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19. <호라이즌>

D-29
자신들의 안녕이 아니라 인류의 신체와 정신의 건강을 가장 우선시하는 일은 오늘날 정부도 기업도 군대도 못 하는 일이며, 이 일은 특정한 통치 형식이나 경제적 조직이나 종교적 확신을 최우선시하는 충성심에서 자유로운 사람들, 그리고 개인의 출세나 문화적 우월성에 큰 무게를 두지 않는 사람들이 함께할 때만 이룰 수 있다.
호라이즌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서구의 민주적 통치 모델은 모든 사람의 말을 들어야 한다는 개념에 기반을 둔다. 하지만 서구에서 그 개개인의 목소리는 “나를 따르라!내가 길을 알고 있다!"라고 외치는 카리스마 있는 인물들에게 묻히고 포섭되는 일이 많다. 전통적 사회에 속한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목소리에 진정으로 귀 기울일 수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알기 때문에, 위급한 상황에서 그 사람이 다른 어른들과 함께 대화를 나누며 계획을 세우는 일을 편안하게 받아들이고, 그 어른이 자신들에게 요구하는 대로 하는 것을 자율성을 빼앗기는 일로 느끼지 않는다. 그들은 그 어른이 “나를 따르라”라고 말하는 인물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다. 그의 지도 원칙은 아무도 낙오하게 남겨두지 않는다는 것이다.
호라이즌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오스트레일리아 섬? 대륙? 이야기를 읽고 지금은 남극 대륙 이야기를 읽다보니 문득 두 대륙의 크기가 궁금해졌는데 지도는 평면이라 잘 비교가 안 되더라구요. 그래서 집 한 구석에 쳐박혀있던 지구본을 꺼내 봤습니다. 남극 대륙이 훨씬 크네요. 게다가 지구본을 슬슬 돌려보니 아르헨티나 남단과 남극의 북단이 생각보다 훨씬 가깝습니다. 뉴질랜드와 남극보다 말입니다.
@오구오구 @밥심 남극으로 넘어가셨군요? 남극 대륙이 오스트레일리아보다 거의 두 배는 넓은 것으로 알고 있어요. 유럽의 130퍼센트 정도의 크기고요. @밥심 님 말씀처럼 평면 세계도 때문에 생긴 왜곡이 심하죠. (특히, 아프리카 대륙의 광활함이 묻힙니다.)
엇! 지구본 너무 오랜만인데요(반가워라). 이렇게 사진으로 올려주시니 눈에 쏙 들어옵니다.
그 장치는 우리가 있는 곳에 관해 그 외에 다른 건 알아낼 능력이 없다. 이를테면 콜리플라워 꽃송이 같은 뭉게구름들이 흘러가는 건 알아차리지 못한다. 새들의 무리가 재빠른 날갯짓으로 우리 위를 날아갈 때 하늘의 저 광활함에 어떤 변화가 생기는지도. 혹시 비가 내렸다면 이 모든 풍경이 어떻게 달라졌을지도. 그 숫자들은 어느 집의 주소처럼 하나의 입구를 가리키고 있었다.
호라이즌 1842/2340,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공동체는 왜 무너지고 있을까? 공동체를 다시 세울 수 있을까? 가장 작은 공동체인 부부를 응집시키는 것은 무엇일까? 우리가 속한 전통적 공동체들과 단절된 상태를 유지하기로 선택했을 때, 또는 우리가 어떤 사람인지에 전혀 관심이 없는 타인들과 함께하기로 선택했을 때, 우리는 어떻게 계속 살아갈 수 있을까?
호라이즌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나는 존에게 말했다. "예전에 한 신학교 수님이 종교를 갖는다는 건 확신을 갖는 일 이 아니라 불확실성과 함께 살아가는 일이라 고 말씀하셨지. 의심을 편안히 받아들이는 것, 그리고 어떤 심원한 신비에 대해 품었던 존중을 계속 유지하는 것이라고."
