함에 나를 푹 담갔다. 아무리 절박한 절망의 소용돌이가 몰아치더라도, 아무 의도도 제한도 없는 아름다움이 언제나 우리를 에워싸고 있다는 걸 다시금 되새기기 위해서였다.
호라이즌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절박한 절망의 소용돌이>: 국제 뉴스를 볼 때 연민의 감정을 느끼지만 딱히 그걸 개선하려는 실질적인 노력이나 희생을 할 의지는 없을 때 얻게 되는 선진국 중산층의 나른한 죄책감. <아무 의도도 제한도 없는 아름다움이 언제나 우리를 에워싸고 있다는 걸 다시금 되새기기 위해>: 호주까지 탄소 배출하며 비행기 타고 날아가서 바다 수영을 즐긴 다음 자기 여행에 별 용건이 없었다는 사실을 숨기기 위해 동원하는 미사여구. 너무 시니컬한가요? ^^
별 실용성도 없는 미사여구를 남발하는 경향이 있는 글이라는 생각이 저도 들긴 합니다. 그런데 이번 챕터 말미에 약물 중독이었던 한 남자가 저자의 <북극을 꿈꾸다>를 읽고 자신의 관점을 바꾸고 약을 끊었다는 부분이 나와요. 비록 인류를 걱정하는 사유를 늘 했다고는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세계 여기저기를 놀러다닌 이야기를 쓴것일 뿐이라고 이와 같은 여행기를 아니꼽게 보는 사람들도 꽤 있을 것 같은데 약 끊은 사람 사례를 보면 어떤 책이든 예상 외의 가치를 품고 있는 것 같습니다.
@밥심 저자도 @장맥주 작가님의 시니컬한 반응에 공감하지 않을까요? 이 책이 매력이자 독자에게 주는 혼동은 주로 저자의 40대, 50대 여행이 중심 일화이긴 하지만 서술 속에서 저자의 20대, 30대부터 60대까지의 이야기가 섞여 있는 것 같아요. 저자도 젊었을 때 그렇게 여기저기 다니면서 낭만 여행했던 자기에 대한 성찰이 분명히 있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ㅎㅎㅎ 저도 가끔 이런 글에 오글거리긴 합니다. 그리고 이걸 쓴 분이 지금 더 시니컬한 태도로 무장한 MZ세대들의 눈으로는 어떻게 비칠 지 (전 MZ와는 멀지만;;) 고민도 해봅니다. 아무래도 우리는 이제 온실 속에서 살지 않는 한 '아무 의도도 제한도 없는' 상태에서 너무 멀어진 게 아닌가 싶기도 해요.
저자가 하도 오지만 돌아다닌 이야기를 써서 설마 제가 가본 적 있는 곳이 나올줄은 몰랐네요. 제임스 쿡 기념비가 서 있는 하와이섬(빅아일랜드) 케알라케쿠아만이 바로 그곳인데요(파울웨더곶 챕터에서도 이곳 이야기가 나왔는데 그땐 그곳이 제가 갔던 곳이라는 것조차 알아채지 못했습니다. ㅠㅠ). 제가 그곳을 방문했을 당시 전 제임스 쿡에 대한 관심이 전혀 없었기에 기념비를 보면서도 그가 여기를 탐험했었나보다 정도만 생각했지 그곳에서 그렇게 비참하게 죽었는지 모르고 무심하게 지나쳤네요. 아는 만큼 보인다는 경구가 또 생각납니다. 재방문할 기회가 혹시라도 있다면 아주 다른 장소처럼 느껴질 것 같아요.
호주 인구 전체를 놓고 보면 이들은 두 가지 의미심장한 극단으로 나뉜다. 한쪽은 본질적으로 영국적인 것을 고집스럽게 선호하고, 다른 한쪽은 독립혁명기 미국인들이 미국 고유의 운명을 찾아내기를 원했던 것처럼 순수한 호주만의 운명을 찾기를 원한다. 전자는 과거에 선주민들에게 했던 처사를 되돌아보아야 할 때 따라오는 혼란을 회피하고 싶어하고, 후자는 그 불의한 일들이 낳은 문제를 해결하기를 원한다. 미국 사람들 사이에서도 흑인과 아메리카 선주민 문제에 관해 비슷한 분열이 뚜렷이 나타난다.
호라이즌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그런데 이번 5장 읽으면서 저는 저자가 글로벌 인싸, 적어도 영미권에서는 지식계의 인싸라는 생각이 들어서 위화감이 느껴지긴 했었답니다. :) 중간에 오스트레일리아(호주)에서 열린 한 작가 모임에 참석한 얘기를 무심하게 하는데, 참가자가 존 쿳시, 애니 프루 등. 이건 뭐지, 했었어요.
