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19. <호라이즌>

D-29
지금 EBS에서 서호주를 보여주는데 평소때였으면 그냥 돌렸을 텐데 이 책을 읽고 관심이 생겨 보고 있어요.(관련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너무 아름답네요. 다 그믐 덕분이에요
EBS에서 서호주를! 시기가 어쩜 이렇게 찰떡(?)같이! 저였어도 되게 반가웠을 것 같습니다. 저는 요즘 『호라이즌』을 읽으면서 자연의 다채로운 모습에 점점 더 눈길이 가는 것 같아요. 다 그믐 덕분이라는 수지님 말씀에 제 마음이 다 포근해집니다:)
풍경이 시간을 초월한다는 말은 비유적 의미만 지닐 뿐 실제로 풍경은 시간을 초월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우리가 사는 시대는 전례 없는 문화 교류의 시대, 들어가고 나가는 이주의 시대다.
호라이즌 1725/2340,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일 년 뒤에는 또다시 호주로 가서 그레이트배리어리프에서 다이빙을 하고 그곳의 대체로 온화한 파도와 열대어들의 강렬한 색채와 물의 투명함과 산호초의 고아활함에 나를 푹 담갔다. 아무리 절박한 절망의 소용돌이가 몰아치더라도, 아무 의도도 제한도 없는 아름다움이 언제나 우리를 에워싸고 있다는 걸 다시금 되새기기 위해서였다.
호라이즌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절박한 절망의 소용돌이>: 국제 뉴스를 볼 때 연민의 감정을 느끼지만 딱히 그걸 개선하려는 실질적인 노력이나 희생을 할 의지는 없을 때 얻게 되는 선진국 중산층의 나른한 죄책감. <아무 의도도 제한도 없는 아름다움이 언제나 우리를 에워싸고 있다는 걸 다시금 되새기기 위해>: 호주까지 탄소 배출하며 비행기 타고 날아가서 바다 수영을 즐긴 다음 자기 여행에 별 용건이 없었다는 사실을 숨기기 위해 동원하는 미사여구. 너무 시니컬한가요? ^^
별 실용성도 없는 미사여구를 남발하는 경향이 있는 글이라는 생각이 저도 들긴 합니다. 그런데 이번 챕터 말미에 약물 중독이었던 한 남자가 저자의 <북극을 꿈꾸다>를 읽고 자신의 관점을 바꾸고 약을 끊었다는 부분이 나와요. 비록 인류를 걱정하는 사유를 늘 했다고는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세계 여기저기를 놀러다닌 이야기를 쓴것일 뿐이라고 이와 같은 여행기를 아니꼽게 보는 사람들도 꽤 있을 것 같은데 약 끊은 사람 사례를 보면 어떤 책이든 예상 외의 가치를 품고 있는 것 같습니다.
@밥심 저자도 @장맥주 작가님의 시니컬한 반응에 공감하지 않을까요? 이 책이 매력이자 독자에게 주는 혼동은 주로 저자의 40대, 50대 여행이 중심 일화이긴 하지만 서술 속에서 저자의 20대, 30대부터 60대까지의 이야기가 섞여 있는 것 같아요. 저자도 젊었을 때 그렇게 여기저기 다니면서 낭만 여행했던 자기에 대한 성찰이 분명히 있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ㅎㅎㅎ 저도 가끔 이런 글에 오글거리긴 합니다. 그리고 이걸 쓴 분이 지금 더 시니컬한 태도로 무장한 MZ세대들의 눈으로는 어떻게 비칠 지 (전 MZ와는 멀지만;;) 고민도 해봅니다. 아무래도 우리는 이제 온실 속에서 살지 않는 한 '아무 의도도 제한도 없는' 상태에서 너무 멀어진 게 아닌가 싶기도 해요.
저자가 하도 오지만 돌아다닌 이야기를 써서 설마 제가 가본 적 있는 곳이 나올줄은 몰랐네요. 제임스 쿡 기념비가 서 있는 하와이섬(빅아일랜드) 케알라케쿠아만이 바로 그곳인데요(파울웨더곶 챕터에서도 이곳 이야기가 나왔는데 그땐 그곳이 제가 갔던 곳이라는 것조차 알아채지 못했습니다. ㅠㅠ). 제가 그곳을 방문했을 당시 전 제임스 쿡에 대한 관심이 전혀 없었기에 기념비를 보면서도 그가 여기를 탐험했었나보다 정도만 생각했지 그곳에서 그렇게 비참하게 죽었는지 모르고 무심하게 지나쳤네요. 아는 만큼 보인다는 경구가 또 생각납니다. 재방문할 기회가 혹시라도 있다면 아주 다른 장소처럼 느껴질 것 같아요.