호라이즌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내 생각에, 해체에 대한 이러한 공식적 조 사와 재현을 위한 노력은 고고학과 현장생물학뿐 아니라 오늘날의 예술계에서도 힘을 얻고 있는 흐름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그것은 오늘날 인류의 다양한 문화에서 고루 일어나고 있는, 익숙한 유형의 유해한 파편화와 과거에 잘 통합되어 있던 공동체들의 분열을 이해하고야 말겠다는, 훨씬 큰 규모의 단호한 노력의 일부라고 나는 믿는다.
호라이즌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독점적 권리를 주장하고 싶은 마음은 개인들이 정체성의 상실과 익명성의 엄습에 점점 더 큰 두려움을 느끼는, 내가 속한 문화에 깊이 뿌리내린 충동이다. 내가 이 능선을 걸어간 최초의 사람일지 모른다는 몽상에 뿌듯해했던 게 부끄러웠다. 그 철없는 몽상은 나를 이곳의 실제로부터 얼마나 멀어지게 했을까?
호라이즌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반다 기지에서 아무나 들어갈 수 없는 일명 '왕립 드람부이 협회'가 방문객을 맞 이하는 의식을 치를 때는, 구할 수만 있다면 빙하 얼음이 아주 유용하게 쓰이기 때문이다. 그 의식이란 별것은 아니고 그저 격의 없이 함께 술을 마시는 것인데, 하지만 여기에도 어떤 신랄함이 배어 있었다. 이 뉴질랜드 사람들은 과학자들과 방문객들을 반다로 실어오는 젊은 미군 조종사들의 지나치게 친한 척하는 뻔뻔함과 거들먹거리는 태도를 싫어했다. 조종사들은 근무 중 술을 마실 수 없으므로 왕립 드람부이 협회에 들어갈 수 없었고, 이는 평소에는 친절하기만 한 반다 기지 사람들이 그 조종사들에게 속내를 전하는 한 방법이기도 했다.
호라이즌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좀 배타적인 거 아닌가요, 하고 생각했는데 뒤에 이어지는 에피소드 읽고 바로 납득했습니다.
남극은 '적대적으로' 인간의 노력을 좌절시키려 하지 않는다. 이 땅은 스콧과 아문센을 전혀 구별하지 않았다. 아문센도 스콧만큼 성격적 결함이 많았던, 집착적이고 가차 없이 효율만 따지며 감정적으로 냉정한 인물이었다. 남극을 의인화해서 말해보자면, 남극은 누가 어디에 도착했든 또는 무슨 일이 있었든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호라이즌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다 읽었습니다. 약간 갑작스럽게 끝난다는 느낌도 받았네요. 이 모든 여행과 긴 기록에 대해 의미 부여를 해주기를 혼자 멋대로 기대했었아 봐요. 마지막 일화는 저자에게도 당황스러운 경험이었겠지만 독자에게도 좀 당황스럽습니다. 혹시 저자를 사칭한 사기꾼이 있었던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장맥주 작가님, 고생하셨어요. 이번 달에 마감도 많았던 것 같은데, 평소 즐겨 읽지 않은 장르의 벽돌 책 페이스 메이커 하시느라 힘드셨을 것 같아서 죄송한 마음이 있습니다. 3월의 벽돌 책은 훨씬 읽기 편한데 뜻밖에 전자책이 없네요; 그나저나, 작가님도 비슷한 상황에 처하면 어떻게 대응하실까요? 생전 처음 가본 곳인데, 갑자기 누군가가 친한 척하면서 전에 방문하셔서 같이 식사도 하지 않았느냐, 우기면. :)
저는 제가 다른 작가님한테 그런 적이 있었어요. 예전에 어디서 만난 적 있었다고. 그 분이 아니라고 해도 제가 엄청 우겼는데 나중에 생각해보니 제가 착각한 것이더라고요. 험험... ^^;;;
화제로 지정된 대화
내일 2월 24일 월요일부터 27일 목요일까지는 마지막 장 '그레이브스누나탁스에서 포트패민 도로까지'를 읽습니다. 주로 남극 이야기이고, 칠레 최남단 이야기가 나옵니다. 이번 장의 남극 이야기는 그간 읽은 남극 이야기 가운데 제일 생생해서 읽는 맛이 있었답니다. 생각해 보니, 그 동안 제가 읽었던 남극 이야기는 주로 과학자의 남극 기지 체류기였더라고요. 활동 장소도 주로 기지와 그 주변이고, 연구 대상도 과학자마다 정해져 있어서 이렇게 중구난방 남극의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는 이야기는 접하지 못했던 모양이에요. 그래서 남극 이야기가 읽는 맛이 각별했답니다. 나흘 동안 자기 호흡대로 읽으시면 됩니다만, 일단 내일 2월 24일 월요일은 한국어판 종이 책 기준 756쪽까지 읽기를 권해드립니다.