이런 다양한 작가들이 공통적으로 가진 주제가 community라는 점, 그리고 그 community에 대해 그들이 던진 질문들이 참 좋았아요. 생각해보니 정말 다른 환경임에도 불구하고 존 쿳시 책의 남아공도 애니 프루 책의 뉴펀들랜드에서도 부딪히는 커뮤니티들의 문제를 다루고 있었군요.
작성
글타래
화제 모음
지정된 화제가 없습니다
[책나눔 이벤트] 지금 모집중!
[📚수북플러스] 4. 나를 구독해줘_수림문학상 작가와 함께 읽어요[도서증정-고전읽기] 셔우드 앤더슨의 『나는 바보다』[도서 증정] <여성과 전쟁: 우크라이나 소설가의 전쟁일기> 번역가와 함께 읽어요.
💡독서모임에 관심있는 출판사들을 위한 안내
출판사 협업 문의 관련 안내
그믐 새내기를 위한 가이드
그믐에 처음 오셨나요?[메뉴]를 알려드릴게요. [그믐레터]로 그믐 소식 받으세요
커리어와 나 사이 중심잡기 [김영사] 북클럽
[김영사/책증정] 일과 나 사이에 바로 서는 법 《그대, 스스로를 고용하라》 함께 읽기[김영사/책증정] 천만 직장인의 멘토 신수정의 <커넥팅> 함께 읽어요![김영사/책증정] 구글은 어떻게 월드 클래스 조직을 만들었는가? <모닥불 타임> [김영사/책증정] 《직장인에서 직업인으로》 편집자와 함께 읽기
같이 연극 보고 원작 읽고
[그믐연뮤클럽] 7. 시대와 성별을 뛰어넘은 진정한 성장, 버지니아 울프의 "올랜도"[그믐연뮤클럽] 6. 우리 소중한 기억 속에 간직할 아름다운 청년, "태일"[그믐연뮤클럽] 5. 의심, 균열, 파국 x 추리소설과 연극무대가 함께 하는 "붉은 낙엽"[그믐연뮤클럽] 4. 다시 찾아온 도박사의 세계 x 진실한 사랑과 구원의 "백치"
같이 그믐달 찾아요 🌜
자 다시 그믐달 사냥을 시작해 볼까? <오징어 게임> x <그믐달 사냥 게임> o <전생에 그믐달>
8월에도 셰익스피어의 작품 이어 낭독합니다
[그믐밤] 38. 달밤에 낭독, 셰익스피어 4탄 <오셀로>[그믐밤] 37. 달밤에 낭독, 셰익스피어 3탄 <리어 왕> [그믐밤] 36. 달밤에 낭독, 셰익스피어 2탄 <맥베스> [그믐밤] 35. 달밤에 낭독, 셰익스피어 1탄 <햄릿>
🐷 꿀돼지님의 꿀같은 독서 기록들
은모든 장편소설 『애주가의 결심』(은행나무)최현숙 『할매의 탄생』(글항아리)조영주 소설·윤남윤 그림 『조선 궁궐 일본 요괴』(공출판사)서동원 장편소설 『눈물토끼가 떨어진 날』(한끼)
이디스 워튼의 책들, 지금 읽고 있습니다.
[그믐클래식 2025] 8월, 순수의 시대[휴머니스트 세계문학전집 읽기] 3. 석류의 씨
공 출판사의 '어떤' 시리즈
[도서 증정] 응원이 필요한 분들 모이세요. <어떤, 응원> 함께 읽어요.[꿈꾸는 책들의 특급변소] 차무진 작가와 <어떤, 클래식>을 읽어 보아요.
🎁 여러분의 활발한 독서 생활을 응원하며 그믐이 선물을 드려요.
[인생책 5문 5답] , [싱글 챌린지] 완수자에게 선물을 드립니다
이렇게 더워도 되는 건가요?
[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25. <일인 분의 안락함>기후위기 얘기 좀 해요![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11. <화석 자본>무룡,한여름의 책읽기ㅡ지구를 위한다는 착각
8월 7일(목) 오후 7시 30분 / 저자 배예람X클레이븐 동시 참여 라이브 채팅⭐
[텍스티] 텍스티의 히든카드🔥 『당신의 잘린, 손』같이 읽어요🫴
모집중밤하늘
내 블로그
내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