호주 인구 전체를 놓고 보면 이들은 두 가지 의미심장한 극단으로 나뉜다. 한쪽은 본질적으로 영국적인 것을 고집스럽게 선호하고, 다른 한쪽은 독립혁명기 미국인들이 미국 고유의 운명을 찾아내기를 원했던 것처럼 순수한 호주만의 운명을 찾기를 원한다. 전자는 과거에 선주민들에게 했던 처사를 되돌아보아야 할 때 따라오는 혼란을 회피하고 싶어하고, 후자는 그 불의한 일들이 낳은 문제를 해결하기를 원한다. 미국 사람들 사이에서도 흑인과 아메리카 선주민 문제에 관해 비슷한 분열이 뚜렷이 나타난다.
호라이즌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그런데 이번 5장 읽으면서 저는 저자가 글로벌 인싸, 적어도 영미권에서는 지식계의 인싸라는 생각이 들어서 위화감이 느껴지긴 했었답니다. :) 중간에 오스트레일리아(호주)에서 열린 한 작가 모임에 참석한 얘기를 무심하게 하는데, 참가자가 존 쿳시, 애니 프루 등. 이건 뭐지, 했었어요.
이런 다양한 작가들이 공통적으로 가진 주제가 community라는 점, 그리고 그 community에 대해 그들이 던진 질문들이 참 좋았아요. 생각해보니 정말 다른 환경임에도 불구하고 존 쿳시 책의 남아공도 애니 프루 책의 뉴펀들랜드에서도 부딪히는 커뮤니티들의 문제를 다루고 있었군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이번 2월 22일(토), 2월 23일(일) 주말에는 5장 '포트 아서에서 보타니베이까지'를 마저 다 읽습니다. 뒤에서는 보타니베이를 처음 발견한 제임스 쿡이 다시 등장합니다. 이번 장에서는 4장에 나왔던 '어른'에 대한 생각도 다시 변주되죠. 제가 이 장이 단행본으로 묶여도 손색이 없다고 생각한 이유는 앞에서 두루 저자가 얘기했던 메시지가 여정 중에 다시 한번 반복되고 있어서이기도 했었어요. 마저 읽으면서 확인해 보세요.
그러네요~ 5장을 방금 마쳤는데 YG님 남겨주신 말이 무엇인지 이해가 됩니다~~
저도 어른에 대한 저자의 사유가 담긴 문장들이 유독 좋았습니다. '좋은 어른'이란 무엇인가를 곰곰이 생각해보기도 하고, 로페즈가 말하는 '어른'의 모습과 그가 지향하는 삶은 어떠했을까를 연결지어 보기도 했죠. 그럼에도 아는 것과 실천하는 건 다른 영역 같기도 하고. 머리로는 알지만 몸이 힘들다는 걸 알기에 부러 하지 않는 것들이 많지 않나 싶기도 해서요(이를테면 운동?ㅋㅋㅋ). 지향점과 일치한, 반듯한 삶을 산다는 게 참 어려운 것 같습니다.
어제(2월 21일) 읽을 분량에서 포트 아서의 비극이 나오죠? 그에 대해서 그와 동행했던 시인 피트 헤이가 남긴 에세이가 있더라고요. 링크 남겨 놓으니 한번 살펴보세요. https://walleahpress.com.au/HayPortArthur.html
화제로 지정된 대화
다음 주는 월요일(2월 24일)부터 목요일(2월 27일)까지 6장의 남극 이야기를 읽으면서 이 책을 마무리합니다. 일정에 참고하세요!
“노래를 불러” 한 동물을 다시 존재하게 한다는 것은 아직 밝혀지지 않은 복원의 생물학적 과정을 나타내는 은유적 표현이며, 이를 시대에 뒤떨어진 소리라 여기는 이들은 세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자기가 이미 알고 있다고 혹은 밝혀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뿐이다.
호라이즌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무팃줄루에서 지낸 어느 밤 나는 자지 않고 침대에 가만히 누워서, 때때로 우리의 대화가 2.5차원에서 이루어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그들의 3차원적 인지의 영역을 깨달은 뒤로 나 역시 그 영역에 머무는 법을 배우고 싶은 열망이 생겼지만, 반대로 그들은 내가 가장 편안하게 느끼는 이 2차원적 관점을 찾거나 유지하는 일에는 별 관심이 없을 거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호라이즌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인간과 관련된 것이 그렇지 않은 것보다 더 중요한 이야기 소재인가? 그런 상황에서 모든 사람이 참여할 여지가 없는 대화를 밀고 나가는 것이 옳은 일인가? 당신과 같은 문화에 속한 사람들이 다른 문화의 사람들보다 더 흥미진진한 대화를 나눌 가능성이 크다는 것인가?
호라이즌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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