2월 26일 수요일 정도에 읽을 분량에는 남극점에 도달하기 위한 로알드 아문센과 로버트 팰콘 스콧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또 그 다음에는 그 둘보다 저자가 훨씬 더 호의적으로 평가하는 (사실 대다수의 견해가 그렇습니다) 어니스트 새클턴의 조난기도 나옵니다. 이들의 모든 이야기를 한꺼번에 정리할 수 있는 전문 연구자의, 하지만 아주 재미있는 책이 한 권 있습니다. 에드워드 라슨의 『얼음의 제국: 그들은 왜 남극으로 갔나』(2011). 국내에서는 에이도스 출판사에서 2012년에 나왔는데, 책은 품절 상태라서 구하기 어렵습니다. 도서관에서 찾아서 한번 읽어 보세요. 주로 영국을 중심으로 19세기부터 20세기 초까지 남극 탐험에 몰두한 이들의 이야기를 풍성하게 정리해 뒀답니다.
얼음의 제국 - 그들은 왜 남극으로 갔나역사 부문 퓰리처상 수상작가 에드워드 J. 라슨이 생동감 넘치는 필치로 그린 남극 그리고 남극탐험의 과학문화사. 100년 전 남극대륙을 탐험한 탐험가 그리고 과학자들의 이야기이다. 지구의 끝 얼음의 대륙에서 벌인 인간들의 사활을 건 탐험, 미지의 세계 남극의 비밀을 풀고자 하는 과학자들의 꿈, 극한의 환경에서 살아남은 영웅적 인간들의 인내와 열정 가득한 이야기가 생생하게 펼쳐진다.
5장의 오스트레일리아 여행 중에 잠깐 언급되는 브루스 채트윈의 『송라인』(1987)을 아시나요? 그가 오스트레일리아 여행기 『송라인』을 펴내기 10년 전인 1977년에 펴낸 책이 바로 여행기 고전으로 꼽히는 『파타고니아』(1977)입니다.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아이레스부터 마지막 장의 무대인 칠레 최남단 마젤한 해협과 푼타 아레나스를 포괄하는 지역을 여행한 에세이죠. 저에게 브루스 채트윈은 아주 옛날 작가인데(그가 1989년에 에이즈로 죽은 게 컸던 것 같습니다), 사실은 배리 로페즈와 비슷한 또래였군요(채트윈은 1940년생, 로페즈는 1945년생). 아주 예전 사회 초년생 때 자주 어울리던 분들과 이 책을 읽은 얘기를 나누면서 호기롭게 마흔쯤에 파타고니아 여행을 함께 가자고 했던 게 생각 나네요. :) 저는 다시 읽게 될 것 같지는 않습니다만, 여러분에게 영감을 주는 책이니 한 번쯤 살펴보시길 권합니다.
송라인영국 작가 브루스 채트윈은 생전에 두 권의 여행기를 썼다. <송라인>은 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들 사이에서 꿈의 발자취로 여겨져 온 보이지 않는 길, 송라인을 채트윈이 찾아 걸으며 쓴 여행기로, 그의 두 번째 여행기이자 생애 마지막 출간작이다.
파타고니아브루스 채트윈은 생전에 두 권의 여행기를 썼다. <파타고니아>는 채트윈이, 위로는 부에노스아이레스부터 아래로는 남미의 남쪽 끝인 푼타아레나스에 이르는 광대한 영역을 떠도는 동안에, 그에게 찾아온 97개의 기이한 이야기들을 써낸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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